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① “이미 깔딱고개 넘었다…5~10년 안에 막아야”

입력 2020.09.08 (12:38) 수정 2023.04.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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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없었다면 또 '폭염' 때문에 몸살을 앓는 여름이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기후위기'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예고된 재앙 기후변화, 우리는 미래는?' 오늘부터 나흘동안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 첫 시간으로 '기후변화'란 무엇이고,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오십시요.

지금이 기후변화의 와중이라면 모든 기상현상이 기후변화의 한 과정일텐데, 이런 질문이 조금 어폐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최장 기간 장마, 그리고 연이은 태풍.. 이런 것들도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답변]

그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우선 장마는 우리가 보통 '동장군'이라고 하는 시베리아 고기압, 그리고 '무더위 장군'이라고 이야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이 성질이 다른 공기 사이에 형성되는 게 장마전선입니다.

봄철이 되면 시베리아가 자꾸 따뜻해지니까 동장군이 힘이 약해지고 무더위 장군이 밀고 올라오는 거죠.

그게 보통 장마전선이고 우리나라는 6월 말~7월 중순까지 올라가는 게 보통입니다.

원래는 북극에 있어야 될 찬 공기가 거기에 있지 못하고 시베리아 고기압이 있는 쪽으로 자꾸 흘러내려왔습니다. 그러니까 동장군의 기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무더위로 대변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라오지도 못하고 동장군은 버티고 있고.. 그러니까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장기간 머물렀습니다.

[앵커]

북극에 있어야 될 찬 공기가 밑으로 내려왔다는 말씀이시지 않습니까? 왜 내려왔나요?

[답변]

대기 상층에는 우리가 극 궤도, 제트기류라고 하는 굉장히 빠른 바람이 돌고 있습니다. 제트기류가 돌고 있으면 북쪽에 있는 찬 공기는 갇혀있고, 남쪽에는 따뜻한 공기가 있게 되는데...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면 제트기류가 느슨해져서 속도가 느려지고 서행을 하게 됩니다.

서행을 하면 남쪽으로 처지는 쪽에는 찬 공기가 흘러오고, 또 위로 올라간 곳은 이상 난동으로 더워집니다.

[앵커]

그러니까 북극이 더워지면서 제트기류에 이상 기류가 발생했고 그것이 긴 장마를 일으켰다. 역설적이지만 시베리아가 더워지니까 오히려 우리나라는 좀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답변]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러면 빈번한 태풍은 왜 일어나는 겁니까?

[답변]

이번에 태풍이 일어난 것들은 제주도 남쪽, 중국의 동쪽에 있는 동중국해 바다의 수온이 1~2도 정도가 평년보다 높았습니다.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라니냐 현상과 지구온난화가 겹쳐졌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1~2도 정도면 사람들이 보통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넓은 바다의 온도를 1~2도 데우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까.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태풍으로 전해져서 우리한테 강한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앵커]

해수면 온도가 1~2도 정도 높아지니까 태풍이 더 잦아졌다는 말씀이신데.. 이렇게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북극 지방인 시베리아 일대가 더워지는 이런 것들이 모두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보시는 거죠?

[답변]

기후변화라고 하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고생대 시대, 중생대 시대, 빙하기, 간빙기, 이런 것들이 다 기후변화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변화가 보통 몇 만 년이나 몇 천 년에 걸쳐서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요. 변화 자체는 위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데 우리 어릴 때 하고 지금 하고 다르지 않습니까.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그 정도를 넘어서는, 우리 삶에 지장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거죠.

[앵커]

'기후변화'라는 말들은 참 많이 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지구가 더워지는 거죠?

[답변]

지금 현재는 그렇습니다.

[앵커]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이 지금 너무 심각하다, 이런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구체적인 징후들이 있습니까?

[답변]

우선은 수목들이 사람들보다 먼저 알게 됩니다. 제주에 있는 구상나무들이 거의 멸종해 가고 있습니다. 기후가 맞지 않는 거죠. 한라산 위로 가다가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멸종에 들어가고.

그 대신에 우리가 소위 말하는 참나무라고 말하는 잎 넓은 나무, 떡갈나무 이런 것들은 굉장히 번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아열대에서 잡히던 생선들이 잡히기 시작했고 과거에 잡히던 오징어라든가 정어리, 이런 것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런 것들은 어류들이 먼저 알고 사라진 거죠.

