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동생 실형인데 검찰 판정패?…무죄 부분 보니

입력 2020.09.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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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웅동학원의 운영을 둘러싼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이 지난 18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18일 구속기소 된 지 딱 10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인데요. 조 전 장관 일가 가운데는 5촌 조카 조범동 씨에 이어 두 번째로 실형을 선고받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동생 조 씨에 대한 유죄 판결과 실형 선고에도 검찰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상식에 반한다", "논리를 꿰맞춘 게 아닌가 싶다"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왜 그런 건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6개 혐의 중 5개 '무죄'…스스로 시인한 혐의만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는 조 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 4천7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조 씨는 크게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업무방해·배임수재), ▲허위채권·소송(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강제집행면탈),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범인도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이 가운데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고, 나머지 5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사실 이 혐의는 조 씨가 이미 재판 과정에서 시인하고, 반성한다고 밝혀왔던 혐의입니다. 조 씨에게 돈을 전달해준 공범 2명도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은 상태였고요. 유죄 선고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상황이었죠. 재판부는 선고를 위해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그런 이상 실형 선고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다퉈왔던 나머지 혐의들이 줄줄이 무죄로 판단되면서, 조 씨의 형은 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6년에 훨씬 못 미치는 징역 1년으로 결정됐습니다. 이미 구속된 채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던 기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6개월 정도의 형만 남은 셈입니다. 조 씨 입장에선 법정에서 주장했던 부분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판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법인의 재산을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며 중형을 구형했던 검찰 입장에선 당혹스럽겠죠. 검찰은 곧바로 "항소하여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한 판단을 다시 구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조국 동생 '무죄' 만든 3가지 쟁점

그럼 재판부가 어째서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던 건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2016년과 2017년 웅동중학교 사회과 교사를 채용하면서 사무국장 지위에 있던 조 씨가 지원자 2명에게서 모두 1억 8천만 원을 받은 뒤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넘겨준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조 씨가 학교의 교사 채용 업무를 방해(업무방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배임수재)했다고 보지는 않았는데요. 언뜻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죠?

답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때" 처벌한다는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 조항에 있었습니다. 조 씨가 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사무국장'이라는 지위는 학교법인 소유 재산과 관련한 소송에 대응하고 부동산 관련 재산을 관리하는 자리이지, 교직원 채용 담당자는 아니라는 거죠. 애초에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도 배임수재죄 적용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조 씨가 웅동학원으로부터 교직원 채용 업무를 위임받았다거나 교직원 채용에 관한 사무를 처리할 무슨 신임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지난해 가장 떠들썩했던 '허위 소송' 의혹입니다. 복잡한 혐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2006년과 2017년 학교를 상대로 가짜 소송을 벌여 승소하면서 그 대가로 학교에 115억여 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입니다. 당시 조 씨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이면서 건설 하도급업체 대표를 맡기도 했었는데, 아예 실체가 없는 허위공사를 토대로 공사대금 채권을 확보한 뒤 이를 두고 소송을 한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웅동중학교에는 지금도 테니스장이 없는데, 당시 공사대금에 테니스장을 지어주는 비용이 포함됐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죠.

그런데 이 의혹, 재판부는 실체가 없다고 봤습니다. 우선 문제의 '공사대금 채권'이 허위라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컸습니다. 재판부는 "웅동중학교 신축이전공사 중 진입로와 교사부지 정지공사와 관련된 공사대금 채권은 진실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웅동학원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검찰 주장의 토대가 완전히 무너진 셈입니다.

이어 재판부는 2017년 소송과 관련해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법리적인 설명을 내놨는데요. 검찰은 그동안 조씨가 2006년에 학교를 상대로 한 양수금 소송에 승소하면서 획득한 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2017년에서 다시 소송을 벌였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2017년 2차 소송은 2006년 1차 소송에 대해 재확인받은 것일 뿐, 또 다른 법익을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역시 설사 사실관계는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재판부는 "가령 돈을 훔치면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피해자에게 절도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그 돈으로 소비한 행위는 다시 횡령·배임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며 "이미 절도죄에서 완전히 평가가 끝났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증거인멸 혐의는 지난해 8월 형인 조국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 이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후배들로 하여금 각종 자료를 파쇄하거나 손으로 찢게 만든 혐의(증거인멸교사), 그리고 앞서 채용비리 혐의에 연루됐던 공범들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혐의(범인도피)인데요. 이 역시 모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범인도피 혐의의 경우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지만, 증거인멸교사 혐의의 경우 공소사실에 포함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조 씨가 단순히 증거인멸을 지시한 '교사범'이 아니라 직접 핵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동정범'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더 중한 죄를 저지른 것 같지만, 우리 형법상 피고인 본인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저지른 증거인멸 행위는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이 판단을 다시 하기 위해 지난 5월로 예정됐던 선고를 미루고 변론을 재개하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18일,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조국 전 장관의 동생지난 18일,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조국 전 장관의 동생

