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식간에 물려죽은 반려견…대형 진돗개 입마개는 없었다

입력 2020.09.29 (10:31) 수정 2020.09.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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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45초. 누군가에겐 짧게 느껴질 시간이지만, 영상 속 여성에게는 고통스러울 만큼 긴 시간이었습니다. 4년 간 함께 지내던 반려견이 갑자기 달려온 진돗개에 물려 갈비뼈가 모두 부러지기까지 걸린 시간, 단 1분 45초였습니다.

■순식간에 덮친 진돗개…성인 남성 4명도 못 말렸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A 씨 부부는 지난 25일 밤 10시쯤 여느 때처럼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각각 3살 웰시코기와 4살 포메라니안으로, 부부에겐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산책을 끝낸 A 씨 부부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느닷없이 흰색 진돗개 한 마리가 달려와 포메라니안을 물었습니다. A 씨의 아내가 재빨리 몸을 피하려 했지만 손 쓸 새도 없을 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뒤따라오다 이 모습을 발견한 A 씨는 그 즉시 달려와 진돗개에게서 반려견을 떼내기 위해 사투를 벌였습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달려와 A 씨를 도왔지만, 성인 남성 4명이 달라붙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진돗개의 힘은 거셌습니다.

결국 진돗개는 주인이 나타나고 나서야 A 씨 부부의 반려견을 놓아주었습니다. 모든 일은 1분 4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CCTV 확인 결과, 진돗개 주인은 사고 발생 장소와 5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진돗개의 목줄을 놓쳤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A 씨가 진돗개에게서 반려견을 떼내려하는 모습을 보고 돕기 위해 달려오는 시민들A 씨가 진돗개에게서 반려견을 떼내려하는 모습을 보고 돕기 위해 달려오는 시민들

■두 시간 만에 폐사…경찰, 수사 착수

A 씨 부부는 다친 반려견을 데리고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분당의 한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서 본 개의 상태는 더 처참했습니다. 복부의 살이 뜯겨 나가 내장이 튀어나와 있었고, 혈압이 심하게 낮아 마취 주사조차 놓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포메라니안을 진단했던 동물병원 수의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견주의 티셔츠가 모두 피에 젖은 상태였고, 개의 갈비뼈가 모두 부러진 상태였다"며 "이미 쇼크가 시작돼 수술조차 시작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26일 새벽 1시, 병원 도착 두 시간만에 A 씨 반려견은 수술조차 해보지 못하고 폐사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족같은 반려견을 한 순간 잃은 A 씨 부부는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우리 개는 비록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A 씨 부부는 진돗개 견주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용인 서부경찰서는 A 씨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고 직후 복부가 심하게 훼손된 A 씨 반려견 모습사고 직후 복부가 심하게 훼손된 A 씨 반려견 모습

■입마개 착용 의무 없는 진돗개…'맹견' 재정의 되나

동물보호법에선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류와 그 잡종의 개를 맹견으로 분류합니다. A 씨 부부의 반려견을 물어 죽인 진돗개는 맹견에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법에 명시된 '맹견' 주인은 외출할 때 개에게 입마개를 반드시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개에겐 별다른 규정이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등록된 반려견 209만 마리 중 맹견은 4천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소방청은 매년 2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에 물려 병원에 이송된다고 집계했습니다. A 씨 부부의 사례처럼, 개가 개를 문 사고까지 더하면 실제 '개 물림 사고'의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7월에도 서울 은평구의 한 골목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 로트와일러가 주인과 산책하던 스피츠를 물어 개가 죽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피해 견주는 대형견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청원엔 현재까지 6만 7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도 시작됐습니다. 24일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사람이나 다른 개를 문 개를 맹견으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를 위협하는 '맹견'을 재정의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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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순식간에 물려죽은 반려견…대형 진돗개 입마개는 없었다
    • 입력 2020-09-29 10:31:08
    • 수정2020-09-29 10:32:38
    취재K
1분 45초. 누군가에겐 짧게 느껴질 시간이지만, 영상 속 여성에게는 고통스러울 만큼 긴 시간이었습니다. 4년 간 함께 지내던 반려견이 갑자기 달려온 진돗개에 물려 갈비뼈가 모두 부러지기까지 걸린 시간, 단 1분 45초였습니다.

■순식간에 덮친 진돗개…성인 남성 4명도 못 말렸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A 씨 부부는 지난 25일 밤 10시쯤 여느 때처럼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각각 3살 웰시코기와 4살 포메라니안으로, 부부에겐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산책을 끝낸 A 씨 부부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느닷없이 흰색 진돗개 한 마리가 달려와 포메라니안을 물었습니다. A 씨의 아내가 재빨리 몸을 피하려 했지만 손 쓸 새도 없을 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뒤따라오다 이 모습을 발견한 A 씨는 그 즉시 달려와 진돗개에게서 반려견을 떼내기 위해 사투를 벌였습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달려와 A 씨를 도왔지만, 성인 남성 4명이 달라붙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진돗개의 힘은 거셌습니다.

결국 진돗개는 주인이 나타나고 나서야 A 씨 부부의 반려견을 놓아주었습니다. 모든 일은 1분 4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CCTV 확인 결과, 진돗개 주인은 사고 발생 장소와 5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진돗개의 목줄을 놓쳤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A 씨가 진돗개에게서 반려견을 떼내려하는 모습을 보고 돕기 위해 달려오는 시민들
■두 시간 만에 폐사…경찰, 수사 착수

A 씨 부부는 다친 반려견을 데리고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분당의 한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서 본 개의 상태는 더 처참했습니다. 복부의 살이 뜯겨 나가 내장이 튀어나와 있었고, 혈압이 심하게 낮아 마취 주사조차 놓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포메라니안을 진단했던 동물병원 수의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견주의 티셔츠가 모두 피에 젖은 상태였고, 개의 갈비뼈가 모두 부러진 상태였다"며 "이미 쇼크가 시작돼 수술조차 시작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26일 새벽 1시, 병원 도착 두 시간만에 A 씨 반려견은 수술조차 해보지 못하고 폐사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족같은 반려견을 한 순간 잃은 A 씨 부부는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우리 개는 비록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A 씨 부부는 진돗개 견주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용인 서부경찰서는 A 씨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고 직후 복부가 심하게 훼손된 A 씨 반려견 모습
■입마개 착용 의무 없는 진돗개…'맹견' 재정의 되나

동물보호법에선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류와 그 잡종의 개를 맹견으로 분류합니다. A 씨 부부의 반려견을 물어 죽인 진돗개는 맹견에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법에 명시된 '맹견' 주인은 외출할 때 개에게 입마개를 반드시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개에겐 별다른 규정이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등록된 반려견 209만 마리 중 맹견은 4천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소방청은 매년 2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에 물려 병원에 이송된다고 집계했습니다. A 씨 부부의 사례처럼, 개가 개를 문 사고까지 더하면 실제 '개 물림 사고'의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7월에도 서울 은평구의 한 골목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 로트와일러가 주인과 산책하던 스피츠를 물어 개가 죽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피해 견주는 대형견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청원엔 현재까지 6만 7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도 시작됐습니다. 24일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사람이나 다른 개를 문 개를 맹견으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를 위협하는 '맹견'을 재정의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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