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제·세균? 니가 왜 거기서 나와…유아 구강 물티슈의 민낯

입력 2020.09.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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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표정으로 모유나 분유를 먹는 젖먹이 아기의 귀여운 얼굴. 영화나 드라마는 딱 여기까지만 보여줍니다. 다 먹고 난 뒤 아기 입안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수유 뒤에 아기 입안을 닦아줘야 하는걸 몰랐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깨끗한 거즈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편리한 일회용 제품을 많이들 찾으십니다. 구강 청결 물티슈, 멸균 구강 티슈 등의 제품입니다.

하루에 몇 번이나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제품인데 과연 안전할까요?

해외직구 일부 제품에 기준치 넘는 방부제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아용 구강 청결용 물휴지 13개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해봤습니다. 각각 국내 허가 7개 제품, 해외직구 6개 제품입니다.

일단 국내 허가 제품은 모두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해외직구품입니다. 6개 제품 가운데 2개 제품에서 보존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Aleva Naturals의 Bamboo baby Tooth ‘n’ Gum Wipes에서는 기준치의 4.3배, drbrown‘s의 tooth&gum wipes에서는 기준치의 1.2배를 초과한 벤조산이 검출됐습니다.

벤조산은 보존제, 쉽게 말해 방부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부나 눈, 호흡기에 자극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제품인데 세균이 검출된 제품도 있습니다. Jack&Jill의 NATURAL BABY GUM & TOOTH WIPES에서는 1mL에 2,800개의 세균과 2,800개의 진균이 검출됐습니다. 이 제품은 특히 steam sterilized, 즉 스팀으로 살균했다고 광고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전에 문제는 없다지만 광고와 다른 제품들도

앞서 보셨듯이 광고만 믿고 있어도 될까요? 소비자원 조사 결과 안전에 문제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광고와 달리 들어있지 않다고 했던 물질이 나온 경우가 드러났습니다.

(주)에코오가닉 코리아의 에티켓 핑거 구강 티슈 제품은 ’무알콜‘이라고 광고했습니다. 저자극을 추구하는 부모님들 눈길을 더 사로잡았겠죠? 그런데 조사 결과 에탄올 11ppm이 검출됐습니다.

역시 무알콜을 내세웠던 drbrown’s의 tooth & gum wipes 제품에서는 에탄올 13ppm이 나왔습니다.

에탄올은 눈과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제품에 들어갈 경우 ‘부모나 어른의 지도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야 합니다.

에코오가닉 코리아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면 환불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메탄올 검출 시험 장면(자료:한국소비자원)메탄올 검출 시험 장면(자료:한국소비자원)

술인줄 알고 마셨다가 사망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의 단골인 메탄올이 검출된 제품도 있습니다.

Pigeon의 ピヅョン 歯みがきナップ(치아구강청결티슈)와 Akachan Honpo의 歯みがきティッチュ(아기 이 닦기 티슈)에서는 각각 6ppm, 5ppm의 메탄올이 검출됐습니다.

의약품 중 잔류용매 제한 기준인 3,000ppm에는 모자라는 숫자이긴 합니다만, 두 제품 모두 무알콜임을 내세웠던 걸 보면 소비자 입장에선 씁쓸하기만 합니다.

구멍난 해외직구 관리...소비자 현혹하는 광고문구도 가득

문제가 된 해외직구 제품들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해외직구 제품은 정부의 품목허가나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팔려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제품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관리가 안 되는 정체불명의 제품이라는 거죠.

소비자원은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해외직구 제품의 유통을 막기 위해 판매중지를 요청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입니다.

