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덜 마셨으니 운전하라고 했다”…동승자, 회유 의혹 제기돼

입력 2020.09.16 (17:41) 수정 2020.09.16 (18: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운전하라고 했다” VS “기억이 없다”

“술 덜 마셨으니 운전하라고 했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남성이 숨진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로 구속된 33살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했다는 말입니다. 자신은 대리기사를 부르자고 했으나 음주운전 차량의 동승자 47살 B 씨가 자신에게 운전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동승자 B 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며 A 씨와 진술 내용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해당 ‘벤츠’ 차량은 동승자 B 씨 회사의 소유. 남의 고급 차를 A 씨가 나서서 운전했다는 부분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A 씨 지인 문자 메시지 보내…회유 의혹 제기

이런 가운데 그날(8일) 밤 술자리를 함께했던 일행이 A 씨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오빠가 도와준다고 할 때 속 타는 내 맘 좀 알고 협조 좀 하자”, “너 합의금이 얼마나 됐다, 된다고 쳐. 너 이거 할 능력 안 되잖아”, “오빠가 입건되면 너를 도와줄 걸 못 돕잖아”, “민사상 합의를 오빠가 해주겠대. 빨리 처리하자고” 등입니다. 이 일행은 A 씨의 학교 동창,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0일입니다.

그날 술자리는 동승자 B 씨와 다른 일행 2명이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1차 술자리가 9시쯤 끝나자 한 숙박업소로 자리를 옮겼고 이 자리에 A 씨는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그 뒤 일행을 남기고 두 사람만 자리에서 일어섰고, 음주운전을 하고 가다가 사고를 낸 것입니다.

YTN캡쳐YTN캡쳐


문자 메시지를 통해 A 씨의 동창으로 알려진 일행은 B 씨를 대신해 ‘변호사를 선임해라, 합의를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하며 B 씨가 입건되면 도와줄 수 없다’는 의견을 전합니다. B 씨는 그날 A 씨와 처음 알게 된 만큼 사고와 관련해 직접 말을 건네기 곤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A 씨를 회유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사고 당시 이들은 피해자를 구하기 위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동승자 B 씨는 변호사를 찾았다는 주장이 나와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확인 결과, 변호사를 선임한 B 씨와 달리 A 씨는 변호사가 없는 상태입니다.

경찰은 해당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인 A 씨의 진술과 함께 새로 제기되는 문제를 자세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서로의 진술이 달라 의혹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음주운전 교사 → ‘적극적’ 음주운전 방조

경찰이 관심을 두고 있는 혐의 중 하나는 `음주운전 방조` 부분입니다. A 씨의 진술대로라면 B 씨는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사람의 진술이 다르지만 명확한 사실은 A 씨가 B 씨 회사 법인 차량을 운전했다는 겁니다. B 씨의 허락 없이 A 씨가 남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면 음주운전 ‘교사’가 될까요?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음주운전에 ‘교사’ 혐의는 없다고 합니다.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는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가정범’ 즉 과실에 의해서 사망사고에 이르게 된 것이기 때문에 살인죄의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겁니다.

음주운전 방조 ’고의성‘ 입증 중요

앞서 취재하면서 음주운전 방조 혐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방조’를 입증하는 데는 고의성 여부가 제일 중요합니다. 즉 음주운전을 할 것을 우선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동승자가 만취해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음주운전 방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동승자가 음주운전을 독려하거나 권유한 경우, 음주 운전을 알면서도 차 키를 제공한 경우, 상사가 부하 직원의 음주운전을 방치한 경우, 대리기사가 오기 어려운 곳에서 술을 판매한 경우 등에 한해서 소극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음주사고 운전자를 엄벌하는 것은 물론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방조한 동승자도 강력히 처벌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치권에서도 음주운전 동승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제2의 윤창호법’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번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60만 명 가까이 동의했습니다. 이 글이 올라온 지 나흘 뒤에는 지난달 말에 시화방조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40대 가장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법을 악용해서 빠져나가지 않게…동승자 처벌 강화해야!”

