[전작권 중간점검]③ 한국군 사령관이 이끌 한미연합군…70여 개 과제·3단계로 검증

입력 2020.09.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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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조기 전환을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요?

전작권 전환 과정 대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지고, 관련한 공개 논의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전작권 전환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방부 장관 교체를 앞두고 전작권 전환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연속 기사로 짚어봅니다.

[연관기사]
[전작권 중간점검]① 전작권 전환 어디까지 왔나…전제 조건 달성률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8438)
[전작권 중간점검]② 계속되는 '전작권 전환용' 무기도입…목표는 분명할까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9436)


지난 두 기사에서는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이 무엇이고 충족 여부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다뤘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또 하나의 큰 축인 미래 한미연합사령부의 능력 평가 부분을 들여다봅니다.

'FOC'가 뭐기에…미래연합사 3단계 평가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된 건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시행 여부였습니다. 'FOC'라는 용어, 한 번쯤은 접하셨을 겁니다. FOC를 제대로 못 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쏟아졌죠. 그렇다면 이 FOC가 대체 뭐기에, 전작권 전환 계획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르면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지됩니다. 전작권 전환 후의 한미연합사령부를 '미래연합사령부'라고 부르는데, 사령관은 한국군 4성 장군이 맡고, 부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이 맡게 됩니다. FOC 검증은 바로 이 미래연합사령부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됐는지 검증하기 위한 절차 중 일부입니다.

미래연합사의 능력은 세 단계로 평가합니다. 가장 먼저 1단계로 기본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 Capability)을 평가하고, 2단계가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 Capability) 평가, 마지막 3단계가 완전임무수행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 평가입니다.

이 검증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미연합지휘소훈련 때 병행합니다. 기존 훈련과는 달리 한국군 장군이 사령관 역할을 맡아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 70여 개 과제로 능력 검증

미래연합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도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 Combined Mission Essential Task List)'입니다.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한미가 공동으로 평가하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입니다.

과제의 수는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는데, 현재 70여 개선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90여 개에서 한미 합의에 따라 개수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제 목록을 가지고 미래연합사의 능력을 평가, 검증하는데 1단계에서 2단계, 3단계로 높아질수록 과제 개수는 늘어나고 충족해야 하는 기준이 높아집니다.

한미는 지난해 8월 실시한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서 IOC 검증을 마쳤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미래연합사의 IOC 검증결과를 한미가 공동으로 승인했다"라고 밝혔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역시 "미래연합사의 IOC 검증 평가 결과에 대해 합의점에 이르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미는 올해 후반기 연합훈련에서 2단계인 FOC 검증을, 내년에 3단계 FMC 검증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야만 2022년 5월까지로 예정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조기 전작권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일정의 발목을 잡은 것이 바로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로 전환 계획 차질'압축 검증' 가능성도

북한과의 전면전까지 가정한 '전구(戰區)급'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는 한국군,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반도 밖의 미군 인원이 대규모로 들어와 참여해야 합니다. 또, 소위 '벙커'로 불리는 지휘소에 주요 군 지휘부를 포함해 많은 병력이 모여 있어야 하죠.

코로나19 때문에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고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이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습니다. 결국, 매년 두 차례 시행되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가운데 전반기 일정은 아예 취소됐고, 후반기 훈련은 규모가 축소됐습니다.

그 영향이 미래연합사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겁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연합훈련에서는 FOC의 '예행연습'만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훈련의 일부 일정만을 한국군 사령관 지휘하에 진행한 것입니다. FOC 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뤄진 건 본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예비 연습 격으로 실시하는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에 한해서입니다.

한미가 아직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FOC 검증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3단계인 FMC 검증도 순차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평가도 나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2단계 FOC와 3단계 FMC를 사실상 병행해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IOC-FOC-FMC 세 단계 검증은 이번 미래연합사 검증을 위해 고안된 새로운 시스템이 아닙니다. 새로 창설된 부대의 능력과 준비 정도를 평가할 때 적용되는 건데, 예컨대 2019년 창설된 '지상작전사령부'의 능력 검증을 할 때도 이 같은 단계가 적용됐습니다. 지작사 창설 과정에서도 FOC와 FMC를 병행해 검증 평가를 압축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정을 두고 생각은 엇갈립니다. 애초에 연합사가 완전히 새로 창설되는 부대가 아님에도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다며 검증 평가 정도를 하향 조정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정부 임기 내 전환', 혹은 '조기 전환'을 목표로 '날림 검증'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겁니다.

