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제재에 中 화웨이는 다 계획이 있다?

입력 2020.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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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반도체 수입이 전면 중단된 중국 정보 통신 기술(ICT) 기업 화웨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화웨이 회장의 고백 "생존이 목표"

26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궈핑(郭平) 화웨이 순환 회장은 "생존이 주된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통신장비 5G, 스마트폰 선두기업 화웨이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목표라는 거다. 화웨이 최고 경영진이 미국 제재에 따른 여파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궈핑 회장은 "미국 퀄컴이 미국 정부에 수출 허가 신청을 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과거 10여 년간 퀄컴 칩을 구매했고, 앞으로도 기꺼이 퀄컴 칩으로 스마트폰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정책을 다시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는 하소연도 했다. 그러면서도 궈핑 회장은 화웨이가 전반적인 업무에서는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반도체를 사재기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신은 5G 기지국 구축 등에는 수년 동안 문제가 없고, 다만 고성능 반도체 물량은 길어야 1년 남짓 버틸 수 있을 거로 전망한다.

화웨이 궈핑(郭平) 순환회장이 23일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화웨이 궈핑(郭平) 순환회장이 23일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화웨이의 전략① 최대한 버틴다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해 보면 화웨이가 작년에만 사재기한 부품이 2018년보다 75% 증가했다. 1,600억 위안(27조 4천억 원)어치다. 15일 반도체 수입 전면 금지를 앞두고 타이완에 전세기까지 보내 반도체 공수를 해왔으니, 올해 비축 물량도 이에 못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 물량으로 최대한 버텨 보겠다는 게 화웨이의 전략이다. 중국 매경망(每日经济新闻)은 화웨이가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최대 7천만 대로 크게 낮췄다고 보도했다. 작년 2.4억 대의 34% 수준이다.

화웨이 위청둥(余承东) 소비자 부문 CEO는 올가을 출시 예정인 'Mate 40'이 '기린 9000' 칩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거라고 밝혔다. 화웨이 프리미엄 폰 Mate 시리즈는 삼성 Note, 애플 아이폰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5nm 고성능 반도체가 없어, 더는 출시하지 못하는 거다.

'생존이 목표'라는 궈핑 회장의 말대로 당장 답 안 나오는 스마트폰을 고집할 게 아니라, 덩치를 줄여 버텨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년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비자 영업에서 4,673억 위안(80조 원)의 수익을 냈다. 화웨이 전체 수익의 54%다.

스마트폰 물량을 줄이니, 당장 내년 재무적으로 힘들어질 게 뻔하다. 삼성,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글로벌 3대 공급사라는 '브랜드 파워'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생존할 순 있겠지만,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존재감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화웨이의 전략② 14억 시장, 中 내수가 있다.

화웨이는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개발한 '훙멍 OS'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훙멍은 스마트폰은 물론 TV, 태블릿 PC, 웨어러블 기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 OS다.

화웨이는 내년 '훙멍 2.0 버전'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자사 제품에만 우선 1억 개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대표적 생활가전 기업인 미디어(Midia), 주양(JOYOUNG), 로밤(ROBAM) 등과도 협력을 체결했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맞선 화웨이의 HMS(Huawei Mobile Service)도 해외에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2분기에만 384만 대의 HMS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TOP 5 국가는 러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터키다.

HMS는 현재 9.6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글 애플리케이션 300만 개에 한참 모자란다. 14억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세계를 공략한다는 계획이지만, 애플과 구글의 시장 장악력을 고려할 때 일부 국가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실력자'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화웨이의 전략③ 미국 없는 산업 사슬 구축

화웨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없는 산업 사슬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자급을 위한 '타산(塔山)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해 연말까지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45nm 칩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아울러 28nm 칩 생산설비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웨이 하이실리콘(HiSilicon)은 실제 올 1분기 독일 인피니온(Infineon)을 제치고 글로벌 매출 10위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제조 외에 소재 분야에도 투자를 늘려, 현재 투자 기업이 10여 곳에 이른다.

<화웨이 국제화 :华为国际化> 저자 저우시빙(周锡冰)은 화웨이가 "유럽, 일본, 중국 반도체 기업과 합작을 시작했다"면서 "낙관적으로 보면 1~2년 안에 미국 산업 사슬에서 벗어난 생태계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건, 이런 상황을 미국이 또 보고만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밀릴 대로 밀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면 아마도 중국 정부가 나설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공개했다. 중국 상무부가 19일 발표한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不可靠实体清单规定)' 규정이다.

