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식 안전띠’가 더 안전하다는데…근거는?

입력 2020.09.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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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통학버스에 설치된 2점식 안전띠 보호 성능이 미흡하다.”

한국소비자원과 보험개발원이 오늘 낸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두 기관은 6월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충돌시험장에서 10세 어린이 더미를 2점식 안전띠가 설치된 어린이 통학버스에 태운 뒤, 56㎞/h로 주행하다 고정 벽에 정면으로 충돌시켰습니다.

그 결과 2점식 안전띠는 상반신을 적절히 잡아주지 못해 머리가 수평 방향으로 73㎝ 가량 이동했고, 머리가 앞좌석에 부딪혀 그 충격으로 앞좌석 후면이 파손되는 등 상해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띠는 대부분 2점식으로 되어 있어서 어린이 통학버스에 3점식 이상의 어린이용 안전띠 설치 의무화를 국토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3점식 안전띠’가 더 안전하다는데, 근거는 없다?

어린이 통학버스에 설치된 2점식 안전띠 보호 성능이 3점식 안전띠보다 미흡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조건에서 2점식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와 3점식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 하지만 보도자료 어디에도 3점식 안전띠 실험 결과는 없었습니다.

다만 3점식 안전띠는 3개의 지지점이 시트에 고정돼 있어 벨트가 어깨와 허리, 복부를 감싸 충돌 시 상체를 구속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반면, 2점식 안전띠는 띠의 양 끝이 시트 좌우 2개의 지지점에 고정돼 있어 충돌 시 허리 부분만 구속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생각될 뿐입니다.

실험을 진행했던 보험개발원에 물었습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당시 3점식 안전띠 실험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험을 위해 소형 승합자동차를 구했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나머지 좌석은 2점식 안전띠만 설치돼 있어, 조수석 뒷자리를 3점식으로 개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뒤 운전석 뒷자리(2점식)와 조수석 뒷자리(3점식)에 10세 더미를 각각 태우고 고정 벽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3점식으로 개조한 조수석 뒷자리의 시트가 파손된 겁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측정값은 나올 수 없었고, 보도자료에는 빠진 겁니다. 언론에 제공한 영상에도 이런 장면이 고스란히 등장합니다.

미국 스쿨버스 어린이용 안전벨트미국 스쿨버스 어린이용 안전벨트

■ 국토부 “실험 방식 동의 어려워”…현대차 “어린이용 3점식 안전띠 개발 착수

이 같은 실험 방식에 대해 국토부에 물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충돌 실험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점식에 카시트도 없이 고정 벽에 56㎞/h로 정면충돌하면 당연히 상체 쏠림 현상과 머리 손상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정면충돌일 경우 3점식 안전띠가 더 안전할 수 있지만, 측면 충돌일 경우 또 달라질 수 있다며 단순히 이 실험 결과만 가지고 2점식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띠의 보호 기능이 미흡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5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띠의 경우 어린이 착석을 고려해 안전띠 어깨 부분 부착장치 설치범위를 기존보다 낮은 높이로 조절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비자원이 주장한 대로 어린이용 3점식 안전띠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영세업자 등에게 차량 개조 등의 비용으로 수천만 원의 경제적 비용이 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한 뒤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한편 현대자동차 등 통학버스 주요 제작사는 어린이용 3점식 안전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스타렉스 후속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차에는 미국 사례 등을 참고한 3점식 안전띠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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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점식 안전띠’가 더 안전하다는데…근거는?
    • 입력 2020-09-15 15:08:00
    취재K
“어린이 통학버스에 설치된 2점식 안전띠 보호 성능이 미흡하다.”

한국소비자원과 보험개발원이 오늘 낸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두 기관은 6월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충돌시험장에서 10세 어린이 더미를 2점식 안전띠가 설치된 어린이 통학버스에 태운 뒤, 56㎞/h로 주행하다 고정 벽에 정면으로 충돌시켰습니다.

그 결과 2점식 안전띠는 상반신을 적절히 잡아주지 못해 머리가 수평 방향으로 73㎝ 가량 이동했고, 머리가 앞좌석에 부딪혀 그 충격으로 앞좌석 후면이 파손되는 등 상해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띠는 대부분 2점식으로 되어 있어서 어린이 통학버스에 3점식 이상의 어린이용 안전띠 설치 의무화를 국토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3점식 안전띠’가 더 안전하다는데, 근거는 없다?

어린이 통학버스에 설치된 2점식 안전띠 보호 성능이 3점식 안전띠보다 미흡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조건에서 2점식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와 3점식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 하지만 보도자료 어디에도 3점식 안전띠 실험 결과는 없었습니다.

다만 3점식 안전띠는 3개의 지지점이 시트에 고정돼 있어 벨트가 어깨와 허리, 복부를 감싸 충돌 시 상체를 구속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반면, 2점식 안전띠는 띠의 양 끝이 시트 좌우 2개의 지지점에 고정돼 있어 충돌 시 허리 부분만 구속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생각될 뿐입니다.

실험을 진행했던 보험개발원에 물었습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당시 3점식 안전띠 실험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험을 위해 소형 승합자동차를 구했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나머지 좌석은 2점식 안전띠만 설치돼 있어, 조수석 뒷자리를 3점식으로 개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뒤 운전석 뒷자리(2점식)와 조수석 뒷자리(3점식)에 10세 더미를 각각 태우고 고정 벽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3점식으로 개조한 조수석 뒷자리의 시트가 파손된 겁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측정값은 나올 수 없었고, 보도자료에는 빠진 겁니다. 언론에 제공한 영상에도 이런 장면이 고스란히 등장합니다.

미국 스쿨버스 어린이용 안전벨트
■ 국토부 “실험 방식 동의 어려워”…현대차 “어린이용 3점식 안전띠 개발 착수

이 같은 실험 방식에 대해 국토부에 물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충돌 실험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점식에 카시트도 없이 고정 벽에 56㎞/h로 정면충돌하면 당연히 상체 쏠림 현상과 머리 손상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정면충돌일 경우 3점식 안전띠가 더 안전할 수 있지만, 측면 충돌일 경우 또 달라질 수 있다며 단순히 이 실험 결과만 가지고 2점식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띠의 보호 기능이 미흡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5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띠의 경우 어린이 착석을 고려해 안전띠 어깨 부분 부착장치 설치범위를 기존보다 낮은 높이로 조절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비자원이 주장한 대로 어린이용 3점식 안전띠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영세업자 등에게 차량 개조 등의 비용으로 수천만 원의 경제적 비용이 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한 뒤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한편 현대자동차 등 통학버스 주요 제작사는 어린이용 3점식 안전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스타렉스 후속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차에는 미국 사례 등을 참고한 3점식 안전띠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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