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K] “0원폰 팔아라” 증거 있는데 봐줬다…있어도 없는 ‘단통법’

입력 2020.09.08 (21:25) 수정 2020.09.0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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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구는 공짜폰을 사고, 누구는 덤터기를 쓰는, 소비자 차별 막겠다고 만든 '단말기유통개선법',

단통법을 만든 지 벌써 6년이 됐습니다.

법 시행 이후 그 취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죠,

이동통신사 불법 보조금의 시작과 끝을 고발하는 끈질긴 K,

오늘(8일)은 단통법이 왜 있으나마나 한 법이 됐는지, 오승목, 옥유정 기자가 추적, 보도합니다.

[리포트]

불법보조금 판치던 휴대전화 유통시장.

이를 규제한다며 만든 단통법 다음 달이면 시행 6년이 됩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까지도 불법보조금을 조장해 왔습니다.

이 대범함, 누가 키워준 걸까요?

규제-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엄연히 위법 행위들을 적발해왔는데, 형사 고발도 하지 않고 오히려 과징금을 깎아줍니다.

스스로 법 집행 권한을 외면하는 방통위 속사정, 따로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오남석/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2014.11.27 : "불법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이통사 3사와 관련 임원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6년 전, 방통위의 이통3사 고발은 처음이었습니다.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증거 부족', 이통사들의 주장이 통한 겁니다.

최근 5백억 원 대 과징금을 결정한 방통위.

이번 조사는 달랐습니다.

5G가입 18만 건이 대상이었고, 이통사들의 불법행위도 구체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용일/전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 : "그 당시에는 저희들이 충분한 입증을 못했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거치지 못했던 거고..."]

방통위가 포착한 내용, 이랬습니다.

먼저 SK텔레콤.

본사 영업 부서에서 대리점에 보낸 문잡니다.

추가한 장려금으로 단말기값이 '0원'이 되니, 장려금을 100% 소진할 것을 지시합니다.

장려금을 더 줄테니 공짜폰을 만들라고 유도하는 겁니다.

이런 '공짜폰 성지'는 꽃이름으로도 부르는 등 은밀하게 관리했습니다.

[휴대전화 판매업주/음성변조 : "아주 고단수죠. 과도한 리베이트는 (정상) 루트로 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왜? 증거가 남거든요."]

KT와 LG유플러스도 5G 고가요금제를 가입시킨 대리점에 불법보조금 지급을 유도했습니다.

이통사 본사가 불법보조금을 주도한 증거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형사 고발을 포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이통사 제재를 논의하던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이유, 어디에도 설명이 없습니다.

한 방통위원은 "회의 안건은 과징금"이었다며 "형사 고발은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알고보니, 방통위 조사 담당부서에서 먼저 형사고발 면제를 '제1안'으로 올린 겁니다.

[고낙준/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 : "코로나19라는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유통점들에게 대규모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형사고발 기소여부에 대해 법률 자문을 한 결과 (등을 고려했습니다.)"]

불법행위 증거를 잡고도 처벌이 어렵다는 안건을 올리고, 방통위원들도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하는 이통사에 '면죄부'를 준 방통위의 속사정이었습니다.

9차례 ‘유예’ ‘봐주기’…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 ‘단통법’

지난 7월 이통사 제재를 논의한 방통위 전체회의.

과징금을 최대 40% 감경해주자는 안건을 놓고, 위원들이 더 깎아주자고 합니다.

[김창룡/방통위 상임위원/음성대독 : "저는 수정안으로 45%로 올려주는 것(감경)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깎아줄 지 긴 논의가 이어지고,

[안형환/방통위 상임위원/음성대독 : "조사 협력 부분이 현재 10%인데 이것을 15%로 올리면(감경) 되지 않을까..."]

[허욱/방통위 전 상임위원/음성대독 : "재발방지 및 유통점 고려 차원에서 그 부분을 5% 늘리는 것(감경)이 합당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당초 934억 원이었던 과징금은 결국 45% 깎인 512억 원이 됩니다.

과징금 감경 이유, 하나씩 따져봤습니다.

25%는 이통사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이유.

적발 때마다 반복됐던 약속인데, 방통위는 이번에도 속은 셈이 됐습니다.

방통위 제재 2주만에 이통사들이 불법보조금을 주도한 사실이, KBS보도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판매업주/음성변조 : "한 번도 멈춘 적은 없어요. 법을 만들기 전에도 있었고, 그러니까 법이 있는 지금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스스로 정화 노력을 하고 있다, 과징금 경감의 또다른 이윱니다.

이통사의 자율정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과징금 부과 이후 LG유플러스가 유통점에 보낸 '페널티 시행' 공문입니다.

불법보조금이 적발되면 많게는 수백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겁니다.

[서명훈/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회장 : "불법보조금부터 살포한 다음에 영업을 하게 만들고, 또 그 후에 적발이 되면, 벌금으로 매겨서 그 돈으로 방통위 단속에 의해서 벌금이 나오면 그 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불법을 조장한 이통사가, 유통점에게 벌금을 매기는 기형적 구조.

방통위는 오히려 자율규제라며 인정해왔습니다.

[고낙준/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 :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유통질서에 대한 제재금이 다시 이통사에 들어가는 것은 저희도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난 6년 간 방통위가 불법보조금을 적발한 건 모두 9차례.

대부분 과징금에 그쳤습니다.

[정필모/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위원 : "이통사들이 어떤 면에선 독과점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지 않습니까. 또 자금력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는가,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시민들의 통신비를 줄이겠다며 등장한 단통법.

