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으로 땅 사고 법당 고친 나눔의 집…“이사진 해임해야”

입력 2020.09.14 (11:40) 수정 2020.09.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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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이사진 전원 해임해야" 결론
기부금 88억 중 나눔의집에 간 돈 2억 원에 불과
땅 사고 법당 증축하고…재산조성비에만 25억 원 지출
결산공시 의무 5년간 어기고도 제재 피한 나눔의집
손 놓고 있었던 감독기관들…"감사·징계 필요"

"나눔의집이요? 모든 게 엉터리였습니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의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첫 마디다.

나눔의집은 올해초 시설 직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이 쓰이지 않는다"고 내부고발을 하면서 기부금 관리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7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나눔의집 법인과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

조사단은 인권조사반, 회계조사반, 역사적가치반 등 5개 반으로 나뉘어 나눔의집 문제 전반을 들여다봤다. 경기도와 광주시 공무원 그리고 학계, 시민단체 인사 등 30여 명으로 꾸려진 조사단은 두 달여 간의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최종 결과보고서를 경기도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부고발자들이 폭로한 나눔의집의 문제점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된 돈이 엉뚱한 데 쓰였다는 점이다. 이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로도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10일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인 조영선 변호사가 KBS와 인터뷰하고 있다.10일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인 조영선 변호사가 KBS와 인터뷰하고 있다.

■ 기부금 모집 주체는 시설, 사용 주체는 법인?

나눔의집은 ①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②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후원 ③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이라는 목적으로 기부금을 모집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 같은 목적으로 나눔의집이 모금한 금액은 88억 7천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조사 결과 나눔의집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등록과 공시절차 없이 기부금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금품법 14조를 위반한 건데 적법한 신고 절차와 회계 감사 없이 기부금을 모집한 것이다.

당초 88억 7천만 원을 모금한 주체는 나눔의집 시설이었지만, 기부금 대부분은 나눔의집 법인이 관리했다. 기부금품 모집 주체와 사용 주체가 다른 것이다.

땅 사고 법당 고치고…후원 목적과 달리 쓰인 기부금

더 황당한 사실은 나눔의집이 모금한 88억 7천만 원의 기부금이 상당 부분 엉뚱한 데 쓰였다는 것이다.

나눔의집 법인은 지난 5년 동안 기부금 88억 7천만 원 가운데 나눔의집 시설로 2억 원(2.3%)을 전출했다. 반면 법인의 재산조성비 명목으로는 25억 7천만 원(28.9%)을 지출했다. 민관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시설에 채용된 직원들의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기부금 가운데 실제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천만 원 남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나눔의집. 경기도는 지난 7월 1일부터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나눔의집 시설, 법인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였다.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나눔의집. 경기도는 지난 7월 1일부터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나눔의집 시설, 법인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였다.

나눔의집 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쓴 돈 가운데는 토지 매입과 법당 수리를 위한 비용도 포함돼 있었다.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기부금으로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나눔의집은 별도의 허가 없이 나눔의집 주변 6억 7천만 원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눔의집 법인은 고유목적과 사업과 관계없는 법당을 나눔의집 수련관 3층에 마련하고 법당 수리 등을 위한 공사비로 3천여만 원을 지출했다. 역시 모집된 기부금의 목적과 동떨어진 지출이었다.

