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기획① 수백 억 쏟아붓고도 악취…‘밑 빠진 독 물 붓기’

입력 2020.09.14 (16:32) 수정 2020.09.1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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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난다고 똥강, 똥강 합니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부산에는 '동천'이 있습니다. 부산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표 도심하천입니다.

최근 집중호우 땐 두 차례나 범람해 주변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어 전국적으로 더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동천을 따라 내려가 보면 청계천과는 많이 다릅니다.

악취와 쓰레기로 인상을 찌푸리게 됩니다. 이런 동천은 사실 부산에선 '똥강'으로 더 유명합니다.

부산시가 이 동천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며 사업을 벌인지 어언 30년, 과연 동천은 맑아졌을까요?

KBS는 동천의 개발 사업의 난맥상과 일관성 없는 사업 추진의 허점을 살펴보면 연속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동천의 발원지부터 하류까지 따라가 보고 그간 벌인 사업들을 조목조목 살펴보겠습니다.


동천의 발원지는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백양산입니다. 백양산 정상 인근까지 올라가면 작은 발원지 표지석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뒤쪽으로는 차갑고 맑은 샘물이 졸졸 흘러나옵니다.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이 물은 사람들이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합니다. 이렇게 깨끗한 물이 하류로 내려가면 물고기도 죽이는 살벌한 수질로 바뀝니다. 좀 더 내려가 보겠습니다.

물은 산을 타고 흘러 인근 절에서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립니다. 여기까지도 물은 맑습니다. 절에서 차를 타고 5분, 정상에서는 대략 10분 거리까지 내려가면 지리상 부산의 '정중앙' 지점이 나타납니다. 최근 재개발로 공사를 진행 중인 곳인데, 공사장 사이로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개울이 복개천으로 들어가는 지점이 이곳인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물이 투명해서 바닥의 이끼도 보일 정도입니다.


다시 물이 바깥으로 나오는 지점은 부산 대표 번화가인 도시철도 서면역 인근의 광무교입니다. 취재진이 내부를 들여다보려 하니 다리를 내려가기 전부터 악취가 풍기기 시작합니다. 하천의 물빛은 이미 시꺼멓게 변했습니다. 쓰레기가 곳곳에 떠내려왔고 물고기는 배를 내밀고 죽어 있습니다. 복개천 안쪽으로 들어가자 쓰레기와 오수가 우수관을 타고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동천이 급격하게 오염되는 원인으로는 동천과 연결된 지천 오염과 오염원을 알 수 없는 이른바 '비점오염원'들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동천의 지천은 모두 4개인데 대부분 중상류에서 동천과 만나고 중하류에서 호계천을 만나 하류까지 흘러갑니다. 호계천의 수질은 2006년 월별 하천 수질 측정이 시작된 이후 단 2차례를 빼고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인 BOD 수치가 매우 나쁨 수준인 10을 초과했습니다. 이 경우 물이 매우 혼탁하고 물고기가 살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렇게 흘러간 물은 부산 북항으로 흘러가는데요. 바다로 오염원이 그대로 노출돼 해양 오염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물론 부산시가 동천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 동천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으레 하곤 했으니까요. 수백억 원이 넘는 사업도 통 크게 추진하며 물고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했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하천을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곁들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업들 지금은 잘 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했던 정책들로 사업의 엇박자만 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닷물을 끌어와 동천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던 해수도수사업입니다. 2010년 부산시는 바닷물 5만 톤을 동천의 상류에서 흘려보내면 오염된 물이 씻겨 내려갈 거라고 했습니다.

바닷물을 끌어오는 관을 설치하고 물을 흘려보내는 시설을 만드는데 15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전기료며 수질개선 약품이며 매년 5억 원 가량의 예산을 또 투입했죠. 그런데 지금 그 시설은 멈춰있습니다. 기대했던 사업 효과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러자 부산시는 바닷물의 양이 적다며 5배를 늘리는 공사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또다시 막대한 돈이 들어서 공사비로 2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합니다. 물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유지비도 8억 원은 매년 들어갈 걸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동천은 깨끗해질 수 있을까요. 내일은 부산시가 지금 이 시각도 추진하고 있는 동천 관련 사업과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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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천’기획① 수백 억 쏟아붓고도 악취…‘밑 빠진 독 물 붓기’
    • 입력 2020-09-14 16:32:37
    • 수정2020-09-17 08:06:37
    취재K
"냄새난다고 똥강, 똥강 합니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부산에는 '동천'이 있습니다. 부산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표 도심하천입니다.

