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심상정’은 누구?…정의당 ‘새 얼굴’ 경쟁

입력 2020.09.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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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제3정당이자 대표적인 진보정당, 정의당의 새로운 대표가 이르면 이달 말 선출됩니다.

(후보 이름 가나다순) 김종민 전 부대표,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 박창진 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정의당 당 대표 선거는 단순히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지난해 7월 선출된 심상정 대표의 임기는 원래 내년 7월까지, 아직 10개월 넘게 남았습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지난 4.15 총선 뒤 당의 혁신을 요청하며 임기 단축을 선언했습니다.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떠난 뒤 심상정 대표마저 사퇴하면서, 정의당 즉 대한민국 진보정치를 일궈온 1세대가, 일단은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의당 당 대표 선거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얼굴을 찾는 선거인 셈입니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 속에서 역할을 찾아온 정의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선거이기도 합니다.

■ "정의당 혁신" 한목소리…해법은 제각각

정의당이 현재 '위기'이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든 후보의 생각이 같습니다. 하지만 해법은 각자 다릅니다.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내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김종민 후보는 '강한 진보야당'을 제시합니다. "강한 야성을 복원하고 기득권 모두에게 도전하겠다"면서 "당원과 지역·부문이란 뿌리를 튼튼히 하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동지'이자 '마지막 비서실장'인 김종철 후보는 "정의당이 진보정당다운 길을 지킬 때 가장 박수받았고 빛났다"면서 '진보정당다운 정치'를 강조합니다. 소득세 상향과 공공임대주택 대폭 공급, 기본자산제 도입 등 "개혁에 머물지 않고 대안 사회를 꿈꾸는 진보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당사자로 잘 알려진 박창진 후보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주장합니다. 특히 "나머지 후보들은 위기에 일정 책임이 있다. 독선적 이념주의와 정파 이익만 추구하는 연고집단이 문제"라며 당의 근본적인 혁신, 제2의 창당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인천 남동구청장을 지낸 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배진교 후보는 '통합의 리더십'과 '가치 중심의 대중정당'을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극복, 젠더 평등의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고, 이에 동의하는 세력은 모두 규합하겠다는 것입니다.

■ '민주당 2중대' 지적은 어떻게?

당 혁신 방안과 함께 후보들에게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은 '민주당 2중대'라는 달갑지 않은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정의당이 '위기'라 평가받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등과 이른바 '4+1 협의체'에 참여했던 정의당. 염원했던 준연동형비례제 선거제도 개혁은 이뤘지만,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이 따라왔습니다. 총선 결과마저 기대 이하, 정의당의 위기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김종민 후보는 가장 강경하게 "이번 선거는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것인가, '독립 정의당'의 길을 걸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말합니다.

"작아지는 것이 두려워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정의당은 정체성은 '커지는 것' 자체가 아니라, 정의당의 길을 걸을 때 커질 수 있다는 신념"이라는 게 김 후보의 말입니다.

김종철 후보도 "갈수록 보수화되는 민주당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면서 "정의당이 진보정당답게 개혁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의제를 따라가고 협력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보다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의제를 던지고 민주당 등 거대정당의 개혁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진교 후보는 "이제는 과거의 '민주대연합'은 끝났다"면서 "민주당이 시민들의 삶을 다 대변하는 것 같지만, 사실 상위 20%의 민주주의로 100%를 대변하는 것처럼 팬덤정치를 이끌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민주당과의 관계 문제를 정확히 하고, 당의 정체성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이 대변하는 시민과 정의당이 대변하는 시민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진 후보만 다른 세 후보와 생각이 달랐습니다. "우리가 언제 '민주당 2중대'였느냐"면서 "(차별화가) 편협한 정치적 이익을 위한 '발목잡기'로만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과 선을 긋자고 반대만 해서는 안 되고, 의제에 따라 협력하고 한편으로는 선도하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추미애 장관 논란'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보니 최근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생각도 다릅니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애매한 입장으로 논란이 됐던 정의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 관련 의혹에 후보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김종민 후보는 "추 장관이 국민 앞에 신속하고 투명하게 소명하고 결자해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치찌개 빨리 달라는 것이 청탁이냐'는 등의 민주당 내부 발언에, "민주당 역시 기득권 아니냐는 청년들의 불공정 물음에 스스로 돌아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이 책임지고 더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자신 있다면 특임검사 같은 것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좀 더 제대로 국민들에게 떳떳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진교 후보는 앞선 두 후보와 조금 다릅니다. "사실관계를 확실히 증명하면 될 문제이고, 추 장관이나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지나치게 이슈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임검사보다는 검찰이 수사결과를 빨리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박창진 후보의 의견은 가장 달랐는데, "정의당의 전반적인 기조를 따라가겠다"면서도 "개인 의견으로는, 이번 사태는 검찰개혁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입장과도 일부 비슷한 부분입니다.


■ 진보정치의 새 얼굴은 누구?

정의당의 당 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로만 치러집니다. 선거운동이 끝나면 23~27일 온라인 투표 등이 실시되며, 27일 개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음 달 초 다시 결선투표를 벌이게 됩니다.

각 후보는 당내 서로 다른 조직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속에 선거운동도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정의당 당 대표 선거는 '조직 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본 당의 혁신 방안과 방향에 대한 비전은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결과는 한국 진보정치의 새로운 방향과 새 얼굴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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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심상정’은 누구?…정의당 ‘새 얼굴’ 경쟁
    • 입력 2020-09-12 07:06:38
    취재K
원내 제3정당이자 대표적인 진보정당, 정의당의 새로운 대표가 이르면 이달 말 선출됩니다.

