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밤 10시 술집 영업금지…“당신의 기침, 누군가에겐 죽음의 종소리”

입력 2020.09.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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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2일 영국 런던 소호 지역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손님들의 시중을 들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현지시간 22일 영국 런던 소호 지역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손님들의 시중을 들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급증하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강화된 방역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현지시간 22일 저녁 영국 전역에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내일(24일)부터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이 시행된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모든 술집과 식당 영업이 밤 10시 이후 금지됩니다. 술집에서 서서 음식을 먹는 행위도 금지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만 파운드(약 1천5백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영업금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현지시간 22일 영국 런던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현지시간 22일 영국 런던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술집과 식당 등 실내 접객업소와 판매점에서 직원, 손님 모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택시 기사와 승객도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합니다. 사회적 모임은 6명까지, 결혼식은 15명, 장례식은 30명까지만 참석이 허용됩니다.

스코틀랜드에선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가정에 방문하는 행위도 아예 금지됩니다.

실내 스포츠를 할 경우에도 6명을 초과하면 안 됩니다. 다음달 1일부터 스포츠 경기의 관중 입장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려던 계획도 백지화됐습니다.

마스크 미착용 벌금 30만 원…"최대 6개월 시행"

마스크 착용 지침을 어기면 첫 적발 시 200파운드(약 30만 원)를 시작으로 적발될 때마다 벌금이 갑절씩 늘어납니다. 사회적 모임 허용 인원을 넘겨도 벌금이 부과됩니다. 위반 행위 단속을 위해 길거리에 배치하는 경찰관을 대폭 늘리고, 필요할 경우 군 병력까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이같은 대책들이 최대 6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조치는 결코 지난 3월의 전면 봉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며 "집에만 머물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와 기업체는 계속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시간 22일 영국 맨체스터 중심가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현지시간 22일 영국 맨체스터 중심가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10월 중순 영국 확진자 하루 5만 명 나올 수도"

영국 정부가 이처럼 대폭 강화된 방역 대책을 내놓은 것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는 22일 4천926명을 기록하면서 지난 3월의 최고치 7천860명을 향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이날 37명이 나왔습니다.

전날 영국 정부의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과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영국의 코로나19 감염이 7일마다 2배씩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10월 중순에는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1월 중순에는 사망자가 하루 2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영국 정부가 다섯 단계로 나눠진 코로나19 경보를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했습니다. 4단계는 코로나19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 해당합니다.

애초 영국 정부의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에는 이른바 '회로 차단'이라고 불리는 2주일 간의 전면적인 봉쇄정책이 담길 것으로 관측돼 왔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이 이전보다 수준이 대폭 강화되기는 했지만 전면 봉쇄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코로나19 대책을 놓고 지난 주말동안 정부 각료들과 과학자들 간에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지만 정작 발표된 대책은 최근까지 과학자들이 요구했던 것보다 수위가 약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습니다. 영국 정부 당국이 전면 봉쇄 카드를 꺼내들기에는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시간 22일 영국 리버풀의 한 가정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TV 생중계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현지시간 22일 영국 리버풀의 한 가정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TV 생중계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당신의 가벼운 기침이 다른 누군가에겐 죽음의 종소리"

존슨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국민들에게 정부의 방역 대책을 준수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말 원치 않는다"며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가혹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방역 수칙을 잘 따르고 있지만 위반 행위들이 너무나 많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가벼운 기침이 다른 누군가에겐 죽음의 종소리가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 모두 이런 간단한 수칙만 지킨다면 이번 겨울을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절박함으로 호소했지만 국민들에게 격려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았지만 저는 앞으로 좋은 날들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규칙과 결의, 우리를 지탱해 줄 협력의 정신을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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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3 14:40:49
    취재K

현지시간 22일 영국 런던 소호 지역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손님들의 시중을 들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급증하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강화된 방역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현지시간 22일 저녁 영국 전역에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내일(24일)부터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이 시행된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모든 술집과 식당 영업이 밤 10시 이후 금지됩니다. 술집에서 서서 음식을 먹는 행위도 금지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만 파운드(약 1천5백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영업금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현지시간 22일 영국 런던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술집과 식당 등 실내 접객업소와 판매점에서 직원, 손님 모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택시 기사와 승객도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합니다. 사회적 모임은 6명까지, 결혼식은 15명, 장례식은 30명까지만 참석이 허용됩니다.

스코틀랜드에선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가정에 방문하는 행위도 아예 금지됩니다.

실내 스포츠를 할 경우에도 6명을 초과하면 안 됩니다. 다음달 1일부터 스포츠 경기의 관중 입장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려던 계획도 백지화됐습니다.

마스크 미착용 벌금 30만 원…"최대 6개월 시행"

마스크 착용 지침을 어기면 첫 적발 시 200파운드(약 30만 원)를 시작으로 적발될 때마다 벌금이 갑절씩 늘어납니다. 사회적 모임 허용 인원을 넘겨도 벌금이 부과됩니다. 위반 행위 단속을 위해 길거리에 배치하는 경찰관을 대폭 늘리고, 필요할 경우 군 병력까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이같은 대책들이 최대 6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조치는 결코 지난 3월의 전면 봉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며 "집에만 머물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와 기업체는 계속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시간 22일 영국 맨체스터 중심가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10월 중순 영국 확진자 하루 5만 명 나올 수도"

영국 정부가 이처럼 대폭 강화된 방역 대책을 내놓은 것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는 22일 4천926명을 기록하면서 지난 3월의 최고치 7천860명을 향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이날 37명이 나왔습니다.

전날 영국 정부의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과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영국의 코로나19 감염이 7일마다 2배씩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10월 중순에는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1월 중순에는 사망자가 하루 2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영국 정부가 다섯 단계로 나눠진 코로나19 경보를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했습니다. 4단계는 코로나19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 해당합니다.

애초 영국 정부의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에는 이른바 '회로 차단'이라고 불리는 2주일 간의 전면적인 봉쇄정책이 담길 것으로 관측돼 왔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이 이전보다 수준이 대폭 강화되기는 했지만 전면 봉쇄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코로나19 대책을 놓고 지난 주말동안 정부 각료들과 과학자들 간에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지만 정작 발표된 대책은 최근까지 과학자들이 요구했던 것보다 수위가 약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습니다. 영국 정부 당국이 전면 봉쇄 카드를 꺼내들기에는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시간 22일 영국 리버풀의 한 가정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TV 생중계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당신의 가벼운 기침이 다른 누군가에겐 죽음의 종소리"

존슨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국민들에게 정부의 방역 대책을 준수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말 원치 않는다"며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가혹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방역 수칙을 잘 따르고 있지만 위반 행위들이 너무나 많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가벼운 기침이 다른 누군가에겐 죽음의 종소리가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 모두 이런 간단한 수칙만 지킨다면 이번 겨울을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절박함으로 호소했지만 국민들에게 격려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았지만 저는 앞으로 좋은 날들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규칙과 결의, 우리를 지탱해 줄 협력의 정신을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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