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예방 접종 중단 발표…백신 공급과정에 무슨 일이?

입력 2020.09.22 (16: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젯(21일)밤 11시, 질병관리청은 늦은 시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오늘로 예정된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갑자기 중단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접종을 기다리던 많은 시민들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유통과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겼던 걸까요. 앞으로 접종 일정에 문제는 없는 걸까요?

■"21일 오후, 냉장 온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제보받아"

방역 당국은 어제(21일) 오후 한 제보를 접수했습니다. 백신 공급 과정 중 적정 냉장 온도인 2~8℃를 유지하는 이른바 '콜드 체인'이 중요한데, 일부 과정에서 이게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질병청이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문제가 된 물량은 국가 인플루엔자 접종 사업을 통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백신입니다. 현재 국내회사 8곳, 해외 수입사 2곳 등 총 10곳에서 만든 백신이 국내에 공급 중인데, 한 도매업체가 정부와 계약을 맺고 제조사로부터 받은 백신을 의료기관에 일괄 공급한다고 합니다.

방역 당국은 일부 위탁 배송 업체가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기준 온도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냉장차가 백신을 담아 지역별로 배분하는 도중 상온에 노출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얼마나 상온에 노출된 건지에 대해선, 현재 지역별로 세분돼 나가기 때문에 차량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그런 과정에서의 노출이었다고 판단된다"며 "구체적인 노출 시간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서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역 당국은 다만, 이번 문제가 제조사의 백신 '생산 상의 문제'가 아닌 '공급상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상온에 노출되면 품질 이상 가능성"…안전성 문제는 없나?

방역 당국이 문제 삼는 건 결국 백신의 '품질' 문제입니다. 백신이 적정 온도가 아닌 상온에 노출되면, 백신 안의 효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게 '단백질의 함량'이라고 합니다.

문은희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과장은 "추정하기로는 보관 온도보다 조건이 높은 온도에서 보관됐을 때, 단백질 함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효과가 약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단백질 함량만의 문제인지, 더 나아가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더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문 과장은 "효과뿐 아니라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는 없는지까지 확인하기 위해 단백질 함량뿐 아니라 다른 시험 항목에 대해서도 시험을 해보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광범위한 검사를 통해 제품 전반의 품질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조사 내용에 따라 해당 백신을 폐기할지 여부도 결정됩니다.


■문제된 물량은 어느 정도?…"유료 접종은 계속"

방역 당국은 문제가 된 수량이 신고가 들어온 '일부 물량'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확보하는 물량 약 1,259만 도즈중 500만 도즈가 의료기관에 공급됐고, 그중 일부가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도즈(dose)는 1회 접종 분량을 말합니다.

이 500만 도즈는 원래 오늘부터 접종에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중단되면서 실제 접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또, 지난 8일부터 시작된 2회 접종 어린이 대상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물량과 관련이 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유료접종은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됩니다. 정은경 청장은 "유료접종 물량은 민간 개별 의료기관들이 개별 도매상으로부터 개별적으로 백신을 구매해 공급받은 물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물량과 다른 경로로 공급된 물량"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재개되나? 코로나19와 동시 유행 우려는?

국가가 확보하는 물량 중, 현재 500만 도즈 이외에 나머지 700만 도즈 공급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새로 공급되는 700만 도즈가 현장에서 혼용돼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도 500만 도즈(dose)에 대한 품질 검사가 완료되면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코로나19 유행 상황 때문에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동시 유행을 막으려던 기존 계획에 차질을 빚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올해 사업 시작이 작년에 비해 한 달 앞당겨 시작한 상황"이라며 "접종 시기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이겠죠. 식약처는 품질검사를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곧바로 물량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식약처의 품질 검사는 약 2주 정도 걸립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갑작스러운 예방 접종 중단 발표…백신 공급과정에 무슨 일이?
    • 입력 2020-09-22 16:40:32
    취재K
어젯(21일)밤 11시, 질병관리청은 늦은 시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오늘로 예정된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갑자기 중단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접종을 기다리던 많은 시민들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유통과정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겼던 걸까요. 앞으로 접종 일정에 문제는 없는 걸까요?

■"21일 오후, 냉장 온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제보받아"

방역 당국은 어제(21일) 오후 한 제보를 접수했습니다. 백신 공급 과정 중 적정 냉장 온도인 2~8℃를 유지하는 이른바 '콜드 체인'이 중요한데, 일부 과정에서 이게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질병청이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문제가 된 물량은 국가 인플루엔자 접종 사업을 통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백신입니다. 현재 국내회사 8곳, 해외 수입사 2곳 등 총 10곳에서 만든 백신이 국내에 공급 중인데, 한 도매업체가 정부와 계약을 맺고 제조사로부터 받은 백신을 의료기관에 일괄 공급한다고 합니다.

방역 당국은 일부 위탁 배송 업체가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기준 온도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냉장차가 백신을 담아 지역별로 배분하는 도중 상온에 노출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얼마나 상온에 노출된 건지에 대해선, 현재 지역별로 세분돼 나가기 때문에 차량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그런 과정에서의 노출이었다고 판단된다"며 "구체적인 노출 시간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서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역 당국은 다만, 이번 문제가 제조사의 백신 '생산 상의 문제'가 아닌 '공급상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상온에 노출되면 품질 이상 가능성"…안전성 문제는 없나?

방역 당국이 문제 삼는 건 결국 백신의 '품질' 문제입니다. 백신이 적정 온도가 아닌 상온에 노출되면, 백신 안의 효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게 '단백질의 함량'이라고 합니다.

문은희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과장은 "추정하기로는 보관 온도보다 조건이 높은 온도에서 보관됐을 때, 단백질 함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효과가 약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단백질 함량만의 문제인지, 더 나아가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더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문 과장은 "효과뿐 아니라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는 없는지까지 확인하기 위해 단백질 함량뿐 아니라 다른 시험 항목에 대해서도 시험을 해보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광범위한 검사를 통해 제품 전반의 품질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조사 내용에 따라 해당 백신을 폐기할지 여부도 결정됩니다.


■문제된 물량은 어느 정도?…"유료 접종은 계속"

방역 당국은 문제가 된 수량이 신고가 들어온 '일부 물량'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확보하는 물량 약 1,259만 도즈중 500만 도즈가 의료기관에 공급됐고, 그중 일부가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도즈(dose)는 1회 접종 분량을 말합니다.

이 500만 도즈는 원래 오늘부터 접종에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중단되면서 실제 접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또, 지난 8일부터 시작된 2회 접종 어린이 대상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물량과 관련이 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유료접종은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됩니다. 정은경 청장은 "유료접종 물량은 민간 개별 의료기관들이 개별 도매상으로부터 개별적으로 백신을 구매해 공급받은 물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물량과 다른 경로로 공급된 물량"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재개되나? 코로나19와 동시 유행 우려는?

국가가 확보하는 물량 중, 현재 500만 도즈 이외에 나머지 700만 도즈 공급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새로 공급되는 700만 도즈가 현장에서 혼용돼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도 500만 도즈(dose)에 대한 품질 검사가 완료되면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코로나19 유행 상황 때문에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동시 유행을 막으려던 기존 계획에 차질을 빚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올해 사업 시작이 작년에 비해 한 달 앞당겨 시작한 상황"이라며 "접종 시기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이겠죠. 식약처는 품질검사를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곧바로 물량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식약처의 품질 검사는 약 2주 정도 걸립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