국회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서욱 국방장관 후보자와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 모두 '전작권 전환'을 겨냥한 인사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방향타를 어떻게 잡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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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작권 중간점검]③ 한국군 사령관이 이끌 한미연합군…70여 개 과제·3단계로 검증
    • 입력 2020-09-05 15:41:41
    취재K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조기 전환을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요?

전작권 전환 과정 대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지고, 관련한 공개 논의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전작권 전환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방부 장관 교체를 앞두고 전작권 전환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연속 기사로 짚어봅니다.

[연관기사]
[전작권 중간점검]① 전작권 전환 어디까지 왔나…전제 조건 달성률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8438)
[전작권 중간점검]② 계속되는 '전작권 전환용' 무기도입…목표는 분명할까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9436)


지난 두 기사에서는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이 무엇이고 충족 여부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다뤘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또 하나의 큰 축인 미래 한미연합사령부의 능력 평가 부분을 들여다봅니다.

'FOC'가 뭐기에…미래연합사 3단계 평가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된 건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시행 여부였습니다. 'FOC'라는 용어, 한 번쯤은 접하셨을 겁니다. FOC를 제대로 못 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쏟아졌죠. 그렇다면 이 FOC가 대체 뭐기에, 전작권 전환 계획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르면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지됩니다. 전작권 전환 후의 한미연합사령부를 '미래연합사령부'라고 부르는데, 사령관은 한국군 4성 장군이 맡고, 부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이 맡게 됩니다. FOC 검증은 바로 이 미래연합사령부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됐는지 검증하기 위한 절차 중 일부입니다.

미래연합사의 능력은 세 단계로 평가합니다. 가장 먼저 1단계로 기본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 Capability)을 평가하고, 2단계가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 Capability) 평가, 마지막 3단계가 완전임무수행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 평가입니다.

이 검증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미연합지휘소훈련 때 병행합니다. 기존 훈련과는 달리 한국군 장군이 사령관 역할을 맡아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 70여 개 과제로 능력 검증

미래연합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도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 Combined Mission Essential Task List)'입니다.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한미가 공동으로 평가하는 '체크리스트' 같은 것입니다.

과제의 수는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는데, 현재 70여 개선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90여 개에서 한미 합의에 따라 개수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제 목록을 가지고 미래연합사의 능력을 평가, 검증하는데 1단계에서 2단계, 3단계로 높아질수록 과제 개수는 늘어나고 충족해야 하는 기준이 높아집니다.

한미는 지난해 8월 실시한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서 IOC 검증을 마쳤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미래연합사의 IOC 검증결과를 한미가 공동으로 승인했다"라고 밝혔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역시 "미래연합사의 IOC 검증 평가 결과에 대해 합의점에 이르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미는 올해 후반기 연합훈련에서 2단계인 FOC 검증을, 내년에 3단계 FMC 검증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야만 2022년 5월까지로 예정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조기 전작권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일정의 발목을 잡은 것이 바로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로 전환 계획 차질'압축 검증' 가능성도

북한과의 전면전까지 가정한 '전구(戰區)급'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는 한국군,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반도 밖의 미군 인원이 대규모로 들어와 참여해야 합니다. 또, 소위 '벙커'로 불리는 지휘소에 주요 군 지휘부를 포함해 많은 병력이 모여 있어야 하죠.

코로나19 때문에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고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이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습니다. 결국, 매년 두 차례 시행되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가운데 전반기 일정은 아예 취소됐고, 후반기 훈련은 규모가 축소됐습니다.

그 영향이 미래연합사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겁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연합훈련에서는 FOC의 '예행연습'만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훈련의 일부 일정만을 한국군 사령관 지휘하에 진행한 것입니다. FOC 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뤄진 건 본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예비 연습 격으로 실시하는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에 한해서입니다.

한미가 아직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FOC 검증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3단계인 FMC 검증도 순차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평가도 나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2단계 FOC와 3단계 FMC를 사실상 병행해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IOC-FOC-FMC 세 단계 검증은 이번 미래연합사 검증을 위해 고안된 새로운 시스템이 아닙니다. 새로 창설된 부대의 능력과 준비 정도를 평가할 때 적용되는 건데, 예컨대 2019년 창설된 '지상작전사령부'의 능력 검증을 할 때도 이 같은 단계가 적용됐습니다. 지작사 창설 과정에서도 FOC와 FMC를 병행해 검증 평가를 압축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정을 두고 생각은 엇갈립니다. 애초에 연합사가 완전히 새로 창설되는 부대가 아님에도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다며 검증 평가 정도를 하향 조정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정부 임기 내 전환', 혹은 '조기 전환'을 목표로 '날림 검증'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겁니다.

국회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서욱 국방장관 후보자와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 모두 '전작권 전환'을 겨냥한 인사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방향타를 어떻게 잡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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