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⑤ 지구온난화로 태풍은 더 강해지고 많아질까?

입력 2020.09.15 (09:45) 수정 2023.04.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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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2020년에는 6월 말부터 54일 동안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강력한 3개의 태풍(바비·마이삭·하이선)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의 원인으로 심각한 기후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재난의 강도와 양상이 달라진 만큼 이에 대처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 3명의 기고문을 연속으로 싣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태풍 전문가인 문일주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가 보내온 글입니다.]

■ 마이삭 하루 1,000mm 비, 바비 때는 초속 66m 강풍

올해 8월 27일 태풍 ‘바비’, 9월 3일과 7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연속적으로 한반도를 강타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태풍은 한반도에 도달했을 때 기록적으로 강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많은 지역에 피해를 남겼습니다.

태풍 마이삭 시기에는 한라산 남벽에서 하루에 1,000mm(1m)의 강수가 기록되었고, 태풍 바비 때에는 가거도에서 초속 66m의 순간풍속이 기록됐습니다. 이것은 2002년 태풍 루사 시기 강릉의 870mm의 일강수량과 2003년 태풍 매미 시기 고산의 초속 60m 최대순간풍속을 모두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입니다.

올해뿐 아니라 작년에도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고, 이 중에 3개는 9월에 한반도를 내습했습니다. 이것도 지난 58년 기록을 깨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 "해수면 온도가 오를수록 태풍은 강해진다"

이렇게 이례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강타함에 따라,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더 잦아지고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태풍의 특성 변화에 대한 주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고, 이미 관련된 많은 연구가 수행됐습니다.

미국 MIT의 저명한 과학자 엠마뉴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수온이 상승하는 경향과 유사하게 태풍의 활동도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엘스너 교수도 전 지구적으로 최강 태풍(상위 1% 이내의 가장 강한 태풍)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것의 원인은 해양의 수온 상승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GFDL 연구실의 넛슨 박사는 수치모델을 이용해 미래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수온이 상승하면 강한 태풍의 수가 더 많아질 수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그러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왜 강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많은 이론이 해수면 온도와 태풍 강도와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그중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엠마뉴엘 교수의 ‘열기관’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풍은 따뜻한 해수와 대기 상층의 차가운 공기와의 온도 차로 움직이는 일종의 열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즉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상승하고 이것이 상공의 찬 공기와 만나 응결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태풍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다는 더 따뜻할수록, 상층 대기의 온도는 더 낮을수록 태풍은 더 강하게 발달합니다.

2003년 태풍 '매미'의 진로, 위성영상 및 피해 사진2003년 태풍 '매미'의 진로, 위성영상 및 피해 사진

실제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2003년 매미(위 그림 1 참고)와 2002년 루사를 한반도 근해에서 미래 2~4도 높아진 수온에서 태풍을 모의해 본 결과, 두 태풍의 중심기압은 18hPa과 13hPa 감소하고, 풍속은 10m/s와 6m/s 각각 증가하였으며(아래 그림 2 참고), 이로 인해 폭풍 해일은 최대 68cm까지 더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수온이 상승할수록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까지 도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큰 해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렇게 되면 타이완 앞바다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던 태풍이, 미래에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2003년 태풍 매미(좌)와 2100년 태풍 매미(우)의 강도 비교. 한반도 상륙 시기에 2100년 매미는 높아진 수온으로 중심기압은 18hPa 감소하고, 최대풍속은 10m/s 증가함2003년 태풍 매미(좌)와 2100년 태풍 매미(우)의 강도 비교. 한반도 상륙 시기에 2100년 매미는 높아진 수온으로 중심기압은 18hPa 감소하고, 최대풍속은 10m/s 증가함

