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불법 촬영 피해자의 절규

입력 2020.09.06 (08:02) 수정 2020.09.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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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쉬려고 간 숙박업소서 불법 촬영 장비 발견

20대 A 씨는 지난 7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불법 촬영 장비를 발견한 겁니다. 누가 봐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한눈에 띄는 곳에 설치돼 있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A 씨는 자정을 넘긴 시각 숙박업소의 방 한 곳을 이용했습니다. 숙박업소 예약 어플을 통해 투숙한 곳이었습니다. 업소 문 앞에는 해당 예약업체가 관리하는 '몰카 안심존'이라는 표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요즘, A 씨는 입실하자마자 카메라부터 찾았다고 합니다. 마음 편안히 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방 구석구석을 한 차례 둘러본 결과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려는 찰나, 침대 쪽을 바라보고 설치된 스피커가 눈에 띄었습니다. 찜찜한 기분에 다시 한번 훑어보는데 스피커 소리가 나오는 작은 틈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렌즈가 반짝였습니다. 불법 촬영 장비였습니다.


"평소에 뉴스에서도 계속 화장실 몰카(불법 촬영)네, 뭐네 하면서 나오니까 거기 숙박업소라고 해도 조금 불안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확인을 했죠. 들어가자마자.. 혹시 몰라서 제가 다시 두 번째 확인했는데 거기에 깊숙이.. 정말 작은 동그란 렌즈 같은 게 딱 있더라고요."

카메라는 웬만큼 꼼꼼하게 찾아보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는 크기였습니다. 발견하고도 이게 정말 불법 촬영 장비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비를 살짝 들어보니 스피커 안쪽에 전선이 연결된 카메라가 맞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난 겁니다. 불법 촬영 장비는 꽤 치밀하게 설치돼 있었습니다. 렌즈는 작았지만, 전원을 유지하는 나머지 장비는 견고했습니다. 스피커 안쪽에 흐르는 전류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꼼꼼히 설치돼있었습니다.


당황, 괴로움 그리고 실망

"엄청 당황스러웠는데 막 몸을 가릴 생각조차 없었어요. 그게 카메라일 것이다, 이런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몰카 안심존' 표시는 그냥 문에 붙은 스티커일 뿐 효용가치가 없었습니다. 차츰 정신을 차린 A 씨는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했습니다. 지구대에서 경찰서를 거쳐 불법 촬영 장비를 설치한 사람을 잡으려는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숙박업소에 따르면 해당 스피커를 새로 설치한 시점은 지난 6월. 한 달여 동안 어디서부터 얼마나 찍혔는지, 또 찍힌 영상은 어디로 흘러 들어간 것인지…. 괴로운 심정이었지만 일단 설치한 사람만 잡으면 피해 규모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경찰은 피의자 '성명 불상'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카메라와 스피커에 대한 지문 감식을 진행했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손자국만 남아있었습니다. 게다가 해당 카메라는 내부에 찍힌 영상이 저장되는 형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하는 장비였습니다. 피의자가 카메라를 회수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영상을 보고 저장할 수 있는 건데 이런 경우 어떤 영상이 찍혔는지,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알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찾는 다중이용시설의 특성상 숙박업소 이용객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워 별다른 수확 없이 수사가 마무리된 겁니다.


사건 이후 일상 달라져…집에서도 밖에서도 '불안 호소'

피해자가 눈으로 찾아낸 카메라. 관리와 단속이 조금만 더 철저했다면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설치한 사람이 누군지 또 누가 찍혔는지, 어디로 유통됐는지, 얼마나 봤는지 심지어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럼 무엇이 남았을까요. 불법 촬영 장비를 발견한 피해자만 남아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습니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있구나.. 뉴스 같은 데서만 보던 일이고 절대 희박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날 이후, 피해자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직도 어딜 갈 때마다 화장실을 잘 못 가요, 카메라 있을까 봐. 급해서 볼일을 볼 때도 최대한 가리고.."

불안감은 외출했을 때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는데도 누가 밖에서 쳐다보고 있을까 봐 매일 불안하고 내 생활이 누군가 보고 있을 것 같다는 계속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불법 촬영 범죄 처벌 강화됐지만…'

지난 5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형량이 강화됐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사람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범죄는 형량 강화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사건처럼 실시간 송출용 카메라가 악용된 경우 지문 감식 외에는 이렇다 할 수사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A 씨는 자신과 비슷한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보내는 이 끔찍한 하루를 다른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A 씨의 바람. 이뤄질 수 있을까요?

