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인터넷 투자 사기’…범인 적발조차 어려워

입력 2020.09.30 (10:11) 수정 2021.06.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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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투자 사기'.."투자 영역들 빠르게 두루 섭렵"

코로나19가 극성이던 올해 초부터 KBS 제보시스템에는 '온라인 투자사기' 피해 제보가 잇달았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투자사기에 휘말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8만 명 이상이 가입한 국내 최대의 투자사기 제보 카페인 '백두산 불법금융 추방운동본부'에서는 최근 들어 피해신고가 급증했습니다. 카페 운영자는 "올해 피해 신고가 지난해와 비교해 약 3~4배 늘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백두산 불법금융 추방운동본부' 운영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투자사기 수법은 '도박형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유사 투자 사이트를 만든 뒤 가입자들에게 환율이나 주가, 선물 등 지수 변동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돈을 걸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자신이 참여한 것이 투자가 아닌 불법 도박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환율이나 코스피 지수 등 우연한 사정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이와 같은 사이트들을 불법 도박 사이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도 안 되는 동안 범행 수법은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온라인 사기 조직들이 오프라인 투자 사기 종목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고 '백두산 불법금융 추방운동본부' 운영자는 밝혔습니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온갖 투자 영역을 들먹이며 사기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입니다.

■ 피해 예방책은 '전무'.. 범인 검거도 어려워

문제는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는 반면 예방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피해금을 송금·이체한 사기이용계좌의 인출을 막는 '계좌 지급정지' 규정은 보이스피싱 등 기존 금융사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최근 온라인 투자 사기들은 지급정지 신청을 하더라도 사유에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인이 검거되는 경우도 드뭅니다.

온라인 투자사기는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사행성 범죄와 비슷한 다국적 조직범죄라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해외에 근거지를 둔 범죄 조직이 범행 단계별로 분업화, 점조직화해 수사를 피한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범행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이용해 추적을 막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국내에서 범인들을 잡더라도 인출책 등 말단만 검거되는 게 보통입니다.

해외에 있는 몸통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피해금 회수도 대부분 안 됩니다.

■ 대검 '국제대응팀' 신설 추진.. 美 정부는 '금융 사기 범정부 TF'

수사 역량이 분산돼 전문·통일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투자사기를 맡은 수사기관이 일선 경찰서, 경찰 사이버수사대,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등으로 나뉘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사기 특성상 조직 간 정보 공유와 유기적인 공조가 필수적인데 현재 우리나라 수사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2009년부터 '시장 건전성과 소비자 사기에 대한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입니다. 금융 관련 사기가 굉장히 다양하고, 영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정부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창설했습니다.

법무부, 검찰청, 재무부, 국세청은 물론 국토안보부, 사회보장청 등 온갖 기관이 한데 모여 사기범죄에 대응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우선 해외에 있는 사기조직의 몸통 검거에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정원과 공조해 '국제대응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투자사기뿐만 아니라 다국적으로 이뤄지는 인터넷 도박 등 사행성 범죄,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해외 공조 수사 조직입니다.

대한민국 수사기관도 민생 범죄 해결을 위해 한 발 더 내디딘 셈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갈수록 교활해지는 사기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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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뻔한 ‘인터넷 투자 사기’…범인 적발조차 어려워
    • 입력 2020-09-30 10:11:29
    • 수정2021-06-21 15:20:19
    취재K
■ 진화하는 '투자 사기'.."투자 영역들 빠르게 두루 섭렵"

코로나19가 극성이던 올해 초부터 KBS 제보시스템에는 '온라인 투자사기' 피해 제보가 잇달았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투자사기에 휘말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8만 명 이상이 가입한 국내 최대의 투자사기 제보 카페인 '백두산 불법금융 추방운동본부'에서는 최근 들어 피해신고가 급증했습니다. 카페 운영자는 "올해 피해 신고가 지난해와 비교해 약 3~4배 늘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백두산 불법금융 추방운동본부' 운영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투자사기 수법은 '도박형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유사 투자 사이트를 만든 뒤 가입자들에게 환율이나 주가, 선물 등 지수 변동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돈을 걸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자신이 참여한 것이 투자가 아닌 불법 도박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환율이나 코스피 지수 등 우연한 사정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이와 같은 사이트들을 불법 도박 사이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도 안 되는 동안 범행 수법은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온라인 사기 조직들이 오프라인 투자 사기 종목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고 '백두산 불법금융 추방운동본부' 운영자는 밝혔습니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온갖 투자 영역을 들먹이며 사기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입니다.

■ 피해 예방책은 '전무'.. 범인 검거도 어려워

문제는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는 반면 예방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피해금을 송금·이체한 사기이용계좌의 인출을 막는 '계좌 지급정지' 규정은 보이스피싱 등 기존 금융사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최근 온라인 투자 사기들은 지급정지 신청을 하더라도 사유에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인이 검거되는 경우도 드뭅니다.

온라인 투자사기는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사행성 범죄와 비슷한 다국적 조직범죄라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해외에 근거지를 둔 범죄 조직이 범행 단계별로 분업화, 점조직화해 수사를 피한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범행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이용해 추적을 막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국내에서 범인들을 잡더라도 인출책 등 말단만 검거되는 게 보통입니다.

해외에 있는 몸통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피해금 회수도 대부분 안 됩니다.

■ 대검 '국제대응팀' 신설 추진.. 美 정부는 '금융 사기 범정부 TF'

수사 역량이 분산돼 전문·통일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투자사기를 맡은 수사기관이 일선 경찰서, 경찰 사이버수사대,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등으로 나뉘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사기 특성상 조직 간 정보 공유와 유기적인 공조가 필수적인데 현재 우리나라 수사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2009년부터 '시장 건전성과 소비자 사기에 대한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입니다. 금융 관련 사기가 굉장히 다양하고, 영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정부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창설했습니다.

법무부, 검찰청, 재무부, 국세청은 물론 국토안보부, 사회보장청 등 온갖 기관이 한데 모여 사기범죄에 대응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우선 해외에 있는 사기조직의 몸통 검거에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정원과 공조해 '국제대응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투자사기뿐만 아니라 다국적으로 이뤄지는 인터넷 도박 등 사행성 범죄,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해외 공조 수사 조직입니다.

대한민국 수사기관도 민생 범죄 해결을 위해 한 발 더 내디딘 셈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갈수록 교활해지는 사기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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