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집 나가라”…사회초년생 울린 ‘오피스텔 전세 사기’

입력 2020.09.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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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회사에 다니게 된 20대 A 씨.

지난해 여름 회사 부근 오피스텔을 전세로 얻었습니다.

그동안 모아둔 자신의 돈으로 처음 계약한 집이기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난데없이 집을 나가라는 통고장을 받았습니다.

■ 갑자기 날아든 퇴거 통고장…무효가 된 전세 계약


통고장을 보낸 것은 오피스텔의 원래 소유주인 한 `신탁회사`였습니다.

놀란 A 씨는 어찌 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을 알아봤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계약을 부동산을 끼고 했으니까 부동산에서 다 해결해주겠거니 했는데 이쪽도 나 몰라라 신고하지 말고 기다려라. (퇴거 요구) 소장도 받지 말고 기다려라. 이렇게 한 거에요."

차일피일 시간만 흘렀고, 결국 올여름엔 퇴거 소송까지 당하게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A 씨가 전세 계약을 맺은 상대는 `신탁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부동산을 돌아다니다 이 오피스텔 매물을 찾았는데 계약을 하려고 하니 B 씨가 나와서 대신 계약을 했습니다.

부동산이 소개해준 사람이었기에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건설사가 건물을 짓잖아요. 그것을 신탁회사가 인수해요. 신탁회사가 인수한 뒤 매물을 뿌려야 하잖아요. (그것을 대행해서) B라는 사람이 계약금만 받고 내가 분양해주겠다. 이렇게 한 것이에요."

"신축 오피스텔인데 내 돈을 신탁회사에 넣고 집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축 오피스텔의 사례다. 이렇게 부동산에서 설명을 해주는 거에요."

"B라는 사람이 계약금을 넣은 상태에서 저희가 잔금을 주면 B가 신탁회사에 돈을 주고, 집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거에요. 계약서에는 그 뒤 등기 이전 조항을 넣은 것이었는데 B가 이행을 안 한 거죠."

말하자면 소유주인 `신탁회사`와 세입자인 A 씨 사이에 B 씨가 있어서 각각 분양 계약과 전세 계약을 이중으로 해서 중개했던 형태인데 이게 어그러진 겁니다.

뒤늦게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된 A 씨가 경찰서를 찾았는데 보니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이 더 있었습니다.

세입자들이 자체 파악한 피해자만 9명에 달했습니다.


다른 피해자들 가운데는 분양 계약과 전세 계약이 이중으로 무효가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B 씨가 피해자 C 씨에게 집을 분양받게 해주고, 또 이 집을 또 다른 피해자 D 씨가 전세를 내도록 중개를 한 건데, 최초의 분양 계약부터 문제가 생긴 겁니다.

피해자 C 씨의 이야깁니다.

"이상한 거에요. 계속 등기가 안 넘어오니까. B 씨에게 계속 얘기를 했는데. 사건이 터지고 고소를 진행하면서 신탁회사에 전화했더니 이미 제가 계약하기 전에 (분양 계약이) 말소처리가 된 상태였던 거에요. 그러니까 이미 제 명의도 아니고 신탁회사 명의였던 것인데 제 분양 계약서를 B 씨가 갖고 있었어요. 그것을 D 씨에게 내밀었겠죠. D 씨는 그것을 보고 계약한 건데 나중에 신탁회사에 전화했더니 예전에 공문 나갔는데 왜 받지 않았느냐."

■ "원래 제대로 하려고 했다"…구속영장 기각되면서 더 어려워진 배상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B 씨에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피해를 복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B 씨는 "처음부터 이렇게 하려 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신탁회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B 씨가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B 씨 "당연히 (분양 대금을) 완납을 하려고 한 거지. (신탁회사에서) 거래신고 기간이 끝났으니까 해지하고 매수신청서를 해라. 그전에는 전매하려고 했던 거고"
피해자 "그 내용을 피해자들에게 얘기를 해줬냐고요?"
B 씨 "안 했지."
피해자 "그러면 문제가 당연히 되죠. 피해자들은 완납된 줄 알고 들어간 거 아니에요."
B 씨 "그렇게 해서 하려고 했던 거고, 우리가 미쳤다고 안 내려고 했겠어? 뻔히 걸리는 일인데"

정리하자면 모종의 이유로 인해서 `신탁회사`와 B 씨 사이의 거래가 무산됐는데 이것을 세입자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겁니다.