중국의 발전 이익,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중국 관련 수출·입을 금지하고, 투자와 입국조차 제한하겠다는 조치다. 아직 어떤 기업이 대상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화웨이를 비롯해 틱톡, 위챗까지 사사건건 미국이 중국 기업에 시비를 걸고 있는 걸 고려하면 일차적으론 미국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미국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에 우리 기업도 불가피하게 동참하고 있다. 신냉전으로 치닫는 미·중 양국 관계에 외교 안보 이슈는 물론 우리 기업에까지 불똥이 튄 상황이다. 중국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미·중 간의 싸움이 계속 남의 일이 아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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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美 제재에 中 화웨이는 다 계획이 있다?
    • 입력 2020-09-25 05:00:44
    특파원 리포트
지난 15일부터 반도체 수입이 전면 중단된 중국 정보 통신 기술(ICT) 기업 화웨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화웨이 회장의 고백 "생존이 목표"

26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궈핑(郭平) 화웨이 순환 회장은 "생존이 주된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통신장비 5G, 스마트폰 선두기업 화웨이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목표라는 거다. 화웨이 최고 경영진이 미국 제재에 따른 여파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궈핑 회장은 "미국 퀄컴이 미국 정부에 수출 허가 신청을 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과거 10여 년간 퀄컴 칩을 구매했고, 앞으로도 기꺼이 퀄컴 칩으로 스마트폰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정책을 다시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는 하소연도 했다. 그러면서도 궈핑 회장은 화웨이가 전반적인 업무에서는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반도체를 사재기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신은 5G 기지국 구축 등에는 수년 동안 문제가 없고, 다만 고성능 반도체 물량은 길어야 1년 남짓 버틸 수 있을 거로 전망한다.

화웨이 궈핑(郭平) 순환회장이 23일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화웨이의 전략① 최대한 버틴다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해 보면 화웨이가 작년에만 사재기한 부품이 2018년보다 75% 증가했다. 1,600억 위안(27조 4천억 원)어치다. 15일 반도체 수입 전면 금지를 앞두고 타이완에 전세기까지 보내 반도체 공수를 해왔으니, 올해 비축 물량도 이에 못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 물량으로 최대한 버텨 보겠다는 게 화웨이의 전략이다. 중국 매경망(每日经济新闻)은 화웨이가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최대 7천만 대로 크게 낮췄다고 보도했다. 작년 2.4억 대의 34% 수준이다.

화웨이 위청둥(余承东) 소비자 부문 CEO는 올가을 출시 예정인 'Mate 40'이 '기린 9000' 칩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거라고 밝혔다. 화웨이 프리미엄 폰 Mate 시리즈는 삼성 Note, 애플 아이폰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5nm 고성능 반도체가 없어, 더는 출시하지 못하는 거다.

'생존이 목표'라는 궈핑 회장의 말대로 당장 답 안 나오는 스마트폰을 고집할 게 아니라, 덩치를 줄여 버텨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년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비자 영업에서 4,673억 위안(80조 원)의 수익을 냈다. 화웨이 전체 수익의 54%다.

스마트폰 물량을 줄이니, 당장 내년 재무적으로 힘들어질 게 뻔하다. 삼성,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글로벌 3대 공급사라는 '브랜드 파워'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생존할 순 있겠지만,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존재감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화웨이의 전략② 14억 시장, 中 내수가 있다.

화웨이는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개발한 '훙멍 OS'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훙멍은 스마트폰은 물론 TV, 태블릿 PC, 웨어러블 기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 OS다.

화웨이는 내년 '훙멍 2.0 버전'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자사 제품에만 우선 1억 개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대표적 생활가전 기업인 미디어(Midia), 주양(JOYOUNG), 로밤(ROBAM) 등과도 협력을 체결했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맞선 화웨이의 HMS(Huawei Mobile Service)도 해외에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2분기에만 384만 대의 HMS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TOP 5 국가는 러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터키다.

HMS는 현재 9.6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글 애플리케이션 300만 개에 한참 모자란다. 14억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세계를 공략한다는 계획이지만, 애플과 구글의 시장 장악력을 고려할 때 일부 국가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실력자'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화웨이의 전략③ 미국 없는 산업 사슬 구축

화웨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없는 산업 사슬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자급을 위한 '타산(塔山)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해 연말까지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45nm 칩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아울러 28nm 칩 생산설비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웨이 하이실리콘(HiSilicon)은 실제 올 1분기 독일 인피니온(Infineon)을 제치고 글로벌 매출 10위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제조 외에 소재 분야에도 투자를 늘려, 현재 투자 기업이 10여 곳에 이른다.

<화웨이 국제화 :华为国际化> 저자 저우시빙(周锡冰)은 화웨이가 "유럽, 일본, 중국 반도체 기업과 합작을 시작했다"면서 "낙관적으로 보면 1~2년 안에 미국 산업 사슬에서 벗어난 생태계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건, 이런 상황을 미국이 또 보고만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밀릴 대로 밀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면 아마도 중국 정부가 나설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공개했다. 중국 상무부가 19일 발표한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不可靠实体清单规定)' 규정이다.

중국의 발전 이익,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중국 관련 수출·입을 금지하고, 투자와 입국조차 제한하겠다는 조치다. 아직 어떤 기업이 대상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화웨이를 비롯해 틱톡, 위챗까지 사사건건 미국이 중국 기업에 시비를 걸고 있는 걸 고려하면 일차적으론 미국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미국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에 우리 기업도 불가피하게 동참하고 있다. 신냉전으로 치닫는 미·중 양국 관계에 외교 안보 이슈는 물론 우리 기업에까지 불똥이 튄 상황이다. 중국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미·중 간의 싸움이 계속 남의 일이 아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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