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 판사 증인들에게 넘어가

입력 2020.09.16 (19:43) 수정 2020.09.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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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가, 곧 증인으로 소환이 예정된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두 명에게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두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서면을 각각 제출하면서, 검찰이 증인신청과 관련해 재판부에 냈던 의견서 내용을 비판한 것입니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이 열람·복사 신청을 해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 피고인 측을 거쳐, 검찰 의견서가 사건의 증인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이범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그제(14일)와 어제(15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에 각각 의견서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김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재판부의 증인 채택 결정에 따라, 오는 26일과 다음달 7일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두 사람은 검찰이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사건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 개입 사건의 1심과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재판장이 오늘(16일) 재판에서 언급한 김 부장판사의 의견서 내용을 보면,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지난달 12일자로 재판부에 낸 의견서의 내용을 반박하며 자신에 대한 증인 채택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사단계에서 자신이 출석을 거부해서 검찰이 수사를 못한 것이 아니고, 재판부 내부 논의 내용이나 배경에 관해 검찰이 신문하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의 비공개 원칙'에 위반된다고 김 부장판사는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위법한 별건압수에 의해 취득한 자료를 제시하거나 그 내용을 기초로 해서 신문을 시도하는 것도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법원 내부 통신망이나 법관들에게 보낸 이메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사법농단' 수사 당시 검찰이 자신의 이메일에 대해 위법한 별건 압수를 실시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한편 재판장이 소개한 이 부장판사의 불출석사유서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검사가 8월 12일자 의견서에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면서 제시한 내용들은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검사의 일방적 추측에 기초한 것으로 사실과 전혀 동떨어져 있다"는 취지로 검찰 의견서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제출한 진술서로 증언을 대체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증인 신분인 두 사람이 모두 서면에서 검찰 의견서를 구체적으로 비판하자, 검찰은 자신들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가 어떻게 증인들에게 전달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검사는 오늘 재판에서 "어떻게 재판부에 낸 검사의 의견서가 증인들에게 전달이 됐고, 증인들이 그것에 기초해서 다시 또 반박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있다"라며 밝혔습니다. 이어 "재판부께서 제공해주시지는 않았을 텐데, 변호인들께서 어떤 이유에서든 (증인들에게) 제공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며 "그런 일이 있다면 좀 자제하도록 지휘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오늘 재판에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검사는 또 두 사람의 증인 출석 거부 사유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사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합의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을지언정 불출석 사유는 되지 않는다"라며 이미 여러 판사들이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과거 재판부의 합의 내용에 대해 증언한 사실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본인이 재판하시는 것도 아닌데 위법수집증거를 주장하며 증인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검사는 이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에 출석해 답변한 적도 있는 만큼 '원세훈 사건' 재판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물어볼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부장판사가 불출석 사유를 밝히며 제출한 진술서 내용이 다른 관련자들과의 진술과 어긋나, 증인신문을 통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김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하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않았으면서 뒤늦게 법정에 불러 "모색적 입증"을 하겠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장은 "증인신문이 제대로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상황을 예상해보면 대단히 좀 고민스러운 상황"이라며 "일단 (증인으로) 채택이 된 상태이긴 한데, 이 증인들(김시철·이범균)에 대한 증인 신청을 계속 유지하실지 검사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라고만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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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 판사 증인들에게 넘어가
    • 입력 2020-09-16 19:43:00
    • 수정2020-09-17 07:28:02
    사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가, 곧 증인으로 소환이 예정된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두 명에게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두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서면을 각각 제출하면서, 검찰이 증인신청과 관련해 재판부에 냈던 의견서 내용을 비판한 것입니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이 열람·복사 신청을 해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 피고인 측을 거쳐, 검찰 의견서가 사건의 증인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이범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그제(14일)와 어제(15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에 각각 의견서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김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재판부의 증인 채택 결정에 따라, 오는 26일과 다음달 7일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두 사람은 검찰이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사건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 개입 사건의 1심과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재판장이 오늘(16일) 재판에서 언급한 김 부장판사의 의견서 내용을 보면,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지난달 12일자로 재판부에 낸 의견서의 내용을 반박하며 자신에 대한 증인 채택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사단계에서 자신이 출석을 거부해서 검찰이 수사를 못한 것이 아니고, 재판부 내부 논의 내용이나 배경에 관해 검찰이 신문하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의 비공개 원칙'에 위반된다고 김 부장판사는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위법한 별건압수에 의해 취득한 자료를 제시하거나 그 내용을 기초로 해서 신문을 시도하는 것도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법원 내부 통신망이나 법관들에게 보낸 이메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사법농단' 수사 당시 검찰이 자신의 이메일에 대해 위법한 별건 압수를 실시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한편 재판장이 소개한 이 부장판사의 불출석사유서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검사가 8월 12일자 의견서에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면서 제시한 내용들은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검사의 일방적 추측에 기초한 것으로 사실과 전혀 동떨어져 있다"는 취지로 검찰 의견서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제출한 진술서로 증언을 대체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증인 신분인 두 사람이 모두 서면에서 검찰 의견서를 구체적으로 비판하자, 검찰은 자신들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가 어떻게 증인들에게 전달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검사는 오늘 재판에서 "어떻게 재판부에 낸 검사의 의견서가 증인들에게 전달이 됐고, 증인들이 그것에 기초해서 다시 또 반박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있다"라며 밝혔습니다. 이어 "재판부께서 제공해주시지는 않았을 텐데, 변호인들께서 어떤 이유에서든 (증인들에게) 제공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며 "그런 일이 있다면 좀 자제하도록 지휘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오늘 재판에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검사는 또 두 사람의 증인 출석 거부 사유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사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합의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을지언정 불출석 사유는 되지 않는다"라며 이미 여러 판사들이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과거 재판부의 합의 내용에 대해 증언한 사실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본인이 재판하시는 것도 아닌데 위법수집증거를 주장하며 증인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검사는 이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에 출석해 답변한 적도 있는 만큼 '원세훈 사건' 재판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 물어볼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부장판사가 불출석 사유를 밝히며 제출한 진술서 내용이 다른 관련자들과의 진술과 어긋나, 증인신문을 통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 단계에서 김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하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않았으면서 뒤늦게 법정에 불러 "모색적 입증"을 하겠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장은 "증인신문이 제대로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상황을 예상해보면 대단히 좀 고민스러운 상황"이라며 "일단 (증인으로) 채택이 된 상태이긴 한데, 이 증인들(김시철·이범균)에 대한 증인 신청을 계속 유지하실지 검사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라고만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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