`신탁회사` 입장에서는 세입자들과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법적으로 보증금을 줄 이유도 없고, 오히려 세입자들이 집을 무단 점거하고 있는 셈이니 나가라고 소송을 한 겁니다.

졸지에 세입자들만 1억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날려버리게 됐습니다.

피해자가 많아지자 지난 7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도 검찰의 지휘를 받아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다급해진 B 씨가 합의를 시도했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에 성공하면서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B 씨가) 갑자기 모이래요. 돈 준다고. 그래서 제가 휴가까지 쓰고 왔더니 한다는 소리가 합의서 써달라고. 돈도 한 푼 안 주면서. 내일 구속될 수도 있는데 자기 자포자기 할 수도 있다. 그럼 당신들 돈 못 받지 않느냐. 합의서 안 써주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밤에 일대일로 전화한 거에요. 내일 돈이 준비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데 안되면 탄원서만 써달래요."

"구속영장 심사로 넘어가기 전에 꼼수를 쓴 거죠. 피해자 중 3명은 합의했으니까 선처를 해달라. 그런데 끝나자마자 태도가 돌변한 거죠.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요."

■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뾰족한 수가 없어요."

A 씨는 2년 동안 일하며 모은 돈을 다 쏟아붓고, 전세 대출도 8,800만 원 받아 보증금을 냈습니다.

여기에 신탁회사와의 소송에서 발생하는 비용 수백만 원까지 물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아버지에겐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있는 어머니에겐 차마 입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 주로 직장 때문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 혼자 살 수 있는 오피스텔을 구한 건데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다 여기 사회 초년생이에요. 처음에 집 들어왔을 대 당연히 나도 내 힘으로 전세 계약하고 뿌듯했죠. 부모님에게도 잘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그렇게 했는데 이제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말도 못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죠."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의 수사도 길어지면서 아직 재판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설령 B 씨가 형사적인 책임을 진다고 해도 B 씨가 자진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한 어차피 별도로 소송을 벌여야 합니다.

계약을 중개한 일부 부동산도 지자체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역시 배상을 받으려면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유주와는 다른 제삼자를 통해 부동산 계약을 할 때는 계약의 단계마다 반드시 직접 소유주에게 확인하거나, 제삼자가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막막한 상황.

돈도 잃고, 살 곳도 잃은 피해자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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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집 나가라”…사회초년생 울린 ‘오피스텔 전세 사기’
    • 입력 2020-09-22 10:12:51
    취재K
경기도의 한 회사에 다니게 된 20대 A 씨.

지난해 여름 회사 부근 오피스텔을 전세로 얻었습니다.

그동안 모아둔 자신의 돈으로 처음 계약한 집이기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난데없이 집을 나가라는 통고장을 받았습니다.

■ 갑자기 날아든 퇴거 통고장…무효가 된 전세 계약


통고장을 보낸 것은 오피스텔의 원래 소유주인 한 `신탁회사`였습니다.

놀란 A 씨는 어찌 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을 알아봤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계약을 부동산을 끼고 했으니까 부동산에서 다 해결해주겠거니 했는데 이쪽도 나 몰라라 신고하지 말고 기다려라. (퇴거 요구) 소장도 받지 말고 기다려라. 이렇게 한 거에요."

차일피일 시간만 흘렀고, 결국 올여름엔 퇴거 소송까지 당하게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A 씨가 전세 계약을 맺은 상대는 `신탁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부동산을 돌아다니다 이 오피스텔 매물을 찾았는데 계약을 하려고 하니 B 씨가 나와서 대신 계약을 했습니다.

부동산이 소개해준 사람이었기에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건설사가 건물을 짓잖아요. 그것을 신탁회사가 인수해요. 신탁회사가 인수한 뒤 매물을 뿌려야 하잖아요. (그것을 대행해서) B라는 사람이 계약금만 받고 내가 분양해주겠다. 이렇게 한 것이에요."

"신축 오피스텔인데 내 돈을 신탁회사에 넣고 집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축 오피스텔의 사례다. 이렇게 부동산에서 설명을 해주는 거에요."

"B라는 사람이 계약금을 넣은 상태에서 저희가 잔금을 주면 B가 신탁회사에 돈을 주고, 집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거에요. 계약서에는 그 뒤 등기 이전 조항을 넣은 것이었는데 B가 이행을 안 한 거죠."

말하자면 소유주인 `신탁회사`와 세입자인 A 씨 사이에 B 씨가 있어서 각각 분양 계약과 전세 계약을 이중으로 해서 중개했던 형태인데 이게 어그러진 겁니다.

