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두순 막자” 줄잇는 발의…‘전자발찌’ 정보 실효성도 높여야

입력 2020.09.09 (18:58) 수정 2020.09.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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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이 오는 12월 13일 출소합니다. 채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요, 조두순은 출소 후 7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법원이 결정했지만 '과연 그것으로 안심할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 큰 게 사실입니다. 전자발찌를 찬 채로도 성범죄와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죠.

며칠 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또 올라왔습니다. 비슷한 청원은 그간 시간을 두고 꾸준히 반복돼왔는데, 그만큼 출소 후 전자발찌를 통한 보호관찰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민심의 방증일 것입니다.

■ 전자발찌 차고 버젓이 범죄…경찰ㆍ보호관찰관 뭐 했나?

KBS뉴스9는 어제(8일) <'전자발찌' 부착자 정보 공유? 현장 실효성 의문>이라는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35027

지난해 3월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6명을 성폭행해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전자발찌 20년 부착 조건으로 2018년 3월 출소한 50대 남성이 1년도 안 돼 또다시 부인을 성폭행하고 10시간가량 폭행해 살해했습니다.

이 남성은 범행 당시 부인의 언니도 함께 끌고 와 묶어 놓고 거의 숨지기 직전까지 폭행했습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말입니다.

‘군산 아내 살해 유기 사건’ 현장 사진‘군산 아내 살해 유기 사건’ 현장 사진

사망한 부인의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까지 했는데 1심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 남성은 억울하다며 항소심을 진행했는데, 법원은 무기징역형을 유지했습니다. 수법이 잔인한 데다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더욱 기가 찰 노릇은 이들 자매가 끔찍했던 사건 당일 이전부터 112 신고도 하고, 가정폭력으로 고소까지 하는 등 살기 위해 손이 닿는 사법기관에는 다 도움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 "살려주세요" 절규할 때, 보호관찰관·경찰·검찰은 '몰랐다'

피해자들이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를 지켜보고 감독했어야 할 법무부의 보호관찰관은 어디서 무엇을 관찰하고 누구를 보호했던 겁니까?

사망 당일 이전에도 112신고를 받고 이 집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왜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돌아갔습니까?

전자발찌 부착자가 저지른 심각한 가정폭력을 고소한 이 사건을, 검찰은 왜 즉각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습니까?

"가해자가 전자발찌 부착자인지 그땐 몰랐다"

이 사건을 결국 살인과 시신 유기로 끝나게 만든 기막힌 이유가 '몰라서'였다는 겁니다.


보호관찰관은 이 남성의 위험한 폭력행위를 눈치채지 못했고, 검찰도 전자발찌 부착자라는 것을 몰랐으니 접근금지 같은 간단한 조치조차 해주지 않았겠죠.

그런데 사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해마다 수없이 출소하거나 가석방 등이 되는 전과자 가운데 정말로 추가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극소수에게만 내려지는 조치입니다.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죠.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2년 동안, 총 10,137명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 경찰이 관할 내 전자발찌 부착자가 누군지 모른다?

그렇습니다. 모른다고 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알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 정보를 좀 더 쉽고 요긴하게 공유해 적극적으로 국민 보호에 쓰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할 뿐입니다.

2008년 전자발찌 부착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무부가 경찰과 전자발찌 부착자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각종 범죄가 이어지면서 비판이 끊이지 않자, 법무부와 경찰은 2012년부터 '형사사법포털(킥스·KICS)'에서 해당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무부는 기간별로 전자발찌 피부착자 신원정보를,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및 실거주지/연락처/사진/죄명 및 판결·결정 내용/부착기간/직업, 업데이트합니다.

그러면 경찰은 인트라넷을 통해 이 사이트에 접속해 의심되는 사람의 정보를 조회하는 것이죠. 경찰이 소위 '조회권'을 갖게 된 겁니다.

문제는 이 내용을 관할 지역별·범죄별 등으로 정리해 공유하는 시스템이 경찰 내부에 없다 보니, 관심 있고 업무에 적극적인 경찰이 개별적으로 부차적으로 더 알아보는 정보로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경찰도 법무부도 지금보다 더 열린 방식의 '전자발찌 부착자 정보 공유'는 위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호관찰관 제도라는 것이 어쨌든 "사회복귀를 돕는" 목적이고, 보호관찰 과정에서 과도한 수치심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 '성범죄 재발 방지' 입법도 잇따라 추진

현재 보호관찰관 인력과 관련 예산 부족으로 관련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조두순법'이 통과하면서 법무부는 보호관찰관의 전담관리 제도를 시행 중인데요, 1대1 전담 보호관리 대상인 전과자가 192명이지만 실제는 15%인 24명만 관리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인력과 제도로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대책을 담은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거나 발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입법을 서두르면, 조두순이 출소한 이후 지금보다 전과자 관리에서 처벌 수위까지 촘촘하고 강화된 제도와 법률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가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면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특별법이 발의됐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국민 법감정에 비해 너무 너그러울 때가 많아 양형 기준 자체를 법으로 강화하려는 취지입니다.


