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로 부동산 탈세에 곗돈 모아 갭투자까지

입력 2020.09.22 (15:46) 수정 2020.09.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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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00원짜리 페이퍼컴퍼니 설립해 사모펀드 투자
고액 배당금은 ‘가짜 법인 경비 항목’ 만들어 빼돌리기
엄마, 아빠 돈 받아 ‘아파트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투자
매년 수억 원 배당금, 증여세 신고 누락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수가 지난해보다 20조 원이나 감소했습니다. (7월 기준) 세금 감면과 이월 등 세제 지원책이 시행된 데다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줄어드는 등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국세청은 이미 올 하반기 세무조사를 2천 건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탈세 조사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모펀드에 숨은 부동산 탈세

국세청이 오늘(22일) 또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주택 취득 사모펀드와 법인, 고가 주택을 취득한 연소자 등 98명이 대상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사모펀드'입니다. 올해 내내 가장 큰 금융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게 바로 사모펀드였는데요. '부동산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탈세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겁니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사모펀드'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사모펀드 규모(설정액)는 올해 21조 원을 넘어서 2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펀드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모펀드 뒤에 숨어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안 내거나, 부모에게 펀드 투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혐의자"들이 포함됐다는 건 그만큼 이런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뜻입니다.

A 씨는 명의상 주주를 앉히고 100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하는 사모펀드에 돈을 넣고, 임대 소득으로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투자한 아파트가 100채를 훌쩍 넘습니다. 100원짜리 법인을 세운 이유가 나옵니다. 이 거액의 수익은 있지도 않은 법인의 가상 경비로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법인세를 탈루하고 직접 투자했다면 냈어야 할 배당소득세 등도 회피한 혐의를 두고 국세청은 A 씨와 해당 회사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부모님이 사모펀드로 '용돈'을 챙겨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득이 거의 없는 한 30대는 부모로부터 수억 원을 증여받아 역시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했습니다. 매년 억대의 배당금을 챙겼지만, 증여세 신고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 국세청 브리핑 (김태호 자산과세국장/ 9월 22일)

■가장 많은 건 역시 '금수저 탈세'

조사 대상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건 역시 '금수저 탈세'입니다. 30대 이하는 '연소자'로 분류되는데요. 아직 고가의 주택을 살 정도의 돈이나 소득이 없는, 즉 주택 취득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연소자 76명이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 중 30명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입니다.

한 소규모 법인의 대표로 있는 30대 B 씨는 연 소득이 2천만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를 몇 채나 갖고 있고 수억원 어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국세청은 B씨에게 "부모님에게는 아파트 취득 자금을 증여받고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또 다른 30대 임대업자는 수십 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보증금이 1억도 안되고 소득이 거의 없습니다. 역시 주택 취득 자금은 편법 증여,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조사는 최근 국세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입니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소유와 관련해 그동안 외화 송금, 부동산 규제 등에서 자유롭다는 이유로 세무조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이번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연소자 중 신고 소득이나 외화 수취 금액보다 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대상이 됐습니다. 거주자인 외국인은 국내외에서 증여받은 모든 재산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 곗돈 모아 갭투자!…탈세에 부동산실명법 위반까지

최근 동네 작은 식당 등 영세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동네 불법 사금융' 이른바 '곗돈 대출'의 폐해가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주민 모임에서 돈을 모은 분들이 아파트 갭투자를 하며 탈세를 저지르다 적발됐습니다. 한 동네 주민인 이 투자자들은 자금을 모아 다수의 아파트와 분양권을 거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명의 또는 명의신탁 등의 수법을 활용했습니다. 국세청은 명의를 바꿔가면서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양도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반복하며 양도소득세나 조정대상지역의 누진세 등을 회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세청은 탈세자들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추징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을 지자체에 통보했는데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면 부동산 취득 가액의 30%까지 과징금이 부과되고 본래 명의로 돌리지 않으면 해마다 이행강제금도 부과됩니다. 국세청 조사담당자는 "세금을 아끼려다 오히려 훨씬 손해를 보고 범법자까지 됐다"며 "투자자가 분산되면 세무조사를 피해가기 쉬울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세무조사 더 강화한다

국세청은 "부동산 규제지역 담보대출이 제한되고 주택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확대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관련 자금의 원천을 특수관계자 간 차입금으로 가장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규제가 강화되니까 아파트 살 돈, 주택에 투자할 돈 등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를 더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돈 빌려준 사람, 법인뿐 아니라 빌려준 돈 갚는 과정까지 끝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까지 일단 내비쳤습니다.
올해부터 서울, 중부, 인천, 대전 지방청 등에서 '부동산거래 탈루대응 TF'를 운영 중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세금 걷을 곳은 계속 줄고 어려운 경기로 세금에 대한 국민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한 상황, 부동산 탈세 조사는 세수 확보뿐 아니라 가끔 '이 나쁜 놈들'하고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벤트'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 국세청 관계자는 '슬쩍' 귀띔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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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펀드로 부동산 탈세에 곗돈 모아 갭투자까지
    • 입력 2020-09-22 15:46:14
    • 수정2020-09-22 16:05:35
    취재K
100원짜리 페이퍼컴퍼니 설립해 사모펀드 투자<br />고액 배당금은 ‘가짜 법인 경비 항목’ 만들어 빼돌리기<br />엄마, 아빠 돈 받아 ‘아파트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투자<br />매년 수억 원 배당금, 증여세 신고 누락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수가 지난해보다 20조 원이나 감소했습니다. (7월 기준) 세금 감면과 이월 등 세제 지원책이 시행된 데다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줄어드는 등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국세청은 이미 올 하반기 세무조사를 2천 건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탈세 조사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모펀드에 숨은 부동산 탈세

