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180일 다 돼가는데…” 부정선거 의혹 재검표 늦어지는 이유는?

입력 2020.09.08 (05:00) 수정 2020.09.0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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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5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검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의 압승으로 선거가 끝난 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기독자유통일당,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등이 139건의 선거 관련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선거에 대한 소송은 선거 절차에 하자가 있으니 선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선거소송'과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어 당선인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당선소송'으로 나뉩니다. 현재 접수된 소송 중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거소송'입니다.

그런데 아직 4개월 넘도록 첫 재판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습니다. 선거소송은 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됩니다.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한 만료 직전에 제소했다 하더라도 120일이 다 되도록 재판이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보통 한 달에서 석 달 사이에 재검표가 이뤄졌습니다. 다만, 공직선거법에는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재검표가 늦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 대법원 "건수 많고 쟁점 복잡해 시간 걸려"

대법원은 재판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소송 건수가 워낙 많은데다 각 사건의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쟁점이 다양하고 복잡해 증거조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소송은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3개 부에서 나눠 처리하는데, 2016년 총선 때는 13건의 선거소송이 접수됐고 지난 20년간 총선에 대한 재검표 사례가 11건에 불과했던 걸 고려하면 이번이 `역대급' 소송이긴 합니다.

■ 검증신청서 미제출…사건 내용 파악에 시간 걸려

대법원은 또 "원고가 검증(재검표)의 목적, 검증사항 등을 기재한 검증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부 사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대법원과 선관위에 따르면 7일 현재 기독자유통일당과 민 전 의원은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했지만, 107건을 수임한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측은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검증신청서가 무엇이며, 이런 점이 재판 지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일반적인 재판 절차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소송에서 원고가 검증신청서를 제출하면 재판부가 상대측에 검증신청서를 보내고 의견 청취 후 증거조사를 결정합니다. 증거조사가 필요할 경우 재판부가 원고에게 재검표에 드는 비용을 미리 내도록 명령하는데, 한 선거구당 대략 500만 원 정도가 드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재검표를 했는데 선거결과에 영향이 없는 경우 원고가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비용예납이 완료되면 재판부는 변론기일을 지정해 재검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검증기일을 정해 재검표를 시행합니다.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직원 등 수십 명이 현장에 출동해 수개표로 확인합니다.

일반적인 재검표 절차(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일반적인 재검표 절차(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하지만 실제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이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재판 절차 진행은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판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판부는 통상 검증신청서와 양측의 변론 내용 등을 토대로 재검표의 필요성을 판단합니다. 때문에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할 경우 조금 더 빠른 판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대법원도 그런 차원에서 "원고의 검증신청서 제출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변론기일 지정하면 빠른 진행 가능"

재판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안이 이미 검증신청서를 제출한 민 전 의원 측부터 재검표를 하자는 방안과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서둘러 지정하자는 주장입니다.

소송 당사자가 된 선관위는 먼저 진행할 수 있는 한두 건에 대해서만이라도 우선 재검표를 해서 하루빨리 의혹이 해소되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선거재판은 행정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을 준용합니다. 이와 관련해 선거전담 판사출신이자, 2016년 총선 때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선거소송을 진행한 황정근 변호사는 "민사소송법은 변론 없이 판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판장이 바로 변론기일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빨리 잡아줘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신속한 재검표를 위해 "대법원이 증거보전 신청된 75건에 대해서 각 지방법원에 증거조사를 위임해 전국적으로 같은 날 동시에 재검표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검증 대상 중 중요한 몇 군데는 주심대법관이 직접 재검표를 하고 나머지는 맡겨서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소송에서 각 일선 법원에 증거조사를 맡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소화하기에 벅차다면 이 방법을 써볼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228조 4항. 공직선거법 228조 4항.