또 극도로 위험하다고 분류된 성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별도 시설 등을 통해 사회에서 격리하자는 법안도 발의될 예정입니다. 2005년 폐지된 사회보호법에 포함됐던 내용인데, 철저히 검증해 대상자를 최소화하면 인권 침해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당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성범죄 관련 법안들을 당론으로 일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련 입법 노력이 늦지 않게 결실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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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조두순 막자” 줄잇는 발의…‘전자발찌’ 정보 실효성도 높여야
    • 입력 2020-09-09 18:58:10
    • 수정2020-09-09 19:01:59
    취재K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이 오는 12월 13일 출소합니다. 채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요, 조두순은 출소 후 7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법원이 결정했지만 '과연 그것으로 안심할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 큰 게 사실입니다. 전자발찌를 찬 채로도 성범죄와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죠.

며칠 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또 올라왔습니다. 비슷한 청원은 그간 시간을 두고 꾸준히 반복돼왔는데, 그만큼 출소 후 전자발찌를 통한 보호관찰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민심의 방증일 것입니다.

■ 전자발찌 차고 버젓이 범죄…경찰ㆍ보호관찰관 뭐 했나?

KBS뉴스9는 어제(8일) <'전자발찌' 부착자 정보 공유? 현장 실효성 의문>이라는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35027

지난해 3월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6명을 성폭행해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전자발찌 20년 부착 조건으로 2018년 3월 출소한 50대 남성이 1년도 안 돼 또다시 부인을 성폭행하고 10시간가량 폭행해 살해했습니다.

이 남성은 범행 당시 부인의 언니도 함께 끌고 와 묶어 놓고 거의 숨지기 직전까지 폭행했습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말입니다.

‘군산 아내 살해 유기 사건’ 현장 사진
사망한 부인의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까지 했는데 1심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 남성은 억울하다며 항소심을 진행했는데, 법원은 무기징역형을 유지했습니다. 수법이 잔인한 데다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더욱 기가 찰 노릇은 이들 자매가 끔찍했던 사건 당일 이전부터 112 신고도 하고, 가정폭력으로 고소까지 하는 등 살기 위해 손이 닿는 사법기관에는 다 도움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 "살려주세요" 절규할 때, 보호관찰관·경찰·검찰은 '몰랐다'

피해자들이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를 지켜보고 감독했어야 할 법무부의 보호관찰관은 어디서 무엇을 관찰하고 누구를 보호했던 겁니까?

사망 당일 이전에도 112신고를 받고 이 집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왜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돌아갔습니까?

전자발찌 부착자가 저지른 심각한 가정폭력을 고소한 이 사건을, 검찰은 왜 즉각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습니까?

"가해자가 전자발찌 부착자인지 그땐 몰랐다"

이 사건을 결국 살인과 시신 유기로 끝나게 만든 기막힌 이유가 '몰라서'였다는 겁니다.


보호관찰관은 이 남성의 위험한 폭력행위를 눈치채지 못했고, 검찰도 전자발찌 부착자라는 것을 몰랐으니 접근금지 같은 간단한 조치조차 해주지 않았겠죠.

그런데 사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해마다 수없이 출소하거나 가석방 등이 되는 전과자 가운데 정말로 추가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극소수에게만 내려지는 조치입니다.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죠.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2년 동안, 총 10,137명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 경찰이 관할 내 전자발찌 부착자가 누군지 모른다?

그렇습니다. 모른다고 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알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 정보를 좀 더 쉽고 요긴하게 공유해 적극적으로 국민 보호에 쓰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할 뿐입니다.

2008년 전자발찌 부착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무부가 경찰과 전자발찌 부착자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각종 범죄가 이어지면서 비판이 끊이지 않자, 법무부와 경찰은 2012년부터 '형사사법포털(킥스·KICS)'에서 해당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무부는 기간별로 전자발찌 피부착자 신원정보를,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및 실거주지/연락처/사진/죄명 및 판결·결정 내용/부착기간/직업, 업데이트합니다.

그러면 경찰은 인트라넷을 통해 이 사이트에 접속해 의심되는 사람의 정보를 조회하는 것이죠. 경찰이 소위 '조회권'을 갖게 된 겁니다.

문제는 이 내용을 관할 지역별·범죄별 등으로 정리해 공유하는 시스템이 경찰 내부에 없다 보니, 관심 있고 업무에 적극적인 경찰이 개별적으로 부차적으로 더 알아보는 정보로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경찰도 법무부도 지금보다 더 열린 방식의 '전자발찌 부착자 정보 공유'는 위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호관찰관 제도라는 것이 어쨌든 "사회복귀를 돕는" 목적이고, 보호관찰 과정에서 과도한 수치심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 '성범죄 재발 방지' 입법도 잇따라 추진

현재 보호관찰관 인력과 관련 예산 부족으로 관련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조두순법'이 통과하면서 법무부는 보호관찰관의 전담관리 제도를 시행 중인데요, 1대1 전담 보호관리 대상인 전과자가 192명이지만 실제는 15%인 24명만 관리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인력과 제도로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대책을 담은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거나 발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입법을 서두르면, 조두순이 출소한 이후 지금보다 전과자 관리에서 처벌 수위까지 촘촘하고 강화된 제도와 법률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가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면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특별법이 발의됐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국민 법감정에 비해 너무 너그러울 때가 많아 양형 기준 자체를 법으로 강화하려는 취지입니다.


또 극도로 위험하다고 분류된 성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별도 시설 등을 통해 사회에서 격리하자는 법안도 발의될 예정입니다. 2005년 폐지된 사회보호법에 포함됐던 내용인데, 철저히 검증해 대상자를 최소화하면 인권 침해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당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성범죄 관련 법안들을 당론으로 일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련 입법 노력이 늦지 않게 결실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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