국세청이 오늘(22일) 또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주택 취득 사모펀드와 법인, 고가 주택을 취득한 연소자 등 98명이 대상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사모펀드'입니다. 올해 내내 가장 큰 금융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게 바로 사모펀드였는데요. '부동산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탈세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겁니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사모펀드'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사모펀드 규모(설정액)는 올해 21조 원을 넘어서 2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펀드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모펀드 뒤에 숨어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안 내거나, 부모에게 펀드 투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혐의자"들이 포함됐다는 건 그만큼 이런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뜻입니다.

A 씨는 명의상 주주를 앉히고 100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하는 사모펀드에 돈을 넣고, 임대 소득으로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투자한 아파트가 100채를 훌쩍 넘습니다. 100원짜리 법인을 세운 이유가 나옵니다. 이 거액의 수익은 있지도 않은 법인의 가상 경비로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법인세를 탈루하고 직접 투자했다면 냈어야 할 배당소득세 등도 회피한 혐의를 두고 국세청은 A 씨와 해당 회사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부모님이 사모펀드로 '용돈'을 챙겨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득이 거의 없는 한 30대는 부모로부터 수억 원을 증여받아 역시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했습니다. 매년 억대의 배당금을 챙겼지만, 증여세 신고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 국세청 브리핑 (김태호 자산과세국장/ 9월 22일)

■가장 많은 건 역시 '금수저 탈세'

조사 대상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건 역시 '금수저 탈세'입니다. 30대 이하는 '연소자'로 분류되는데요. 아직 고가의 주택을 살 정도의 돈이나 소득이 없는, 즉 주택 취득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연소자 76명이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 중 30명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입니다.

한 소규모 법인의 대표로 있는 30대 B 씨는 연 소득이 2천만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를 몇 채나 갖고 있고 수억원 어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국세청은 B씨에게 "부모님에게는 아파트 취득 자금을 증여받고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를 두고 있습니다.
또 다른 30대 임대업자는 수십 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보증금이 1억도 안되고 소득이 거의 없습니다. 역시 주택 취득 자금은 편법 증여,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조사는 최근 국세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입니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소유와 관련해 그동안 외화 송금, 부동산 규제 등에서 자유롭다는 이유로 세무조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이번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연소자 중 신고 소득이나 외화 수취 금액보다 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대상이 됐습니다. 거주자인 외국인은 국내외에서 증여받은 모든 재산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 곗돈 모아 갭투자!…탈세에 부동산실명법 위반까지

최근 동네 작은 식당 등 영세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동네 불법 사금융' 이른바 '곗돈 대출'의 폐해가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주민 모임에서 돈을 모은 분들이 아파트 갭투자를 하며 탈세를 저지르다 적발됐습니다. 한 동네 주민인 이 투자자들은 자금을 모아 다수의 아파트와 분양권을 거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명의 또는 명의신탁 등의 수법을 활용했습니다. 국세청은 명의를 바꿔가면서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양도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반복하며 양도소득세나 조정대상지역의 누진세 등을 회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세청은 탈세자들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추징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을 지자체에 통보했는데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면 부동산 취득 가액의 30%까지 과징금이 부과되고 본래 명의로 돌리지 않으면 해마다 이행강제금도 부과됩니다. 국세청 조사담당자는 "세금을 아끼려다 오히려 훨씬 손해를 보고 범법자까지 됐다"며 "투자자가 분산되면 세무조사를 피해가기 쉬울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세무조사 더 강화한다

국세청은 "부동산 규제지역 담보대출이 제한되고 주택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확대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관련 자금의 원천을 특수관계자 간 차입금으로 가장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규제가 강화되니까 아파트 살 돈, 주택에 투자할 돈 등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를 더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돈 빌려준 사람, 법인뿐 아니라 빌려준 돈 갚는 과정까지 끝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까지 일단 내비쳤습니다.
올해부터 서울, 중부, 인천, 대전 지방청 등에서 '부동산거래 탈루대응 TF'를 운영 중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세금 걷을 곳은 계속 줄고 어려운 경기로 세금에 대한 국민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한 상황, 부동산 탈세 조사는 세수 확보뿐 아니라 가끔 '이 나쁜 놈들'하고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이벤트'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 국세청 관계자는 '슬쩍' 귀띔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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