대법원은 "관련 제안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구체적인 재판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대한 소송을 다른 쟁송에 우선해 신속히 재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보는 입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법이 보장하고 있는 선거소송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하루빨리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 대법원의 책무라는 겁니다.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한 훈시규정이 지켜질지 두고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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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8 05:00:46
    • 수정2020-09-08 05:23:39
    팩트체크K
지난 4·15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검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의 압승으로 선거가 끝난 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기독자유통일당,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등이 139건의 선거 관련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선거에 대한 소송은 선거 절차에 하자가 있으니 선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선거소송'과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어 당선인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당선소송'으로 나뉩니다. 현재 접수된 소송 중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거소송'입니다.

그런데 아직 4개월 넘도록 첫 재판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습니다. 선거소송은 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됩니다.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한 만료 직전에 제소했다 하더라도 120일이 다 되도록 재판이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보통 한 달에서 석 달 사이에 재검표가 이뤄졌습니다. 다만, 공직선거법에는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재검표가 늦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 대법원 "건수 많고 쟁점 복잡해 시간 걸려"

대법원은 재판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소송 건수가 워낙 많은데다 각 사건의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쟁점이 다양하고 복잡해 증거조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소송은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3개 부에서 나눠 처리하는데, 2016년 총선 때는 13건의 선거소송이 접수됐고 지난 20년간 총선에 대한 재검표 사례가 11건에 불과했던 걸 고려하면 이번이 `역대급' 소송이긴 합니다.

■ 검증신청서 미제출…사건 내용 파악에 시간 걸려

대법원은 또 "원고가 검증(재검표)의 목적, 검증사항 등을 기재한 검증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부 사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대법원과 선관위에 따르면 7일 현재 기독자유통일당과 민 전 의원은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했지만, 107건을 수임한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측은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검증신청서가 무엇이며, 이런 점이 재판 지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일반적인 재판 절차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소송에서 원고가 검증신청서를 제출하면 재판부가 상대측에 검증신청서를 보내고 의견 청취 후 증거조사를 결정합니다. 증거조사가 필요할 경우 재판부가 원고에게 재검표에 드는 비용을 미리 내도록 명령하는데, 한 선거구당 대략 500만 원 정도가 드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재검표를 했는데 선거결과에 영향이 없는 경우 원고가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비용예납이 완료되면 재판부는 변론기일을 지정해 재검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검증기일을 정해 재검표를 시행합니다.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직원 등 수십 명이 현장에 출동해 수개표로 확인합니다.

일반적인 재검표 절차(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하지만 실제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이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재판 절차 진행은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판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판부는 통상 검증신청서와 양측의 변론 내용 등을 토대로 재검표의 필요성을 판단합니다. 때문에 검증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할 경우 조금 더 빠른 판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대법원도 그런 차원에서 "원고의 검증신청서 제출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변론기일 지정하면 빠른 진행 가능"

재판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안이 이미 검증신청서를 제출한 민 전 의원 측부터 재검표를 하자는 방안과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서둘러 지정하자는 주장입니다.

소송 당사자가 된 선관위는 먼저 진행할 수 있는 한두 건에 대해서만이라도 우선 재검표를 해서 하루빨리 의혹이 해소되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선거재판은 행정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을 준용합니다. 이와 관련해 선거전담 판사출신이자, 2016년 총선 때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선거소송을 진행한 황정근 변호사는 "민사소송법은 변론 없이 판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판장이 바로 변론기일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빨리 잡아줘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신속한 재검표를 위해 "대법원이 증거보전 신청된 75건에 대해서 각 지방법원에 증거조사를 위임해 전국적으로 같은 날 동시에 재검표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검증 대상 중 중요한 몇 군데는 주심대법관이 직접 재검표를 하고 나머지는 맡겨서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소송에서 각 일선 법원에 증거조사를 맡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소화하기에 벅차다면 이 방법을 써볼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228조 4항.
대법원은 "관련 제안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구체적인 재판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대한 소송을 다른 쟁송에 우선해 신속히 재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보는 입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법이 보장하고 있는 선거소송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하루빨리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 대법원의 책무라는 겁니다.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한 훈시규정이 지켜질지 두고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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