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점 단속해 벌금 수금한 이통3사…“무법자가 호주머니 털어간 꼴”

입력 2020.09.06 (10:00) 수정 2020.09.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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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단통법, 6년의 黑역사④] 이통사의 두 얼굴

누구는 공짜폰 사고, 누구는 호갱이 되는 소비자 차별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2014년 제정된 법 바로 '단말기유통법'(단통법)입니다. 오는 10월 시행 6주년을 맞습니다. 단통법은 그러나, 시행 이후 그 취지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이통사는 오히려 불법 보조금을 맘 놓고 뿌려댔습니다. 가계 통신비 내리겠다는 목표에서도 멀어져만 갔습니다. 되레 담합을 독려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간 소비자들은 어떤 피해를 봤을까. 이통사들은 단통법 위에 군림하며 덕을 본 건 아닐까. 단통법의 실패가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KBS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단통법의 '흑역사'를 추적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끊이지 않는 불법보조금 영업 행위에 대해 이동통신사들도 나름의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KBS는 취재 과정에서 KT와 LGU+가 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대리점 및 판매점에 보낸 '페널티(벌금) 시행'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지난달 19일 LGU+가 각 대리점에 보낸 공문에는 '시장안정화 기조를 저해하는 일부 유통망으로 인해 선의의 가이드준수 유통망의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위반 유통망에 한해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된 대리점에 대해 1회 적발시 200만원, 2회 300만원, 3회 이상 적발시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공문은 LGU+ 본사 시장조사팀이 생산해 각 직영점과 대리점에게 전달됐습니다.

KT도 비슷한 벌금 부과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유통망 관리감독 강화 안내'라는 제목으로 대리점과 판매점에 전달된 문자에는 '초과지원금 적발시 페널티 강화', '1차 400만원, 2차 600만원, 3차 1,000만원'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는데,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되면 판매점 및 대리점에게 횟수에 상응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이통3사는 벌금 부과를 위한 조사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KAIT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른 법정단체이지만 실상은 통신사 이익을 주로 대변해 왔습니다. SKT가 회장사, KT가 부회장사, LGU+가 이사사를 맡고 있습니다.


협회가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해 영업행위를 평가하는 사람)'를 동원해 법 위반 판매점을 적발하면 이 명단을 각 이통사에 넘기고, 이통사는 적발된 판매점과 계약을 맺고 있는 대리점에게 벌금을 부과하게 됩니다.

벌금을 부과 받은 대리점은 다시,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된 판매점에게 줄 판매수수료에서 벌금에 해당하는 액수만큼을 삭감하고 지급합니다. 사실상 판매점이 본사에 벌금을 내는 구조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통사도 나름대로 불법 영업 활동에 대해 엄격하게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불법 보조금 지급을 본사가 직접 지시하거나 유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유통점들 "조폭 잡는데 조폭에게 조직원 단속권 준 셈"

본사가 불법보조금 지급을 지시하거나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년에 걸친 방통위 조사와 최근 KBS 보도([연관기사] 수백억 과징금 맞고도…불법보조금 뒤엔 이통3사)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이통사들은 지난 7월 방통위가 500억 원대 역대 최고 과징금을 의결한 직후에도 '최신 5G 단말기를 한 대 팔 때(기기 변경)마다 장려금 34만 원을 더 주고, 다른 통신사 고객을 유치해오면(번호 이동) 5만 원을 더 얹어 39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불법보조금 유도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사가 불법보조금 지급을 장려해놓고, 그걸 이행하는 판매점을 다시 적발해 벌금을 물리는 모순적인 구조인 겁니다.

한 판매점 대표 A씨는 취재진에게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하는 과징금에 해당하는 액수 이상을 통신사들이 판매점 호주머니에서 빼앗아가고 있는 모순적인 구조"라며 "불법을 지시하고 단속까지 하는 건 부당하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B씨는 방통위가 이통사들에게 자율정화를 맡긴 데 대해 "경찰이 조직폭력배 단속을 하는데, 조직폭력배 수장들에게 밑에 있는 조직원들 단속하라고 단속권을 준 셈"이라며 "납득이 안되는 구조"라고 토로했습니다.

■ 이통사, 과징금 감면받고, 벌금으로 회수…방통위 "개선책 찾겠다"

지난 7월 불법보조금을 유도·지시한 이통3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방통위는 당초 천억 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에서 45%를 감경해줬습니다. 이 가운데 10%는 이통사들의 '자율정화' 명목이었습니다.

이통사에게 '자율정화'란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감면받는 수단이자, 한편으로는 대리점 및 판매점들에게서 과징금에 상응하는 액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인 셈입니다.

