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수민족 언어교육 탄압…조선족 한글 교육 어쩌나

입력 2020.09.19 (22:16) 수정 2020.09.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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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9월 새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국어 교육 강화조치에 몽골족 학생,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학교에서 소수민족 언어인 몽골어 대신 중국어로 수업하도록 했기 때문인데요.

민족 말살 정책이라며 해외에 거주있는 몽골족까지 시위에 동참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글을 많이 사용하는 조선족 자치주인 옌볜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많은 동포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몽골인 천2백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새학기에 도입한 중국어 강화 조치 때문입니다.

[시위 참가자 : "몽골어 교육을 중국어로 바꾸는 것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처럼 몽골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새학기 부터 몽골어 대신 중국어로 된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 부터 어문 과목을 중국어로 가르치도록 했습니다.

또한 정치와 역사 과목도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중국어로 수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네이멍구 위성 TV 앵커멘트 : "민족언어로 수업하는 학교에서 국가통편 교재를 사용하는 것은 민족통합과 지역 발전 촉진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네이멍구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잇따랐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한채 학교 운동장과 거리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몽골족 학부모 : "몽골족으로서 저와 많은 학무모들은 우리 모국어가 점차 다른 언어로 대체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우리는 중국어 공부도 잘할 것이고,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계속해 왔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없을 거예요."]

3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시위는 밤까지 이어졌습니다.

네이멍구 방송국 직원 3백며 명은 이번 교육정책은 위헌이라며 사발통문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언허바투/남몽골인권정보센터 주임 : "이것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말살 정책이에요.지금 몽골인의 전통문화는 거의 중국정부 한테 압살당했어요."]

사태가 악화되자 중국 공안당국은 시위 주동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검거에 나섰습니다.

후허하오터에서는 군용 장갑차가 시내에서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몽골족 교사 : "전에도 저희는 아주 잘 배웠어요.배우고 나서 우리 누구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고,아무도 중화인민공화국을 반대하지 않았어요."]

이번 사태를 촉발한 중국어 통일 교과서는 소수 민족 분리 독립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통일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당장 중국내 최대 중국동포 집단 거주지인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내 대학가 앞에 있는 먹자 거리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대부분 중국어와 함께 한글 간판이 내걸려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중국어를 쓰는 것 보다 더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문을 연 지 3달 밖에 안된 이 업소도 한글 간판을 달았습니다.

[이근호/‘홍대포차’운영 : "여기는 조선족 자치주다 보니까 한국에서 다니는 여러분 교포도많고 조선족이다보니까 다 상대를 위해서 한겁니다."]

하지만 학교 주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고등학교는 올 신학기 부터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만든 '어문' 교과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족 학교에서 사용하는 중국어 교과섭니다.

또한 중국 역사와 정치 교재도 통일 교과서로 바뀌었습니다.

[연변 교육 출판사 관계자 :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 시작했고 아마 내년은 중학교 1학년이 실시할것이고 몇년 지나서 천천히 초등학교 1학년이 할거예요."]

초등학교인 조선족 소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초등 1학년생 하교에 맞춰, 마중을 나온 학부모들 사이로 학원 관계자들이 눈에 띕니다.

중국어 학습 보충을 위해섭니다.

[학원 관계자 : "중국어가 좀 달리면은 학원에 오면은 숙제하는데 많이 편리하죠."]

한 1학년생에게 중국어 어문 과목을 배우는 지 물었습니다.

[조선족 소학교 1학년 : "네 배우고 있습니다. 토끼 토끼는 가볍게 뛰고 강아지 강아지는 천천히 달리고..."]

[김희영/1학년생 학부모 : "그래도 중국이니까 중국말이 우선 더 잘해야되지 않을까요. 조선말도 더 잘하면 더 좋고 다 다같이 잘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먼저 시작했습니다."]

2023년 대학입시 부터 소수민족 가산점이 없어지는데다, 어문,역사,정치 과목을 중국어로 입시를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족 학생과 중국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글 교육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 조선족 소학교는 허룽시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입니다.

하지만 이번 중국 교육 당국의 중국어 강화 조치로 이마저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싹트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고 명문고등학교인 옌볜 1중은 올해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한 명도 진학을 시키지 못했습니다.

[최광열/학부모 : "언어상에도 앞으로 우리 자제들이 민족을 우리언어라든가 이런게 유지할라는지 그게 걱정되네요."]

