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7톤, 에어컨 22대 기부한 ‘인싸견’…“코로나19 극복 위해 나눔 늘릴 것”

입력 2020.09.1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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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에어컨을 발로 차며 틀어달라고 요구하는 강아지. 팔로워 백만 명이 넘는 SNS 스타견 '백호'의 계정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에어컨 패는 영상'을 본 한 가전업체는 백호의 보호자에게 에어컨 기부를 제안했습니다. 댓글 5백 개가 달릴 때마다 에어컨 1대를 기부하는 이벤트였는데 2시간 만에 댓글이 만 개를 넘었습니다. 백호는 올여름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에 22대의 에어컨을 기부하며 털 친구들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물했습니다.

인천의 유기동물보호소 ‘산수의 천사들’에 기부된 에어컨인천의 유기동물보호소 ‘산수의 천사들’에 기부된 에어컨

■ 한증막 같던 보호소에 시원한 바람…"백호 도움 고마워"

인천의 유기동물보호소인 '산수의 천사들'은 기부받은 에어컨을 수술한 강아지와 아픈 고양이들이 모인 방에 설치했습니다. 이 방의 동물들에게는 에어컨이 생명줄입니다. 특히 수술을 받은 강아지에게 더위는 치명적입니다. 습하고 더운 방에 모여든 벌레들이 상처에 알을 낳기 때문입니다. 부화한 벌레가 장기까지 파고 들어가면 강아지는 결국 생명을 잃게 됩니다.

보호소 매니저 김데니 씨는 "에어컨이 없었을 때는 아이스팩을 계속 갈아주고 선풍기 여러 대를 돌리며 버텼다"며 "에어컨이 있어서 올여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물 친구가 친구에게 선물한다는 게 너무 의미 있다"며 "사람이나 단체가 후원하는 것보다 강아지나 고양이 이름으로 후원을 받게 되면 덜 부담스럽고, 후원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한 번 더 상상하게 돼서 아주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백호 보호자 강승연 씨가 제작해 판매한 굿즈백호 보호자 강승연 씨가 제작해 판매한 굿즈

■ 사람보다 통 큰 강아지…2015년부터 사료 7톤 등 기부

백호의 통 큰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30여 곳의 보호소에 사료 7톤과 배변 패드 4만 장, 간식 3만 개, 난로와 선풍기 각각 40여 대 등을 기부했습니다. 사람도 하기 힘든 기부를 매년 이어올 수 있는 건 백호를 주인공으로 만든 달력과 핸드폰 케이스 등을 팔아 얻은 수익금 덕입니다. 제작비를 제외한 전액이 기부에 쓰입니다.

보호자 강승연 씨는 "작게 시작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며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수익금 기부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작은 친구들과 나눠 가지려고 만든 백호의 달력이었습니다. SNS 계정에 달력을 올렸더니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아 기부를 전제로 판매했는데 오백 부가 하루 만에 다 팔렸습니다. 지금은 부채, 텀블러, 에코백, 이어폰 케이스 등 물품도 다양해졌고 기부 규모도 커졌습니다.

이제는 업체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전북 군산의 한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댓글 1개당 5천 원 상당의 간식을 기부하기로 해 지난 5월 모두 2만 5천여 개, 1억 원어치의 간식을 보호소에 보냈습니다. 지난해에는 댓글 1개당 동물 우유 1개를 기부하는 이벤트를 열었고 만 개의 동물 우유를 기부했습니다.


■ 새로운 기부 문화 정착…"코로나19 극복 위해 나눔 늘릴 것"

