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이사회 막는다’…‘집중투표제’ 뭐길래

입력 2020.09.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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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상법 등 경제3법(이하 경제3법)' 제·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까지 찬성 뜻을 밝히면서 '경제 민주화'도 연일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재계는 국회를 드나들면서 기업의 어려움을 알아달라며 '경제3법' 제·개정 저지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재계의 호소에 "심사단계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면서도 자신이 만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지금 경제3법보다 훨씬 강했다며 재계의 불만을 사실상 일축했습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공약에는 있고, 지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제3법'에는 없는 제도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지만 '경제3법'에는 없습니다.

바로 '집중투표제'입니다.

고인이 된 노회찬 전 의원이 2016년 9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포함돼 있고, 21대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법안에도 포함된 제도입니다.


'1주 1의결권'…재벌 총수 '거수기' 이사회 견제 불가능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총수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부당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재벌 총수와 경영진, 지배주주의 경영과 판단을 감시할 수 있는 건 이사회입니다. 이사회가 제대로 움직여야 기업의 이익이 구성원과 주주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의 구성을 다양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의 이사회는 그렇지 못합니다.

'1주 1의결권' 원칙 때문입니다.

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사회가 총수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채용비리로 기소돼도 연임하는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나 종손녀 채용비리와 평가에서 1등을 못해도 만장일치로 3연임 최종후보에 선정된 KB금융 윤종규 회장이나 모두 사외이사를 장악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사주도 아닌 금융지주회장이 사외이사로 참호를 구축하고 회장 추천위가 사외이사로 구성되다 보니 포획당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학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집중투표제'입니다.

집중투표제 "기업 총수 전횡 막고, 소액주주 권한 강화"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한 주당 선출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사 5명을 선임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한 주당 의결권 하나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10주 가지고 있는 주주라면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로 하면 한 주당 의결권이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이니 5개가 되고, 10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은 50개가 됩니다. 그리고 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한 명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도 있게 돼 있습니다.

투표 결과 최다수를 얻은 후보부터 차례대로 이사에 선임되기 때문에 이 제도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들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대주주가 내세우는 이사를 저지할 수도 있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사실 1998년 말 개정된 상법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의무조항이 아닙니다. 기업이 주총의 특별결의로, 다시 말해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게 돼 있고, 실제 대부분 기업에서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있으나 마나입니다.


"상법 개정안 보완 처리 필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집중투표제가 빠진 채 넘어온 정부의 상법 개정안을 보완해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상법 개정안도 지난 6월 발의했습니다.

집중투표 청구 자격을 발생주식의 3% 이상 소유한 주주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을 소유한 모든 주주로 완화하고, 정관으로 집중투표 실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삭제했습니다.

박 의원은 "재벌개혁은 둘째치고 합리적인 기업운영의 밑돌을 놓아주려는데 중요한 나사 하나가 빠진 채로 국회로 넘어왔다"면서 "관료들은 한 발 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입법을 완수할 책임감을 가지고 누락된 집중투표제를 보완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득의 대표는 "집중투표제는 공정과 평등을 실현하려는 경제민주화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라며 "집중투표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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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수기 이사회 막는다’…‘집중투표제’ 뭐길래
    • 입력 2020-09-26 08:01:12
    취재K
정부 여당이 '상법 등 경제3법(이하 경제3법)' 제·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까지 찬성 뜻을 밝히면서 '경제 민주화'도 연일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재계는 국회를 드나들면서 기업의 어려움을 알아달라며 '경제3법' 제·개정 저지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재계의 호소에 "심사단계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면서도 자신이 만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지금 경제3법보다 훨씬 강했다며 재계의 불만을 사실상 일축했습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공약에는 있고, 지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제3법'에는 없는 제도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지만 '경제3법'에는 없습니다.

바로 '집중투표제'입니다.

고인이 된 노회찬 전 의원이 2016년 9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포함돼 있고, 21대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법안에도 포함된 제도입니다.


'1주 1의결권'…재벌 총수 '거수기' 이사회 견제 불가능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총수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부당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재벌 총수와 경영진, 지배주주의 경영과 판단을 감시할 수 있는 건 이사회입니다. 이사회가 제대로 움직여야 기업의 이익이 구성원과 주주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의 구성을 다양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의 이사회는 그렇지 못합니다.

'1주 1의결권' 원칙 때문입니다.

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사회가 총수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채용비리로 기소돼도 연임하는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나 종손녀 채용비리와 평가에서 1등을 못해도 만장일치로 3연임 최종후보에 선정된 KB금융 윤종규 회장이나 모두 사외이사를 장악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사주도 아닌 금융지주회장이 사외이사로 참호를 구축하고 회장 추천위가 사외이사로 구성되다 보니 포획당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학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집중투표제'입니다.

집중투표제 "기업 총수 전횡 막고, 소액주주 권한 강화"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한 주당 선출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사 5명을 선임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한 주당 의결권 하나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10주 가지고 있는 주주라면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로 하면 한 주당 의결권이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이니 5개가 되고, 10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은 50개가 됩니다. 그리고 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한 명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도 있게 돼 있습니다.

투표 결과 최다수를 얻은 후보부터 차례대로 이사에 선임되기 때문에 이 제도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들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대주주가 내세우는 이사를 저지할 수도 있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사실 1998년 말 개정된 상법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의무조항이 아닙니다. 기업이 주총의 특별결의로, 다시 말해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게 돼 있고, 실제 대부분 기업에서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있으나 마나입니다.


"상법 개정안 보완 처리 필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집중투표제가 빠진 채 넘어온 정부의 상법 개정안을 보완해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상법 개정안도 지난 6월 발의했습니다.

집중투표 청구 자격을 발생주식의 3% 이상 소유한 주주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을 소유한 모든 주주로 완화하고, 정관으로 집중투표 실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삭제했습니다.

박 의원은 "재벌개혁은 둘째치고 합리적인 기업운영의 밑돌을 놓아주려는데 중요한 나사 하나가 빠진 채로 국회로 넘어왔다"면서 "관료들은 한 발 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입법을 완수할 책임감을 가지고 누락된 집중투표제를 보완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득의 대표는 "집중투표제는 공정과 평등을 실현하려는 경제민주화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라며 "집중투표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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