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고, 산사태로 뽑히고…수난 당하는 산림, 복원은 어떻게?

입력 2020.09.27 (0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많았습니다.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이 아직 진행 중이고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무려 6개월간 산불이 이어져 남한 면적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이 타 없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올여름 폭우로 산사태가 많았는데, 이 모든 게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로 산불과 산사태가 잦아지면서 숲이 사라지고, 숲이 점점 사라지면 온실가스 흡수량도 줄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훼손된 숲을 되살리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동해안 산불 20년, 민둥산이 초록으로"...'산림복원'은 여전히 진행 중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해 17년째 산림복원이 진행되고 있다.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해 17년째 산림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 검봉산은 20년 전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보았던 곳입니다.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불은 일주일 가까이 번져 경북 울진까지 덮쳤습니다. 산림 2만 3,700여ha가 불에 타 630억 원의 피해를 냈습니다.

산림복원은 3년 뒤인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산불이나 산사태와 같이 심한 훼손을 입은 곳은 곧바로 나무를 심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조림사업'이 아니라 생태계 회복의 개념을 도입해 '산림복원'이 추진됐습니다. 또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정부가 함께 참여해 '산림복원'의 방향을 결정한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송이버섯 채취를 하는 주민들을 위해 소나무를 우선 심고, 도로와 마을 주변에는 경관 조림을 했습니다. 산불 피해가 적은 곳은 자연복원을 추진했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17년 전 심은 나무와 그 전부터 자생하던 나무의 차이가 보인다.자세히 보면 17년 전 심은 나무와 그 전부터 자생하던 나무의 차이가 보인다.

그 결과 12년쯤 지나니 사람이 나무를 심어놓은 곳과 자연 복원지로 둔 곳의 생태계가 어느 정도 비슷하게 회복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사람이 심은 나무가 번식해서 숲은 점점 울창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훼손 전의 숲 상태로 되돌리려면 적어도 5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산림청 관계자는 내다봤습니다.

■ 유전자 비슷한 나무 골라 심고, 울타리로 바람도 막아 줘

그나마 검봉산은 복원이 쉬운 지역에 속합니다. 경사가 급하고 고도가 높은 곳일수록 나무를 다시 심고 살리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2001년 산불로 민둥산이 됐던 포항 칠포 인근 산에서는 4년 전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2001년 산불로 민둥산이 됐던 포항 칠포 인근 산에서는 4년 전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2001년 경북 포항 흥해 산불 피해지역을 찾았습니다. 경사가 급하고 토양이 척박해 60년대에도 민둥산이었던 곳인데요. 연 30만 명을 투입해 조림을 시작해 30년 만에 겨우 숲을 만들었는데 한순간의 산불로 다시 숲을 잃었다고 합니다.

4년 전 시작한 산림복원은 흙이 쓸려 내려오는 것을 방지하는 사방공사부터 진행했습니다. 나무를 심을 장소에는 미리 구덩이를 파서 빗물이 고이고, 미생물들이 모여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었고, 인근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번식시킨 묘목을 심었습니다. 유전자가 최대한 비슷한 나무를 심어 적응률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관령 초지도 다시 숲으로 되돌리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대관령 초지도 다시 숲으로 되돌리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70년대 대규모 목장으로 개발된 대관령. 풍력발전기와 드넓은 초지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죠. 하지만 이곳도 목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숲이었습니다.

산림청은 사육두수가 급감한 이런 초지도 다시 숲으로 되돌리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0m가 넘는 고도에 바람도 많이 불어 나무를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렇게 고도가 높은 곳은 자연복원이 어렵습니다. 먼저 적응이 쉬운 나무를 심어 어느 정도 키워놔야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산림청은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울타리, 벽까지 설치해서 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결과 이런 울타리는 약 40% 정도의 방풍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데 엄청난 노력과 비용, 인력이 들어가는 것이죠.

■ 산림복원 안 하면 산사태 위험...생태계 회복·기후위기 대응하려면 필수

숲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이유는 뭘까요?

일차적으로는 더 심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자연 회복은 더딘데, 기후변화로 산사태 등의 위험은 더욱 커졌습니다. 나무가 없는 산은 비와 바람에 무너지기 쉽습니다. 나무로 땅을 고정해줘야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군사시설이 있던 구룡덕봉은 2008년부터 산림복원이 이뤄졌다.군사시설이 있던 구룡덕봉은 2008년부터 산림복원이 이뤄졌다.

군부대가 있던 구룡덕봉. 2008년 부대가 떠나고 건물을 철거한 뒤 헬기로 폐기물을 모두 걷어냈습니다. 해발 1,400m 높이, 바람에 강한 병꽃나무 등 키가 작은 나무부터 심기 시작했습니다. 복원 이듬해엔 개망초 등 외래종 식물이 들어오더니 심은 병꽃나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외래종은 사라지고 자생식물들이 자연스레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버드나무, 단풍나무뿐 아니라 보기 어려운 용담꽃, 금강초롱꽃 등 야생화 군락지도 생겨났습니다.