최근 집중호우 땐 두 차례나 범람해 주변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어 전국적으로 더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동천을 따라 내려가 보면 청계천과는 많이 다릅니다.

악취와 쓰레기로 인상을 찌푸리게 됩니다. 이런 동천은 사실 부산에선 '똥강'으로 더 유명합니다.

부산시가 이 동천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며 사업을 벌인지 어언 30년, 과연 동천은 맑아졌을까요?

KBS는 동천의 개발 사업의 난맥상과 일관성 없는 사업 추진의 허점을 살펴보면 연속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동천의 발원지부터 하류까지 따라가 보고 그간 벌인 사업들을 조목조목 살펴보겠습니다.


동천의 발원지는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백양산입니다. 백양산 정상 인근까지 올라가면 작은 발원지 표지석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뒤쪽으로는 차갑고 맑은 샘물이 졸졸 흘러나옵니다.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이 물은 사람들이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합니다. 이렇게 깨끗한 물이 하류로 내려가면 물고기도 죽이는 살벌한 수질로 바뀝니다. 좀 더 내려가 보겠습니다.

물은 산을 타고 흘러 인근 절에서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립니다. 여기까지도 물은 맑습니다. 절에서 차를 타고 5분, 정상에서는 대략 10분 거리까지 내려가면 지리상 부산의 '정중앙' 지점이 나타납니다. 최근 재개발로 공사를 진행 중인 곳인데, 공사장 사이로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개울이 복개천으로 들어가는 지점이 이곳인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물이 투명해서 바닥의 이끼도 보일 정도입니다.


다시 물이 바깥으로 나오는 지점은 부산 대표 번화가인 도시철도 서면역 인근의 광무교입니다. 취재진이 내부를 들여다보려 하니 다리를 내려가기 전부터 악취가 풍기기 시작합니다. 하천의 물빛은 이미 시꺼멓게 변했습니다. 쓰레기가 곳곳에 떠내려왔고 물고기는 배를 내밀고 죽어 있습니다. 복개천 안쪽으로 들어가자 쓰레기와 오수가 우수관을 타고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동천이 급격하게 오염되는 원인으로는 동천과 연결된 지천 오염과 오염원을 알 수 없는 이른바 '비점오염원'들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동천의 지천은 모두 4개인데 대부분 중상류에서 동천과 만나고 중하류에서 호계천을 만나 하류까지 흘러갑니다. 호계천의 수질은 2006년 월별 하천 수질 측정이 시작된 이후 단 2차례를 빼고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인 BOD 수치가 매우 나쁨 수준인 10을 초과했습니다. 이 경우 물이 매우 혼탁하고 물고기가 살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렇게 흘러간 물은 부산 북항으로 흘러가는데요. 바다로 오염원이 그대로 노출돼 해양 오염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물론 부산시가 동천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 동천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으레 하곤 했으니까요. 수백억 원이 넘는 사업도 통 크게 추진하며 물고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했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하천을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곁들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업들 지금은 잘 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했던 정책들로 사업의 엇박자만 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닷물을 끌어와 동천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던 해수도수사업입니다. 2010년 부산시는 바닷물 5만 톤을 동천의 상류에서 흘려보내면 오염된 물이 씻겨 내려갈 거라고 했습니다.

바닷물을 끌어오는 관을 설치하고 물을 흘려보내는 시설을 만드는데 15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전기료며 수질개선 약품이며 매년 5억 원 가량의 예산을 또 투입했죠. 그런데 지금 그 시설은 멈춰있습니다. 기대했던 사업 효과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러자 부산시는 바닷물의 양이 적다며 5배를 늘리는 공사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또다시 막대한 돈이 들어서 공사비로 2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합니다. 물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유지비도 8억 원은 매년 들어갈 걸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동천은 깨끗해질 수 있을까요. 내일은 부산시가 지금 이 시각도 추진하고 있는 동천 관련 사업과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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