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씨름대회서 ‘밀어주기’ 의혹…“승부조작 계속되면 외면받을 것”

입력 2020.09.26 (10:09) 수정 2020.09.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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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씨름 실업팀 선수들이 4년 전 한 대회에서 승부조작을 통해 우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나섰습니다. 일반부 단체전의 결승전과 준결승전에서 승부조작, 일명 ‘밀어주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 전국대회서 단체전 우승...선수들은 웃을 수 없었다?

당시 우승팀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선수들이었습니다. 반면 상대팀들은 씨름계에서도 수차례 장사 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들로 구성됐습니다. 1년 뒤 해당 팀의 감독을 맡은 A 씨는 “당시 어른과 아이처럼 상당한 실력 차가 있었다”라고 회상합니다.


A 씨는 선수들로부터 앞서 있던 감독 B 씨의 지시를 받고 단체전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선수들은 A 씨와의 대화에서 당시 상황을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했습니다.

씨름의 단체전에서는 7명이 각각 단판으로 승부해 먼저 4판을 이기면 경기가 종료됩니다. 준결승전에서는 상대팀이 선수 순서를 알려줘 그에 맞춰 자신들도 유리한 선수들을 배치해 이겼고, 결승전에서는 아예 승패가 정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 결승전에서 실수로 져야 할 선수가 이기자 이후 이기기로 했던 선수가 졌다고도 말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우승을 했는데도 기뻐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후임 감독에게도 이어진 ‘밀어주기’ 제안

A 씨는 이러한 승부조작이 더 있다고 주장합니다. 후임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도 수차례 제안을 받았다는 겁니다. ‘돌아가면서 우승을 하자’는 회유는 물론, ‘다음 경기는 나오지 말라’는 강한 압박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A 씨는 승부조작은 씨름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전직 씨름선수는 KBS 취재진에게 승부조작이 종종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끼리 연봉 계약을 앞두고 서로 져주거나, 감독들이 계약 연장을 위해 팀 성적을 올려야 할 때 이를 지시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전직 씨름선수 역시 씨름이 국내 스포츠이고, 기업의 후원을 받는 프로팀이 아닌 구청 지원을 받는 실업팀이다 보니 유혹이 더 크다고 얘기했습니다. 우승할 때 구청에서 나오는 포상금 액수가 달라 금액이 큰 선수에게 몰아주고 이를 나눠 갖거나 연봉이나 계약 연장을 위해 좀 더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진감 떨어지면 결국 외면받을 것”

이러한 승부조작에 대해 A 씨는 “우리의 민속 스포츠로 자긍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며 “국가에서 지원도 많이 받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하면 발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 긴장감, 박진감이 떨어져 결국 외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된 당시 감독은 KBS 취재진에게 ‘후임감독이 전부 조작한 것’이라며 ‘상대 감독들과도 친분도 없고 승부조작을 빌미로 오간 돈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단체전 조작은 우리 편과 상대편 선수 14명이 모두 동조를 해야 승부조작을 할 수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습니다. 당시 상대팀 감독들 역시 승부조작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된 감독들과 선수들을 대상으로 정식 수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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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6 10:09:00
    • 수정2020-09-26 10:09:27
    취재K
수도권의 한 씨름 실업팀 선수들이 4년 전 한 대회에서 승부조작을 통해 우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나섰습니다. 일반부 단체전의 결승전과 준결승전에서 승부조작, 일명 ‘밀어주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 전국대회서 단체전 우승...선수들은 웃을 수 없었다?

당시 우승팀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선수들이었습니다. 반면 상대팀들은 씨름계에서도 수차례 장사 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들로 구성됐습니다. 1년 뒤 해당 팀의 감독을 맡은 A 씨는 “당시 어른과 아이처럼 상당한 실력 차가 있었다”라고 회상합니다.


A 씨는 선수들로부터 앞서 있던 감독 B 씨의 지시를 받고 단체전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선수들은 A 씨와의 대화에서 당시 상황을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했습니다.

씨름의 단체전에서는 7명이 각각 단판으로 승부해 먼저 4판을 이기면 경기가 종료됩니다. 준결승전에서는 상대팀이 선수 순서를 알려줘 그에 맞춰 자신들도 유리한 선수들을 배치해 이겼고, 결승전에서는 아예 승패가 정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 결승전에서 실수로 져야 할 선수가 이기자 이후 이기기로 했던 선수가 졌다고도 말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우승을 했는데도 기뻐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후임 감독에게도 이어진 ‘밀어주기’ 제안

A 씨는 이러한 승부조작이 더 있다고 주장합니다. 후임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도 수차례 제안을 받았다는 겁니다. ‘돌아가면서 우승을 하자’는 회유는 물론, ‘다음 경기는 나오지 말라’는 강한 압박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A 씨는 승부조작은 씨름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전직 씨름선수는 KBS 취재진에게 승부조작이 종종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끼리 연봉 계약을 앞두고 서로 져주거나, 감독들이 계약 연장을 위해 팀 성적을 올려야 할 때 이를 지시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전직 씨름선수 역시 씨름이 국내 스포츠이고, 기업의 후원을 받는 프로팀이 아닌 구청 지원을 받는 실업팀이다 보니 유혹이 더 크다고 얘기했습니다. 우승할 때 구청에서 나오는 포상금 액수가 달라 금액이 큰 선수에게 몰아주고 이를 나눠 갖거나 연봉이나 계약 연장을 위해 좀 더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진감 떨어지면 결국 외면받을 것”

이러한 승부조작에 대해 A 씨는 “우리의 민속 스포츠로 자긍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며 “국가에서 지원도 많이 받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하면 발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 긴장감, 박진감이 떨어져 결국 외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된 당시 감독은 KBS 취재진에게 ‘후임감독이 전부 조작한 것’이라며 ‘상대 감독들과도 친분도 없고 승부조작을 빌미로 오간 돈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단체전 조작은 우리 편과 상대편 선수 14명이 모두 동조를 해야 승부조작을 할 수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습니다. 당시 상대팀 감독들 역시 승부조작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된 감독들과 선수들을 대상으로 정식 수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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