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플, 美에 ‘화웨이 수출 라이선스’ 신청…“최선을 다할 뿐”

입력 2020.09.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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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화웨이에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미국 상무부는 오는 15일부터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는 자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는데요. 삼성디스플레이가 수출 라이선스를 공식 요청하면서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 디스플레이, 미국에 '화웨이 수출 라이선스' 신청한 배경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연간 출하량의 10% 정도를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액으로는 1조 5000억 원~2조 원 규몹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당장 수출이 금지되면 공백이 생깁니다.

게다가 최근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가부터 플래그십(최고급 기종)까지 전부 OLED 패널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의 OLED 수요가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까지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대부분을 중국 BOE가 납품하고 있었는데, 우리 기업들에 주어지는 기회가 더 커질 가능성이 생기는 겁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고객사입니다.

하지만 이번 제재안, 디스플레이 업계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칩의 원천 기술을 미국 ARM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상무부에 수출 라이선스를 신청한 것도 이러한 이윱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화웨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 정도로 적어 아직 라이선스를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승인 가능성은? …업계 "최선을 다할 뿐"

하지만 이러한 신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승인해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수출규제와 경제제재 전문가인 법무법인 아놀드앤포터의 이수미 변호사는 어제(1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주최로 열린 '미국 화웨이 최종 제재안 웨비나'에서 "사실상 화웨이 관련 반도체 물품에는 라이선스 발급을 안 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라이선스가 발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최종 제재안이 나오면서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법규상으론 90일 이내에 판단이 나온다고 돼 있으나 화웨이와 관련된 경우는 미국 상무부뿐 아니라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경험상 8개월은 족히 걸리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수출 라이선스를 신청한 이유는 뭘까요?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라는 고객사와의 거래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신청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긴 하지만, 미국도 '전면금지'가 아니라 프로세스를 강화한 차원인 만큼, 그동안 거래해온 업체에 계속 공급을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그게 허가가 나겠냐'라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데 굳이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거래처 다변화를 추구하는 게 당연하고, 반도체 업체들도 다들 신청을 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까지 분위기를 봤을 때는 '(라이선스 허가는) 안되지 않을까?'라는 전망이 많긴 하다. 화웨이를 그렇게 제재하는 게 목적인데 어떤 건 허가해주고 어떤 건 안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부품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타격? "장기적으로는 별 변화 없을 것"


이번 제재안으로 실제 화웨이로의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큰 타격이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그렇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화웨이로의 수출이 막히더라도, 스마트폰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업체로의 공급량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화웨이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사게 될 거고, 그러면 결국은 그 업체들이 기존에 화웨이가 갖고 있던 파이를 나누게 될 거기 때문에 부품사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화웨이에 주로 OLDE를 공급해온 중국 BOE의 경우는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인텔과 퀄컴 등 글로벌 업체와의 거래가 모두 막혔고, 이번 추가규제로 인해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을 길도 막혔습니다. 규제 직전까지 대량으로 재고를 비축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이 재고로도 내년 상반기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 BOE도 덩달아 공급할 수 있는 거래처가 줄어들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삼성전자나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품질 기준에 못 미쳐 아직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2.7%로 1위, 중국 BOE가 11.9%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안으로 변화를 맞게 된 디스플레이 업계, 앞으로의 대응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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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1 17:52:00
    취재K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화웨이에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미국 상무부는 오는 15일부터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는 자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는데요. 삼성디스플레이가 수출 라이선스를 공식 요청하면서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 디스플레이, 미국에 '화웨이 수출 라이선스' 신청한 배경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연간 출하량의 10% 정도를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액으로는 1조 5000억 원~2조 원 규몹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당장 수출이 금지되면 공백이 생깁니다.

게다가 최근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가부터 플래그십(최고급 기종)까지 전부 OLED 패널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의 OLED 수요가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까지 화웨이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대부분을 중국 BOE가 납품하고 있었는데, 우리 기업들에 주어지는 기회가 더 커질 가능성이 생기는 겁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고객사입니다.

하지만 이번 제재안, 디스플레이 업계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칩의 원천 기술을 미국 ARM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상무부에 수출 라이선스를 신청한 것도 이러한 이윱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화웨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 정도로 적어 아직 라이선스를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승인 가능성은? …업계 "최선을 다할 뿐"

하지만 이러한 신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승인해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수출규제와 경제제재 전문가인 법무법인 아놀드앤포터의 이수미 변호사는 어제(1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주최로 열린 '미국 화웨이 최종 제재안 웨비나'에서 "사실상 화웨이 관련 반도체 물품에는 라이선스 발급을 안 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라이선스가 발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최종 제재안이 나오면서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법규상으론 90일 이내에 판단이 나온다고 돼 있으나 화웨이와 관련된 경우는 미국 상무부뿐 아니라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경험상 8개월은 족히 걸리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수출 라이선스를 신청한 이유는 뭘까요?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라는 고객사와의 거래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신청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긴 하지만, 미국도 '전면금지'가 아니라 프로세스를 강화한 차원인 만큼, 그동안 거래해온 업체에 계속 공급을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그게 허가가 나겠냐'라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데 굳이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거래처 다변화를 추구하는 게 당연하고, 반도체 업체들도 다들 신청을 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까지 분위기를 봤을 때는 '(라이선스 허가는) 안되지 않을까?'라는 전망이 많긴 하다. 화웨이를 그렇게 제재하는 게 목적인데 어떤 건 허가해주고 어떤 건 안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부품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타격? "장기적으로는 별 변화 없을 것"


이번 제재안으로 실제 화웨이로의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큰 타격이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그렇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화웨이로의 수출이 막히더라도, 스마트폰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업체로의 공급량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화웨이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사게 될 거고, 그러면 결국은 그 업체들이 기존에 화웨이가 갖고 있던 파이를 나누게 될 거기 때문에 부품사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화웨이에 주로 OLDE를 공급해온 중국 BOE의 경우는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인텔과 퀄컴 등 글로벌 업체와의 거래가 모두 막혔고, 이번 추가규제로 인해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을 길도 막혔습니다. 규제 직전까지 대량으로 재고를 비축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이 재고로도 내년 상반기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 BOE도 덩달아 공급할 수 있는 거래처가 줄어들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삼성전자나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품질 기준에 못 미쳐 아직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2.7%로 1위, 중국 BOE가 11.9%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안으로 변화를 맞게 된 디스플레이 업계, 앞으로의 대응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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