화려한 광고 문구 뒤에 숨은 비밀

비싸더라도 아기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제품·해외직구 제품을 가리지 않고 불분명한 광고가 도배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화학물이나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은’, ‘화학성분 0%’ 등의 광고문구는 완전무결한 제품, 유해화학물질이 전혀 없는 안전한 제품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문구 역시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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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존제·세균? 니가 왜 거기서 나와…유아 구강 물티슈의 민낯
    • 입력 2020-09-17 12:02:41
    취재K
평화로운 표정으로 모유나 분유를 먹는 젖먹이 아기의 귀여운 얼굴. 영화나 드라마는 딱 여기까지만 보여줍니다. 다 먹고 난 뒤 아기 입안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수유 뒤에 아기 입안을 닦아줘야 하는걸 몰랐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깨끗한 거즈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편리한 일회용 제품을 많이들 찾으십니다. 구강 청결 물티슈, 멸균 구강 티슈 등의 제품입니다.

하루에 몇 번이나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제품인데 과연 안전할까요?

해외직구 일부 제품에 기준치 넘는 방부제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아용 구강 청결용 물휴지 13개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해봤습니다. 각각 국내 허가 7개 제품, 해외직구 6개 제품입니다.

일단 국내 허가 제품은 모두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해외직구품입니다. 6개 제품 가운데 2개 제품에서 보존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Aleva Naturals의 Bamboo baby Tooth ‘n’ Gum Wipes에서는 기준치의 4.3배, drbrown‘s의 tooth&gum wipes에서는 기준치의 1.2배를 초과한 벤조산이 검출됐습니다.

벤조산은 보존제, 쉽게 말해 방부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부나 눈, 호흡기에 자극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제품인데 세균이 검출된 제품도 있습니다. Jack&Jill의 NATURAL BABY GUM & TOOTH WIPES에서는 1mL에 2,800개의 세균과 2,800개의 진균이 검출됐습니다. 이 제품은 특히 steam sterilized, 즉 스팀으로 살균했다고 광고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전에 문제는 없다지만 광고와 다른 제품들도

앞서 보셨듯이 광고만 믿고 있어도 될까요? 소비자원 조사 결과 안전에 문제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광고와 달리 들어있지 않다고 했던 물질이 나온 경우가 드러났습니다.

(주)에코오가닉 코리아의 에티켓 핑거 구강 티슈 제품은 ’무알콜‘이라고 광고했습니다. 저자극을 추구하는 부모님들 눈길을 더 사로잡았겠죠? 그런데 조사 결과 에탄올 11ppm이 검출됐습니다.

역시 무알콜을 내세웠던 drbrown’s의 tooth & gum wipes 제품에서는 에탄올 13ppm이 나왔습니다.

에탄올은 눈과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제품에 들어갈 경우 ‘부모나 어른의 지도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야 합니다.

에코오가닉 코리아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면 환불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메탄올 검출 시험 장면(자료:한국소비자원)
술인줄 알고 마셨다가 사망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의 단골인 메탄올이 검출된 제품도 있습니다.

Pigeon의 ピヅョン 歯みがきナップ(치아구강청결티슈)와 Akachan Honpo의 歯みがきティッチュ(아기 이 닦기 티슈)에서는 각각 6ppm, 5ppm의 메탄올이 검출됐습니다.

의약품 중 잔류용매 제한 기준인 3,000ppm에는 모자라는 숫자이긴 합니다만, 두 제품 모두 무알콜임을 내세웠던 걸 보면 소비자 입장에선 씁쓸하기만 합니다.

구멍난 해외직구 관리...소비자 현혹하는 광고문구도 가득

문제가 된 해외직구 제품들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해외직구 제품은 정부의 품목허가나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팔려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제품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관리가 안 되는 정체불명의 제품이라는 거죠.

소비자원은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해외직구 제품의 유통을 막기 위해 판매중지를 요청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입니다.

화려한 광고 문구 뒤에 숨은 비밀

비싸더라도 아기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제품·해외직구 제품을 가리지 않고 불분명한 광고가 도배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화학물이나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은’, ‘화학성분 0%’ 등의 광고문구는 완전무결한 제품, 유해화학물질이 전혀 없는 안전한 제품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문구 역시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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