높은 수온 이외에 태풍의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의 상층과 하층의 바람 차이입니다. 윈드시어(wind shear)라고 하는 이러한 상하층의 바람 차이는 그 값이 커질수록 태풍이 똑바로 서서 회전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태풍은 회전하는 팽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팽이가 기울면 오래 돌지 못하듯이 상하층의 큰바람 차이는 태풍을 기울게 하여 약화시킵니다. 우리나라 상공에는 태풍보다 더 센 바람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일명 '제트기류'라고 하는 이 바람은 대기의 상하층 바람 차이를 크게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태풍이 이 제트기류를 만나면 태풍은 기울면서 상공의 건조한 공기가 중심으로 유입되어 급격히 약화됩니다. 제트기류가 태풍의 천적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 태풍 '천적'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다

그동안 열대 해역에 출현하는 강한 태풍들이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못했던 이유는 태풍의 길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과 더불어 이러한 제트기류의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강한 태풍의 북상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북극의 온난화 때문입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북극의 온난화는 바로 제트기류의 약화로 이어집니다. 지난 36년간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반도 근해에서 제트기류의 약화는 매우 뚜렷이 관측되고 있고.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서 해수 온도도 아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3).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이 점점 강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 36년간 북서 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위)와 윈드시어(아래)의 변화율. 수온은 한반도 근해에서 0.4~0.7℃ 상승하였고 윈드시어(제트기류)는 3~5m/s 감소하였음지난 36년간 북서 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위)와 윈드시어(아래)의 변화율. 수온은 한반도 근해에서 0.4~0.7℃ 상승하였고 윈드시어(제트기류)는 3~5m/s 감소하였음

■ 수온↑, 태풍 더 많이 발생한다는 생각은 '오해'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일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태풍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태풍이 발생하는 북서 태평양에서 수온과 태풍 발생수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둘은 관련성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수온이 상승한 시기에 태풍은 반대로 적게 발생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해수면 온도가 태풍의 발생에 필요한 최소 온도(26~27도)를 만족하느냐가 중요하며 수온이 높아진다고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수치모델을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한 결과들에서도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는 크게 상승하지만, 도리어 태풍의 개수는 줄어드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열대해역에서 상층 대기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대기가 안정화되어 태풍 발생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 또는 올가을에 수온이 높아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리라 예측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태풍의 발생은 수온보다는 그 지역에서 저기압성 순환이 얼마나 활발하고, 태풍의 씨앗이 되는 회전 성분(몬순 기압골, 공기 수렴, 파의 전파 등)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 그런데 왜, 한반도로 오는 태풍은 많아지나?

그렇다면 최근에 왜 이렇게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 특히 가을철에, 태풍이 잦아지고 있는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을 지배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은 가을철이 되면 동쪽으로 물러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태풍은 이동 경로가 일본이나 일본 동쪽 해상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가을철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가지 않고 버티면서 자주 태풍의 길이 한반도로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가을철(9월)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 비교. 전반기는 1981~1997년, 후반기는 1998~2019년, 2020년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통과 기간 평균임가을철(9월)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 비교. 전반기는 1981~1997년, 후반기는 1998~2019년, 2020년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통과 기간 평균임

특히 올해는 북서 태평양에서 태풍이 기록적으로 적게 발생하고 있지만(현재까지 10개, 평균은 18개), 지금까지 평균(약 3개)보다 많은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태풍의 이동 경로도 매우 이례적으로 거의 북진하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이것은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뿐 아니라 북쪽까지도 크게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림4 녹색 선). 작년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크게 확장하여(그림4 검정 선), 기록적으로 많은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와 최근 20년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가을철 북태평양고기압이 최근에 더 확장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위 그림4 빨강과 파랑 선 비교). 이것은 최근 나타나는 가을철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더 장기적인 현상임을 암시합니다. 이는 앞으로도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이 계속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태풍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아직 우리나라로 향하는 태풍을 딴 곳으로 보내거나 약화하는 기술은 없습니다. 아마 미래에도 인간이 태풍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태풍을 잘 예측하여 대비하는 방법뿐입니다. 미국은 자국에 접근하는 허리케인에 대해 허리케인 전용 비행기를 이용하여 관측하고, 관측한 자료를 수백 명의 연구진과 현업관계자가 활용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태풍 예측 및 연구에 투입되는 인력과 연구개발(R&D)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구온난화로 더 강해지는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태풍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태풍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상청은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과거에 경험한 태풍을 기준으로 대비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진을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대비해왔던 일본도 미래 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를 과소평가하여(규모 8까지 준비했으나 규모 9의 지진이 발생)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에 준비한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결국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과 같은 재앙으로 이어졌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만약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문은 KBS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일주 |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문일주 |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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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 위기]⑤ 지구온난화로 태풍은 더 강해지고 많아질까?
    • 입력 2020-09-15 09:45:59
    • 수정2023-04-24 15:35:28
    취재K
[편집자 주 : 2020년에는 6월 말부터 54일 동안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강력한 3개의 태풍(바비·마이삭·하이선)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의 원인으로 심각한 기후 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재난의 강도와 양상이 달라진 만큼 이에 대처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 3명의 기고문을 연속으로 싣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태풍 전문가인 문일주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가 보내온 글입니다.]

