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이냐 내륙이냐’…1시간 늦은 태풍 상륙 발표

입력 2020.09.07 (16:47) 수정 2020.09.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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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호 태풍 ‘하이선’ 이동 경로 제10호 태풍 ‘하이선’ 이동 경로 

■ 10호 태풍 '하이선' 상륙 정보, 1시간 늦게 발표한 기상청

기상청은 10호 태풍 '하이선'의 경로를 예측하면서, 갈팡질팡했습니다. 애초 내륙을 통과할 확률이 가장 크다고 했던 기상청은, 지난 5일 하이선이 일본 규슈 해안을 스쳐 통과한 뒤 우리나라 내륙을 거치지 않고 동해상을 향해 곧장 북상할 거라고 예보를 바꿨습니다.

하지만 오늘(7일) 오전에만 태풍 경로 예보가 3차례나 바뀌었습니다.

먼저 새벽 4시에는 좀 더 서쪽으로 붙으면서 포항 호미곶을 지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곧이어 3시간 뒤인 오전 7시에는 진로를 조금 더 포항 동쪽으로, 그러니까 호미곶을 안 거치고 곧바로 해상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해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아주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 태풍이 뚫고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내륙에 붙을 거냐, 말 거냐'를 두고 예보를 바꾸던 기상청은 결국 오전 10시쯤, 태풍이 이미 오전 9시에 울산 남부 해상을 통해 '상륙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태풍이 내륙에 상륙한 지 한 시간 뒤에야 '진짜 상륙했다'라고 발표한 셈입니다.
 
기상청이 오전 10시 수정 발표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이동 경로기상청이 오전 10시 수정 발표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이동 경로

■ '예측과 확률'의 문제라지만...인명·재산 피해와 직결돼 아쉬워

결과적으로 남해안을 통해 내륙을 관통할 것이라고 예보한 다른 나라 기상 당국보다 우리 기상청의 경로 예측이 더 정확했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태풍이 상륙하고서도 한 시간 뒤에나 발표한 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좀 더 일찍 상륙 시점과 지점을 발표해야, 해당 지역 주민들이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더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태풍 하이선이 일본 대마도를 정통으로 통과하면서 중심부가 흐트러졌고, 태풍의 중심부가 내륙과 해상으로 각각 향하는 형태로 나뉘어 태풍의 중심을 둘 중의 무엇으로 볼지 정확히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이미 해면 기압의 수치는 한반도 남동쪽으로 갈수록 낮아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얘기는 저기압인 태풍의 중심과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부산의 경우에는 오전 8시 반쯤 해면 기압이 958hPa까지 낮아졌고,  바람 방향을 보면 부산 지역에 이어 울산 부근 지역에 반시계방향의 소용돌이까지 관측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용돌이의 중심은 곧 태풍의 중심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상청의 상륙 시점 판단이 너무 늦지 않았냐는 비판을 받을 법합니다.

■ 예보와 분석, 독립할 수 없나...예측 체계 다듬는 계기 삼아야

이번 태풍의 강풍 반경은 400km나 됐기 때문에 수십 킬로미터의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한반도 전체가 위험영역이었기 때문이죠. 또한, 태풍의 예상 경로는 수많은 요소를 분석해야 하는 과학의 영역인 동시에 변수가 많은 자연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확률 싸움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태풍 상륙'은 인명, 재산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 초미의 관심입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시간이 걸렸다고는 해도 좀 더 일찍 상륙 시점을 알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기상청에서 태풍의 위치 분석과 예보를 '똑같은 사람'이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태풍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그대로 발표해야 하는데, 이미 내놓은 예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 경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다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2012년 태풍 '볼라벤' 때도 우리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의 분석에 차이가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태풍의 중심을 분석할 때 우리 기상청이 분석하는 기반 자료와 일본이 분석하는 기반 자료가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이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중위도인 한반도에서는 태풍의 중심이 흩어져 중심부에 관한 판단에 일부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태풍 진로를 예보하는 예보관과 분석하는 분석관이 개별적으로 자기 역할을 해야 이런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비판만 해서 우리 기상청의 예보 체계를 더 정교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 '태풍 진로 예측 체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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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이냐 내륙이냐’…1시간 늦은 태풍 상륙 발표
    • 입력 2020-09-07 16:47:29
    • 수정2020-09-07 18:07:35
    취재K
제10호 태풍 ‘하이선’ 이동 경로 
■ 10호 태풍 '하이선' 상륙 정보, 1시간 늦게 발표한 기상청