■ 검찰 "공범보다도 형량 낮아…무죄 논리 꿰맞췄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수사팀 관계자는 "(재판부가) 무죄를 만들려고 논리를 꿰맞춘 거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우선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선, '주범' 조 씨의 지시를 받고 훨씬 적은 이익을 취득한 공범들이 이미 조 씨보다 더 무거운 형을 확정받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업무방해 혐의에 더해 조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던 배임수재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됐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공범 재판의 1심과 2심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양립할 수 없고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채용 업무 담당자가 아니라는 재판부 논리가 잘못됐다고 말했는데요. 조 씨가 시험지와 답안지를 입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채용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고, 응시자들 입장에서는 '사무국장'도 채용에 손을 써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돈을 건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학교의 모든 업무, 이른바 '안살림'을 맡은 게 사무국장이라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허위소송 혐의에 대해서도 1차 소송과 2차 소송을 따로 떼어 본 건 잘못됐다며, 이 모든 게 같은 목적으로 이뤄진 하나의 연결된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2차 소송만 놓고 봐도 만료된 채권이 새로 생긴 것이니 새롭게 불법이 야기된 것이라고 주장했죠. 공사가 허위라는 점도 공사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충분히 증거로서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선 이미 범인도피죄로 유죄가 선고된 공범이 있다는 점에서 양립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조만간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조국 "가족들은 연루 안 돼"…또 '개인비리'로 끝난 일가 재판

동생에 대한 유죄 판결 직후,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만 "제가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 후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저인망수사가 전개되면서, 동생의 이 비리가 발견됐다"며 지난해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또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 외에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엔 게시글 하나를 더 올렸습니다. "저와 정경심 교수, 학원 이사장이신 모친 등은 동생 공소장에 적혀 있는 어떠한 범죄혐의에도 연루돼 있지 않다"며, 자신과 가족들을 모두 '웅동학원 채용비리자'로 몰아가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반드시 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죠.

실제로 동생 조 씨가 받는 혐의는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기소된 혐의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습니다. 조 전 장관은 1999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정 교수는 2013년 9월부터 현재까지 웅동학원 이사를 맡고 있지만 조 씨 공소장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수사의 시작은 '일가 비리 의혹'이었지만, 재판은 결국 개인비리로 마무리된 셈이죠.

이보다 석 달 앞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혐의 역시 개인비리 성격이 짙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조 씨의 21개 혐의 가운데 20개 혐의를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인정했지만, 조 전 장관 일가와의 '검은 유착 관계'는 증거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정경심 교수와 공범으로 적시된 여러 혐의 중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만 공범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저인망수사'를 언급한 배경엔 이 같은 문제의식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조 전 장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샅샅이 수사한 뒤, 이를 조 전 장관 개인의 비리 또는 일가 전체의 집단적인 비위 의혹으로 엮어냈다는 겁니다. 가족들이 차례로 1심 판단을 받고 있지만, 아직 권력형 비리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그 바탕이 됐겠죠.

