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④ “위기 대응 40년간 선언만…성장 매달리면 망한다”

입력 2020.09.11 (12:41) 수정 2023.04.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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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고된 재앙, 기후변화>, 오늘 마지막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사흘간 기후변화의 개념과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와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모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지난 사흘 동안 다른 전문가분들 모시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국제사회도 이미 잘 인식하고 있죠?

[답변]

네, 그런데 일부에서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뭐랄까.. 전 세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 위기를 받아들이고 있진 못하고 있었고요.

다만 최근에 이게 현실화되면서 조금 엉뚱하게 경제 주체들이, IMF라든지 다보스포럼이라든지 이런 데서 '이대로 가면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금 경각심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최근엔 우리나라 최장 기간 장마도 그렇고 태풍도 그랬습니다만, 이렇게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그런 사건들이 있어왔던 것 같아요. 그런 사건들을 소개해 주시죠.

[답변]

일단 2018년에 IPCC라는 유엔 산하 기구에서 그전에 지구의 온도가 2도 상승에서 멈추면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해서 1.5도에서 멈추는 게 낫겠다, 그것도 피해가 상당하다고 실토했습니다. 그전에는 너무 강하게 얘기하면 반발이 심해서 과학자들이 약간 좀 조심했었는데 그것을 더 털어놓은 상황이 됐죠. 그게 발표되면서 그렇다면 생각보다 시간이 없고 생각보다 우리가 할 일이 많다, 해서 그때부터 좀 논의가 활발해졌고요.

그 다음에는 '멸종 저항 운동'이라는 게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기존의 환경운동가들도 열심히 일을 했지만, 이게 항상 북극권 보호라든지, 이런 식으로 먼 미래 얘기를 하다 보니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당장 우리 인간들이 멸종 대상이 됐다는 것을 강하게 알렸죠.

[앵커]

지금 화면에 나가고 있는 저런 모습이 멸종 저항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운동가들의 모습인가요?

[답변]

네 맞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는 천 명이 연행됐었는데 그것은 영국 역사상 오십 년 만에 있었던 일이고요. 정말 우리가 살기 위해서 몸을 던져, 잡혀가는 한이 있더라도 하겠다는 게 있었고.

그 다음에 충격적이었던 것은 스웨덴에 툰베리라는 학생이 '이대로 가면 내 미래는 없다. 내 미래를 보호해달라' 하면서 1인 시위를 시작했어요. 학교를 빠지면서. 그런데 그게 과학적으로 사실은 맞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켜서 학생들이 '우리도 살아야 된다'고 나와서 이야기함으로써 정책 지도자들이 이게 '환경보호' 이런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생존을 위한 문제'라는 걸 받아들이면서 조금 더 달라졌죠.

[앵커]

지금은 화면에 나가고 있는 모자 쓴 작은 학생이죠? 툰베리 얘기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많이 됐었습니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을 했었고 거기에서 연설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 연설이 굉장히 화제가 됐는데 그 연설 내용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그레타 툰베리 / 환경 운동가/UN 기후행동 정상회의 / 2019년 9월 :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앵커]

어린 학생이 울먹이면서 강하게 호소를 하고 있는 모습인데. 생태계가 무너지고 결국 사람이 고통받고 죽어간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느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답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허비했거든요. '조금만 하면 되겠지' 하면서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지금까지 사실 한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해서 처음 뜻을 모은 건 굉장히 오래된 얘기 아닙니까?

[답변]

네, 이게 그 역사를 알면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픈 게 1979년도에 이미 과학자들은 '이거 이대로 있으면 될 일이 아니다' 해서 세계 최초로 세계 기후 콘퍼런스를 갖고, 1990년도에도 다시 한번 정치 지도자까지 포함해서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를 논의했는데 사실은 그때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했어야 되는 건데, 그냥 '앞으로 그럼 더 논의하자'는 식으로 끝나 버렸거든요. 그래서 정말 계속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문제를 파악하고도.

[앵커]

1979년이면 벌써 사십 년 전인데. 사십 년 동안 과연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느냐, 이걸 다시 한번 돌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1997년엔 교토의정서도 있었고 2015년에는 파리기후협약도 채택이 됐습니다. 이런 협약들은 어떤 내용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는 겁니까?

