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방관’은 장애인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입력 2020.09.08 (22:18) 수정 2020.09.0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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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탐사K는 지난 시간 수년 간 지적장애인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범죄 실태를 보도해드렸는데요.

가해자 절반 이상이 전과가 있었지만 출소 후에도 범행은 되풀이 됐습니다.

지적장애인들이 더 약한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버젓이 계속되는데도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김가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가해자/음성변조 : "일단은 얘기를 들어보자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이건 아니다, 걔는 때려야 된다고."]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일대에서 벌어진 지적장애인들의 범죄. 

우두머리인 39살 박 모 씨의 범죄 행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동생과 함께 지적장애인을 공갈 협박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음성변조 : "오빠랑 거기 시청에 있던 사람이랑 싸웠어요. 경찰이 출동한 적도 되게 많아요."]

당시 함께 기소된 2명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까지 드러나 현재 교도소 복역 중입니다. 

이처럼 일당 11명 가운데 7명은 이미 폭행 등의 전과가 있었지만,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음성변조 : "교도소 엄청나게 갔다왔거든요. 제주교도소 갔다오고 육지 몇 번 갔다오고."]

지적장애인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 잣대로 처벌하는 사법체계의 한계가 이유로 꼽힙니다.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 "체계적인 재범을 막기 위한 교육이라든가 아니면 재활이라든가 교정시스템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징역형 외에 가해자들에게 치료감호, 보호관찰 등의 처분이 내려지지만 정말 지적장애가 있는 가해자들에게 재발 방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고은비/제주해바라기센터 부소장 : "형 집행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 집행할 수 있는 적절한 전문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재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왜 교도소 집어넣었냐 할까봐, 해코지할까봐, 나오면. 나도 죽이고 우리 언니 우리 가족도."]

결국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죄. 

피해자는 범죄의 고통에서, 가해자는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권오상/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 "처벌에 집중화되고 있고 처벌 이후에는 따로 어떤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미흡한 것이."]

그렇다면 재범을 막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홍부경/제주장애여성상담소장 : "직접 전문가한테 바로 연결해서 개입을 했을 경우는 많은 행동 수정이 돌아와요."]

대전에서 처음 시작한 발달장애인 대상 보호관찰과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검찰과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협업해 범죄를 저지른 지적장애인을 지역 교육기관과 연계한 것이 핵심입니다.

보호관찰관 지도 아래 1대1 맞춤 교육으로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재범 방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주희/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 : "완료한 대상자 등에 대해서는 현재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재범이 일어났다 교육을 다시 해달라는 요청은 지금 현재는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관건은 재범을 막기 위해선 눈높이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적장애인 범죄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만큼 재범 방지를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 모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정옥/제주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 "17개 지역센터 중에 대전, 서울, 울산 지역이 지금 시행이 되고 있고요. 기소유예 제도를 통해서 민관 협력이 되고 그렇다면 좀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차, 3차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 없이 전과라는 낙인만 새겨지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 

[불구속 가해자/지적장애/음성변조 : "저는 안 들어가 있는데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죠. (피해자들한테는?) 미안하다는 마음밖에 없어요."]

죄를 짓고, 처벌을 받은 뒤에도 되풀이돼왔던 지적장애인의 범죄.

사회의 방관이 이들을 범죄의 수렁으로 내 몰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시점입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범죄에 노출된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탐사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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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방관’은 장애인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 입력 2020-09-08 22:18:23
    • 수정2020-09-08 22:26:07
    뉴스9(제주)
[앵커] 탐사K는 지난 시간 수년 간 지적장애인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범죄 실태를 보도해드렸는데요. 가해자 절반 이상이 전과가 있었지만 출소 후에도 범행은 되풀이 됐습니다. 지적장애인들이 더 약한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버젓이 계속되는데도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김가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가해자/음성변조 : "일단은 얘기를 들어보자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이건 아니다, 걔는 때려야 된다고."]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일대에서 벌어진 지적장애인들의 범죄.  우두머리인 39살 박 모 씨의 범죄 행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동생과 함께 지적장애인을 공갈 협박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음성변조 : "오빠랑 거기 시청에 있던 사람이랑 싸웠어요. 경찰이 출동한 적도 되게 많아요."] 당시 함께 기소된 2명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까지 드러나 현재 교도소 복역 중입니다.  이처럼 일당 11명 가운데 7명은 이미 폭행 등의 전과가 있었지만,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음성변조 : "교도소 엄청나게 갔다왔거든요. 제주교도소 갔다오고 육지 몇 번 갔다오고."] 지적장애인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 잣대로 처벌하는 사법체계의 한계가 이유로 꼽힙니다.  [김예원/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 "체계적인 재범을 막기 위한 교육이라든가 아니면 재활이라든가 교정시스템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징역형 외에 가해자들에게 치료감호, 보호관찰 등의 처분이 내려지지만 정말 지적장애가 있는 가해자들에게 재발 방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고은비/제주해바라기센터 부소장 : "형 집행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 집행할 수 있는 적절한 전문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재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왜 교도소 집어넣었냐 할까봐, 해코지할까봐, 나오면. 나도 죽이고 우리 언니 우리 가족도."] 결국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죄.  피해자는 범죄의 고통에서, 가해자는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권오상/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 "처벌에 집중화되고 있고 처벌 이후에는 따로 어떤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미흡한 것이."] 그렇다면 재범을 막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홍부경/제주장애여성상담소장 : "직접 전문가한테 바로 연결해서 개입을 했을 경우는 많은 행동 수정이 돌아와요."] 대전에서 처음 시작한 발달장애인 대상 보호관찰과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검찰과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협업해 범죄를 저지른 지적장애인을 지역 교육기관과 연계한 것이 핵심입니다. 보호관찰관 지도 아래 1대1 맞춤 교육으로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재범 방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주희/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 : "완료한 대상자 등에 대해서는 현재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재범이 일어났다 교육을 다시 해달라는 요청은 지금 현재는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관건은 재범을 막기 위해선 눈높이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적장애인 범죄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만큼 재범 방지를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 모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정옥/제주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 "17개 지역센터 중에 대전, 서울, 울산 지역이 지금 시행이 되고 있고요. 기소유예 제도를 통해서 민관 협력이 되고 그렇다면 좀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차, 3차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 없이 전과라는 낙인만 새겨지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  [불구속 가해자/지적장애/음성변조 : "저는 안 들어가 있는데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하죠. (피해자들한테는?) 미안하다는 마음밖에 없어요."] 죄를 짓고, 처벌을 받은 뒤에도 되풀이돼왔던 지적장애인의 범죄. 사회의 방관이 이들을 범죄의 수렁으로 내 몰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시점입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범죄에 노출된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탐사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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