■ 마이삭 하루 1,000mm 비, 바비 때는 초속 66m 강풍

올해 8월 27일 태풍 ‘바비’, 9월 3일과 7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연속적으로 한반도를 강타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태풍은 한반도에 도달했을 때 기록적으로 강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많은 지역에 피해를 남겼습니다.

태풍 마이삭 시기에는 한라산 남벽에서 하루에 1,000mm(1m)의 강수가 기록되었고, 태풍 바비 때에는 가거도에서 초속 66m의 순간풍속이 기록됐습니다. 이것은 2002년 태풍 루사 시기 강릉의 870mm의 일강수량과 2003년 태풍 매미 시기 고산의 초속 60m 최대순간풍속을 모두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입니다.

올해뿐 아니라 작년에도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고, 이 중에 3개는 9월에 한반도를 내습했습니다. 이것도 지난 58년 기록을 깨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 "해수면 온도가 오를수록 태풍은 강해진다"

이렇게 이례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강타함에 따라,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더 잦아지고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태풍의 특성 변화에 대한 주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고, 이미 관련된 많은 연구가 수행됐습니다.

미국 MIT의 저명한 과학자 엠마뉴엘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수온이 상승하는 경향과 유사하게 태풍의 활동도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엘스너 교수도 전 지구적으로 최강 태풍(상위 1% 이내의 가장 강한 태풍)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것의 원인은 해양의 수온 상승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GFDL 연구실의 넛슨 박사는 수치모델을 이용해 미래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수온이 상승하면 강한 태풍의 수가 더 많아질 수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그러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왜 강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많은 이론이 해수면 온도와 태풍 강도와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그중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엠마뉴엘 교수의 ‘열기관’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풍은 따뜻한 해수와 대기 상층의 차가운 공기와의 온도 차로 움직이는 일종의 열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즉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상승하고 이것이 상공의 찬 공기와 만나 응결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태풍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다는 더 따뜻할수록, 상층 대기의 온도는 더 낮을수록 태풍은 더 강하게 발달합니다.

2003년 태풍 '매미'의 진로, 위성영상 및 피해 사진
실제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2003년 매미(위 그림 1 참고)와 2002년 루사를 한반도 근해에서 미래 2~4도 높아진 수온에서 태풍을 모의해 본 결과, 두 태풍의 중심기압은 18hPa과 13hPa 감소하고, 풍속은 10m/s와 6m/s 각각 증가하였으며(아래 그림 2 참고), 이로 인해 폭풍 해일은 최대 68cm까지 더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수온이 상승할수록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까지 도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더 큰 해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렇게 되면 타이완 앞바다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던 태풍이, 미래에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최고 강도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2003년 태풍 매미(좌)와 2100년 태풍 매미(우)의 강도 비교. 한반도 상륙 시기에 2100년 매미는 높아진 수온으로 중심기압은 18hPa 감소하고, 최대풍속은 10m/s 증가함
높은 수온 이외에 태풍의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의 상층과 하층의 바람 차이입니다. 윈드시어(wind shear)라고 하는 이러한 상하층의 바람 차이는 그 값이 커질수록 태풍이 똑바로 서서 회전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태풍은 회전하는 팽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팽이가 기울면 오래 돌지 못하듯이 상하층의 큰바람 차이는 태풍을 기울게 하여 약화시킵니다. 우리나라 상공에는 태풍보다 더 센 바람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일명 '제트기류'라고 하는 이 바람은 대기의 상하층 바람 차이를 크게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태풍이 이 제트기류를 만나면 태풍은 기울면서 상공의 건조한 공기가 중심으로 유입되어 급격히 약화됩니다. 제트기류가 태풍의 천적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 태풍 '천적'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다