그 다음에 거제도나 해남 지방에서 벌써 한라봉이 재배되고 있고, 이런 것들은 우리가 굉장히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구의 역사를 보면 빙하기도 있었고, 조금 따뜻한 간빙기도 있었고... 기후의 변화라는 건 늘 있어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면 이 기후변화를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위기'라고 보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가 뭐냐면, 조금 전에도 인간의 생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지만, 기온이 따뜻해지면 지금 추워서 농작물을 재배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또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걸 왜 위기라고 봐야 될까요?

[답변]

변하는 속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게 몇 천 년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들이 다 적응해서 살아가면 되니까.

그런데 속도가 지금은 과거에 몇천 년, 몇만 년에 걸쳐 변했던 게 지금은 몇십 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속도가 100배, 1000배로 빠른 거죠.

그러다 보면 낙오하는 생명종들이 많아집니다. 그것이 실제로 멸종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식량, 물, 에너지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진다는 거죠. 그러면 우리 생활이 불편해지고 또 사실 일부 세계 사람들 중에서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위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급격하게 기후가 변화할 때는 생물종이 멸종될 수도 있고 우리에게는 식량, 물, 에너지 공급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위기라고 봐야 된다.. 그러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어디 있습니까?

[답변]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간빙기나 빙하기, 과거의 전통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변동들은 지구의 공전 궤도가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기 때문에 태양에 가까울 때도 있고 멀 때도 있고, 또 지구의 자전 기울기가 공전 궤도가 달라져서 몇 만 년에서 몇 십만 년에 걸쳐 변하는 건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화산이 분화했다는가 이것도 일시적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줍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에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됐습니다. 주 에너지원이 석탄, 석유, 가스 등인데, 그걸 태워서 전기로, 또는 에너지로 전환할 때 나오는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많아지고 이것 때문에 기후가 굉장히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표적으로는 이산화탄소의 문제다, 이산화탄소가 과다 배출됐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시죠?

[답변]

그렇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생물권에서 광합성을 한다든가, 바닷물에 녹아서 해저 식물들이 광합성 해서 소위 말해 소화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 배출되기 때문에 대기 중에 자꾸 축적이 되는 겁니다.

[앵커]

식물들이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말씀이신데, 그럼 지금 이산화탄소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변]

지금 410ppm, 415ppm... ppm이라는 건 공기 분자 100만 개 중에 410개가 있다는 겁니다. 양은 얼마 안 되죠.

그렇지만 우리가 산업혁명 이전에는 100만 개 중에 280개, 280ppm이었는데 이 양이 수증기하고 합쳐져서 지구 온도를 33도나 올렸습니다.

만약에 이게 없었다고 하면 지구 온도가 -18도인데 지금은 영상 15도가 됐습니다.

[앵커]

산업혁명 전에는 278ppm 정도였다가 지금은 414ppm이 돼있는데 이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양 자체는 말씀하신 대로 작아 보입니다. 100만 개 분자 중에 400여 개. 그 정도로도 지구가 이렇게 뜨거워지는 겁니까?

[답변]

280개가 수증기하고 합쳐져서 지구의 온도를 33도나 올렸으니까 지금은 280ppm보다 약 130ppm, 절반 정도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게 지구 기후에 여기저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거죠.

[앵커]

그래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기온이 한 1도 정도 올랐다고 하죠? 그렇게 1도 오르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겁니까?

[답변]

대표적인 게 2006년 영국의 보고였는데, 1도는 우리가 아직 인식하기가 힘들지만 만약 지구의 온도가 3도가 올라가면 전 세계인의 절반 정도가 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물 부족이나 물이 많아져서.

그리고 아마존의 한 50% 정도가 없어질 거다, 숲이.

그다음 기후 난민들이 약 10억 명 정도 이상이 발생할 거다.. 우리가 잘 살 땐 난민들도 다 도와줄 수가 있는데 다 못 살면서 난민이 10억 명 생기면 도와줄 힘이 없어집니다.

[앵커]

기후가 3도 올라가면 기후 난민이 10억 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을 겪고 일부 지역은 물이 넘쳐나면서 땅이 사라지거나 이런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요. 우리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다 보니까 1도 정도는 늘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기후 변화 1도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군요.