이 밖에도 나눔의집 상임이사인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이 주지로 있는 금산사에 등값으로 25만 원 상당의 기부금을 쓰는 등 조계종 산하 사찰에 18차례에 걸쳐 350여만 원을 지출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 나눔의집, 결산 공시 의무 5년간 어겼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문제가 불거진 뒤 나눔의집이 지난 6월 국세청에 공개한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은 기본적인 회계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눔의집을 비롯한 사회복지법인은 매년 기부금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떻게 썼는지 공개해야 한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나눔의집은 지난해 10억여 원을 지출했다. 지출 내역은 '시설 및 생활관 등 운영비 외'가 전부다. 후원자들이 기부한 돈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에서 회계조사반 팀장으로 활동한 김형배 회계사는 "국세청에 기부금 활용실적을 올릴 때는 월별·지출목적별로 구체적인 세부 내역을 올려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나눔의집을 비롯해 자산가액이 5억 원 이상의 공익법인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해마다 국세청에 결산공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나눔의집은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나눔의집이 지난 6월 국세청에 공개한 2019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세부 내역이 누락돼 있다.나눔의집이 지난 6월 국세청에 공개한 2019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세부 내역이 누락돼 있다.

■ 손 놓고 있었던 감독기관들…"감사·징계 필요"

세법을 어길 경우 해당 공익법인은 재산의 0.5%를 가산세로 부과해야 한다.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측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2019년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 참석자가 "공익법인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벌칙이 세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가산세가 나오는데, 전 재산의 0.5%다"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눔의집은 2019년 사업연도에 대한 결산공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권한이 있는 국세청조차 법을 위반한 나눔의집에 실제로 가산세를 부과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칙상 1차적으로 해당 법인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가산세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가 있는 공익법인에 대해 위반사항을 확인 후 가산세 등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나눔의집 시설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던 광주시가 후원금 관리 문제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관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2015년과 지난해 나눔의집에 대한 정기 지도감독을 실시하지 않았다. 또 올해를 제외하곤 나눔의집의 부실한 후원금 관리를 지적한 경우도 없었다.

조사단은 광주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통해 나눔의집의 각종 후원금 관리 문제 등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담당 공무원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감사·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최종 보고서에 담을 예정이다.

조사단 "이사진 전원 교체해야"…이사회 "조사내용, 과장·왜곡"

조사단은 나눔의집 최종 결과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경기도에 나눔의집 이사진들을 전원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이사회는 최종의결기구이자 집행기구"라며 "이사회 구성원들은 후원금 관리 부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역시 조만간 법률 검토를 거쳐 이사진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집 이사회 측은 조사 내용 중 과장, 왜곡된 사실이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다만 이사진 교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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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4 11:40:31
    • 수정2020-09-14 15:36:58
    취재K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이사진 전원 해임해야" 결론<br />기부금 88억 중 나눔의집에 간 돈 2억 원에 불과<br />땅 사고 법당 증축하고…재산조성비에만 25억 원 지출<br />결산공시 의무 5년간 어기고도 제재 피한 나눔의집<br />손 놓고 있었던 감독기관들…"감사·징계 필요"
"나눔의집이요? 모든 게 엉터리였습니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의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첫 마디다.

나눔의집은 올해초 시설 직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이 쓰이지 않는다"고 내부고발을 하면서 기부금 관리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7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나눔의집 법인과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

조사단은 인권조사반, 회계조사반, 역사적가치반 등 5개 반으로 나뉘어 나눔의집 문제 전반을 들여다봤다. 경기도와 광주시 공무원 그리고 학계, 시민단체 인사 등 30여 명으로 꾸려진 조사단은 두 달여 간의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최종 결과보고서를 경기도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부고발자들이 폭로한 나눔의집의 문제점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된 돈이 엉뚱한 데 쓰였다는 점이다. 이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로도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10일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인 조영선 변호사가 KBS와 인터뷰하고 있다.
■ 기부금 모집 주체는 시설, 사용 주체는 법인?

나눔의집은 ①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②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후원 ③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이라는 목적으로 기부금을 모집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 같은 목적으로 나눔의집이 모금한 금액은 88억 7천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조사 결과 나눔의집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등록과 공시절차 없이 기부금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금품법 14조를 위반한 건데 적법한 신고 절차와 회계 감사 없이 기부금을 모집한 것이다.

당초 88억 7천만 원을 모금한 주체는 나눔의집 시설이었지만, 기부금 대부분은 나눔의집 법인이 관리했다. 기부금품 모집 주체와 사용 주체가 다른 것이다.

