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뒤통수 vs 매수 기회…LG화학 분할 효과는?

입력 2020.09.17 (12:38) 수정 2020.09.17 (13: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LG화학 물적분할 막아주세요" 국민청원까지 등장

'2차전지 대장주'라고 불리면서 뜨거운 증시의 활황을 이끌었던 LG화학, 하지만 주주들의 최근 심기는 불편합니다. LG화학이 오늘(17일) 전지사업본부를 물적 분할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LG화학 주주라고 밝힌,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엘지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에 피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오전 10시 기준으로 3천1백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물적분할이 뭐기에…LG화학 주주가치 어떻게 변하나?

이 청원뿐 아니라 주주들이 있는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는 LG화학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주주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LG화학이 분할되면 '알짜'라는 2차전지에 대해서는 주주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물적분할이 발생한다면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회사가 LG화학의 자회사로 탄생합니다. 이 자회사의 지분 100%는 LG화학에 귀속됩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자회사가 다른 주주를 모집할 것으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신규 자금 유치가 목적이 아니라면 분할할 필요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전체 주식의 50%가량을 새로 발행한다면 기존 주주인 LG화학이 가진 지분의 가치는 66.7%로 낮아지게 됩니다. 100% 소유하고 있을 때도 자회사라서 찜찜한데, 다른 주주까지 끼어든다면 LG화학 주주들의 입지가 낮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식을 다수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주가 되어도 큰 이득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해달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것 때문입니다.

LG화학이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자회사가 아니라 별도의 회사가 되며 LG화학 주주들은 자동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주가 됩니다. 인적분할을 원하는 이유는 일단 주식이라는 확실한 담보를 가지고 싶은 심리 때문입니다.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분석가도

이번 물적분할의 효과에 대해서는 소액주주들과 달리 생각하는 분석전문가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가 성장률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기에 인적분할이 아니란 이유로 주가 하락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또, 분할은 "저평가된 전지 가치가 재조명을 받을 기회"라고 주장합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 분할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LG화학은 주주 가치를 어떻게 보호할까?

2차전지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입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회사들이 2차전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만큼 올해 세계 1위로 부상한 LG화학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서 격차를 벌려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채권을 발행하거나 자동차회사와의 연합을 추진하거나, 또는 벌어들인 이익을 선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물적분할과 별도 상장이 가장 나은 방법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기존 주주들의 주주 가치는 일단은 희석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수급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별도 상장된다면 2차전지에 투자하고 싶은 주주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사지 굳이 모회사라는 이유로 LG화학 주식을 사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아직은 이번 분할 결정이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소액주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과거 우리나라의 재벌이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소액주주들의 주주 가치를 내팽개친 사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가 거기에 해당할지, 결국은 주주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주 뒤통수 vs 매수 기회…LG화학 분할 효과는?
    • 입력 2020-09-17 12:38:34
    • 수정2020-09-17 13:18:02
    취재K
"LG화학 물적분할 막아주세요" 국민청원까지 등장

'2차전지 대장주'라고 불리면서 뜨거운 증시의 활황을 이끌었던 LG화학, 하지만 주주들의 최근 심기는 불편합니다. LG화학이 오늘(17일) 전지사업본부를 물적 분할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LG화학 주주라고 밝힌,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엘지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에 피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오전 10시 기준으로 3천1백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물적분할이 뭐기에…LG화학 주주가치 어떻게 변하나?

이 청원뿐 아니라 주주들이 있는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는 LG화학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주주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LG화학이 분할되면 '알짜'라는 2차전지에 대해서는 주주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물적분할이 발생한다면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회사가 LG화학의 자회사로 탄생합니다. 이 자회사의 지분 100%는 LG화학에 귀속됩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자회사가 다른 주주를 모집할 것으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신규 자금 유치가 목적이 아니라면 분할할 필요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전체 주식의 50%가량을 새로 발행한다면 기존 주주인 LG화학이 가진 지분의 가치는 66.7%로 낮아지게 됩니다. 100% 소유하고 있을 때도 자회사라서 찜찜한데, 다른 주주까지 끼어든다면 LG화학 주주들의 입지가 낮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식을 다수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주가 되어도 큰 이득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해달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것 때문입니다.

LG화학이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자회사가 아니라 별도의 회사가 되며 LG화학 주주들은 자동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주가 됩니다. 인적분할을 원하는 이유는 일단 주식이라는 확실한 담보를 가지고 싶은 심리 때문입니다.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분석가도

이번 물적분할의 효과에 대해서는 소액주주들과 달리 생각하는 분석전문가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가 성장률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기에 인적분할이 아니란 이유로 주가 하락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또, 분할은 "저평가된 전지 가치가 재조명을 받을 기회"라고 주장합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 분할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LG화학은 주주 가치를 어떻게 보호할까?

2차전지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입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회사들이 2차전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만큼 올해 세계 1위로 부상한 LG화학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서 격차를 벌려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채권을 발행하거나 자동차회사와의 연합을 추진하거나, 또는 벌어들인 이익을 선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물적분할과 별도 상장이 가장 나은 방법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기존 주주들의 주주 가치는 일단은 희석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수급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별도 상장된다면 2차전지에 투자하고 싶은 주주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사지 굳이 모회사라는 이유로 LG화학 주식을 사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아직은 이번 분할 결정이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소액주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과거 우리나라의 재벌이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소액주주들의 주주 가치를 내팽개친 사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가 거기에 해당할지, 결국은 주주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