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지원 쌀서 벌레 ‘우글우글’…구호물품도 “못 써”

입력 2020.09.26 (21:28) 수정 2020.09.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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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쌀, 나라미에서 수백 마리의 벌레가 나오고, 수재민들에게는 쓸 수 없는 구호물품들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수십 만 원의 비용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 온정을 나누기는 커녕 오히려 어려운 이웃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윤경재 기잡니다.

[리포트]

쌀 종이 포대를 쏟아붓자, 흰 쌀 사이에서 새까만 점들이 움직이며 올라옵니다.

흑갈색 쌀벌레, 바구미입니다.

언뜻봐도 수백 마리가 넘습니다.

이 70대 홀몸노인이 주민센터로부터 쌀을 집으로 배송받은 것은 지난 21일.

시중가보다 저렴하고 평소 주민센터를 통해 믿고 받던 터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홀몸노인/음성변조 : "벌레가 바글바글한 거예요. 우르르 나와서 기어 나오고 그랬어요. 요즘 강아지도 이런 건 안 줄 걸요. 너무 이게 마음에 파고들고 슬프고..."]

문제의 쌀은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 수준에 따라 10㎏에 만원 안팎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나라미.

창원시 진해구청은 즉각 조사에 나섰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쌀 보관이나 도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남 합천군의 환경사업소.

건물 한쪽에 물건들이 쌓여 있습니다.

상자들을 열어보니 헌 옷가지와 뜯어진 커튼이 가득합니다.

오래돼 망가진 냉장고와 TV 같은 폐가전제품에다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를 본 합천군 수재민들을 돕겠다며 전국에서 보내온 구호물품들입니다.

[합천군 수재민/음성변조 : "수해 난 뒤에 여러 사회단체나 사람들이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일부는) 보니까 도저히 쓸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도저히 쓸 수 없다 (싶었어요)."]

합천군은 그동안 구호물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 않다가 최근 주민 민원을 받고서야 쓸모 없는 물품들을 폐기처리했습니다.

이번에 폐기물 처리한 구호물품은 5t 트럭에 가득 실리는 양입니다. 처리 비용만 수십만 원에 달합니다.

진정성 없는 구호의 손길,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행정,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영상편집: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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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몸노인 지원 쌀서 벌레 ‘우글우글’…구호물품도 “못 써”
    • 입력 2020-09-26 21:28:00
    • 수정2020-09-26 21: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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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쌀, 나라미에서 수백 마리의 벌레가 나오고, 수재민들에게는 쓸 수 없는 구호물품들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수십 만 원의 비용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 온정을 나누기는 커녕 오히려 어려운 이웃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윤경재 기잡니다.

[리포트]

쌀 종이 포대를 쏟아붓자, 흰 쌀 사이에서 새까만 점들이 움직이며 올라옵니다.

흑갈색 쌀벌레, 바구미입니다.

언뜻봐도 수백 마리가 넘습니다.

이 70대 홀몸노인이 주민센터로부터 쌀을 집으로 배송받은 것은 지난 21일.

시중가보다 저렴하고 평소 주민센터를 통해 믿고 받던 터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홀몸노인/음성변조 : "벌레가 바글바글한 거예요. 우르르 나와서 기어 나오고 그랬어요. 요즘 강아지도 이런 건 안 줄 걸요. 너무 이게 마음에 파고들고 슬프고..."]

문제의 쌀은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 수준에 따라 10㎏에 만원 안팎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나라미.

창원시 진해구청은 즉각 조사에 나섰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쌀 보관이나 도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남 합천군의 환경사업소.

건물 한쪽에 물건들이 쌓여 있습니다.

상자들을 열어보니 헌 옷가지와 뜯어진 커튼이 가득합니다.

오래돼 망가진 냉장고와 TV 같은 폐가전제품에다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를 본 합천군 수재민들을 돕겠다며 전국에서 보내온 구호물품들입니다.

[합천군 수재민/음성변조 : "수해 난 뒤에 여러 사회단체나 사람들이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일부는) 보니까 도저히 쓸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도저히 쓸 수 없다 (싶었어요)."]

합천군은 그동안 구호물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 않다가 최근 주민 민원을 받고서야 쓸모 없는 물품들을 폐기처리했습니다.

이번에 폐기물 처리한 구호물품은 5t 트럭에 가득 실리는 양입니다. 처리 비용만 수십만 원에 달합니다.

진정성 없는 구호의 손길,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행정,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영상편집:김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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