이제 남은 건 아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본인에 대한 1심 판단입니다. 앞서 판단을 받은 동생·5촌 조카와는 달리, 두 사람의 혐의는 깊숙이 연결돼 있습니다. 정 교수가 홀로 기소된 사건의 경우 올 연말쯤 선고가 예정돼있고, 부부가 함께 기소된 사건은 내년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에 동생 조 씨에게 1심 선고를 내린 재판부(형사합의21부, 재판장 김미리)가 조 전 장관 부부가 함께 기소된 사건의 재판부와 같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이들의 자녀 입시비리, 그리고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앞으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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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동생 실형인데 검찰 판정패?…무죄 부분 보니
    • 입력 2020-09-21 08:47:48
    취재K
학교법인 웅동학원의 운영을 둘러싼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이 지난 18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18일 구속기소 된 지 딱 10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인데요. 조 전 장관 일가 가운데는 5촌 조카 조범동 씨에 이어 두 번째로 실형을 선고받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동생 조 씨에 대한 유죄 판결과 실형 선고에도 검찰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상식에 반한다", "논리를 꿰맞춘 게 아닌가 싶다"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왜 그런 건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6개 혐의 중 5개 '무죄'…스스로 시인한 혐의만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는 조 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 4천7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조 씨는 크게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업무방해·배임수재), ▲허위채권·소송(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강제집행면탈),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범인도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이 가운데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고, 나머지 5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사실 이 혐의는 조 씨가 이미 재판 과정에서 시인하고, 반성한다고 밝혀왔던 혐의입니다. 조 씨에게 돈을 전달해준 공범 2명도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은 상태였고요. 유죄 선고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상황이었죠. 재판부는 선고를 위해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그런 이상 실형 선고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다퉈왔던 나머지 혐의들이 줄줄이 무죄로 판단되면서, 조 씨의 형은 검찰이 구형했던 징역 6년에 훨씬 못 미치는 징역 1년으로 결정됐습니다. 이미 구속된 채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던 기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6개월 정도의 형만 남은 셈입니다. 조 씨 입장에선 법정에서 주장했던 부분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판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법인의 재산을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며 중형을 구형했던 검찰 입장에선 당혹스럽겠죠. 검찰은 곧바로 "항소하여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한 판단을 다시 구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조국 동생 '무죄' 만든 3가지 쟁점

그럼 재판부가 어째서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던 건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2016년과 2017년 웅동중학교 사회과 교사를 채용하면서 사무국장 지위에 있던 조 씨가 지원자 2명에게서 모두 1억 8천만 원을 받은 뒤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넘겨준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조 씨가 학교의 교사 채용 업무를 방해(업무방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배임수재)했다고 보지는 않았는데요. 언뜻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죠?

답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때" 처벌한다는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 조항에 있었습니다. 조 씨가 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사무국장'이라는 지위는 학교법인 소유 재산과 관련한 소송에 대응하고 부동산 관련 재산을 관리하는 자리이지, 교직원 채용 담당자는 아니라는 거죠. 애초에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니,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도 배임수재죄 적용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조 씨가 웅동학원으로부터 교직원 채용 업무를 위임받았다거나 교직원 채용에 관한 사무를 처리할 무슨 신임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지난해 가장 떠들썩했던 '허위 소송' 의혹입니다. 복잡한 혐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2006년과 2017년 학교를 상대로 가짜 소송을 벌여 승소하면서 그 대가로 학교에 115억여 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입니다. 당시 조 씨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이면서 건설 하도급업체 대표를 맡기도 했었는데, 아예 실체가 없는 허위공사를 토대로 공사대금 채권을 확보한 뒤 이를 두고 소송을 한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웅동중학교에는 지금도 테니스장이 없는데, 당시 공사대금에 테니스장을 지어주는 비용이 포함됐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죠.

그런데 이 의혹, 재판부는 실체가 없다고 봤습니다. 우선 문제의 '공사대금 채권'이 허위라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컸습니다. 재판부는 "웅동중학교 신축이전공사 중 진입로와 교사부지 정지공사와 관련된 공사대금 채권은 진실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웅동학원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검찰 주장의 토대가 완전히 무너진 셈입니다.

