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① 中 격리생활 체험기①…모든 것이 ‘복불복’?

입력 2020.09.09 (07:11) 수정 2020.09.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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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격리 기간 14일 동안 매번 같은 밥을 먹어야 한다면서요?"
"어떤 격리 시설(호텔)에는 냉장고가 없다는데..."
"격리하는 동안 열나면 어떻게 되나요?"

중국 특파원으로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14일 동안의 격리생활이었습니다. 현재 중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자국민과 외국인에 대해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모두 2주간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자비 부담입니다.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곧바로 중국 당국에서 안내하는 시설(대부분 호텔)로 입소하게 되는데요.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격리', '중국 격리', '중국 OO지역 호텔' 등등 각종 검색어를 넣어가며 정보를 찾아봤지만 제 궁금증을 해소해주진 못했습니다. 입국해서도 상황은 같았는데요. 과연 어떤 곳에서, 어떤 밥을 먹으며, 14일 동안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입국한 뒤로도 도대체 가늠되질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복불복'…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중국 선양에 항공기가 착륙하는 순간부터 한 호텔로 이동해 격리를 시작하는 순간까지를 표현한다면 그건 한마디로 '복불복'입니다.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는 사실상 상관이 없고 중요한 것은 모두 '운'으로 결정됐기 때문인데요.

가장 먼저 맞닥뜨린 건 '승객운'이었습니다.

격리 호텔에 도착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가 타고 온 항공편의 승객은 모두 321명, 영아를 뺀 탑승객은 316명이었습니다. 이들 중 저와 같은 같은 호텔로 배정받았던 사람은 59명이었는데요. 저를 포함한 8명을 빼고는 절대 다수가 미국에서 온 중국인들이었습니다. 인천은 경유만 한 것이고 사실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6백만 명이 넘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탈출'을 한 셈입니다.

출국 당일 텅 빈 인천공항의 모습출국 당일 텅 빈 인천공항의 모습

그러다보니 의료진들이나 입을 법한 전신 방호복을 입은 사람부터, 마스크에 아크릴 안면보호대를 쓴 사람들까지 중국인 탑승객들은 공항에서부터 무척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겁니다. 하지만 같은 비행기를 타야 했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우리보다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뤄진 코로나19 검사는 제 '운'을 알아보는 첫 시험대였습니다. 과연 내가 탔던 여객기 안에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같이 탔을 것인지 아닌지, 그래서 내가 감염 위험에 직접으로 노출됐을지 아닐지는, 하루도 안돼 판가름났습니다.

기자와 탑승객들이 입국 당일 받았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단체 문자방으로 통보받은 모습기자와 탑승객들이 입국 당일 받았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단체 문자방으로 통보받은 모습

중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코를 통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됐는데요. 탑승객 전원은 공항 문을 나선지 7시간 만에 격리하는 호텔에서 '전원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받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14일 '생활의 질'은 이것에 달렸다?

두 번째 '복불복', 바로 격리 시설(호텔)입니다. 꼬박 14일을 지내야 하는 곳이기에 격리하는 시설은 그야말로 생활의 질을 좌우하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호텔은 어이없게도 단순하게 결정됐습니다. 입국 절차를 다 마치고 공항 문을 나서니 100미터도 안되는 곳에 버스가 서 있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공항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다른 버스를 타고 이미 출발한 상황이었고요.

그렇게 탑승한 뒤 1시간 여 정도를 기다려 버스가 대략 찼다 싶으면 버스는 어디론가 출발했습니다.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여객기에서 내려서 어떤 줄에 섰는지에 따라, 또 입국 절차가 얼마나 걸렸는지에 따라, 그렇게 호텔이 정해졌습니다.

버스는 1시간 가까이 내달렸습니다. 아마도 선양 외곽에 있는 호텔이 시설로 정해진 것 같았습니다. '만약 창문 없는 비좁은 방이라도 운명으로 받아들이자'라고 굳게 마음 먹었지만 도착 전까지 얼마나 수없이 '제발 냉장고는 있었으면'이라고 바랐는지 모릅니다.

기자가 배정받았던 방기자가 배정받았던 방

이것 역시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제가 격리됐던 호텔은 선양 격리시설 중에서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성능은 별로였지만 포장 김치를 넣어 둘 냉장고가 있었고 방도 제법 컸습니다. 이만하면 2번째 '복불복' 관문도 무사히 통과한 셈입니다.

