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범죄에 무방비 노출…가해자도 지적장애인”
입력 2020.09.07 (19:43)
수정 2020.09.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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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 달 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지적장애인을 집단 폭행한 사건으로 경찰이 가해자 11명을 검거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는데, 시내 한복판에서 수차례 반복된 이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였을까요.
탐사K는 지난 몇 주간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나 밀착취재를 이어왔는데요,
오늘 첫 순서로 지적장애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또 다른 범죄를 보도해드립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개월 동안 조폭 행세를 하며 지적장애인들을 집단 폭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당 11명 가운데 5명은 가해를 한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경찰이 이곳을 찾는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폭행을 휘두른 일당 11명을 붙잡아 5명을 구속하고 6명을 입건했습니다.
["답답해서 나갔는데 그 사건에 포함이 된 것 같아요."]
["친구도 없고, 놀아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친구라 해봤자 저분들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다시 모이게 되는 거죠."]
["저는 좀 안타깝죠. 00가 외로워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저로서는 너무 힘들어요. 24시간 붙어있을 수 없잖아요. 얘네가 할 일이 없잖아요."]
["거기 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거에요."]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으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는 했었어요, 늘상."]
시민들이 자주 찾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만남의 장소지만, 수민 씨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곳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지금은) 시청에 잘 안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청에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최근 제주시청 일대에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범행을 일삼아 온 11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조폭 행세를 하면서 지적장애인들을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고, 말을 듣지 않으면 감금하기도 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건드리는 애들이 장애인이거든요. 장애인들 때리는 것도 많이 봤고. 돈 뜯는 것도 많이 봤어요."]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대부분이 20대로, 놀랍게도 가해자 절반 이상이 같은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교회 모임이나 SNS로 알게 돼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시청 어울림마당을 찾은 이들.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이곳을 찾은 수민 씨는 돈을 뜯기고 성추행 피해도 입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오빠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만지고 억지로 키스하고 그랬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수면제를 먹어도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니까."]
지적장애인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노린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김남고/제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국장 : "저희 협회 이용자분들이 가끔 피해 사실을 저희쪽으로 말씀해주셨거든요."]
[홍부경/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장 : "이게 사실은 1~2년 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그 안에서 이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한 것 같고요."]
수민 씨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17년, 지적장애남성 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못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털어놓았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자기네 집 아니면 빈 건물 그런 데로 데려가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가지고 신고도 못 했어요."]
당시 상황에 대한 지인의 구체적인 증언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과거에) 핸드폰 배터리 없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해서 집으로 갔는데 성폭행 당했다고 막 동생들이 저한테 말해준 거 있는데요."]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딸이 안고 있는 장애에 속이 타 들어갑니다.
[김수민(가명) 씨 어머니 : "얘네가 판단 능력이 없다 보니까 거절을 못 해서 다 해줘 버리잖아요. 그런 것들이 속상해갖고."]
수년간 이어진 피해에도 발길을 끊지 못한 이유는 뭘까.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저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가 없고. 솔직히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는 해요.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넘겼던 것 같긴 해요."]
[김철수/가명/지적장애 : "졸업하니까 이 사람들이 이제 갈 데가 없으니까. 같이 어울릴 사람이 저 사람들밖에 없고, 그렇다고 일반 사람(비장애인)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하니까."]
갈 곳 없는 지적장애인들의 쉼터인 시청 어울림마당.
하지만, 이곳은 이들을 노리는 범죄의 손길이 뻗치고 있습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채팅으로 해가지고 저를 소개해줬어요. 5월 달에 시청에서. (언니가) 소개비 막 주라고 했나봐요. 5만 원 돈. 나는 돈 안 받았어요."]
같은 지적장애인 지인이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소개했고, 이 남성들은 하나 같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게 민서 씨 주장입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비디오방 가고 했어요. 막 성관계하고. 하기 싫었는데 나빴어요. 나 집에 데려다 준다고 했는데요. 또 성관계해버렸어요. 화장실에서. 나빴어요. 기분 나빴어.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성관계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또 다른 지적장애여성도 성매매 피해를 당할 뻔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이지영/가명/지적장애 : "눈치챘죠. 조건만남 하는 거. 저는 안 하겠다고 하니까 너 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안 하냐고 하면서 저한테 막 협박하고. XXX이라고 하면서."]
