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트럼프의 ‘협박’과 ‘익명’ 보도 사이…2018년 11월 무슨 일이?

입력 2020.09.07 (16:00) 수정 2020.10.05 (16: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언론사에서 기사를 낼 때 취재원은 실명 보도가 원칙입니다.

익명 보도의 경우, 공익을 위해서, 보도의 가치가 우선하는 경우 취재원이 요청하는 한에서 그 이유 등을 밝히면서 최소한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5조)

만약 권력자가, 취재원을 협박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지금 이런 일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그 배경이 된 사건부터 되짚어 보겠습니다.

사진출처 www.theatlantic.com사진출처 www.theatlantic.com

디 애틀랜틱 "트럼프, 미군 전사자들은 '패배자'라고 말해"

지난 3일 시사 매체 '디 애틀랜틱'이 폭로한 보도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습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근처 벨로의 앤마른(Aisne-Marne) 미군 묘지 참배를 취소했습니다.

트럼프는 당시 '비'와 이 때문에 비밀경호국이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의 비행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댔는데, 디 애틀랜틱 측은 둘 다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익명의 취재원 4명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디 애틀랜틱 측은 밝혔습니다.

참배 취소의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이 '비 때문에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 것을 우려'했으며, '미군 전사자들을 기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내가 왜 묘지에 가야 하느냐? 그곳은 패배자들로 가득 차 있다. Why should I go to that cemetery? It’s filled with losers.”고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대화에서는 '벨로 숲(Belleau Wood) 전투'에서 전사한 1천800명의 미국 해병대원에 대해 "어리석은 자들. suckers"라고까지 말했다는 것입니다.

디 애틸랜틱은 벨로 숲 전투에 대해 1918년 미국과 동맹국들이 독일의 파리 진출을 막았다는 점에서 미국 역사상 필연적인 전투였으며, 그 장소를 해병대가 기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들에게 "이 전쟁에서 좋은 사람은 누구였나? Who were the good guys in this war?”라고 물으면서 미국이 연합군 편에 서서 개입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죽어가는 잡지의 가짜 뉴스…좌파"

참전 용사들과 단체들은 '지독한 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악재라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스피커'즉 언론사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트위터에 "디 애틀랜틱은 다른 잡지들처럼 죽어가고 있어서 관심을 얻으려고 가짜 뉴스를 지어낸 것"이라고 적으며 비난한 것입니다.

5일 트윗에는 "급진 좌파는 악의적이다. 그들은 이기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며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좌파로 규정했습니다.

심지어 이 기사를 따라가는 보도를 한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의 제니퍼 그리핀 기자에 대해서까지 "그리핀은 해고돼야 한다. 심지어 우리에게 코멘트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하지도 않았다. 폭스뉴스는 사라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5일 트윗에서 "애틀랜틱의 보도는 거짓이다. 익명 취재원의 말이 그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모든 것보다 위에 있다고 믿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저널리즘이 아닌 행동주의(액티비즘 activism)"라고 익명 보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가 디 애틀랜틱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며 "사기꾼이 운영하고 가짜뉴스와 증오를 뿜어내는 극좌파 잡지에 돈을 낭비하는 것을 잡스는 기뻐하지 않을 것("Steve Jobs would not be happy that his wife is wasting money he left her on a failing Radical Left Magazine that is run by a con man (Goldberg) and spews FAKE NEWS & HATE."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어 걱정하던 바이든 캠프는 호재를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용사 비하 발언만 모은 광고를 내고, 바이든 후보는 트윗에 이를 올리며 "우리 장병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끌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디 애틀랜틱 " 대통령이 겁주는 상황, 익명으로 보도…추가 보도 있을 것"

이에 대해 제프리 골드버그 디 애틀랜틱 편집장은 현지시각 6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도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버그는 이번 기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추가 보도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익명 보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협박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익명 보도를 결정했으며, 이들은 나에게 익명의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우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겁먹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무너뜨린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칼 번스타인 기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익명의 취재원은 종종 중요한 도구다. 특히 트럼프 시대에 그것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트럼프의 ‘협박’과 ‘익명’ 보도 사이…2018년 11월 무슨 일이?
    • 입력 2020-09-07 16:00:15
    • 수정2020-10-05 16:38:31
    글로벌 돋보기
언론사에서 기사를 낼 때 취재원은 실명 보도가 원칙입니다.