뒤늦게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된 A 씨가 경찰서를 찾았는데 보니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이 더 있었습니다.

세입자들이 자체 파악한 피해자만 9명에 달했습니다.


다른 피해자들 가운데는 분양 계약과 전세 계약이 이중으로 무효가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B 씨가 피해자 C 씨에게 집을 분양받게 해주고, 또 이 집을 또 다른 피해자 D 씨가 전세를 내도록 중개를 한 건데, 최초의 분양 계약부터 문제가 생긴 겁니다.

피해자 C 씨의 이야깁니다.

"이상한 거에요. 계속 등기가 안 넘어오니까. B 씨에게 계속 얘기를 했는데. 사건이 터지고 고소를 진행하면서 신탁회사에 전화했더니 이미 제가 계약하기 전에 (분양 계약이) 말소처리가 된 상태였던 거에요. 그러니까 이미 제 명의도 아니고 신탁회사 명의였던 것인데 제 분양 계약서를 B 씨가 갖고 있었어요. 그것을 D 씨에게 내밀었겠죠. D 씨는 그것을 보고 계약한 건데 나중에 신탁회사에 전화했더니 예전에 공문 나갔는데 왜 받지 않았느냐."

■ "원래 제대로 하려고 했다"…구속영장 기각되면서 더 어려워진 배상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B 씨에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피해를 복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B 씨는 "처음부터 이렇게 하려 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신탁회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B 씨가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B 씨 "당연히 (분양 대금을) 완납을 하려고 한 거지. (신탁회사에서) 거래신고 기간이 끝났으니까 해지하고 매수신청서를 해라. 그전에는 전매하려고 했던 거고"
피해자 "그 내용을 피해자들에게 얘기를 해줬냐고요?"
B 씨 "안 했지."
피해자 "그러면 문제가 당연히 되죠. 피해자들은 완납된 줄 알고 들어간 거 아니에요."
B 씨 "그렇게 해서 하려고 했던 거고, 우리가 미쳤다고 안 내려고 했겠어? 뻔히 걸리는 일인데"

정리하자면 모종의 이유로 인해서 `신탁회사`와 B 씨 사이의 거래가 무산됐는데 이것을 세입자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겁니다.

`신탁회사` 입장에서는 세입자들과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법적으로 보증금을 줄 이유도 없고, 오히려 세입자들이 집을 무단 점거하고 있는 셈이니 나가라고 소송을 한 겁니다.

졸지에 세입자들만 1억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날려버리게 됐습니다.

피해자가 많아지자 지난 7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도 검찰의 지휘를 받아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다급해진 B 씨가 합의를 시도했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에 성공하면서 영장은 기각됐습니다.

"(B 씨가) 갑자기 모이래요. 돈 준다고. 그래서 제가 휴가까지 쓰고 왔더니 한다는 소리가 합의서 써달라고. 돈도 한 푼 안 주면서. 내일 구속될 수도 있는데 자기 자포자기 할 수도 있다. 그럼 당신들 돈 못 받지 않느냐. 합의서 안 써주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밤에 일대일로 전화한 거에요. 내일 돈이 준비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데 안되면 탄원서만 써달래요."

"구속영장 심사로 넘어가기 전에 꼼수를 쓴 거죠. 피해자 중 3명은 합의했으니까 선처를 해달라. 그런데 끝나자마자 태도가 돌변한 거죠.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요."

■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뾰족한 수가 없어요."

A 씨는 2년 동안 일하며 모은 돈을 다 쏟아붓고, 전세 대출도 8,800만 원 받아 보증금을 냈습니다.

여기에 신탁회사와의 소송에서 발생하는 비용 수백만 원까지 물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아버지에겐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있는 어머니에겐 차마 입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 주로 직장 때문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 혼자 살 수 있는 오피스텔을 구한 건데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다 여기 사회 초년생이에요. 처음에 집 들어왔을 대 당연히 나도 내 힘으로 전세 계약하고 뿌듯했죠. 부모님에게도 잘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그렇게 했는데 이제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말도 못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죠."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의 수사도 길어지면서 아직 재판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설령 B 씨가 형사적인 책임을 진다고 해도 B 씨가 자진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한 어차피 별도로 소송을 벌여야 합니다.

계약을 중개한 일부 부동산도 지자체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역시 배상을 받으려면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소유주와는 다른 제삼자를 통해 부동산 계약을 할 때는 계약의 단계마다 반드시 직접 소유주에게 확인하거나, 제삼자가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막막한 상황.

돈도 잃고, 살 곳도 잃은 피해자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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