[답변]

교토의정서 같은 경우는 그때만 해도 '선진국만 노력하면 되겠다'는 게 과학자들의 판단이었어요. 그래서 38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 50%만 줄여보자, 앞으로 60년 동안. 이런 식이었는데 지금 보면 굉장히 틀린 얘기였죠. 그리고 실제로 그걸 실행해서 옮긴 국가는 많지 않았고요.

파리협약 같은 경우도 힘들게 맺었지만 거기서 목표도 못 정했고 '앞으로 목표를 강하게 합시다' 정도까지만 (합의)했는데 실질적으로는 계속 온실가스는 늘어났습니다. 뭔가 노력을 많이 했고 틀은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바뀐 게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 협약들의 기본적인 내용들은 우리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서 온실가스를 줄여보자는 게 핵심 내용이죠?

[답변]

네, 그런데 힘을 합쳐야 될 주체들 중에서 특히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는 가입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협약을 그냥 탈퇴를 했다가, 그리고 더 많이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책임을 줄일까.. 미국 같은 경우는 중국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들은 회피하려고 하고.

그래서 노력한 곳은 아직까지는 유럽 정도가 계속 꾸준히 노력했고 나머지 국가들은 다 책임을 회피했죠.

[앵커]

그렇군요. 지금 어쨌든 온실가스의 문제, 기후위기에 대해서 우리가 인식하기 시작한 게 40년이 넘었고. 그 뒤로 의정서나 협약 같은 것들이 체결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얘기들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나온 뒤에 온실가스가 실제로는 늘어났습니다. 얼마나 많이 늘어났습니까?

[답변]

제가 정확한 통계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중에서 한 50% 이상이 교토의정서가 합의가 된 이후 배출이 됐습니다. 줄어도 부족할 형편에 더 늘어나 버려서 굉장히 빨리 지금 변화가 온 거죠. 위기가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앵커]

그러면 지난 40년 동안 국제사회가 이런저런 노력을 해 오긴 해왔는데.

[답변]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노력을 하겠다는 선언을 많이 했죠.

[앵커]

뭔가 개선된 건 없습니까?

[답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조금 희망적인 부분은 에너지를 바꿔야 되는데 한 10년 전에 기대를 받았던 게 태양광, 풍력이거든요. 너무너무 비싸서 저도 사실 '아, 저게 되겠나' 싶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많이 하다 보니까 굉장히 싸졌고.

자동차 같은 경우도 전기차가 이게 될까 싶었는데 지금 상당히 실현화가 되고 있는데, 그게 개발되고 가격이 싸지는 와중에 온실가스가 줄어들진 않았습니다, 워낙 다른 것을 많이 했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굉장히 많이 하고, 도움이 될 것들을 실용화시킨 것까지는 됐는데 그걸 크게 확산하는 것은 아직은 좀 더딘 상태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금방 말씀하신 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국제적으로 전기차도 많이 지금 보급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될까요?

[답변]

보급은 되지만 아직 우리나라 10만 대가 있거든요. 전체 자동차 2,200만 대인데. 그런데 앞으로 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절반, 30년 안에 거의 제로로 만들어야 되는데, 이런 식으로 10만 대, 20205년까지 100만 대 해서는 별로 티가 안 나거든요.

그래서 훨씬 더 과감하게, 훨씬 더 강하게 전환을 해야 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지금 못하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일부 유럽 국가는 그래도 많이 하고 있고요.

[앵커]

그렇군요. 국제사회가 보다 강력한 합의를 통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쓰지 않고, 개별 국가나 개별 기업한테 맡기는 식으로 하면 '나는 지키지 않고 다른 나라나 다른 기업이 잘하면 되지 않겠냐' 이런 무임승차 인센티브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답변]

그런데 무임승차만 하다가는 그 차가 나중에는 절벽으로 떨어져 버리니까 무임승차하면서 '나는 안 해도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굉장히 잘못 생각하는 거죠.