익명 보도의 경우, 공익을 위해서, 보도의 가치가 우선하는 경우 취재원이 요청하는 한에서 그 이유 등을 밝히면서 최소한으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5조)

만약 권력자가, 취재원을 협박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지금 이런 일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그 배경이 된 사건부터 되짚어 보겠습니다.

사진출처 www.theatlantic.com
디 애틀랜틱 "트럼프, 미군 전사자들은 '패배자'라고 말해"

지난 3일 시사 매체 '디 애틀랜틱'이 폭로한 보도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습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근처 벨로의 앤마른(Aisne-Marne) 미군 묘지 참배를 취소했습니다.

트럼프는 당시 '비'와 이 때문에 비밀경호국이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의 비행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댔는데, 디 애틀랜틱 측은 둘 다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익명의 취재원 4명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디 애틀랜틱 측은 밝혔습니다.

참배 취소의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이 '비 때문에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 것을 우려'했으며, '미군 전사자들을 기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내가 왜 묘지에 가야 하느냐? 그곳은 패배자들로 가득 차 있다. Why should I go to that cemetery? It’s filled with losers.”고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대화에서는 '벨로 숲(Belleau Wood) 전투'에서 전사한 1천800명의 미국 해병대원에 대해 "어리석은 자들. suckers"라고까지 말했다는 것입니다.

디 애틸랜틱은 벨로 숲 전투에 대해 1918년 미국과 동맹국들이 독일의 파리 진출을 막았다는 점에서 미국 역사상 필연적인 전투였으며, 그 장소를 해병대가 기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들에게 "이 전쟁에서 좋은 사람은 누구였나? Who were the good guys in this war?”라고 물으면서 미국이 연합군 편에 서서 개입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죽어가는 잡지의 가짜 뉴스…좌파"

참전 용사들과 단체들은 '지독한 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악재라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스피커'즉 언론사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트위터에 "디 애틀랜틱은 다른 잡지들처럼 죽어가고 있어서 관심을 얻으려고 가짜 뉴스를 지어낸 것"이라고 적으며 비난한 것입니다.

5일 트윗에는 "급진 좌파는 악의적이다. 그들은 이기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며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좌파로 규정했습니다.

심지어 이 기사를 따라가는 보도를 한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의 제니퍼 그리핀 기자에 대해서까지 "그리핀은 해고돼야 한다. 심지어 우리에게 코멘트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하지도 않았다. 폭스뉴스는 사라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까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5일 트윗에서 "애틀랜틱의 보도는 거짓이다. 익명 취재원의 말이 그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모든 것보다 위에 있다고 믿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저널리즘이 아닌 행동주의(액티비즘 activism)"라고 익명 보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가 디 애틀랜틱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며 "사기꾼이 운영하고 가짜뉴스와 증오를 뿜어내는 극좌파 잡지에 돈을 낭비하는 것을 잡스는 기뻐하지 않을 것("Steve Jobs would not be happy that his wife is wasting money he left her on a failing Radical Left Magazine that is run by a con man (Goldberg) and spews FAKE NEWS & HATE."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어 걱정하던 바이든 캠프는 호재를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용사 비하 발언만 모은 광고를 내고, 바이든 후보는 트윗에 이를 올리며 "우리 장병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끌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디 애틀랜틱 " 대통령이 겁주는 상황, 익명으로 보도…추가 보도 있을 것"

이에 대해 제프리 골드버그 디 애틀랜틱 편집장은 현지시각 6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도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버그는 이번 기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추가 보도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익명 보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협박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익명 보도를 결정했으며, 이들은 나에게 익명의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우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겁먹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무너뜨린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칼 번스타인 기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익명의 취재원은 종종 중요한 도구다. 특히 트럼프 시대에 그것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