그동안 열대 해역에 출현하는 강한 태풍들이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못했던 이유는 태풍의 길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과 더불어 이러한 제트기류의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강한 태풍의 북상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북극의 온난화 때문입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북극의 온난화는 바로 제트기류의 약화로 이어집니다. 지난 36년간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반도 근해에서 제트기류의 약화는 매우 뚜렷이 관측되고 있고.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서 해수 온도도 아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3).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이 점점 강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 36년간 북서 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위)와 윈드시어(아래)의 변화율. 수온은 한반도 근해에서 0.4~0.7℃ 상승하였고 윈드시어(제트기류)는 3~5m/s 감소하였음
■ 수온↑, 태풍 더 많이 발생한다는 생각은 '오해'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일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태풍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태풍이 발생하는 북서 태평양에서 수온과 태풍 발생수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둘은 관련성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수온이 상승한 시기에 태풍은 반대로 적게 발생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해수면 온도가 태풍의 발생에 필요한 최소 온도(26~27도)를 만족하느냐가 중요하며 수온이 높아진다고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수치모델을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한 결과들에서도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는 크게 상승하지만, 도리어 태풍의 개수는 줄어드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열대해역에서 상층 대기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대기가 안정화되어 태풍 발생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 또는 올가을에 수온이 높아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리라 예측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태풍의 발생은 수온보다는 그 지역에서 저기압성 순환이 얼마나 활발하고, 태풍의 씨앗이 되는 회전 성분(몬순 기압골, 공기 수렴, 파의 전파 등)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 그런데 왜, 한반도로 오는 태풍은 많아지나?

그렇다면 최근에 왜 이렇게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 특히 가을철에, 태풍이 잦아지고 있는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을 지배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은 가을철이 되면 동쪽으로 물러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태풍은 이동 경로가 일본이나 일본 동쪽 해상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가을철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가지 않고 버티면서 자주 태풍의 길이 한반도로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가을철(9월)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 비교. 전반기는 1981~1997년, 후반기는 1998~2019년, 2020년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통과 기간 평균임
특히 올해는 북서 태평양에서 태풍이 기록적으로 적게 발생하고 있지만(현재까지 10개, 평균은 18개), 지금까지 평균(약 3개)보다 많은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태풍의 이동 경로도 매우 이례적으로 거의 북진하는 형태를 보였습니다. 이것은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뿐 아니라 북쪽까지도 크게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림4 녹색 선). 작년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크게 확장하여(그림4 검정 선), 기록적으로 많은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와 최근 20년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가을철 북태평양고기압이 최근에 더 확장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위 그림4 빨강과 파랑 선 비교). 이것은 최근 나타나는 가을철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더 장기적인 현상임을 암시합니다. 이는 앞으로도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이 계속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태풍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아직 우리나라로 향하는 태풍을 딴 곳으로 보내거나 약화하는 기술은 없습니다. 아마 미래에도 인간이 태풍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태풍을 잘 예측하여 대비하는 방법뿐입니다. 미국은 자국에 접근하는 허리케인에 대해 허리케인 전용 비행기를 이용하여 관측하고, 관측한 자료를 수백 명의 연구진과 현업관계자가 활용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태풍 예측 및 연구에 투입되는 인력과 연구개발(R&D)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구온난화로 더 강해지는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태풍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태풍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상청은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과거에 경험한 태풍을 기준으로 대비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진을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대비해왔던 일본도 미래 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를 과소평가하여(규모 8까지 준비했으나 규모 9의 지진이 발생)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에 준비한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결국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과 같은 재앙으로 이어졌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만약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태풍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문은 KBS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일주 |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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