또 다른 스타견 '절미'도 카드업체와 손잡고 체크카드 1장을 발급받을 때마다 3백 원씩 기부를 받아 천만 원을 동물구조단체에 후원했습니다. 고양이 순무의 보호자도 달력 판매 수익금과 책의 인세 일부를 고양이보호협회 등에 기부했습니다. 반려동물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유기동물을 돕는 기부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보호자 강승연 씨는 매년 1톤 정도씩 해오던 사료 기부를 올해는 6톤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코로나19로 보호소들의 후원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유기동물들이 밥을 굶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바라는 것은 "가장 어려운 한 해였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나눴던 한 해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면 제공 : 이웃집의 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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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3 06:08:01
    취재K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에어컨을 발로 차며 틀어달라고 요구하는 강아지. 팔로워 백만 명이 넘는 SNS 스타견 '백호'의 계정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에어컨 패는 영상'을 본 한 가전업체는 백호의 보호자에게 에어컨 기부를 제안했습니다. 댓글 5백 개가 달릴 때마다 에어컨 1대를 기부하는 이벤트였는데 2시간 만에 댓글이 만 개를 넘었습니다. 백호는 올여름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에 22대의 에어컨을 기부하며 털 친구들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물했습니다.

인천의 유기동물보호소 ‘산수의 천사들’에 기부된 에어컨
■ 한증막 같던 보호소에 시원한 바람…"백호 도움 고마워"

인천의 유기동물보호소인 '산수의 천사들'은 기부받은 에어컨을 수술한 강아지와 아픈 고양이들이 모인 방에 설치했습니다. 이 방의 동물들에게는 에어컨이 생명줄입니다. 특히 수술을 받은 강아지에게 더위는 치명적입니다. 습하고 더운 방에 모여든 벌레들이 상처에 알을 낳기 때문입니다. 부화한 벌레가 장기까지 파고 들어가면 강아지는 결국 생명을 잃게 됩니다.

보호소 매니저 김데니 씨는 "에어컨이 없었을 때는 아이스팩을 계속 갈아주고 선풍기 여러 대를 돌리며 버텼다"며 "에어컨이 있어서 올여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물 친구가 친구에게 선물한다는 게 너무 의미 있다"며 "사람이나 단체가 후원하는 것보다 강아지나 고양이 이름으로 후원을 받게 되면 덜 부담스럽고, 후원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한 번 더 상상하게 돼서 아주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백호 보호자 강승연 씨가 제작해 판매한 굿즈
■ 사람보다 통 큰 강아지…2015년부터 사료 7톤 등 기부

백호의 통 큰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30여 곳의 보호소에 사료 7톤과 배변 패드 4만 장, 간식 3만 개, 난로와 선풍기 각각 40여 대 등을 기부했습니다. 사람도 하기 힘든 기부를 매년 이어올 수 있는 건 백호를 주인공으로 만든 달력과 핸드폰 케이스 등을 팔아 얻은 수익금 덕입니다. 제작비를 제외한 전액이 기부에 쓰입니다.

보호자 강승연 씨는 "작게 시작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며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수익금 기부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작은 친구들과 나눠 가지려고 만든 백호의 달력이었습니다. SNS 계정에 달력을 올렸더니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아 기부를 전제로 판매했는데 오백 부가 하루 만에 다 팔렸습니다. 지금은 부채, 텀블러, 에코백, 이어폰 케이스 등 물품도 다양해졌고 기부 규모도 커졌습니다.

이제는 업체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전북 군산의 한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댓글 1개당 5천 원 상당의 간식을 기부하기로 해 지난 5월 모두 2만 5천여 개, 1억 원어치의 간식을 보호소에 보냈습니다. 지난해에는 댓글 1개당 동물 우유 1개를 기부하는 이벤트를 열었고 만 개의 동물 우유를 기부했습니다.


■ 새로운 기부 문화 정착…"코로나19 극복 위해 나눔 늘릴 것"

또 다른 스타견 '절미'도 카드업체와 손잡고 체크카드 1장을 발급받을 때마다 3백 원씩 기부를 받아 천만 원을 동물구조단체에 후원했습니다. 고양이 순무의 보호자도 달력 판매 수익금과 책의 인세 일부를 고양이보호협회 등에 기부했습니다. 반려동물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유기동물을 돕는 기부 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보호자 강승연 씨는 매년 1톤 정도씩 해오던 사료 기부를 올해는 6톤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코로나19로 보호소들의 후원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유기동물들이 밥을 굶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바라는 것은 "가장 어려운 한 해였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나눴던 한 해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면 제공 : 이웃집의 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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