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에 손 내미는 뉴딜펀드…5개 지수도 출격한다

입력 2020.09.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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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 금지 연장에는 '자본시장에 거는 정부의 기대'가 깔렸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연장의 배경엔 동학 개미들에 대한 정부의 구애가 있다. 한국 증시는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의 힘이었다. 자금은 증시로 밀려들었다. 예탁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고, 개인 하루 순매수 1조 원이 넘는 날이 허다했다. 그 개미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극도로 반대하는 공매도 재개를 더 미룬 결정은 놀랍지 않았다.

사실 코로나 확산 초기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정부 시선은 좀 달랐다. 2월 당시 '주가가 너무 급하게 내려 걱정된다'고 물어보면 "그래서 그게 어떤 실질적 영향이 있지요?"라고 반문하던 금융당국이다. 그동안 환율이나 채권 수급에 비해 금융당국은 주가에 무심해 왔던 게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주가와 실물 경제의 직접 관련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그런 당국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할 때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모처럼 살아난 국내 주식 투자 붐을 꺼트리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 넘쳐나는 유동성... 부동산 말고 매력적 투자처를 만들어야 하는 정부 고민

결국, 고민은 유동성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다.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이 돈이 부동산 시장에 끼친 효과는 치명적이었다.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30~40대를 중심으로 민심은 돌아섰다.

그렇다고 여전히 코로나 위기의 한가운데인데 당장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 대신 정부는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자산으로 흘러들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주식 투자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유동성을 흡수할 또 하나의 매력적인 대안을 만들라... 뉴딜 5형제가 출격한다


또 하나의 대안이 뉴딜 펀드다.

뉴딜은 위기의 한국경제에 새 모멘텀을 찾기 위한 모험이다. 미래 산업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지속적 먹을거리'로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선도해 그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산업 네 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조성한다.

하지만 뉴딜은 위험이 크다. 인프라 투자가 대부분인데,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은 불확실성이 있다. 정부 스스로 “뉴딜 분야 성격상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기간이 길어, 민간자금이 선뜻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통 이러면 정부 재정으로 사업한다. 이번 뉴딜의 특징은 이런 부문에 민간 자금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당근을 많이 제시한다. 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정부 재정으로 35% 정도를 후순위 채권으로 바닥에 깐다. 민간 투자자금 손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원금 보장 조건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위험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동학 개미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손을 내민 셈이다.

흥행을 위한 뉴딜 지수 5형제도 출격한다. 배터리 B, 바이오 B, 인터넷 I, 게임 G 해서 각각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묶어 네 개의 지수를 만들고, 각 지수 시가총액 상위 3개 회사를 묶어 BBIG 지수라는 종합지수도 만든다. 7일부터 지수를 공개했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펀드 실제 출시는 내년이기 때문에, 지수는 그때까지 펀드의 가능성과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관건은 시장의 호응인데... 기대와 우려의 교차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방향성에 공감한다. "세계적 추세다. 코로나 19 겪으며 그린, 언택트 산업 자체가 중장기 산업으로 부상했다. 정부 방향성이 맞는 것 같고, 또 정책의 강도도 세다."고 했다.  또 다가오는 미국 대선 변수도 언급한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친환경 에너지 등 기후 변화 관련 정책에 집중하는 만큼,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 이은경 팀장도 업종별로 수혜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적으로 시장을 받치겠다는 말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개별 종목도 수혜를 받겠지만, 시장 전체가 활성화가 되자는 차원이니까, 주가지수에 들어가는 고정 종목들이 발표가 됐으니까 업종이나 좀 좋아질 수 있다"는 것.

다만, 펀드 자체의 성패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시각이 나온다. 우선 수익률이 높지 않다. 정부는 3% 정도를 제시했지만 내심은 '국채 수익률보다는 높을 수 있다'고 본다. 최소 1.5%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 수익률로 시중 자금을 끌어올 수 있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인프라 펀드인 만큼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서 "한 2년, 3년 정도는 기본적으로 생각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우리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도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투자"이기도 하다는 것인데, 비교적 투자 기간이 짧은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힘들지 않겠느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는 '정권 펀드'의 반복된 운명을 향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한 '녹색펀드'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 때도 '통일 펀드'가 있었다. 정권이 끝나고 유명무실해졌고, 통일 펀드 경우는 박근혜 정부 동안 내에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사라져 갔다.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펀드인데 지속성은 의문시 된다는 것.

김 차관은 "통일 펀드는 지극히 한정적이었고, 녹색펀드는 당시 인식이 좀 낮았고 투자 대상도 제한되어있었다"고 반론했다. 그에 반해 이번 뉴딜펀드는 "디지털 전환이 빛의 속도로 일어나고 있고, 기후변화 대응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시대적 흐름에 맞는 방향이므로 다르다"고 말했다.

■ 동학 개미는 손잡을까

정부는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다른 부문으로 돌린다는 목적도 숨기지 않았다.  "특정 부분에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너무 이렇게 몰리는 현상을 조금 차분하게 장기 투자 쪽으로 돌릴 필요는 있다"고 했다.

기대효과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우리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다. 둘째는 유동성이 지나치게 단기적인 투자에 몰리는 상황을 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개선하는 투자다. 마지막으로는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사업기회에 일반 국민이 참여해서 성과를 공유할 기회를 주는 투자다.