심지어 지적장애남성의 강요에 의해 혼인신고를 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000이 혼인신고 하고 싶다고 해가지고 저는 무서워서 같이 억지로 했거든요. 막 때리고 저도 000한테 맞았거든요. (어떻게 맞았어요?) 밀친 다음에 뺨 맞았어요."]
비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이어가던 은지 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악몽 같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저희 가족들 다 알아가지고 오빠가 000 만나가지고 이혼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준대요. 결국 저희 오빠가 법원 가서 이혼 소송을 걸었어요."]
폭력과 갈취,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적장애인들, 문제는 드러난 피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권오상/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으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서 은폐되고 장기화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경찰 수사로 가해자 일부가 처벌을 받게 됐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그냥 맘 편히 돌아다니고 싶어요. 이게 방송에 나가서 피해자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저같은 피해자가 이제는 안 나와야 되잖아요."]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을 지켜줄 사회 안전망은 취약합니다.
이들이 또 다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홍부경/제주장애여성상담소장 : "중요한 건 그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다는 거죠. 장애인분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할 수 있는, 자기가 경험해볼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거죠."]
시내 한복판에 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된 지적장애인들.
내일 이 시간에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 지 짚어봅니다.
탐사K 입니다.
두 달 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지적장애인을 집단 폭행한 사건으로 경찰이 가해자 11명을 검거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는데, 시내 한복판에서 수차례 반복된 이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였을까요.
탐사K는 지난 몇 주간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나 밀착취재를 이어왔는데요,
오늘 첫 순서로 지적장애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또 다른 범죄를 보도해드립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개월 동안 조폭 행세를 하며 지적장애인들을 집단 폭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당 11명 가운데 5명은 가해를 한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경찰이 이곳을 찾는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폭행을 휘두른 일당 11명을 붙잡아 5명을 구속하고 6명을 입건했습니다.
["답답해서 나갔는데 그 사건에 포함이 된 것 같아요."]
["친구도 없고, 놀아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친구라 해봤자 저분들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다시 모이게 되는 거죠."]
["저는 좀 안타깝죠. 00가 외로워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저로서는 너무 힘들어요. 24시간 붙어있을 수 없잖아요. 얘네가 할 일이 없잖아요."]
["거기 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거에요."]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으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는 했었어요, 늘상."]
시민들이 자주 찾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만남의 장소지만, 수민 씨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곳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지금은) 시청에 잘 안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청에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최근 제주시청 일대에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범행을 일삼아 온 11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조폭 행세를 하면서 지적장애인들을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고, 말을 듣지 않으면 감금하기도 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건드리는 애들이 장애인이거든요. 장애인들 때리는 것도 많이 봤고. 돈 뜯는 것도 많이 봤어요."]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대부분이 20대로, 놀랍게도 가해자 절반 이상이 같은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교회 모임이나 SNS로 알게 돼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시청 어울림마당을 찾은 이들.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이곳을 찾은 수민 씨는 돈을 뜯기고 성추행 피해도 입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오빠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만지고 억지로 키스하고 그랬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수면제를 먹어도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니까."]
지적장애인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노린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김남고/제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국장 : "저희 협회 이용자분들이 가끔 피해 사실을 저희쪽으로 말씀해주셨거든요."]
[홍부경/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장 : "이게 사실은 1~2년 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그 안에서 이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한 것 같고요."]
수민 씨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17년, 지적장애남성 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못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털어놓았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자기네 집 아니면 빈 건물 그런 데로 데려가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가지고 신고도 못 했어요."]
당시 상황에 대한 지인의 구체적인 증언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과거에) 핸드폰 배터리 없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해서 집으로 갔는데 성폭행 당했다고 막 동생들이 저한테 말해준 거 있는데요."]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딸이 안고 있는 장애에 속이 타 들어갑니다.
[김수민(가명) 씨 어머니 : "얘네가 판단 능력이 없다 보니까 거절을 못 해서 다 해줘 버리잖아요. 그런 것들이 속상해갖고."]