가장 큰 문제가 국제사회가 뭔가 합의를 해서 가면 해결된다는 게 아니라 각 나라에서, 각 기업에서 '아, 이거 내 문제구나. 내가 추구하는 것과 반대되는구나'라는 걸 받아들여서 바뀌어야 되는데. 일부 기업은 그런 걸 합니다. 애플 같은 경우 '2030년까지 모든 것을 탄소 제로로 하겠다' 이런 걸 하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그런 기업들이 별로 나오지가 않아서 좀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를 지금 화면으로 보고 계십니다.

2018년 기준 유엔에서 나온 자료인데요. 중국이 27%로 가장 많습니다. 미국이 15%, 유럽 연합도 노력하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10% 고요. 인도가 아주 강력한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7%, 프랑스, 일본, 이란 있고 한국도 지금 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시면 지금 세계 주요 선진국들과 막 성장해가는 국가들, 큰 나라들, 이런 나라들에서 저렇게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책임이 적지는 않네요.

[답변]

인구 당 대비는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산업국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우리나라가 자동차도 많이 만들어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책임이 적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우리끼리 '우리는 좀 책임이 없는 거 아니냐' 얘기 한들 해외에서는 캘리포니아 불타고 있고 이런 상황인데 봐주지 않거든요.

예전에 교토의정서 때는 '한국은 그냥 알아서 하세요'라고 빼줬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 계속 강조 드리고 싶은 게 '아, 내 문제구나. 내가 회사에 앞으로 가는 방향, 국가의 존속의 문제'라고 받아들여서 다시 한번 이 문제를 봐야 됩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이게 과거식 대응에 굉장히 머물러 있는 게 교토의정서가 됐을 때가 우리나라가 IMF로 한참 고생할 때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는 빨리 경제를 회복해야 돼' 이런 것만 것만 있었고, 계속 우리나라가 GDP 3만 달러인데도 불구하고 도상국이라는 식으로 자꾸 얘기를 하면서 '책임을 덜 지는 게 국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요, 이쪽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빨리 그 인식에서 벗어나서 '우리 문제구나, 우리를 위해서 이걸 해야 되는구나' 생각해서 과학적인 분석에 맞게, 처방에 맞게 달려야 되는데 이제 조금 걷기 시작한 정도니까 답답하죠.

[앵커]

그 해법의 핵심은 역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건데. 그래서 요즘 정부에서도 그린뉴딜 얘기도 하고, 녹색성장 얘기가 계속해서 꾸준히 나왔고요. 그런 와중에 있는데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됩니까, 앞으로?

[답변]

굉장히 사실 해결책은 너무 단순한데요. 석탄 화력발전소를 빨리 없애고 이미 짓고 있는 걸 짓지 말아야 하고, 자동차 사용을 아예 없애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전기차로 바꾸고. 그래도 에너지는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태양광이나 풍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변동성을 맞춰주는 배터리를 이용하면 되고요.

세계 어디 가도 해결책은 똑같은데, 하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기 사용을 줄이자' 이런 캠페인을 하는데 실제로는 태양광, 풍력으로 전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그걸로 모든 걸 해결해야 되는 게 해결책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꾸 사용량을 줄이자는 논의만 있어서 그것도 저는 조금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이게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앵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엔 성장이 굉장히 중요한 국가 목표가 되고 있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그렇게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 성장에 저해가 된다면 어떻게 됩니까?

[답변]

이런 거죠. 성장을 하는 것은 지표지 않습니까? GDP 이런 식으로. 그런데 예를 들어서 기후위기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식량 생산이 안 된다는 거예요, 앞으로. 그리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온실가스 제로로 해도 더 나빠지게 돼있습니다, 워낙 배출한 게 많아서. 그 상황에서 성장률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뭐랄까, 대박 치고 완전히 망하는.. 이것도 굉장히 낡은 사고거든요. 그래서 빨리 대체를 해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에서도 얘기한 게 그거예요. '전 세계 GDP의 50% 이상이 자연환경 유지에 달려있다' 그러면 그 50%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후를 지켜야 되는데 '성장'이라는 우리가 만든 지표에 매달렸다는 인류가 저지른 가장 바보 같은 실수가 될 것입니다.