이어 재판부는 2017년 소송과 관련해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법리적인 설명을 내놨는데요. 검찰은 그동안 조씨가 2006년에 학교를 상대로 한 양수금 소송에 승소하면서 획득한 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2017년에서 다시 소송을 벌였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2017년 2차 소송은 2006년 1차 소송에 대해 재확인받은 것일 뿐, 또 다른 법익을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역시 설사 사실관계는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재판부는 "가령 돈을 훔치면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피해자에게 절도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그 돈으로 소비한 행위는 다시 횡령·배임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며 "이미 절도죄에서 완전히 평가가 끝났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증거인멸 혐의는 지난해 8월 형인 조국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 이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후배들로 하여금 각종 자료를 파쇄하거나 손으로 찢게 만든 혐의(증거인멸교사), 그리고 앞서 채용비리 혐의에 연루됐던 공범들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혐의(범인도피)인데요. 이 역시 모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범인도피 혐의의 경우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지만, 증거인멸교사 혐의의 경우 공소사실에 포함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조 씨가 단순히 증거인멸을 지시한 '교사범'이 아니라 직접 핵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동정범'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더 중한 죄를 저지른 것 같지만, 우리 형법상 피고인 본인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저지른 증거인멸 행위는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이 판단을 다시 하기 위해 지난 5월로 예정됐던 선고를 미루고 변론을 재개하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18일,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조국 전 장관의 동생
■ 검찰 "공범보다도 형량 낮아…무죄 논리 꿰맞췄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수사팀 관계자는 "(재판부가) 무죄를 만들려고 논리를 꿰맞춘 거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우선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선, '주범' 조 씨의 지시를 받고 훨씬 적은 이익을 취득한 공범들이 이미 조 씨보다 더 무거운 형을 확정받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업무방해 혐의에 더해 조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던 배임수재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됐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공범 재판의 1심과 2심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양립할 수 없고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채용 업무 담당자가 아니라는 재판부 논리가 잘못됐다고 말했는데요. 조 씨가 시험지와 답안지를 입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채용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고, 응시자들 입장에서는 '사무국장'도 채용에 손을 써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돈을 건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학교의 모든 업무, 이른바 '안살림'을 맡은 게 사무국장이라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허위소송 혐의에 대해서도 1차 소송과 2차 소송을 따로 떼어 본 건 잘못됐다며, 이 모든 게 같은 목적으로 이뤄진 하나의 연결된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2차 소송만 놓고 봐도 만료된 채권이 새로 생긴 것이니 새롭게 불법이 야기된 것이라고 주장했죠. 공사가 허위라는 점도 공사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충분히 증거로서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선 이미 범인도피죄로 유죄가 선고된 공범이 있다는 점에서 양립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조만간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조국 "가족들은 연루 안 돼"…또 '개인비리'로 끝난 일가 재판

동생에 대한 유죄 판결 직후,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만 "제가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된 후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저인망수사가 전개되면서, 동생의 이 비리가 발견됐다"며 지난해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또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 외에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엔 게시글 하나를 더 올렸습니다. "저와 정경심 교수, 학원 이사장이신 모친 등은 동생 공소장에 적혀 있는 어떠한 범죄혐의에도 연루돼 있지 않다"며, 자신과 가족들을 모두 '웅동학원 채용비리자'로 몰아가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반드시 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죠.

실제로 동생 조 씨가 받는 혐의는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기소된 혐의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습니다. 조 전 장관은 1999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정 교수는 2013년 9월부터 현재까지 웅동학원 이사를 맡고 있지만 조 씨 공소장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수사의 시작은 '일가 비리 의혹'이었지만, 재판은 결국 개인비리로 마무리된 셈이죠.

이보다 석 달 앞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혐의 역시 개인비리 성격이 짙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조 씨의 21개 혐의 가운데 20개 혐의를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인정했지만, 조 전 장관 일가와의 '검은 유착 관계'는 증거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정경심 교수와 공범으로 적시된 여러 혐의 중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만 공범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저인망수사'를 언급한 배경엔 이 같은 문제의식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조 전 장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샅샅이 수사한 뒤, 이를 조 전 장관 개인의 비리 또는 일가 전체의 집단적인 비위 의혹으로 엮어냈다는 겁니다. 가족들이 차례로 1심 판단을 받고 있지만, 아직 권력형 비리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그 바탕이 됐겠죠.

이제 남은 건 아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본인에 대한 1심 판단입니다. 앞서 판단을 받은 동생·5촌 조카와는 달리, 두 사람의 혐의는 깊숙이 연결돼 있습니다. 정 교수가 홀로 기소된 사건의 경우 올 연말쯤 선고가 예정돼있고, 부부가 함께 기소된 사건은 내년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에 동생 조 씨에게 1심 선고를 내린 재판부(형사합의21부, 재판장 김미리)가 조 전 장관 부부가 함께 기소된 사건의 재판부와 같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이들의 자녀 입시비리, 그리고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앞으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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