동학 개미는 정부의 손을 잡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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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학개미에 손 내미는 뉴딜펀드…5개 지수도 출격한다
    • 입력 2020-09-08 10:08:19
    취재K

■ 공매도 금지 연장에는 '자본시장에 거는 정부의 기대'가 깔렸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연장의 배경엔 동학 개미들에 대한 정부의 구애가 있다. 한국 증시는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의 힘이었다. 자금은 증시로 밀려들었다. 예탁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고, 개인 하루 순매수 1조 원이 넘는 날이 허다했다. 그 개미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극도로 반대하는 공매도 재개를 더 미룬 결정은 놀랍지 않았다.

사실 코로나 확산 초기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정부 시선은 좀 달랐다. 2월 당시 '주가가 너무 급하게 내려 걱정된다'고 물어보면 "그래서 그게 어떤 실질적 영향이 있지요?"라고 반문하던 금융당국이다. 그동안 환율이나 채권 수급에 비해 금융당국은 주가에 무심해 왔던 게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주가와 실물 경제의 직접 관련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다.

그런 당국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할 때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모처럼 살아난 국내 주식 투자 붐을 꺼트리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 넘쳐나는 유동성... 부동산 말고 매력적 투자처를 만들어야 하는 정부 고민

결국, 고민은 유동성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다.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이 돈이 부동산 시장에 끼친 효과는 치명적이었다.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30~40대를 중심으로 민심은 돌아섰다.

그렇다고 여전히 코로나 위기의 한가운데인데 당장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 대신 정부는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자산으로 흘러들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주식 투자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유동성을 흡수할 또 하나의 매력적인 대안을 만들라... 뉴딜 5형제가 출격한다


또 하나의 대안이 뉴딜 펀드다.

뉴딜은 위기의 한국경제에 새 모멘텀을 찾기 위한 모험이다. 미래 산업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지속적 먹을거리'로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선도해 그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산업 네 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조성한다.

하지만 뉴딜은 위험이 크다. 인프라 투자가 대부분인데,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은 불확실성이 있다. 정부 스스로 “뉴딜 분야 성격상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기간이 길어, 민간자금이 선뜻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통 이러면 정부 재정으로 사업한다. 이번 뉴딜의 특징은 이런 부문에 민간 자금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당근을 많이 제시한다. 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정부 재정으로 35% 정도를 후순위 채권으로 바닥에 깐다. 민간 투자자금 손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원금 보장 조건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위험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동학 개미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손을 내민 셈이다.

흥행을 위한 뉴딜 지수 5형제도 출격한다. 배터리 B, 바이오 B, 인터넷 I, 게임 G 해서 각각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묶어 네 개의 지수를 만들고, 각 지수 시가총액 상위 3개 회사를 묶어 BBIG 지수라는 종합지수도 만든다. 7일부터 지수를 공개했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펀드 실제 출시는 내년이기 때문에, 지수는 그때까지 펀드의 가능성과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관건은 시장의 호응인데... 기대와 우려의 교차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방향성에 공감한다. "세계적 추세다. 코로나 19 겪으며 그린, 언택트 산업 자체가 중장기 산업으로 부상했다. 정부 방향성이 맞는 것 같고, 또 정책의 강도도 세다."고 했다.  또 다가오는 미국 대선 변수도 언급한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친환경 에너지 등 기후 변화 관련 정책에 집중하는 만큼,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 이은경 팀장도 업종별로 수혜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적으로 시장을 받치겠다는 말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개별 종목도 수혜를 받겠지만, 시장 전체가 활성화가 되자는 차원이니까, 주가지수에 들어가는 고정 종목들이 발표가 됐으니까 업종이나 좀 좋아질 수 있다"는 것.

다만, 펀드 자체의 성패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시각이 나온다. 우선 수익률이 높지 않다. 정부는 3% 정도를 제시했지만 내심은 '국채 수익률보다는 높을 수 있다'고 본다. 최소 1.5%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 수익률로 시중 자금을 끌어올 수 있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인프라 펀드인 만큼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서 "한 2년, 3년 정도는 기본적으로 생각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우리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도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투자"이기도 하다는 것인데, 비교적 투자 기간이 짧은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힘들지 않겠느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는 '정권 펀드'의 반복된 운명을 향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한 '녹색펀드'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 때도 '통일 펀드'가 있었다. 정권이 끝나고 유명무실해졌고, 통일 펀드 경우는 박근혜 정부 동안 내에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사라져 갔다.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펀드인데 지속성은 의문시 된다는 것.

김 차관은 "통일 펀드는 지극히 한정적이었고, 녹색펀드는 당시 인식이 좀 낮았고 투자 대상도 제한되어있었다"고 반론했다. 그에 반해 이번 뉴딜펀드는 "디지털 전환이 빛의 속도로 일어나고 있고, 기후변화 대응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시대적 흐름에 맞는 방향이므로 다르다"고 말했다.

■ 동학 개미는 손잡을까

정부는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다른 부문으로 돌린다는 목적도 숨기지 않았다.  "특정 부분에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너무 이렇게 몰리는 현상을 조금 차분하게 장기 투자 쪽으로 돌릴 필요는 있다"고 했다.

기대효과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우리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다. 둘째는 유동성이 지나치게 단기적인 투자에 몰리는 상황을 좀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개선하는 투자다. 마지막으로는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사업기회에 일반 국민이 참여해서 성과를 공유할 기회를 주는 투자다.

동학 개미는 정부의 손을 잡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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