[앵커]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 생존에 우리가 집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 이런 말씀이셨습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였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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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 위기]④ “위기 대응 40년간 선언만…성장 매달리면 망한다”
    • 입력 2020-09-11 12:41:20
    • 수정2023-04-24 15:35:49
    뉴스 12
[앵커]

<예고된 재앙, 기후변화>, 오늘 마지막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사흘간 기후변화의 개념과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와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모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지난 사흘 동안 다른 전문가분들 모시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국제사회도 이미 잘 인식하고 있죠?

[답변]

네, 그런데 일부에서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뭐랄까.. 전 세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 위기를 받아들이고 있진 못하고 있었고요.

다만 최근에 이게 현실화되면서 조금 엉뚱하게 경제 주체들이, IMF라든지 다보스포럼이라든지 이런 데서 '이대로 가면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금 경각심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최근엔 우리나라 최장 기간 장마도 그렇고 태풍도 그랬습니다만, 이렇게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그런 사건들이 있어왔던 것 같아요. 그런 사건들을 소개해 주시죠.

[답변]

일단 2018년에 IPCC라는 유엔 산하 기구에서 그전에 지구의 온도가 2도 상승에서 멈추면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해서 1.5도에서 멈추는 게 낫겠다, 그것도 피해가 상당하다고 실토했습니다. 그전에는 너무 강하게 얘기하면 반발이 심해서 과학자들이 약간 좀 조심했었는데 그것을 더 털어놓은 상황이 됐죠. 그게 발표되면서 그렇다면 생각보다 시간이 없고 생각보다 우리가 할 일이 많다, 해서 그때부터 좀 논의가 활발해졌고요.

그 다음에는 '멸종 저항 운동'이라는 게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기존의 환경운동가들도 열심히 일을 했지만, 이게 항상 북극권 보호라든지, 이런 식으로 먼 미래 얘기를 하다 보니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당장 우리 인간들이 멸종 대상이 됐다는 것을 강하게 알렸죠.

[앵커]

지금 화면에 나가고 있는 저런 모습이 멸종 저항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운동가들의 모습인가요?

[답변]

네 맞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는 천 명이 연행됐었는데 그것은 영국 역사상 오십 년 만에 있었던 일이고요. 정말 우리가 살기 위해서 몸을 던져, 잡혀가는 한이 있더라도 하겠다는 게 있었고.

그 다음에 충격적이었던 것은 스웨덴에 툰베리라는 학생이 '이대로 가면 내 미래는 없다. 내 미래를 보호해달라' 하면서 1인 시위를 시작했어요. 학교를 빠지면서. 그런데 그게 과학적으로 사실은 맞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켜서 학생들이 '우리도 살아야 된다'고 나와서 이야기함으로써 정책 지도자들이 이게 '환경보호' 이런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생존을 위한 문제'라는 걸 받아들이면서 조금 더 달라졌죠.

[앵커]

지금은 화면에 나가고 있는 모자 쓴 작은 학생이죠? 툰베리 얘기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많이 됐었습니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을 했었고 거기에서 연설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 연설이 굉장히 화제가 됐는데 그 연설 내용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그레타 툰베리 / 환경 운동가/UN 기후행동 정상회의 / 2019년 9월 :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앵커]

어린 학생이 울먹이면서 강하게 호소를 하고 있는 모습인데. 생태계가 무너지고 결국 사람이 고통받고 죽어간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느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답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허비했거든요. '조금만 하면 되겠지' 하면서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지금까지 사실 한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해서 처음 뜻을 모은 건 굉장히 오래된 얘기 아닙니까?

[답변]

네, 이게 그 역사를 알면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픈 게 1979년도에 이미 과학자들은 '이거 이대로 있으면 될 일이 아니다' 해서 세계 최초로 세계 기후 콘퍼런스를 갖고, 1990년도에도 다시 한번 정치 지도자까지 포함해서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를 논의했는데 사실은 그때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했어야 되는 건데, 그냥 '앞으로 그럼 더 논의하자'는 식으로 끝나 버렸거든요. 그래서 정말 계속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문제를 파악하고도.

[앵커]

1979년이면 벌써 사십 년 전인데. 사십 년 동안 과연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느냐, 이걸 다시 한번 돌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1997년엔 교토의정서도 있었고 2015년에는 파리기후협약도 채택이 됐습니다. 이런 협약들은 어떤 내용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는 겁니까?