[답변]

당장 1도가 올라가면 공기에서 관측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7% 더 많아집니다. 이것이 (비로) 내리면 집중호우로 바뀔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는 거죠.

[앵커]

대기질에도 영향을 미칩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바람이라는 것은 북극의 찬 공기하고 열대 지방의 더운 공기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바람이 세게 붑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시다시피 열대 지방은 온도가 그렇게 많이 안 올라가지만 북극은 20도, 30도 이렇게 올라갔습니다.

차이가 없어지니까 바람을 일으키는 힘들이 약해지고 그러다 보니까 대기가 정체하는 곳이 많아지죠.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동쪽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문제지만 중국에는 세계 공장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있는 오염 물질들이 빨리 태평양 쪽으로 가질 못하고 우리 쪽에 정체를 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앵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 최근 들어 말들이 많아졌어요. 최근에 장마 겪고 태풍 겪으면서 더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 같은데.. 일각에서 그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지금 기후변화를 얘기하고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요. 교수님 보시기에 지금 우리가 기후변화를 논해야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답변]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은 기후학자들은 이미 '깔딱고개'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고개를 넘었다고.

희망적으로 아직은 우리가 시간이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별로라는 것은 적어도 5년, 10년 안에 조치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막을 수가 없는 상태로 가는 거죠.

이게 넘어서면 어떻게 되느냐. 단편적인 예로 북극권이 더워지면 영구동토 밑에 옛날 고생대, 중생대, 또는 신생대 때 있던 동식물 사체가 얼어서 갇혀 있는데 이게 부패돼서 메탄으로 올라오거든요.

메탄이 갑자기 나오면, 이건 이산화탄소의 한 20배 정도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메탄 폭탄이 터질 수가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인류를 살리기 위해서 기후변화를 얘기해야 될 마지막 기회에 와 있다. 이런 말씀이십니다.

오늘 기후변화의 개념과 심각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요. 내일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 이변들, 그리고 우리의 삶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교수님, 내일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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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 위기]① “이미 깔딱고개 넘었다…5~10년 안에 막아야”
    • 입력 2020-09-08 12:43:32
    • 수정2023-04-24 15:36:47
    뉴스 12
[앵커]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없었다면 또 '폭염' 때문에 몸살을 앓는 여름이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기후위기'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예고된 재앙 기후변화, 우리는 미래는?' 오늘부터 나흘동안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 첫 시간으로 '기후변화'란 무엇이고,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오십시요.

지금이 기후변화의 와중이라면 모든 기상현상이 기후변화의 한 과정일텐데, 이런 질문이 조금 어폐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최장 기간 장마, 그리고 연이은 태풍.. 이런 것들도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답변]

그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우선 장마는 우리가 보통 '동장군'이라고 하는 시베리아 고기압, 그리고 '무더위 장군'이라고 이야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이 성질이 다른 공기 사이에 형성되는 게 장마전선입니다.

봄철이 되면 시베리아가 자꾸 따뜻해지니까 동장군이 힘이 약해지고 무더위 장군이 밀고 올라오는 거죠.

그게 보통 장마전선이고 우리나라는 6월 말~7월 중순까지 올라가는 게 보통입니다.

원래는 북극에 있어야 될 찬 공기가 거기에 있지 못하고 시베리아 고기압이 있는 쪽으로 자꾸 흘러내려왔습니다. 그러니까 동장군의 기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무더위로 대변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라오지도 못하고 동장군은 버티고 있고.. 그러니까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장기간 머물렀습니다.

[앵커]

북극에 있어야 될 찬 공기가 밑으로 내려왔다는 말씀이시지 않습니까? 왜 내려왔나요?

[답변]

대기 상층에는 우리가 극 궤도, 제트기류라고 하는 굉장히 빠른 바람이 돌고 있습니다. 제트기류가 돌고 있으면 북쪽에 있는 찬 공기는 갇혀있고, 남쪽에는 따뜻한 공기가 있게 되는데...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지 않았습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면 제트기류가 느슨해져서 속도가 느려지고 서행을 하게 됩니다.