구룡덕봉에 핀 금강초롱, 용담꽃.구룡덕봉에 핀 금강초롱, 용담꽃.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도 산림복원은 필수적입니다. 나무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기 때문입니다. 10년생 나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단위면적 ha당 상수리나무는 11톤, 신갈나무는 9톤, 소나무는 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2017년 기준 국내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은 4,500여만 톤입니다. 그해 국내 배출량의 6% 수준입니다. 정부가 도심지역은 물론이고 군사시설, DMZ 등에 대해서도 산림복원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불에 타고, 산사태로 뽑히고…수난 당하는 산림, 복원은 어떻게?
    • 입력 2020-09-27 09:01:23
    취재K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많았습니다.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이 아직 진행 중이고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무려 6개월간 산불이 이어져 남한 면적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이 타 없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올여름 폭우로 산사태가 많았는데, 이 모든 게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로 산불과 산사태가 잦아지면서 숲이 사라지고, 숲이 점점 사라지면 온실가스 흡수량도 줄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훼손된 숲을 되살리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동해안 산불 20년, 민둥산이 초록으로"...'산림복원'은 여전히 진행 중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해 17년째 산림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 검봉산은 20년 전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보았던 곳입니다.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불은 일주일 가까이 번져 경북 울진까지 덮쳤습니다. 산림 2만 3,700여ha가 불에 타 630억 원의 피해를 냈습니다.

산림복원은 3년 뒤인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산불이나 산사태와 같이 심한 훼손을 입은 곳은 곧바로 나무를 심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조림사업'이 아니라 생태계 회복의 개념을 도입해 '산림복원'이 추진됐습니다. 또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정부가 함께 참여해 '산림복원'의 방향을 결정한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송이버섯 채취를 하는 주민들을 위해 소나무를 우선 심고, 도로와 마을 주변에는 경관 조림을 했습니다. 산불 피해가 적은 곳은 자연복원을 추진했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17년 전 심은 나무와 그 전부터 자생하던 나무의 차이가 보인다.
그 결과 12년쯤 지나니 사람이 나무를 심어놓은 곳과 자연 복원지로 둔 곳의 생태계가 어느 정도 비슷하게 회복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사람이 심은 나무가 번식해서 숲은 점점 울창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훼손 전의 숲 상태로 되돌리려면 적어도 5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산림청 관계자는 내다봤습니다.

■ 유전자 비슷한 나무 골라 심고, 울타리로 바람도 막아 줘

그나마 검봉산은 복원이 쉬운 지역에 속합니다. 경사가 급하고 고도가 높은 곳일수록 나무를 다시 심고 살리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2001년 산불로 민둥산이 됐던 포항 칠포 인근 산에서는 4년 전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2001년 경북 포항 흥해 산불 피해지역을 찾았습니다. 경사가 급하고 토양이 척박해 60년대에도 민둥산이었던 곳인데요. 연 30만 명을 투입해 조림을 시작해 30년 만에 겨우 숲을 만들었는데 한순간의 산불로 다시 숲을 잃었다고 합니다.

4년 전 시작한 산림복원은 흙이 쓸려 내려오는 것을 방지하는 사방공사부터 진행했습니다. 나무를 심을 장소에는 미리 구덩이를 파서 빗물이 고이고, 미생물들이 모여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었고, 인근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번식시킨 묘목을 심었습니다. 유전자가 최대한 비슷한 나무를 심어 적응률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관령 초지도 다시 숲으로 되돌리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70년대 대규모 목장으로 개발된 대관령. 풍력발전기와 드넓은 초지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죠. 하지만 이곳도 목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숲이었습니다.

산림청은 사육두수가 급감한 이런 초지도 다시 숲으로 되돌리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0m가 넘는 고도에 바람도 많이 불어 나무를 키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렇게 고도가 높은 곳은 자연복원이 어렵습니다. 먼저 적응이 쉬운 나무를 심어 어느 정도 키워놔야 다른 풀과 나무들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산림청은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울타리, 벽까지 설치해서 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결과 이런 울타리는 약 40% 정도의 방풍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데 엄청난 노력과 비용, 인력이 들어가는 것이죠.

■ 산림복원 안 하면 산사태 위험...생태계 회복·기후위기 대응하려면 필수

숲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이유는 뭘까요?

일차적으로는 더 심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자연 회복은 더딘데, 기후변화로 산사태 등의 위험은 더욱 커졌습니다. 나무가 없는 산은 비와 바람에 무너지기 쉽습니다. 나무로 땅을 고정해줘야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군사시설이 있던 구룡덕봉은 2008년부터 산림복원이 이뤄졌다.
군부대가 있던 구룡덕봉. 2008년 부대가 떠나고 건물을 철거한 뒤 헬기로 폐기물을 모두 걷어냈습니다. 해발 1,400m 높이, 바람에 강한 병꽃나무 등 키가 작은 나무부터 심기 시작했습니다. 복원 이듬해엔 개망초 등 외래종 식물이 들어오더니 심은 병꽃나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외래종은 사라지고 자생식물들이 자연스레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버드나무, 단풍나무뿐 아니라 보기 어려운 용담꽃, 금강초롱꽃 등 야생화 군락지도 생겨났습니다.

구룡덕봉에 핀 금강초롱, 용담꽃.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도 산림복원은 필수적입니다. 나무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기 때문입니다. 10년생 나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단위면적 ha당 상수리나무는 11톤, 신갈나무는 9톤, 소나무는 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2017년 기준 국내 산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은 4,500여만 톤입니다. 그해 국내 배출량의 6% 수준입니다. 정부가 도심지역은 물론이고 군사시설, DMZ 등에 대해서도 산림복원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