시행 6년 만에 죽은 법이 됐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 송상엽 민창호/영상편집:권혜미 양의정/그래픽:강민수 박미주 이근희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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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질긴K] “0원폰 팔아라” 증거 있는데 봐줬다…있어도 없는 ‘단통법’
    • 입력 2020-09-08 21:25:42
    • 수정2020-09-08 22: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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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구는 공짜폰을 사고, 누구는 덤터기를 쓰는, 소비자 차별 막겠다고 만든 '단말기유통개선법',

단통법을 만든 지 벌써 6년이 됐습니다.

법 시행 이후 그 취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죠,

이동통신사 불법 보조금의 시작과 끝을 고발하는 끈질긴 K,

오늘(8일)은 단통법이 왜 있으나마나 한 법이 됐는지, 오승목, 옥유정 기자가 추적, 보도합니다.

[리포트]

불법보조금 판치던 휴대전화 유통시장.

이를 규제한다며 만든 단통법 다음 달이면 시행 6년이 됩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까지도 불법보조금을 조장해 왔습니다.

이 대범함, 누가 키워준 걸까요?

규제-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엄연히 위법 행위들을 적발해왔는데, 형사 고발도 하지 않고 오히려 과징금을 깎아줍니다.

스스로 법 집행 권한을 외면하는 방통위 속사정, 따로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오남석/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2014.11.27 : "불법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이통사 3사와 관련 임원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6년 전, 방통위의 이통3사 고발은 처음이었습니다.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증거 부족', 이통사들의 주장이 통한 겁니다.

최근 5백억 원 대 과징금을 결정한 방통위.

이번 조사는 달랐습니다.

5G가입 18만 건이 대상이었고, 이통사들의 불법행위도 구체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용일/전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 : "그 당시에는 저희들이 충분한 입증을 못했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거치지 못했던 거고..."]

방통위가 포착한 내용, 이랬습니다.

먼저 SK텔레콤.

본사 영업 부서에서 대리점에 보낸 문잡니다.

추가한 장려금으로 단말기값이 '0원'이 되니, 장려금을 100% 소진할 것을 지시합니다.

장려금을 더 줄테니 공짜폰을 만들라고 유도하는 겁니다.

이런 '공짜폰 성지'는 꽃이름으로도 부르는 등 은밀하게 관리했습니다.

[휴대전화 판매업주/음성변조 : "아주 고단수죠. 과도한 리베이트는 (정상) 루트로 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왜? 증거가 남거든요."]

KT와 LG유플러스도 5G 고가요금제를 가입시킨 대리점에 불법보조금 지급을 유도했습니다.

이통사 본사가 불법보조금을 주도한 증거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형사 고발을 포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이통사 제재를 논의하던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이유, 어디에도 설명이 없습니다.

한 방통위원은 "회의 안건은 과징금"이었다며 "형사 고발은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알고보니, 방통위 조사 담당부서에서 먼저 형사고발 면제를 '제1안'으로 올린 겁니다.

[고낙준/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 : "코로나19라는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유통점들에게 대규모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형사고발 기소여부에 대해 법률 자문을 한 결과 (등을 고려했습니다.)"]

불법행위 증거를 잡고도 처벌이 어렵다는 안건을 올리고, 방통위원들도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하는 이통사에 '면죄부'를 준 방통위의 속사정이었습니다.

9차례 ‘유예’ ‘봐주기’…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 ‘단통법’

지난 7월 이통사 제재를 논의한 방통위 전체회의.

과징금을 최대 40% 감경해주자는 안건을 놓고, 위원들이 더 깎아주자고 합니다.

[김창룡/방통위 상임위원/음성대독 : "저는 수정안으로 45%로 올려주는 것(감경)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깎아줄 지 긴 논의가 이어지고,

[안형환/방통위 상임위원/음성대독 : "조사 협력 부분이 현재 10%인데 이것을 15%로 올리면(감경) 되지 않을까..."]

[허욱/방통위 전 상임위원/음성대독 : "재발방지 및 유통점 고려 차원에서 그 부분을 5% 늘리는 것(감경)이 합당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당초 934억 원이었던 과징금은 결국 45% 깎인 512억 원이 됩니다.

과징금 감경 이유, 하나씩 따져봤습니다.

25%는 이통사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이유.

적발 때마다 반복됐던 약속인데, 방통위는 이번에도 속은 셈이 됐습니다.

방통위 제재 2주만에 이통사들이 불법보조금을 주도한 사실이, KBS보도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판매업주/음성변조 : "한 번도 멈춘 적은 없어요. 법을 만들기 전에도 있었고, 그러니까 법이 있는 지금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스스로 정화 노력을 하고 있다, 과징금 경감의 또다른 이윱니다.

이통사의 자율정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과징금 부과 이후 LG유플러스가 유통점에 보낸 '페널티 시행' 공문입니다.

불법보조금이 적발되면 많게는 수백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겁니다.

[서명훈/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회장 : "불법보조금부터 살포한 다음에 영업을 하게 만들고, 또 그 후에 적발이 되면, 벌금으로 매겨서 그 돈으로 방통위 단속에 의해서 벌금이 나오면 그 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불법을 조장한 이통사가, 유통점에게 벌금을 매기는 기형적 구조.

방통위는 오히려 자율규제라며 인정해왔습니다.

[고낙준/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 :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유통질서에 대한 제재금이 다시 이통사에 들어가는 것은 저희도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난 6년 간 방통위가 불법보조금을 적발한 건 모두 9차례.

대부분 과징금에 그쳤습니다.

[정필모/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위원 : "이통사들이 어떤 면에선 독과점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지 않습니까. 또 자금력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는가,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시민들의 통신비를 줄이겠다며 등장한 단통법.

시행 6년 만에 죽은 법이 됐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 송상엽 민창호/영상편집:권혜미 양의정/그래픽:강민수 박미주 이근희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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