[답변]

교토의정서 같은 경우는 그때만 해도 '선진국만 노력하면 되겠다'는 게 과학자들의 판단이었어요. 그래서 38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 50%만 줄여보자, 앞으로 60년 동안. 이런 식이었는데 지금 보면 굉장히 틀린 얘기였죠. 그리고 실제로 그걸 실행해서 옮긴 국가는 많지 않았고요.

파리협약 같은 경우도 힘들게 맺었지만 거기서 목표도 못 정했고 '앞으로 목표를 강하게 합시다' 정도까지만 (합의)했는데 실질적으로는 계속 온실가스는 늘어났습니다. 뭔가 노력을 많이 했고 틀은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바뀐 게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 협약들의 기본적인 내용들은 우리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서 온실가스를 줄여보자는 게 핵심 내용이죠?

[답변]

네, 그런데 힘을 합쳐야 될 주체들 중에서 특히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는 가입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협약을 그냥 탈퇴를 했다가, 그리고 더 많이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책임을 줄일까.. 미국 같은 경우는 중국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들은 회피하려고 하고.

그래서 노력한 곳은 아직까지는 유럽 정도가 계속 꾸준히 노력했고 나머지 국가들은 다 책임을 회피했죠.

[앵커]

그렇군요. 지금 어쨌든 온실가스의 문제, 기후위기에 대해서 우리가 인식하기 시작한 게 40년이 넘었고. 그 뒤로 의정서나 협약 같은 것들이 체결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얘기들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나온 뒤에 온실가스가 실제로는 늘어났습니다. 얼마나 많이 늘어났습니까?

[답변]

제가 정확한 통계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중에서 한 50% 이상이 교토의정서가 합의가 된 이후 배출이 됐습니다. 줄어도 부족할 형편에 더 늘어나 버려서 굉장히 빨리 지금 변화가 온 거죠. 위기가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앵커]

그러면 지난 40년 동안 국제사회가 이런저런 노력을 해 오긴 해왔는데.

[답변]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노력을 하겠다는 선언을 많이 했죠.

[앵커]

뭔가 개선된 건 없습니까?

[답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조금 희망적인 부분은 에너지를 바꿔야 되는데 한 10년 전에 기대를 받았던 게 태양광, 풍력이거든요. 너무너무 비싸서 저도 사실 '아, 저게 되겠나' 싶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많이 하다 보니까 굉장히 싸졌고.

자동차 같은 경우도 전기차가 이게 될까 싶었는데 지금 상당히 실현화가 되고 있는데, 그게 개발되고 가격이 싸지는 와중에 온실가스가 줄어들진 않았습니다, 워낙 다른 것을 많이 했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굉장히 많이 하고, 도움이 될 것들을 실용화시킨 것까지는 됐는데 그걸 크게 확산하는 것은 아직은 좀 더딘 상태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금방 말씀하신 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국제적으로 전기차도 많이 지금 보급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될까요?

[답변]

보급은 되지만 아직 우리나라 10만 대가 있거든요. 전체 자동차 2,200만 대인데. 그런데 앞으로 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절반, 30년 안에 거의 제로로 만들어야 되는데, 이런 식으로 10만 대, 20205년까지 100만 대 해서는 별로 티가 안 나거든요.

그래서 훨씬 더 과감하게, 훨씬 더 강하게 전환을 해야 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지금 못하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일부 유럽 국가는 그래도 많이 하고 있고요.

[앵커]

그렇군요. 국제사회가 보다 강력한 합의를 통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쓰지 않고, 개별 국가나 개별 기업한테 맡기는 식으로 하면 '나는 지키지 않고 다른 나라나 다른 기업이 잘하면 되지 않겠냐' 이런 무임승차 인센티브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답변]

그런데 무임승차만 하다가는 그 차가 나중에는 절벽으로 떨어져 버리니까 무임승차하면서 '나는 안 해도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굉장히 잘못 생각하는 거죠.