조선족 인구 감소로 힘을 잃고 있는 조선족 학교가 중국의 교육 방침으로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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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소수민족 언어교육 탄압…조선족 한글 교육 어쩌나
    • 입력 2020-09-19 22:16:05
    • 수정2020-09-19 22: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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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9월 새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국어 교육 강화조치에 몽골족 학생,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학교에서 소수민족 언어인 몽골어 대신 중국어로 수업하도록 했기 때문인데요.

민족 말살 정책이라며 해외에 거주있는 몽골족까지 시위에 동참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글을 많이 사용하는 조선족 자치주인 옌볜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많은 동포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몽골인 천2백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새학기에 도입한 중국어 강화 조치 때문입니다.

[시위 참가자 : "몽골어 교육을 중국어로 바꾸는 것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처럼 몽골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새학기 부터 몽골어 대신 중국어로 된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 부터 어문 과목을 중국어로 가르치도록 했습니다.

또한 정치와 역사 과목도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중국어로 수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네이멍구 위성 TV 앵커멘트 : "민족언어로 수업하는 학교에서 국가통편 교재를 사용하는 것은 민족통합과 지역 발전 촉진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네이멍구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잇따랐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한채 학교 운동장과 거리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몽골족 학부모 : "몽골족으로서 저와 많은 학무모들은 우리 모국어가 점차 다른 언어로 대체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우리는 중국어 공부도 잘할 것이고,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계속해 왔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없을 거예요."]

3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시위는 밤까지 이어졌습니다.

네이멍구 방송국 직원 3백며 명은 이번 교육정책은 위헌이라며 사발통문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언허바투/남몽골인권정보센터 주임 : "이것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말살 정책이에요.지금 몽골인의 전통문화는 거의 중국정부 한테 압살당했어요."]

사태가 악화되자 중국 공안당국은 시위 주동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검거에 나섰습니다.

후허하오터에서는 군용 장갑차가 시내에서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몽골족 교사 : "전에도 저희는 아주 잘 배웠어요.배우고 나서 우리 누구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고,아무도 중화인민공화국을 반대하지 않았어요."]

이번 사태를 촉발한 중국어 통일 교과서는 소수 민족 분리 독립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통일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당장 중국내 최대 중국동포 집단 거주지인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내 대학가 앞에 있는 먹자 거리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대부분 중국어와 함께 한글 간판이 내걸려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중국어를 쓰는 것 보다 더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문을 연 지 3달 밖에 안된 이 업소도 한글 간판을 달았습니다.

[이근호/‘홍대포차’운영 : "여기는 조선족 자치주다 보니까 한국에서 다니는 여러분 교포도많고 조선족이다보니까 다 상대를 위해서 한겁니다."]

하지만 학교 주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고등학교는 올 신학기 부터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만든 '어문' 교과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족 학교에서 사용하는 중국어 교과섭니다.

또한 중국 역사와 정치 교재도 통일 교과서로 바뀌었습니다.

[연변 교육 출판사 관계자 :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 시작했고 아마 내년은 중학교 1학년이 실시할것이고 몇년 지나서 천천히 초등학교 1학년이 할거예요."]

초등학교인 조선족 소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초등 1학년생 하교에 맞춰, 마중을 나온 학부모들 사이로 학원 관계자들이 눈에 띕니다.

중국어 학습 보충을 위해섭니다.

[학원 관계자 : "중국어가 좀 달리면은 학원에 오면은 숙제하는데 많이 편리하죠."]

한 1학년생에게 중국어 어문 과목을 배우는 지 물었습니다.

[조선족 소학교 1학년 : "네 배우고 있습니다. 토끼 토끼는 가볍게 뛰고 강아지 강아지는 천천히 달리고..."]

[김희영/1학년생 학부모 : "그래도 중국이니까 중국말이 우선 더 잘해야되지 않을까요. 조선말도 더 잘하면 더 좋고 다 다같이 잘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먼저 시작했습니다."]

2023년 대학입시 부터 소수민족 가산점이 없어지는데다, 어문,역사,정치 과목을 중국어로 입시를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족 학생과 중국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글 교육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 조선족 소학교는 허룽시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입니다.

하지만 이번 중국 교육 당국의 중국어 강화 조치로 이마저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싹트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고 명문고등학교인 옌볜 1중은 올해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한 명도 진학을 시키지 못했습니다.

[최광열/학부모 : "언어상에도 앞으로 우리 자제들이 민족을 우리언어라든가 이런게 유지할라는지 그게 걱정되네요."]

조선족 인구 감소로 힘을 잃고 있는 조선족 학교가 중국의 교육 방침으로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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