불법 촬영 피해자가 조심스럽게 꺼낸 고통스런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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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6 08:02:19
    • 수정2020-09-10 11:18:20
    취재K
"지금도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쉬려고 간 숙박업소서 불법 촬영 장비 발견

20대 A 씨는 지난 7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불법 촬영 장비를 발견한 겁니다. 누가 봐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한눈에 띄는 곳에 설치돼 있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A 씨는 자정을 넘긴 시각 숙박업소의 방 한 곳을 이용했습니다. 숙박업소 예약 어플을 통해 투숙한 곳이었습니다. 업소 문 앞에는 해당 예약업체가 관리하는 '몰카 안심존'이라는 표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요즘, A 씨는 입실하자마자 카메라부터 찾았다고 합니다. 마음 편안히 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방 구석구석을 한 차례 둘러본 결과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려는 찰나, 침대 쪽을 바라보고 설치된 스피커가 눈에 띄었습니다. 찜찜한 기분에 다시 한번 훑어보는데 스피커 소리가 나오는 작은 틈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렌즈가 반짝였습니다. 불법 촬영 장비였습니다.


"평소에 뉴스에서도 계속 화장실 몰카(불법 촬영)네, 뭐네 하면서 나오니까 거기 숙박업소라고 해도 조금 불안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확인을 했죠. 들어가자마자.. 혹시 몰라서 제가 다시 두 번째 확인했는데 거기에 깊숙이.. 정말 작은 동그란 렌즈 같은 게 딱 있더라고요."

카메라는 웬만큼 꼼꼼하게 찾아보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는 크기였습니다. 발견하고도 이게 정말 불법 촬영 장비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비를 살짝 들어보니 스피커 안쪽에 전선이 연결된 카메라가 맞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난 겁니다. 불법 촬영 장비는 꽤 치밀하게 설치돼 있었습니다. 렌즈는 작았지만, 전원을 유지하는 나머지 장비는 견고했습니다. 스피커 안쪽에 흐르는 전류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꼼꼼히 설치돼있었습니다.


당황, 괴로움 그리고 실망

"엄청 당황스러웠는데 막 몸을 가릴 생각조차 없었어요. 그게 카메라일 것이다, 이런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몰카 안심존' 표시는 그냥 문에 붙은 스티커일 뿐 효용가치가 없었습니다. 차츰 정신을 차린 A 씨는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했습니다. 지구대에서 경찰서를 거쳐 불법 촬영 장비를 설치한 사람을 잡으려는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숙박업소에 따르면 해당 스피커를 새로 설치한 시점은 지난 6월. 한 달여 동안 어디서부터 얼마나 찍혔는지, 또 찍힌 영상은 어디로 흘러 들어간 것인지…. 괴로운 심정이었지만 일단 설치한 사람만 잡으면 피해 규모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경찰은 피의자 '성명 불상'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카메라와 스피커에 대한 지문 감식을 진행했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손자국만 남아있었습니다. 게다가 해당 카메라는 내부에 찍힌 영상이 저장되는 형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하는 장비였습니다. 피의자가 카메라를 회수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영상을 보고 저장할 수 있는 건데 이런 경우 어떤 영상이 찍혔는지,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알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찾는 다중이용시설의 특성상 숙박업소 이용객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워 별다른 수확 없이 수사가 마무리된 겁니다.


사건 이후 일상 달라져…집에서도 밖에서도 '불안 호소'

피해자가 눈으로 찾아낸 카메라. 관리와 단속이 조금만 더 철저했다면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설치한 사람이 누군지 또 누가 찍혔는지, 어디로 유통됐는지, 얼마나 봤는지 심지어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럼 무엇이 남았을까요. 불법 촬영 장비를 발견한 피해자만 남아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습니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있구나.. 뉴스 같은 데서만 보던 일이고 절대 희박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날 이후, 피해자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직도 어딜 갈 때마다 화장실을 잘 못 가요, 카메라 있을까 봐. 급해서 볼일을 볼 때도 최대한 가리고.."

불안감은 외출했을 때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는데도 누가 밖에서 쳐다보고 있을까 봐 매일 불안하고 내 생활이 누군가 보고 있을 것 같다는 계속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불법 촬영 범죄 처벌 강화됐지만…'

지난 5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형량이 강화됐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사람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범죄는 형량 강화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사건처럼 실시간 송출용 카메라가 악용된 경우 지문 감식 외에는 이렇다 할 수사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A 씨는 자신과 비슷한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보내는 이 끔찍한 하루를 다른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A 씨의 바람. 이뤄질 수 있을까요?

불법 촬영 피해자가 조심스럽게 꺼낸 고통스런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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