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저금리 시대 고수익” 믿었다가 피해액만 1100억 원

입력 2020.09.23 (05:15) 수정 2020.09.23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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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9천 원. 천만 원을 1년간 저축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2020년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 즉 예금 이자 수익률이 연 0.82%라고 밝혔습니다. 천만 원을 1년간 저축하면 8만 2천 원의 이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여기에 15.4%의 이자 과세를 빼야 하니 6만 9천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2018년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대를 기록한 데 이어 기준 금리는 하락을 거듭하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0.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러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같은 돈을 맡겨도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을 찾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고객들을 유혹해 돈을 모으는 유사수신 범죄입니다.

유사 수신 행위 피해자(좌)와 보험 대리점에서 받은 각종 서류(우)유사 수신 행위 피해자(좌)와 보험 대리점에서 받은 각종 서류(우)

■"은행 같은데 이자 거의 없잖아요...30년 퇴직금과 집 담보 대출금 등 12억 투자했는데..."

전북 전주에 사는 60대 남성 A 씨는 30년 넘게 교사로 일하다 퇴직했습니다. 퇴직 후 은행의 이자 수익이 적어 고민하는 그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한 보험 대리점에서 일정 기간 돈을 맡기면 연 12~13%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업체는 해당 보험 상품이 (거대) 보험 회사와 계획을 짜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보험 판매 수수료가 1,000%가 넘기 때문에 750%를 고객에게 수익금으로 줘도 본인들(해당 업체)에게도 이득”이라며 A 씨를 설득했습니다.

업체는 또 "10년 넘게 운영을 했고 만약 위험했으면 벌써 부도가 났겠지 않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설명을 들은 그는 2017년 4월 처음 돈을 맡겨봤는데 업체가 약속한 날짜에 수익금을 주자, 업체를 점점 믿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단 생각에 퇴직금에,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모두 12억 원을 업체에 맡겼습니다. 그는 "은행 같은 곳은 이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깐 (돈을 맡기게 됐다)"면서 "제날짜에 (약속한) 수익이 들어왔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돈을 계속 (해당 업체에) 맡겼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올해 5월 업체가 수익금을 주지 않을 때에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생을 모아온 재산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그는 "집 담보 대출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에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참 막막하다"면서 "지금 막막하고 잠도 오지 않고 우울증까지 와서 굉장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유사 수신 행위 피해자(좌)와 11% 수익을 보장한다는 서류(우)유사 수신 행위 피해자(좌)와 11% 수익을 보장한다는 서류(우)

■"항상 바르게 살았고 아끼면서 살아왔는데...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어요"

30대 김 모 씨도 같은 업체로부터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봤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그는 "항상 바르게 살았고 아끼면서 살아왔는데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는 해당 업체에서 1년간 돈을 맡기면 연 수익 11%를 보장한다는 말에 1천3백만 원을 지인에게 빌려서 투자했지만,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거대 보험사를 언급하면서 여기(거대 보험사)에 넣는 상품이기 때문에 망할 걱정은 하지 말라"고 보험 대리점 직원이 설명했기 때문에 업체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고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에 매우 힘들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는 누구도 못 믿을 상황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 말고도 (피해를 입은)지인들도 4명이 있는데 (업체에 맡긴 돈이) 6천만 원 정도 된다"면서 "그들은 다 아기를 키우는 평범한 시민이고, 맡긴 돈 역시 집 살 돈, 아기 학원비 등을 모아서 넣은 건데 모두 힘들게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해당 보험 대리점 본사를 압수 수색을 하는 경찰(좌)과 압수품들(우)해당 보험 대리점 본사를 압수 수색을 하는 경찰(좌)과 압수품들(우)

유사수신 행위에 돌려막기까지...피해자만 천 5백여 명, 피해액은 천1백억 원

그렇다면 문제의 보험 대리점이 내세운 상품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요. 대리점 측이 내세운 고수익 상품 중 대표적인 건 종신보험이었습니다. 일정 기간(통상 8~24개월) 보험금을 납입한 뒤 해지하면 납입금과 해지환급금 차액으로 인한 손실보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더 커 설계사가 가입자에게 이를 돌려주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이 점을 악용해 보험 대리점은 2010년부터 고객들에게 10~45%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모은 고객의 돈으로 보험 상품 등에 8개월에서 24개월 동안 가입한 뒤 보험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그 뒤 보험 상품 등을 해약하고 남는 수익 일부를 고객에게 준 다음 나머지 돈을 자신들이 챙긴 것으로 경찰과 금융감독원 공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법으로도 보장 수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다른 고객의 돈으로 보장 수익을 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만 천 5백여 명, 피해액은 천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업체 대표 오 모 씨를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여기에 대형 보험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이번 범행에 연관된 것으로 보고, 현직 임원 1명을 조사하는 등 해당 보험 대리점과 대형 보험사 간 관계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저금리 시대 고수익 미끼 ‘유사수신 행위’ 주의보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수사당국에 유사 수신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업체는 186곳으로 1년 새 33.8% 늘었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고수익이란 미끼에 속는 유사 수신 피해자가 더 많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했던 김 씨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자가 좀 높다고 욕심을 버리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작은 욕심을 갖고 거대 보험사를 믿었지만 정말 다 거짓말인 거 같아요. 저 같은 피해자가 또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또다시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융감독원이나 경찰 등 관계 당국은 유사 수신 행위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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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저금리 시대 고수익” 믿었다가 피해액만 1100억 원
    • 입력 2020-09-23 05:15:42
    • 수정2020-09-23 05:19:51
    취재후·사건후
6만 9천 원. 천만 원을 1년간 저축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2020년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 즉 예금 이자 수익률이 연 0.82%라고 밝혔습니다. 천만 원을 1년간 저축하면 8만 2천 원의 이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여기에 15.4%의 이자 과세를 빼야 하니 6만 9천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2018년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대를 기록한 데 이어 기준 금리는 하락을 거듭하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0.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러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같은 돈을 맡겨도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을 찾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고객들을 유혹해 돈을 모으는 유사수신 범죄입니다.