서행을 하면 남쪽으로 처지는 쪽에는 찬 공기가 흘러오고, 또 위로 올라간 곳은 이상 난동으로 더워집니다.

[앵커]

그러니까 북극이 더워지면서 제트기류에 이상 기류가 발생했고 그것이 긴 장마를 일으켰다. 역설적이지만 시베리아가 더워지니까 오히려 우리나라는 좀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답변]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러면 빈번한 태풍은 왜 일어나는 겁니까?

[답변]

이번에 태풍이 일어난 것들은 제주도 남쪽, 중국의 동쪽에 있는 동중국해 바다의 수온이 1~2도 정도가 평년보다 높았습니다.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라니냐 현상과 지구온난화가 겹쳐졌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1~2도 정도면 사람들이 보통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넓은 바다의 온도를 1~2도 데우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까.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태풍으로 전해져서 우리한테 강한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앵커]

해수면 온도가 1~2도 정도 높아지니까 태풍이 더 잦아졌다는 말씀이신데.. 이렇게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북극 지방인 시베리아 일대가 더워지는 이런 것들이 모두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보시는 거죠?

[답변]

기후변화라고 하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고생대 시대, 중생대 시대, 빙하기, 간빙기, 이런 것들이 다 기후변화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변화가 보통 몇 만 년이나 몇 천 년에 걸쳐서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요. 변화 자체는 위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데 우리 어릴 때 하고 지금 하고 다르지 않습니까.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그 정도를 넘어서는, 우리 삶에 지장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거죠.

[앵커]

'기후변화'라는 말들은 참 많이 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지구가 더워지는 거죠?

[답변]

지금 현재는 그렇습니다.

[앵커]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이 지금 너무 심각하다, 이런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구체적인 징후들이 있습니까?

[답변]

우선은 수목들이 사람들보다 먼저 알게 됩니다. 제주에 있는 구상나무들이 거의 멸종해 가고 있습니다. 기후가 맞지 않는 거죠. 한라산 위로 가다가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멸종에 들어가고.

그 대신에 우리가 소위 말하는 참나무라고 말하는 잎 넓은 나무, 떡갈나무 이런 것들은 굉장히 번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아열대에서 잡히던 생선들이 잡히기 시작했고 과거에 잡히던 오징어라든가 정어리, 이런 것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런 것들은 어류들이 먼저 알고 사라진 거죠.

그 다음에 거제도나 해남 지방에서 벌써 한라봉이 재배되고 있고, 이런 것들은 우리가 굉장히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구의 역사를 보면 빙하기도 있었고, 조금 따뜻한 간빙기도 있었고... 기후의 변화라는 건 늘 있어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면 이 기후변화를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위기'라고 보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가 뭐냐면, 조금 전에도 인간의 생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지만, 기온이 따뜻해지면 지금 추워서 농작물을 재배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또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걸 왜 위기라고 봐야 될까요?

[답변]

변하는 속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게 몇 천 년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들이 다 적응해서 살아가면 되니까.

그런데 속도가 지금은 과거에 몇천 년, 몇만 년에 걸쳐 변했던 게 지금은 몇십 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속도가 100배, 1000배로 빠른 거죠.

그러다 보면 낙오하는 생명종들이 많아집니다. 그것이 실제로 멸종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식량, 물, 에너지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진다는 거죠. 그러면 우리 생활이 불편해지고 또 사실 일부 세계 사람들 중에서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위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급격하게 기후가 변화할 때는 생물종이 멸종될 수도 있고 우리에게는 식량, 물, 에너지 공급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위기라고 봐야 된다.. 그러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어디 있습니까?

[답변]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간빙기나 빙하기, 과거의 전통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변동들은 지구의 공전 궤도가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기 때문에 태양에 가까울 때도 있고 멀 때도 있고, 또 지구의 자전 기울기가 공전 궤도가 달라져서 몇 만 년에서 몇 십만 년에 걸쳐 변하는 건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화산이 분화했다는가 이것도 일시적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줍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에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됐습니다. 주 에너지원이 석탄, 석유, 가스 등인데, 그걸 태워서 전기로, 또는 에너지로 전환할 때 나오는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많아지고 이것 때문에 기후가 굉장히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표적으로는 이산화탄소의 문제다, 이산화탄소가 과다 배출됐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시죠?