수년간 이어진 피해에도 발길을 끊지 못한 이유는 뭘까.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저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가 없고. 솔직히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는 해요.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넘겼던 것 같긴 해요."]
[김철수/가명/지적장애 : "졸업하니까 이 사람들이 이제 갈 데가 없으니까. 같이 어울릴 사람이 저 사람들밖에 없고, 그렇다고 일반 사람(비장애인)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하니까."]
갈 곳 없는 지적장애인들의 쉼터인 시청 어울림마당.
하지만, 이곳은 이들을 노리는 범죄의 손길이 뻗치고 있습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채팅으로 해가지고 저를 소개해줬어요. 5월 달에 시청에서. (언니가) 소개비 막 주라고 했나봐요. 5만 원 돈. 나는 돈 안 받았어요."]
같은 지적장애인 지인이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소개했고, 이 남성들은 하나 같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게 민서 씨 주장입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비디오방 가고 했어요. 막 성관계하고. 하기 싫었는데 나빴어요. 나 집에 데려다 준다고 했는데요. 또 성관계해버렸어요. 화장실에서. 나빴어요. 기분 나빴어.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성관계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또 다른 지적장애여성도 성매매 피해를 당할 뻔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이지영/가명/지적장애 : "눈치챘죠. 조건만남 하는 거. 저는 안 하겠다고 하니까 너 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안 하냐고 하면서 저한테 막 협박하고. XXX이라고 하면서."]
심지어 지적장애남성의 강요에 의해 혼인신고를 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000이 혼인신고 하고 싶다고 해가지고 저는 무서워서 같이 억지로 했거든요. 막 때리고 저도 000한테 맞았거든요. (어떻게 맞았어요?) 밀친 다음에 뺨 맞았어요."]
비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이어가던 은지 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악몽 같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저희 가족들 다 알아가지고 오빠가 000 만나가지고 이혼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준대요. 결국 저희 오빠가 법원 가서 이혼 소송을 걸었어요."]
폭력과 갈취,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적장애인들, 문제는 드러난 피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권오상/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으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서 은폐되고 장기화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경찰 수사로 가해자 일부가 처벌을 받게 됐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그냥 맘 편히 돌아다니고 싶어요. 이게 방송에 나가서 피해자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저같은 피해자가 이제는 안 나와야 되잖아요."]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을 지켜줄 사회 안전망은 취약합니다.
이들이 또 다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홍부경/제주장애여성상담소장 : "중요한 건 그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다는 거죠. 장애인분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할 수 있는, 자기가 경험해볼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거죠."]
시내 한복판에 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된 지적장애인들.
내일 이 시간에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 지 짚어봅니다.
탐사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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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9-07 19:43:46
- 수정2020-09-08 16: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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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 달 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지적장애인을 집단 폭행한 사건으로 경찰이 가해자 11명을 검거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는데, 시내 한복판에서 수차례 반복된 이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였을까요.
탐사K는 지난 몇 주간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나 밀착취재를 이어왔는데요,
오늘 첫 순서로 지적장애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또 다른 범죄를 보도해드립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개월 동안 조폭 행세를 하며 지적장애인들을 집단 폭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당 11명 가운데 5명은 가해를 한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경찰이 이곳을 찾는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폭행을 휘두른 일당 11명을 붙잡아 5명을 구속하고 6명을 입건했습니다.
["답답해서 나갔는데 그 사건에 포함이 된 것 같아요."]
["친구도 없고, 놀아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친구라 해봤자 저분들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다시 모이게 되는 거죠."]
["저는 좀 안타깝죠. 00가 외로워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저로서는 너무 힘들어요. 24시간 붙어있을 수 없잖아요. 얘네가 할 일이 없잖아요."]
["거기 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거에요."]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으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는 했었어요, 늘상."]