유사 수신 행위 피해자(좌)와 보험 대리점에서 받은 각종 서류(우)
■"은행 같은데 이자 거의 없잖아요...30년 퇴직금과 집 담보 대출금 등 12억 투자했는데..."

전북 전주에 사는 60대 남성 A 씨는 30년 넘게 교사로 일하다 퇴직했습니다. 퇴직 후 은행의 이자 수익이 적어 고민하는 그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한 보험 대리점에서 일정 기간 돈을 맡기면 연 12~13%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업체는 해당 보험 상품이 (거대) 보험 회사와 계획을 짜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보험 판매 수수료가 1,000%가 넘기 때문에 750%를 고객에게 수익금으로 줘도 본인들(해당 업체)에게도 이득”이라며 A 씨를 설득했습니다.

업체는 또 "10년 넘게 운영을 했고 만약 위험했으면 벌써 부도가 났겠지 않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설명을 들은 그는 2017년 4월 처음 돈을 맡겨봤는데 업체가 약속한 날짜에 수익금을 주자, 업체를 점점 믿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단 생각에 퇴직금에,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모두 12억 원을 업체에 맡겼습니다. 그는 "은행 같은 곳은 이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깐 (돈을 맡기게 됐다)"면서 "제날짜에 (약속한) 수익이 들어왔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돈을 계속 (해당 업체에) 맡겼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올해 5월 업체가 수익금을 주지 않을 때에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생을 모아온 재산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그는 "집 담보 대출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에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참 막막하다"면서 "지금 막막하고 잠도 오지 않고 우울증까지 와서 굉장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유사 수신 행위 피해자(좌)와 11% 수익을 보장한다는 서류(우)
■"항상 바르게 살았고 아끼면서 살아왔는데...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어요"

30대 김 모 씨도 같은 업체로부터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봤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그는 "항상 바르게 살았고 아끼면서 살아왔는데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는 해당 업체에서 1년간 돈을 맡기면 연 수익 11%를 보장한다는 말에 1천3백만 원을 지인에게 빌려서 투자했지만,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거대 보험사를 언급하면서 여기(거대 보험사)에 넣는 상품이기 때문에 망할 걱정은 하지 말라"고 보험 대리점 직원이 설명했기 때문에 업체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고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에 매우 힘들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는 누구도 못 믿을 상황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 말고도 (피해를 입은)지인들도 4명이 있는데 (업체에 맡긴 돈이) 6천만 원 정도 된다"면서 "그들은 다 아기를 키우는 평범한 시민이고, 맡긴 돈 역시 집 살 돈, 아기 학원비 등을 모아서 넣은 건데 모두 힘들게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해당 보험 대리점 본사를 압수 수색을 하는 경찰(좌)과 압수품들(우)
유사수신 행위에 돌려막기까지...피해자만 천 5백여 명, 피해액은 천1백억 원

그렇다면 문제의 보험 대리점이 내세운 상품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요. 대리점 측이 내세운 고수익 상품 중 대표적인 건 종신보험이었습니다. 일정 기간(통상 8~24개월) 보험금을 납입한 뒤 해지하면 납입금과 해지환급금 차액으로 인한 손실보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더 커 설계사가 가입자에게 이를 돌려주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이 점을 악용해 보험 대리점은 2010년부터 고객들에게 10~45%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모은 고객의 돈으로 보험 상품 등에 8개월에서 24개월 동안 가입한 뒤 보험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그 뒤 보험 상품 등을 해약하고 남는 수익 일부를 고객에게 준 다음 나머지 돈을 자신들이 챙긴 것으로 경찰과 금융감독원 공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법으로도 보장 수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다른 고객의 돈으로 보장 수익을 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만 천 5백여 명, 피해액은 천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업체 대표 오 모 씨를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여기에 대형 보험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이번 범행에 연관된 것으로 보고, 현직 임원 1명을 조사하는 등 해당 보험 대리점과 대형 보험사 간 관계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저금리 시대 고수익 미끼 ‘유사수신 행위’ 주의보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수사당국에 유사 수신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업체는 186곳으로 1년 새 33.8% 늘었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고수익이란 미끼에 속는 유사 수신 피해자가 더 많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했던 김 씨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자가 좀 높다고 욕심을 버리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작은 욕심을 갖고 거대 보험사를 믿었지만 정말 다 거짓말인 거 같아요. 저 같은 피해자가 또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또다시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융감독원이나 경찰 등 관계 당국은 유사 수신 행위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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