이들이 국민청원까지 한 이유는 단순히 이번 사고 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한 처벌뿐만이 아닐 겁니다. 음주운전자와 동승자, 방조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아버지를 잃은 딸’의, ‘가장을 잃은 아내’의 ‘피눈물’이 담긴 호소입니다. 대형 로펌 변호사를 고용해 빠져나가고, 피해자인 척 연기하고, 술에 취해 몰랐다고 발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술 덜 마셨으니 운전하라고 했다”…동승자, 회유 의혹 제기돼
    • 입력 2020-09-16 17:41:48
    • 수정2020-09-16 18:04:54
    취재K
“운전하라고 했다” VS “기억이 없다”

“술 덜 마셨으니 운전하라고 했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남성이 숨진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로 구속된 33살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했다는 말입니다. 자신은 대리기사를 부르자고 했으나 음주운전 차량의 동승자 47살 B 씨가 자신에게 운전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동승자 B 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며 A 씨와 진술 내용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해당 ‘벤츠’ 차량은 동승자 B 씨 회사의 소유. 남의 고급 차를 A 씨가 나서서 운전했다는 부분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A 씨 지인 문자 메시지 보내…회유 의혹 제기

이런 가운데 그날(8일) 밤 술자리를 함께했던 일행이 A 씨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오빠가 도와준다고 할 때 속 타는 내 맘 좀 알고 협조 좀 하자”, “너 합의금이 얼마나 됐다, 된다고 쳐. 너 이거 할 능력 안 되잖아”, “오빠가 입건되면 너를 도와줄 걸 못 돕잖아”, “민사상 합의를 오빠가 해주겠대. 빨리 처리하자고” 등입니다. 이 일행은 A 씨의 학교 동창,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0일입니다.

그날 술자리는 동승자 B 씨와 다른 일행 2명이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1차 술자리가 9시쯤 끝나자 한 숙박업소로 자리를 옮겼고 이 자리에 A 씨는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그 뒤 일행을 남기고 두 사람만 자리에서 일어섰고, 음주운전을 하고 가다가 사고를 낸 것입니다.

YTN캡쳐

문자 메시지를 통해 A 씨의 동창으로 알려진 일행은 B 씨를 대신해 ‘변호사를 선임해라, 합의를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하며 B 씨가 입건되면 도와줄 수 없다’는 의견을 전합니다. B 씨는 그날 A 씨와 처음 알게 된 만큼 사고와 관련해 직접 말을 건네기 곤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A 씨를 회유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사고 당시 이들은 피해자를 구하기 위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동승자 B 씨는 변호사를 찾았다는 주장이 나와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확인 결과, 변호사를 선임한 B 씨와 달리 A 씨는 변호사가 없는 상태입니다.

경찰은 해당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인 A 씨의 진술과 함께 새로 제기되는 문제를 자세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서로의 진술이 달라 의혹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음주운전 교사 → ‘적극적’ 음주운전 방조

경찰이 관심을 두고 있는 혐의 중 하나는 `음주운전 방조` 부분입니다. A 씨의 진술대로라면 B 씨는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사람의 진술이 다르지만 명확한 사실은 A 씨가 B 씨 회사 법인 차량을 운전했다는 겁니다. B 씨의 허락 없이 A 씨가 남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면 음주운전 ‘교사’가 될까요?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음주운전에 ‘교사’ 혐의는 없다고 합니다.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는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가정범’ 즉 과실에 의해서 사망사고에 이르게 된 것이기 때문에 살인죄의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겁니다.

음주운전 방조 ’고의성‘ 입증 중요

앞서 취재하면서 음주운전 방조 혐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방조’를 입증하는 데는 고의성 여부가 제일 중요합니다. 즉 음주운전을 할 것을 우선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동승자가 만취해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음주운전 방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동승자가 음주운전을 독려하거나 권유한 경우, 음주 운전을 알면서도 차 키를 제공한 경우, 상사가 부하 직원의 음주운전을 방치한 경우, 대리기사가 오기 어려운 곳에서 술을 판매한 경우 등에 한해서 소극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음주사고 운전자를 엄벌하는 것은 물론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방조한 동승자도 강력히 처벌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치권에서도 음주운전 동승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제2의 윤창호법’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번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60만 명 가까이 동의했습니다. 이 글이 올라온 지 나흘 뒤에는 지난달 말에 시화방조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40대 가장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법을 악용해서 빠져나가지 않게…동승자 처벌 강화해야!”

이들이 국민청원까지 한 이유는 단순히 이번 사고 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한 처벌뿐만이 아닐 겁니다. 음주운전자와 동승자, 방조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아버지를 잃은 딸’의, ‘가장을 잃은 아내’의 ‘피눈물’이 담긴 호소입니다. 대형 로펌 변호사를 고용해 빠져나가고, 피해자인 척 연기하고, 술에 취해 몰랐다고 발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