그렇게 무사히 '좋은 시설'에서 지내게 됐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격리생활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격리 생활을 상세하게 문답 형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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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① 中 격리생활 체험기①…모든 것이 ‘복불복’?
    • 입력 2020-09-09 07:11:08
    • 수정2020-09-09 18:48:54
    특파원 리포트
"격리 기간 14일 동안 매번 같은 밥을 먹어야 한다면서요?"<br />"어떤 격리 시설(호텔)에는 냉장고가 없다는데..."<br />"격리하는 동안 열나면 어떻게 되나요?"
중국 특파원으로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14일 동안의 격리생활이었습니다. 현재 중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자국민과 외국인에 대해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모두 2주간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자비 부담입니다.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곧바로 중국 당국에서 안내하는 시설(대부분 호텔)로 입소하게 되는데요.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격리', '중국 격리', '중국 OO지역 호텔' 등등 각종 검색어를 넣어가며 정보를 찾아봤지만 제 궁금증을 해소해주진 못했습니다. 입국해서도 상황은 같았는데요. 과연 어떤 곳에서, 어떤 밥을 먹으며, 14일 동안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입국한 뒤로도 도대체 가늠되질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복불복'…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중국 선양에 항공기가 착륙하는 순간부터 한 호텔로 이동해 격리를 시작하는 순간까지를 표현한다면 그건 한마디로 '복불복'입니다.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는 사실상 상관이 없고 중요한 것은 모두 '운'으로 결정됐기 때문인데요.

가장 먼저 맞닥뜨린 건 '승객운'이었습니다.

격리 호텔에 도착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가 타고 온 항공편의 승객은 모두 321명, 영아를 뺀 탑승객은 316명이었습니다. 이들 중 저와 같은 같은 호텔로 배정받았던 사람은 59명이었는데요. 저를 포함한 8명을 빼고는 절대 다수가 미국에서 온 중국인들이었습니다. 인천은 경유만 한 것이고 사실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6백만 명이 넘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탈출'을 한 셈입니다.

출국 당일 텅 빈 인천공항의 모습
그러다보니 의료진들이나 입을 법한 전신 방호복을 입은 사람부터, 마스크에 아크릴 안면보호대를 쓴 사람들까지 중국인 탑승객들은 공항에서부터 무척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겁니다. 하지만 같은 비행기를 타야 했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우리보다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뤄진 코로나19 검사는 제 '운'을 알아보는 첫 시험대였습니다. 과연 내가 탔던 여객기 안에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같이 탔을 것인지 아닌지, 그래서 내가 감염 위험에 직접으로 노출됐을지 아닐지는, 하루도 안돼 판가름났습니다.

기자와 탑승객들이 입국 당일 받았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단체 문자방으로 통보받은 모습
중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코를 통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됐는데요. 탑승객 전원은 공항 문을 나선지 7시간 만에 격리하는 호텔에서 '전원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받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14일 '생활의 질'은 이것에 달렸다?

두 번째 '복불복', 바로 격리 시설(호텔)입니다. 꼬박 14일을 지내야 하는 곳이기에 격리하는 시설은 그야말로 생활의 질을 좌우하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호텔은 어이없게도 단순하게 결정됐습니다. 입국 절차를 다 마치고 공항 문을 나서니 100미터도 안되는 곳에 버스가 서 있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공항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다른 버스를 타고 이미 출발한 상황이었고요.

그렇게 탑승한 뒤 1시간 여 정도를 기다려 버스가 대략 찼다 싶으면 버스는 어디론가 출발했습니다.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여객기에서 내려서 어떤 줄에 섰는지에 따라, 또 입국 절차가 얼마나 걸렸는지에 따라, 그렇게 호텔이 정해졌습니다.

버스는 1시간 가까이 내달렸습니다. 아마도 선양 외곽에 있는 호텔이 시설로 정해진 것 같았습니다. '만약 창문 없는 비좁은 방이라도 운명으로 받아들이자'라고 굳게 마음 먹었지만 도착 전까지 얼마나 수없이 '제발 냉장고는 있었으면'이라고 바랐는지 모릅니다.

기자가 배정받았던 방
이것 역시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제가 격리됐던 호텔은 선양 격리시설 중에서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성능은 별로였지만 포장 김치를 넣어 둘 냉장고가 있었고 방도 제법 컸습니다. 이만하면 2번째 '복불복' 관문도 무사히 통과한 셈입니다.

그렇게 무사히 '좋은 시설'에서 지내게 됐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격리생활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격리 생활을 상세하게 문답 형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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