이 같은 이통사의 모순적인 행위에 대해 방통위는 "유통 질서에 대한 제재금이 다시 이통사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이것(해당 재원)이 유통 질서 확립에 쓰일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방통위는 이통사와의 협의를 거쳐 제3의 기관을 통해 열악한 유통점들의 복지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재원을 집행하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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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점 단속해 벌금 수금한 이통3사…“무법자가 호주머니 털어간 꼴”
    • 입력 2020-09-06 10:00:07
    • 수정2020-09-06 10:14:51
    취재K
[단통법, 6년의 黑역사④] 이통사의 두 얼굴
누구는 공짜폰 사고, 누구는 호갱이 되는 소비자 차별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2014년 제정된 법 바로 '단말기유통법'(단통법)입니다. 오는 10월 시행 6주년을 맞습니다. 단통법은 그러나, 시행 이후 그 취지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이통사는 오히려 불법 보조금을 맘 놓고 뿌려댔습니다. 가계 통신비 내리겠다는 목표에서도 멀어져만 갔습니다. 되레 담합을 독려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간 소비자들은 어떤 피해를 봤을까. 이통사들은 단통법 위에 군림하며 덕을 본 건 아닐까. 단통법의 실패가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KBS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단통법의 '흑역사'를 추적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끊이지 않는 불법보조금 영업 행위에 대해 이동통신사들도 나름의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KBS는 취재 과정에서 KT와 LGU+가 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대리점 및 판매점에 보낸 '페널티(벌금) 시행'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지난달 19일 LGU+가 각 대리점에 보낸 공문에는 '시장안정화 기조를 저해하는 일부 유통망으로 인해 선의의 가이드준수 유통망의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위반 유통망에 한해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된 대리점에 대해 1회 적발시 200만원, 2회 300만원, 3회 이상 적발시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공문은 LGU+ 본사 시장조사팀이 생산해 각 직영점과 대리점에게 전달됐습니다.

KT도 비슷한 벌금 부과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유통망 관리감독 강화 안내'라는 제목으로 대리점과 판매점에 전달된 문자에는 '초과지원금 적발시 페널티 강화', '1차 400만원, 2차 600만원, 3차 1,000만원'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는데,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되면 판매점 및 대리점에게 횟수에 상응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이통3사는 벌금 부과를 위한 조사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KAIT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른 법정단체이지만 실상은 통신사 이익을 주로 대변해 왔습니다. SKT가 회장사, KT가 부회장사, LGU+가 이사사를 맡고 있습니다.


협회가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해 영업행위를 평가하는 사람)'를 동원해 법 위반 판매점을 적발하면 이 명단을 각 이통사에 넘기고, 이통사는 적발된 판매점과 계약을 맺고 있는 대리점에게 벌금을 부과하게 됩니다.

벌금을 부과 받은 대리점은 다시,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된 판매점에게 줄 판매수수료에서 벌금에 해당하는 액수만큼을 삭감하고 지급합니다. 사실상 판매점이 본사에 벌금을 내는 구조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통사도 나름대로 불법 영업 활동에 대해 엄격하게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불법 보조금 지급을 본사가 직접 지시하거나 유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유통점들 "조폭 잡는데 조폭에게 조직원 단속권 준 셈"

본사가 불법보조금 지급을 지시하거나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년에 걸친 방통위 조사와 최근 KBS 보도([연관기사] 수백억 과징금 맞고도…불법보조금 뒤엔 이통3사)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이통사들은 지난 7월 방통위가 500억 원대 역대 최고 과징금을 의결한 직후에도 '최신 5G 단말기를 한 대 팔 때(기기 변경)마다 장려금 34만 원을 더 주고, 다른 통신사 고객을 유치해오면(번호 이동) 5만 원을 더 얹어 39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불법보조금 유도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사가 불법보조금 지급을 장려해놓고, 그걸 이행하는 판매점을 다시 적발해 벌금을 물리는 모순적인 구조인 겁니다.

한 판매점 대표 A씨는 취재진에게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하는 과징금에 해당하는 액수 이상을 통신사들이 판매점 호주머니에서 빼앗아가고 있는 모순적인 구조"라며 "불법을 지시하고 단속까지 하는 건 부당하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B씨는 방통위가 이통사들에게 자율정화를 맡긴 데 대해 "경찰이 조직폭력배 단속을 하는데, 조직폭력배 수장들에게 밑에 있는 조직원들 단속하라고 단속권을 준 셈"이라며 "납득이 안되는 구조"라고 토로했습니다.

■ 이통사, 과징금 감면받고, 벌금으로 회수…방통위 "개선책 찾겠다"

지난 7월 불법보조금을 유도·지시한 이통3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방통위는 당초 천억 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에서 45%를 감경해줬습니다. 이 가운데 10%는 이통사들의 '자율정화' 명목이었습니다.

이통사에게 '자율정화'란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감면받는 수단이자, 한편으로는 대리점 및 판매점들에게서 과징금에 상응하는 액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인 셈입니다.

이 같은 이통사의 모순적인 행위에 대해 방통위는 "유통 질서에 대한 제재금이 다시 이통사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이것(해당 재원)이 유통 질서 확립에 쓰일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방통위는 이통사와의 협의를 거쳐 제3의 기관을 통해 열악한 유통점들의 복지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재원을 집행하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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