시민들이 자주 찾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만남의 장소지만, 수민 씨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곳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지금은) 시청에 잘 안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청에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최근 제주시청 일대에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범행을 일삼아 온 11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조폭 행세를 하면서 지적장애인들을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고, 말을 듣지 않으면 감금하기도 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건드리는 애들이 장애인이거든요. 장애인들 때리는 것도 많이 봤고. 돈 뜯는 것도 많이 봤어요."]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대부분이 20대로, 놀랍게도 가해자 절반 이상이 같은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교회 모임이나 SNS로 알게 돼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시청 어울림마당을 찾은 이들.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이곳을 찾은 수민 씨는 돈을 뜯기고 성추행 피해도 입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오빠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만지고 억지로 키스하고 그랬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수면제를 먹어도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니까."]
지적장애인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노린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김남고/제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국장 : "저희 협회 이용자분들이 가끔 피해 사실을 저희쪽으로 말씀해주셨거든요."]
[홍부경/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장 : "이게 사실은 1~2년 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그 안에서 이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한 것 같고요."]
수민 씨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17년, 지적장애남성 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못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털어놓았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자기네 집 아니면 빈 건물 그런 데로 데려가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가지고 신고도 못 했어요."]
당시 상황에 대한 지인의 구체적인 증언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과거에) 핸드폰 배터리 없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해서 집으로 갔는데 성폭행 당했다고 막 동생들이 저한테 말해준 거 있는데요."]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딸이 안고 있는 장애에 속이 타 들어갑니다.
[김수민(가명) 씨 어머니 : "얘네가 판단 능력이 없다 보니까 거절을 못 해서 다 해줘 버리잖아요. 그런 것들이 속상해갖고."]
수년간 이어진 피해에도 발길을 끊지 못한 이유는 뭘까.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저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가 없고. 솔직히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는 해요.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넘겼던 것 같긴 해요."]
[김철수/가명/지적장애 : "졸업하니까 이 사람들이 이제 갈 데가 없으니까. 같이 어울릴 사람이 저 사람들밖에 없고, 그렇다고 일반 사람(비장애인)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하니까."]
갈 곳 없는 지적장애인들의 쉼터인 시청 어울림마당.
하지만, 이곳은 이들을 노리는 범죄의 손길이 뻗치고 있습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채팅으로 해가지고 저를 소개해줬어요. 5월 달에 시청에서. (언니가) 소개비 막 주라고 했나봐요. 5만 원 돈. 나는 돈 안 받았어요."]
같은 지적장애인 지인이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소개했고, 이 남성들은 하나 같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게 민서 씨 주장입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비디오방 가고 했어요. 막 성관계하고. 하기 싫었는데 나빴어요. 나 집에 데려다 준다고 했는데요. 또 성관계해버렸어요. 화장실에서. 나빴어요. 기분 나빴어.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성관계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또 다른 지적장애여성도 성매매 피해를 당할 뻔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이지영/가명/지적장애 : "눈치챘죠. 조건만남 하는 거. 저는 안 하겠다고 하니까 너 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안 하냐고 하면서 저한테 막 협박하고. XXX이라고 하면서."]
심지어 지적장애남성의 강요에 의해 혼인신고를 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000이 혼인신고 하고 싶다고 해가지고 저는 무서워서 같이 억지로 했거든요. 막 때리고 저도 000한테 맞았거든요. (어떻게 맞았어요?) 밀친 다음에 뺨 맞았어요."]
비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이어가던 은지 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악몽 같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저희 가족들 다 알아가지고 오빠가 000 만나가지고 이혼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준대요. 결국 저희 오빠가 법원 가서 이혼 소송을 걸었어요."]
폭력과 갈취,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적장애인들, 문제는 드러난 피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권오상/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으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서 은폐되고 장기화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경찰 수사로 가해자 일부가 처벌을 받게 됐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그냥 맘 편히 돌아다니고 싶어요. 이게 방송에 나가서 피해자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저같은 피해자가 이제는 안 나와야 되잖아요."]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을 지켜줄 사회 안전망은 취약합니다.
이들이 또 다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홍부경/제주장애여성상담소장 : "중요한 건 그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다는 거죠. 장애인분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할 수 있는, 자기가 경험해볼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거죠."]
시내 한복판에 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된 지적장애인들.
내일 이 시간에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 지 짚어봅니다.
탐사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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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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