가장 큰 문제가 국제사회가 뭔가 합의를 해서 가면 해결된다는 게 아니라 각 나라에서, 각 기업에서 '아, 이거 내 문제구나. 내가 추구하는 것과 반대되는구나'라는 걸 받아들여서 바뀌어야 되는데. 일부 기업은 그런 걸 합니다. 애플 같은 경우 '2030년까지 모든 것을 탄소 제로로 하겠다' 이런 걸 하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그런 기업들이 별로 나오지가 않아서 좀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를 지금 화면으로 보고 계십니다.

2018년 기준 유엔에서 나온 자료인데요. 중국이 27%로 가장 많습니다. 미국이 15%, 유럽 연합도 노력하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10% 고요. 인도가 아주 강력한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7%, 프랑스, 일본, 이란 있고 한국도 지금 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시면 지금 세계 주요 선진국들과 막 성장해가는 국가들, 큰 나라들, 이런 나라들에서 저렇게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책임이 적지는 않네요.

[답변]

인구 당 대비는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산업국가 아니겠습니까? 사실 우리나라가 자동차도 많이 만들어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책임이 적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우리끼리 '우리는 좀 책임이 없는 거 아니냐' 얘기 한들 해외에서는 캘리포니아 불타고 있고 이런 상황인데 봐주지 않거든요.

예전에 교토의정서 때는 '한국은 그냥 알아서 하세요'라고 빼줬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 계속 강조 드리고 싶은 게 '아, 내 문제구나. 내가 회사에 앞으로 가는 방향, 국가의 존속의 문제'라고 받아들여서 다시 한번 이 문제를 봐야 됩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이게 과거식 대응에 굉장히 머물러 있는 게 교토의정서가 됐을 때가 우리나라가 IMF로 한참 고생할 때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는 빨리 경제를 회복해야 돼' 이런 것만 것만 있었고, 계속 우리나라가 GDP 3만 달러인데도 불구하고 도상국이라는 식으로 자꾸 얘기를 하면서 '책임을 덜 지는 게 국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요, 이쪽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빨리 그 인식에서 벗어나서 '우리 문제구나, 우리를 위해서 이걸 해야 되는구나' 생각해서 과학적인 분석에 맞게, 처방에 맞게 달려야 되는데 이제 조금 걷기 시작한 정도니까 답답하죠.

[앵커]

그 해법의 핵심은 역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건데. 그래서 요즘 정부에서도 그린뉴딜 얘기도 하고, 녹색성장 얘기가 계속해서 꾸준히 나왔고요. 그런 와중에 있는데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됩니까, 앞으로?

[답변]

굉장히 사실 해결책은 너무 단순한데요. 석탄 화력발전소를 빨리 없애고 이미 짓고 있는 걸 짓지 말아야 하고, 자동차 사용을 아예 없애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전기차로 바꾸고. 그래도 에너지는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태양광이나 풍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변동성을 맞춰주는 배터리를 이용하면 되고요.

세계 어디 가도 해결책은 똑같은데, 하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기 사용을 줄이자' 이런 캠페인을 하는데 실제로는 태양광, 풍력으로 전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그걸로 모든 걸 해결해야 되는 게 해결책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꾸 사용량을 줄이자는 논의만 있어서 그것도 저는 조금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이게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앵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엔 성장이 굉장히 중요한 국가 목표가 되고 있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그렇게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 성장에 저해가 된다면 어떻게 됩니까?

[답변]

이런 거죠. 성장을 하는 것은 지표지 않습니까? GDP 이런 식으로. 그런데 예를 들어서 기후위기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식량 생산이 안 된다는 거예요, 앞으로. 그리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온실가스 제로로 해도 더 나빠지게 돼있습니다, 워낙 배출한 게 많아서. 그 상황에서 성장률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뭐랄까, 대박 치고 완전히 망하는.. 이것도 굉장히 낡은 사고거든요. 그래서 빨리 대체를 해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에서도 얘기한 게 그거예요. '전 세계 GDP의 50% 이상이 자연환경 유지에 달려있다' 그러면 그 50%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후를 지켜야 되는데 '성장'이라는 우리가 만든 지표에 매달렸다는 인류가 저지른 가장 바보 같은 실수가 될 것입니다.

[앵커]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 생존에 우리가 집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 이런 말씀이셨습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였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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