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실업]① 알바하는 이스타 조종사…“생활비 대출에 집까지 내놨어요”

입력 2020.09.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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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이달 초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1,136명 직원 가운데 605명이 10월 14일 자로 해고 예정이고, 육아휴직 종료자 등 117명의 추가 정리 해고도 예고돼 있습니다. 창업주 일가의 재산이 2백억대로 불어났지만, 이스타 항공을 지켜온 노동자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스타 항공 노동자를 만나봤습니다.

막막한 생계...고용유지지원금도 못 받아
두 아이를 둔 40대 기장 이 모 씨. 2월부터 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40대 가장에게는 고정 지출이 있습니다. 다달이 나가야 할 아이들 교육비, 집 대출금 등. 하지만 월급이 한 푼도 나오지 않으면서 생계는 막막해졌습니다.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로 생활비를 간신히 메워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한 채 있는 집마저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40대 기장 이 모 씨 인터뷰40대 기장 이 모 씨 인터뷰

이 씨는 "무엇보다 생활비, 애들 교육비 이런 게 걱정된다"며 "한창 애들은 커가는 데 고용불안이 계속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항공사 직원들이 받았던 고용유지지원금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스타 항공이 1월부터 3월까지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월급에선 다달이 고용보험료가 빠져나갔는데도 말입니다. 회사의 잘못으로 이스타 항공 노동자들은 정말 어디에도 기댈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나마 이 씨는 나은 상황입니다. 이제 막 부기장으로 입사한 사회 초년생들은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 씨는 "조종사 자격 따는데 1억에서 2억 사이가 든다"며 "대출받아 교육받고, 면허 따서 항공사에 입사했는데 1년도 안 돼 해고당할 예정인 부기장들이 수십 명"이라고 했습니다.

갈 곳 잃은 직원들....다른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
이스타 항공 직원들은 현재까지 이스타 항공 소속입니다. 겸업 금지조항이 있다 보니, 이스타 항공에서 월급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다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이 씨는 지난 5월부터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아르바이트를 구했습니다. 음식점 서빙, 탁송 기사 등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코로나 19가 계속되면서, 음식점 등도 어려워져서 일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며,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스타 항공에서 나가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불황인 데다, 조종사를 그만두고 다른 업계로 이직하려면 그만큼 준비 기간이 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회계 등 다른 사무직 노동자들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지만, 조종사들은 항공업계 말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가 어렵다"며, "새롭게 다른 분야를 배우려면 또 2~3년의 준비 기간이 걸릴 텐데, 코로나 19가 얼마나 갈지도 불확실해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는 재고용을 말하지만, 노동자들 "믿을 수 없어"


사 측은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에게,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고용하겠다고 말했지만 믿는 직원은 없습니다.

노조 측은 체불임금만 300억 원에, 고용보험료까지 미납한 회사의 약속을 믿기는 쉽지 않은 데다, 재고용 자체가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합니다.

박이삼 이스타조종사노조위원장은 "사 측은 재고용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어떠한 문서화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고용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며 "사용자가 안 했을 때 노동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체불 임금도, 고용지원금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린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이번 추석연휴가 더욱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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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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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30 07:05:23
    취재K
8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이달 초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1,136명 직원 가운데 605명이 10월 14일 자로 해고 예정이고, 육아휴직 종료자 등 117명의 추가 정리 해고도 예고돼 있습니다. 창업주 일가의 재산이 2백억대로 불어났지만, 이스타 항공을 지켜온 노동자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스타 항공 노동자를 만나봤습니다.

막막한 생계...고용유지지원금도 못 받아
두 아이를 둔 40대 기장 이 모 씨. 2월부터 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40대 가장에게는 고정 지출이 있습니다. 다달이 나가야 할 아이들 교육비, 집 대출금 등. 하지만 월급이 한 푼도 나오지 않으면서 생계는 막막해졌습니다.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로 생활비를 간신히 메워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한 채 있는 집마저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40대 기장 이 모 씨 인터뷰
이 씨는 "무엇보다 생활비, 애들 교육비 이런 게 걱정된다"며 "한창 애들은 커가는 데 고용불안이 계속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항공사 직원들이 받았던 고용유지지원금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스타 항공이 1월부터 3월까지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월급에선 다달이 고용보험료가 빠져나갔는데도 말입니다. 회사의 잘못으로 이스타 항공 노동자들은 정말 어디에도 기댈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나마 이 씨는 나은 상황입니다. 이제 막 부기장으로 입사한 사회 초년생들은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 씨는 "조종사 자격 따는데 1억에서 2억 사이가 든다"며 "대출받아 교육받고, 면허 따서 항공사에 입사했는데 1년도 안 돼 해고당할 예정인 부기장들이 수십 명"이라고 했습니다.

갈 곳 잃은 직원들....다른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
이스타 항공 직원들은 현재까지 이스타 항공 소속입니다. 겸업 금지조항이 있다 보니, 이스타 항공에서 월급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다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이 씨는 지난 5월부터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아르바이트를 구했습니다. 음식점 서빙, 탁송 기사 등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코로나 19가 계속되면서, 음식점 등도 어려워져서 일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며,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스타 항공에서 나가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불황인 데다, 조종사를 그만두고 다른 업계로 이직하려면 그만큼 준비 기간이 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회계 등 다른 사무직 노동자들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지만, 조종사들은 항공업계 말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가 어렵다"며, "새롭게 다른 분야를 배우려면 또 2~3년의 준비 기간이 걸릴 텐데, 코로나 19가 얼마나 갈지도 불확실해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는 재고용을 말하지만, 노동자들 "믿을 수 없어"


사 측은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에게,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고용하겠다고 말했지만 믿는 직원은 없습니다.

노조 측은 체불임금만 300억 원에, 고용보험료까지 미납한 회사의 약속을 믿기는 쉽지 않은 데다, 재고용 자체가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합니다.

박이삼 이스타조종사노조위원장은 "사 측은 재고용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어떠한 문서화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고용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며 "사용자가 안 했을 때 노동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체불 임금도, 고용지원금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린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이번 추석연휴가 더욱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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