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세계 최초 공개’ 中 백신 생산 현장…“임상 막바지” 믿을 수 있나?

입력 2020.09.26 (06:01) 수정 2020.09.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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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경쟁, 잘 알려졌다시피 정말 치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선거 유세 때마다 백신이 대선 전에 나올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백신이 나오는 시점이 국민의 생명은 물론 자신의 재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어느 곳의 어떤 백신이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을까요? 전 세계가 애타게 기다리는 백신은 과연 나오기는 하는 걸까요?

中 백신 생산 현장을 가다…국내 방송사 최초 공개

현재 개발 최종 단계에 접어든 백신은 전 세계에서 9개, 그런데 그 절반에 가까운 4개가 중국에서 연구 중입니다.

중국이 개발 최종 단계라고 밝힌 4곳 중 한 곳인 국영 제약사 시노백이 세계 처음으로 생산 현장을 외신들에 공개했습니다.

국내 방송사로는 유일하게 KBS가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는데요.

베이징 외곽 다싱 지역에 백신 공장이 들어선 모습 (기자가 직접 촬영)베이징 외곽 다싱 지역에 백신 공장이 들어선 모습 (기자가 직접 촬영)

그동안 중국 당국은 개발 중이라는 백신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생산 시설을 직접 공개한 건 세계적으로도 처음입니다.

중국이 공개한 백신 생산 시설 모습은?

중국 베이징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려 시노백 백신 공장이 있는 다싱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시노백이 먼저 공개한 곳은 생산 설비였습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6개월 만에 공사를 마친 백신 공장은 4층 높이, 층당 3천 제곱미터 규모였는데요.

시노백의 생산 설비시노백의 생산 설비

백신을 유리용기에 담는 구역, 포장재를 생산하는 공간 등으로 작은 구역이 복도를 따라 나뉘어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생산 직원들 없이 비어있는 구역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최종 포장 구역이었습니다.

유리용기에 담긴 완제품 백신을 검수하고 200개 단위로 상자에 담는 곳이지만 위생 관리는 철저하지 않았습니다.

유리용기에 담긴 백신을 위생 장갑 없이 만지는 모습유리용기에 담긴 백신을 위생 장갑 없이 만지는 모습

직원들은 파란색 가운과 위생 모자를 쓰기는 했지만 정작 위생 장갑을 끼지 않고 백신을 만졌습니다.

이렇게 검수된 백신들은 최종적으로 상자로 옮겨졌습니다.

최종 포장된 시노백의 백신최종 포장된 시노백의 백신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관계자에게 이렇게 백신이 하루에 얼마나 생산되는지를 물었지만, 관계자는 하루 생산량은 주문량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가 자신은 알 수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생산 라인에 이어 취재진이 안내받은 곳은 품질 관리 제어 실험실입니다.

시노백의 품질 관리 제어 실험실(QC Lab)시노백의 품질 관리 제어 실험실(QC Lab)

실험분야에 따라 작은 연구실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연구실은 불이 꺼져 있었고, 일부 실험실 조차 소수의 연구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실험실 모니터나 실험기구 대부분도 전원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왜 일부 실험실이 비어있느냐는 질문에 연구실 관계자는 실험 일정이 그날그날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구원이 없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7월부터 최종 임상 시험 중…“백신 연간 3억 개 생산 가능”

하지만 시노백측의 설명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허술했던 현장과는 달리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취재진들에게 크게 2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인웨이둥 시노백 대표가 백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인웨이둥 시노백 대표가 백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웨이둥 대표가 강조한 것은 백신의 안정성과 상용화입니다.

시노백측은 이미 7월부터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출시 전 마지막 임상 단계인 3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임상에서 접종한 대상은 만 명 이상, 국제 표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 자체 표준뿐만 아니라 GMP(WHO가 제정한 의약품 등의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 등 각종 국제 표준에 맞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생산 가능한 백신은 연간 3억 개, 주문 규모에 따라서 시설을 늘리고 백신 생산도 더 늘릴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여기에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웨이둥 시노백 대표는 부작용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발열의 비율이 매우 낮다”면서 “고령의 대상자들을 봐도 발열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중국 질병통제센터의 최고 생물학 전문가인 우구이전의 예상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 질병통제센터 최고 생물학 전문가인 우구이전 인터뷰 모습중국 질병통제센터 최고 생물학 전문가인 우구이전 인터뷰 모습

지난 14일 우구이전은 “이르면 11월이나 12월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11월부터는 일반인도 백신 접종”…안전성 입증은?

관건은 시노백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들입니다.

임상 3상 시험은 백신을 출시하기 전 최종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때문에 백신이 과연 안전한지(안전성), 효과는 정말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지속되는지(유효성) 등을 증명해야 하고 그러려면 수만 명의 표본이 필요합니다.

중국은 과연 이 두 가지를 모두 입증했을까요?

세계 최초로 백신 생산을 공개한 시노백측은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확인 전입니다.

앞서 임상 초기 보고서를 발표한 또 다른 백신 개발 업체 모더나는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이 두통, 발열 같은 가벼운 부작용이 있었다고 보고했고요.