땅 사고 법당 고치고…후원 목적과 달리 쓰인 기부금

더 황당한 사실은 나눔의집이 모금한 88억 7천만 원의 기부금이 상당 부분 엉뚱한 데 쓰였다는 것이다.

나눔의집 법인은 지난 5년 동안 기부금 88억 7천만 원 가운데 나눔의집 시설로 2억 원(2.3%)을 전출했다. 반면 법인의 재산조성비 명목으로는 25억 7천만 원(28.9%)을 지출했다. 민관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시설에 채용된 직원들의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기부금 가운데 실제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천만 원 남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나눔의집. 경기도는 지난 7월 1일부터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나눔의집 시설, 법인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였다.
나눔의집 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쓴 돈 가운데는 토지 매입과 법당 수리를 위한 비용도 포함돼 있었다.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기부금으로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나눔의집은 별도의 허가 없이 나눔의집 주변 6억 7천만 원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눔의집 법인은 고유목적과 사업과 관계없는 법당을 나눔의집 수련관 3층에 마련하고 법당 수리 등을 위한 공사비로 3천여만 원을 지출했다. 역시 모집된 기부금의 목적과 동떨어진 지출이었다.

이 밖에도 나눔의집 상임이사인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이 주지로 있는 금산사에 등값으로 25만 원 상당의 기부금을 쓰는 등 조계종 산하 사찰에 18차례에 걸쳐 350여만 원을 지출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 나눔의집, 결산 공시 의무 5년간 어겼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문제가 불거진 뒤 나눔의집이 지난 6월 국세청에 공개한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은 기본적인 회계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눔의집을 비롯한 사회복지법인은 매년 기부금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떻게 썼는지 공개해야 한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나눔의집은 지난해 10억여 원을 지출했다. 지출 내역은 '시설 및 생활관 등 운영비 외'가 전부다. 후원자들이 기부한 돈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에서 회계조사반 팀장으로 활동한 김형배 회계사는 "국세청에 기부금 활용실적을 올릴 때는 월별·지출목적별로 구체적인 세부 내역을 올려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나눔의집을 비롯해 자산가액이 5억 원 이상의 공익법인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해마다 국세청에 결산공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나눔의집은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나눔의집이 지난 6월 국세청에 공개한 2019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세부 내역이 누락돼 있다.
■ 손 놓고 있었던 감독기관들…"감사·징계 필요"

세법을 어길 경우 해당 공익법인은 재산의 0.5%를 가산세로 부과해야 한다.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측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2019년 나눔의집 법인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 참석자가 "공익법인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벌칙이 세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가산세가 나오는데, 전 재산의 0.5%다"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눔의집은 2019년 사업연도에 대한 결산공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권한이 있는 국세청조차 법을 위반한 나눔의집에 실제로 가산세를 부과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칙상 1차적으로 해당 법인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가산세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가 있는 공익법인에 대해 위반사항을 확인 후 가산세 등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나눔의집 시설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던 광주시가 후원금 관리 문제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관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2015년과 지난해 나눔의집에 대한 정기 지도감독을 실시하지 않았다. 또 올해를 제외하곤 나눔의집의 부실한 후원금 관리를 지적한 경우도 없었다.

조사단은 광주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통해 나눔의집의 각종 후원금 관리 문제 등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담당 공무원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감사·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최종 보고서에 담을 예정이다.

조사단 "이사진 전원 교체해야"…이사회 "조사내용, 과장·왜곡"

조사단은 나눔의집 최종 결과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경기도에 나눔의집 이사진들을 전원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이사회는 최종의결기구이자 집행기구"라며 "이사회 구성원들은 후원금 관리 부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역시 조만간 법률 검토를 거쳐 이사진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집 이사회 측은 조사 내용 중 과장, 왜곡된 사실이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다만 이사진 교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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