(후보 이름 가나다순) 김종민 전 부대표,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 박창진 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정의당 당 대표 선거는 단순히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지난해 7월 선출된 심상정 대표의 임기는 원래 내년 7월까지, 아직 10개월 넘게 남았습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지난 4.15 총선 뒤 당의 혁신을 요청하며 임기 단축을 선언했습니다.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떠난 뒤 심상정 대표마저 사퇴하면서, 정의당 즉 대한민국 진보정치를 일궈온 1세대가, 일단은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의당 당 대표 선거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얼굴을 찾는 선거인 셈입니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 속에서 역할을 찾아온 정의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선거이기도 합니다.

■ "정의당 혁신" 한목소리…해법은 제각각

정의당이 현재 '위기'이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든 후보의 생각이 같습니다. 하지만 해법은 각자 다릅니다.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내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김종민 후보는 '강한 진보야당'을 제시합니다. "강한 야성을 복원하고 기득권 모두에게 도전하겠다"면서 "당원과 지역·부문이란 뿌리를 튼튼히 하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동지'이자 '마지막 비서실장'인 김종철 후보는 "정의당이 진보정당다운 길을 지킬 때 가장 박수받았고 빛났다"면서 '진보정당다운 정치'를 강조합니다. 소득세 상향과 공공임대주택 대폭 공급, 기본자산제 도입 등 "개혁에 머물지 않고 대안 사회를 꿈꾸는 진보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당사자로 잘 알려진 박창진 후보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주장합니다. 특히 "나머지 후보들은 위기에 일정 책임이 있다. 독선적 이념주의와 정파 이익만 추구하는 연고집단이 문제"라며 당의 근본적인 혁신, 제2의 창당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인천 남동구청장을 지낸 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배진교 후보는 '통합의 리더십'과 '가치 중심의 대중정당'을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극복, 젠더 평등의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고, 이에 동의하는 세력은 모두 규합하겠다는 것입니다.

■ '민주당 2중대' 지적은 어떻게?

당 혁신 방안과 함께 후보들에게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은 '민주당 2중대'라는 달갑지 않은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정의당이 '위기'라 평가받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등과 이른바 '4+1 협의체'에 참여했던 정의당. 염원했던 준연동형비례제 선거제도 개혁은 이뤘지만,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이 따라왔습니다. 총선 결과마저 기대 이하, 정의당의 위기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김종민 후보는 가장 강경하게 "이번 선거는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것인가, '독립 정의당'의 길을 걸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말합니다.

"작아지는 것이 두려워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정의당은 정체성은 '커지는 것' 자체가 아니라, 정의당의 길을 걸을 때 커질 수 있다는 신념"이라는 게 김 후보의 말입니다.

김종철 후보도 "갈수록 보수화되는 민주당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면서 "정의당이 진보정당답게 개혁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의제를 따라가고 협력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보다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의제를 던지고 민주당 등 거대정당의 개혁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진교 후보는 "이제는 과거의 '민주대연합'은 끝났다"면서 "민주당이 시민들의 삶을 다 대변하는 것 같지만, 사실 상위 20%의 민주주의로 100%를 대변하는 것처럼 팬덤정치를 이끌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민주당과의 관계 문제를 정확히 하고, 당의 정체성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이 대변하는 시민과 정의당이 대변하는 시민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진 후보만 다른 세 후보와 생각이 달랐습니다. "우리가 언제 '민주당 2중대'였느냐"면서 "(차별화가) 편협한 정치적 이익을 위한 '발목잡기'로만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과 선을 긋자고 반대만 해서는 안 되고, 의제에 따라 협력하고 한편으로는 선도하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추미애 장관 논란'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보니 최근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생각도 다릅니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애매한 입장으로 논란이 됐던 정의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 관련 의혹에 후보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김종민 후보는 "추 장관이 국민 앞에 신속하고 투명하게 소명하고 결자해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치찌개 빨리 달라는 것이 청탁이냐'는 등의 민주당 내부 발언에, "민주당 역시 기득권 아니냐는 청년들의 불공정 물음에 스스로 돌아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이 책임지고 더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자신 있다면 특임검사 같은 것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좀 더 제대로 국민들에게 떳떳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진교 후보는 앞선 두 후보와 조금 다릅니다. "사실관계를 확실히 증명하면 될 문제이고, 추 장관이나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지나치게 이슈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임검사보다는 검찰이 수사결과를 빨리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박창진 후보의 의견은 가장 달랐는데, "정의당의 전반적인 기조를 따라가겠다"면서도 "개인 의견으로는, 이번 사태는 검찰개혁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입장과도 일부 비슷한 부분입니다.


■ 진보정치의 새 얼굴은 누구?

정의당의 당 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로만 치러집니다. 선거운동이 끝나면 23~27일 온라인 투표 등이 실시되며, 27일 개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음 달 초 다시 결선투표를 벌이게 됩니다.

각 후보는 당내 서로 다른 조직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속에 선거운동도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정의당 당 대표 선거는 '조직 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본 당의 혁신 방안과 방향에 대한 비전은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결과는 한국 진보정치의 새로운 방향과 새 얼굴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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