미국과 영국 제약사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미국과 영국 제약사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임상 시험에서 일부 참가자가 경미한 부작용을 호소했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최근 심각한 부작용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연관 기사]전세계가 기다리는 ‘백신’…연말에 진짜 나올까?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95188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부작용 사례를 딱히 공개한 적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서구 매체들은 중국이 지난 1월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한 데 이어 백신 개발에서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백신 생산 시설을 세계 주요 외신들에 공개한 것은, 중국의 백신 개발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의도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화상 연설에서 코로나19 백신은 공공재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개발도상국에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때마침 진행된 백신 생산 현장 공개, 이런 의중과도 맞닿아 있겠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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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6 06:01:16
    • 수정2020-09-26 06:02:01
    특파원 리포트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경쟁, 잘 알려졌다시피 정말 치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선거 유세 때마다 백신이 대선 전에 나올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백신이 나오는 시점이 국민의 생명은 물론 자신의 재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어느 곳의 어떤 백신이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을까요? 전 세계가 애타게 기다리는 백신은 과연 나오기는 하는 걸까요?

中 백신 생산 현장을 가다…국내 방송사 최초 공개

현재 개발 최종 단계에 접어든 백신은 전 세계에서 9개, 그런데 그 절반에 가까운 4개가 중국에서 연구 중입니다.

중국이 개발 최종 단계라고 밝힌 4곳 중 한 곳인 국영 제약사 시노백이 세계 처음으로 생산 현장을 외신들에 공개했습니다.

국내 방송사로는 유일하게 KBS가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는데요.

베이징 외곽 다싱 지역에 백신 공장이 들어선 모습 (기자가 직접 촬영)
그동안 중국 당국은 개발 중이라는 백신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생산 시설을 직접 공개한 건 세계적으로도 처음입니다.

중국이 공개한 백신 생산 시설 모습은?

중국 베이징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려 시노백 백신 공장이 있는 다싱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시노백이 먼저 공개한 곳은 생산 설비였습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6개월 만에 공사를 마친 백신 공장은 4층 높이, 층당 3천 제곱미터 규모였는데요.

시노백의 생산 설비
백신을 유리용기에 담는 구역, 포장재를 생산하는 공간 등으로 작은 구역이 복도를 따라 나뉘어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생산 직원들 없이 비어있는 구역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최종 포장 구역이었습니다.

유리용기에 담긴 완제품 백신을 검수하고 200개 단위로 상자에 담는 곳이지만 위생 관리는 철저하지 않았습니다.

유리용기에 담긴 백신을 위생 장갑 없이 만지는 모습
직원들은 파란색 가운과 위생 모자를 쓰기는 했지만 정작 위생 장갑을 끼지 않고 백신을 만졌습니다.

이렇게 검수된 백신들은 최종적으로 상자로 옮겨졌습니다.

최종 포장된 시노백의 백신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관계자에게 이렇게 백신이 하루에 얼마나 생산되는지를 물었지만, 관계자는 하루 생산량은 주문량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가 자신은 알 수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생산 라인에 이어 취재진이 안내받은 곳은 품질 관리 제어 실험실입니다.

시노백의 품질 관리 제어 실험실(QC Lab)
실험분야에 따라 작은 연구실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연구실은 불이 꺼져 있었고, 일부 실험실 조차 소수의 연구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실험실 모니터나 실험기구 대부분도 전원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왜 일부 실험실이 비어있느냐는 질문에 연구실 관계자는 실험 일정이 그날그날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구원이 없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7월부터 최종 임상 시험 중…“백신 연간 3억 개 생산 가능”

하지만 시노백측의 설명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허술했던 현장과는 달리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취재진들에게 크게 2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인웨이둥 시노백 대표가 백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웨이둥 대표가 강조한 것은 백신의 안정성과 상용화입니다.

시노백측은 이미 7월부터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출시 전 마지막 임상 단계인 3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임상에서 접종한 대상은 만 명 이상, 국제 표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 자체 표준뿐만 아니라 GMP(WHO가 제정한 의약품 등의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 등 각종 국제 표준에 맞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생산 가능한 백신은 연간 3억 개, 주문 규모에 따라서 시설을 늘리고 백신 생산도 더 늘릴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여기에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웨이둥 시노백 대표는 부작용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발열의 비율이 매우 낮다”면서 “고령의 대상자들을 봐도 발열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중국 질병통제센터의 최고 생물학 전문가인 우구이전의 예상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 질병통제센터 최고 생물학 전문가인 우구이전 인터뷰 모습
지난 14일 우구이전은 “이르면 11월이나 12월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11월부터는 일반인도 백신 접종”…안전성 입증은?

관건은 시노백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들입니다.

임상 3상 시험은 백신을 출시하기 전 최종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때문에 백신이 과연 안전한지(안전성), 효과는 정말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지속되는지(유효성) 등을 증명해야 하고 그러려면 수만 명의 표본이 필요합니다.

중국은 과연 이 두 가지를 모두 입증했을까요?

세계 최초로 백신 생산을 공개한 시노백측은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확인 전입니다.

앞서 임상 초기 보고서를 발표한 또 다른 백신 개발 업체 모더나는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이 두통, 발열 같은 가벼운 부작용이 있었다고 보고했고요.

미국과 영국 제약사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임상 시험에서 일부 참가자가 경미한 부작용을 호소했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최근 심각한 부작용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연관 기사]전세계가 기다리는 ‘백신’…연말에 진짜 나올까?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95188

하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부작용 사례를 딱히 공개한 적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서구 매체들은 중국이 지난 1월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한 데 이어 백신 개발에서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백신 생산 시설을 세계 주요 외신들에 공개한 것은, 중국의 백신 개발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려는 의도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화상 연설에서 코로나19 백신은 공공재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개발도상국에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때마침 진행된 백신 생산 현장 공개, 이런 의중과도 맞닿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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