기상청은 10호 태풍 '하이선'의 경로를 예측하면서, 갈팡질팡했습니다. 애초 내륙을 통과할 확률이 가장 크다고 했던 기상청은, 지난 5일 하이선이 일본 규슈 해안을 스쳐 통과한 뒤 우리나라 내륙을 거치지 않고 동해상을 향해 곧장 북상할 거라고 예보를 바꿨습니다.

하지만 오늘(7일) 오전에만 태풍 경로 예보가 3차례나 바뀌었습니다.

먼저 새벽 4시에는 좀 더 서쪽으로 붙으면서 포항 호미곶을 지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곧이어 3시간 뒤인 오전 7시에는 진로를 조금 더 포항 동쪽으로, 그러니까 호미곶을 안 거치고 곧바로 해상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해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아주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 태풍이 뚫고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내륙에 붙을 거냐, 말 거냐'를 두고 예보를 바꾸던 기상청은 결국 오전 10시쯤, 태풍이 이미 오전 9시에 울산 남부 해상을 통해 '상륙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태풍이 내륙에 상륙한 지 한 시간 뒤에야 '진짜 상륙했다'라고 발표한 셈입니다.
 
기상청이 오전 10시 수정 발표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이동 경로
■ '예측과 확률'의 문제라지만...인명·재산 피해와 직결돼 아쉬워

결과적으로 남해안을 통해 내륙을 관통할 것이라고 예보한 다른 나라 기상 당국보다 우리 기상청의 경로 예측이 더 정확했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태풍이 상륙하고서도 한 시간 뒤에나 발표한 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좀 더 일찍 상륙 시점과 지점을 발표해야, 해당 지역 주민들이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더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태풍 하이선이 일본 대마도를 정통으로 통과하면서 중심부가 흐트러졌고, 태풍의 중심부가 내륙과 해상으로 각각 향하는 형태로 나뉘어 태풍의 중심을 둘 중의 무엇으로 볼지 정확히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이미 해면 기압의 수치는 한반도 남동쪽으로 갈수록 낮아진 상황이었습니다. 이 얘기는 저기압인 태풍의 중심과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부산의 경우에는 오전 8시 반쯤 해면 기압이 958hPa까지 낮아졌고,  바람 방향을 보면 부산 지역에 이어 울산 부근 지역에 반시계방향의 소용돌이까지 관측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용돌이의 중심은 곧 태풍의 중심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상청의 상륙 시점 판단이 너무 늦지 않았냐는 비판을 받을 법합니다.

■ 예보와 분석, 독립할 수 없나...예측 체계 다듬는 계기 삼아야

이번 태풍의 강풍 반경은 400km나 됐기 때문에 수십 킬로미터의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한반도 전체가 위험영역이었기 때문이죠. 또한, 태풍의 예상 경로는 수많은 요소를 분석해야 하는 과학의 영역인 동시에 변수가 많은 자연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확률 싸움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태풍 상륙'은 인명, 재산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 초미의 관심입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시간이 걸렸다고는 해도 좀 더 일찍 상륙 시점을 알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기상청에서 태풍의 위치 분석과 예보를 '똑같은 사람'이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태풍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그대로 발표해야 하는데, 이미 내놓은 예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 경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다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2012년 태풍 '볼라벤' 때도 우리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의 분석에 차이가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태풍의 중심을 분석할 때 우리 기상청이 분석하는 기반 자료와 일본이 분석하는 기반 자료가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이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중위도인 한반도에서는 태풍의 중심이 흩어져 중심부에 관한 판단에 일부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태풍 진로를 예보하는 예보관과 분석하는 분석관이 개별적으로 자기 역할을 해야 이런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비판만 해서 우리 기상청의 예보 체계를 더 정교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 '태풍 진로 예측 체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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