[답변]

그렇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생물권에서 광합성을 한다든가, 바닷물에 녹아서 해저 식물들이 광합성 해서 소위 말해 소화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 배출되기 때문에 대기 중에 자꾸 축적이 되는 겁니다.

[앵커]

식물들이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말씀이신데, 그럼 지금 이산화탄소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변]

지금 410ppm, 415ppm... ppm이라는 건 공기 분자 100만 개 중에 410개가 있다는 겁니다. 양은 얼마 안 되죠.

그렇지만 우리가 산업혁명 이전에는 100만 개 중에 280개, 280ppm이었는데 이 양이 수증기하고 합쳐져서 지구 온도를 33도나 올렸습니다.

만약에 이게 없었다고 하면 지구 온도가 -18도인데 지금은 영상 15도가 됐습니다.

[앵커]

산업혁명 전에는 278ppm 정도였다가 지금은 414ppm이 돼있는데 이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양 자체는 말씀하신 대로 작아 보입니다. 100만 개 분자 중에 400여 개. 그 정도로도 지구가 이렇게 뜨거워지는 겁니까?

[답변]

280개가 수증기하고 합쳐져서 지구의 온도를 33도나 올렸으니까 지금은 280ppm보다 약 130ppm, 절반 정도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게 지구 기후에 여기저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거죠.

[앵커]

그래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기온이 한 1도 정도 올랐다고 하죠? 그렇게 1도 오르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겁니까?

[답변]

대표적인 게 2006년 영국의 보고였는데, 1도는 우리가 아직 인식하기가 힘들지만 만약 지구의 온도가 3도가 올라가면 전 세계인의 절반 정도가 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물 부족이나 물이 많아져서.

그리고 아마존의 한 50% 정도가 없어질 거다, 숲이.

그다음 기후 난민들이 약 10억 명 정도 이상이 발생할 거다.. 우리가 잘 살 땐 난민들도 다 도와줄 수가 있는데 다 못 살면서 난민이 10억 명 생기면 도와줄 힘이 없어집니다.

[앵커]

기후가 3도 올라가면 기후 난민이 10억 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을 겪고 일부 지역은 물이 넘쳐나면서 땅이 사라지거나 이런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요. 우리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다 보니까 1도 정도는 늘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기후 변화 1도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군요.

[답변]

당장 1도가 올라가면 공기에서 관측할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7% 더 많아집니다. 이것이 (비로) 내리면 집중호우로 바뀔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는 거죠.

[앵커]

대기질에도 영향을 미칩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바람이라는 것은 북극의 찬 공기하고 열대 지방의 더운 공기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바람이 세게 붑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시다시피 열대 지방은 온도가 그렇게 많이 안 올라가지만 북극은 20도, 30도 이렇게 올라갔습니다.

차이가 없어지니까 바람을 일으키는 힘들이 약해지고 그러다 보니까 대기가 정체하는 곳이 많아지죠.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동쪽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문제지만 중국에는 세계 공장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있는 오염 물질들이 빨리 태평양 쪽으로 가질 못하고 우리 쪽에 정체를 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앵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 최근 들어 말들이 많아졌어요. 최근에 장마 겪고 태풍 겪으면서 더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 같은데.. 일각에서 그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지금 기후변화를 얘기하고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요. 교수님 보시기에 지금 우리가 기후변화를 논해야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답변]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은 기후학자들은 이미 '깔딱고개'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고개를 넘었다고.

희망적으로 아직은 우리가 시간이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별로라는 것은 적어도 5년, 10년 안에 조치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막을 수가 없는 상태로 가는 거죠.

이게 넘어서면 어떻게 되느냐. 단편적인 예로 북극권이 더워지면 영구동토 밑에 옛날 고생대, 중생대, 또는 신생대 때 있던 동식물 사체가 얼어서 갇혀 있는데 이게 부패돼서 메탄으로 올라오거든요.

메탄이 갑자기 나오면, 이건 이산화탄소의 한 20배 정도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메탄 폭탄이 터질 수가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인류를 살리기 위해서 기후변화를 얘기해야 될 마지막 기회에 와 있다. 이런 말씀이십니다.

오늘 기후변화의 개념과 심각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요. 내일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 이변들, 그리고 우리의 삶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교수님, 내일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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