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심]② 공무원 피살사건 “정부대응 잘못” 68.6%

입력 2020.09.30 (16:00) 수정 2020.09.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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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밥상머리에는 어떤 현안이, 어떻게 화제로 오를까요? KBS가 문재인 정부 4년차,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통해 미리 들여다봤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수준이 높으면서도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없는, 이른바 '인지적 무당(無黨)층'을 따로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현안을 잘 알면서도 특정 정당의 입장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는 않는 여론층입니다. 이른바 여론의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공무원 피살사건 대응 68.6%가 "잘못했다"

먼저 최근 정국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습니다. '매우 잘못했다'와 '잘못한 편이다'라고 답한, '잘못했다'는 응답이 68.6%로, '매우 잘했다'와 '잘한 편이다'를 더한 '잘했다'의 21.8%에 비해 40%p 넘게 높았습니다.


연령이나 지역에 관계 없이 모두 '잘못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잘못했다'가 48.8%로 '잘했다' 39.4%보다 높았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92.1%가 정부가 대응을 '잘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영향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도 전체 응답자의 54.9%는 '잘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각각 74.9%, 69.6%로 나타나, 전통적인 지지층은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정부 대북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정치에 관심과 지식은 많지만 지지 정당은 없는 '인지적 무당층'의 반응입니다. '인지적 무당층'은 77.0%가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지 정당이 있는 응답자들은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여론이 우세였는데, '인지적 무당층'은 부정적 인식이 이들보다 20%p 이상 높았습니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41.5%가 '나빠질 것이다', 44.4%는 '좋아질 것이다'라고 답해, 남북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오차범위 내에서 다소 우세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72.5%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71.1%가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봐 대조를 이뤘습니다.

'인지적 무당층'은 58.6%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보다는 부정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자들보다는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조사는 공무원 피살 사건이 알려진 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하는 내용의 통신문을 보내온 기간 실시됐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 추미애 장관 아들은 특혜?…61.7%가 "그렇다"

한동안 정치권의 쟁점이 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논란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는 이번 조사 마지막 날 오후에 발표됐습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중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1.7%(소숫점 둘째자리 반올림)가 '그런 편이다'라거나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성별이나 세대에 관계 없이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더 많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특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답변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인지적 무당층'에서는 '그렇다'(특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78.2%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보다도 10%p 이상 많았습니다.

추 장관 아들이 '특혜를 받았는가'에 대한 인식은, 결국 '공정한가'라는 인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정'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사회가 더 공정해졌다고 보느냐>도 물었습니다.


'매우 공정해졌다'거나 '공정해진 편'이라는 '공정해졌다'는 응답이 36.7%로, '불공정해졌다' 31.1% 보다 더 높기는 했지만, 오차범위 내였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10명 가운데 3명 정도는 공정성 면에서 이전 정부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한국사회 공정성이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특히 취업 등의 경쟁을 마주하고 있는 20대(39.5%)와 30대(37.0%)가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 "여당이 주도해 공수처 빨리 출범시켜야" 46.1%

올해 하반기 정치권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공수처가 출범하려면 처장이 선출돼야 합니다.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위원 2명과 야당 교섭단체 추천위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를 반대해왔던 야당, 국민의힘은 본인들 몫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을 아직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수처 출범이 계속 늦춰지자, 여당은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을 계속 미룰 경우 야당 몫의 추천권을 다른 곳에 주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응답자의 46.1%는 '여당이 주도해서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했고, 41.0%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협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당이 공수처 출범을 '강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인지적 무당층'에서는 '국민의힘이 협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이 62.7%로 나타나, 전체 여론과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앞서 여당이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한동안 국회가 파행됐는데, 공수처 출범마저 여당 주도로 강행할 경우 파행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적 관심이 높은 층에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 '인지적 무당층'은 누구이고 어떻게 가려냈나?

1.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 '인지적 무당층' 분리

KBS는 1,001명의 응답자 가운데 '현재 지지 정당이 있는지 여부'를 한 축으로, '정치적 세련도'(정치적 관심이나 지식 수준·교육 등)를 다른 축으로 삼아 조사대상을 4개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전체적인 여론 분포와 함께 4개의 집단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 그 중에서도 정치적 세련도가 높은 '인지적 무당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지적 무당층'은 당장 지지 정당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투표 등 정치 참여 가능성이 높은 집단입니다. 여론의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인지적 무당층'은 누구인가?…이론적 배경과 특징

유권자를 연령이나 정치적 성향으로 구분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치적 세련도'와 '지지정당 여부'에 따라 재유형화해 살펴 본 것은 정치학자인 달튼(Dalton)이 제시한 틀을 원용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무당층을 '정치에 관심이 없는 층'으로 판단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튼은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은 것은 정치에 무관심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의사 표현일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다 정교하게 구분했습니다.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인 '정치 무관심층'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 수준은 높지만 현재 정당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인지적 무당층'으로 나눈 것입니다. 또 지지 정당이 있는 경우에도 정치적 세련도를 고려해 '관습적 지지층'과 '인지적 지지층'으로 나눴습니다.

KBS는 이 방식을 원용해 현재 지지 정당이 있는 지를 한 축으로, 정치적 관심이나 지식 수준 등을 한 축으로 4개 집단으로 조사대상을 구분했습니다.

3. 더 비판적인 '인지적 무당층'…투표 성향은?

'인지적 무당층'의 경우 특정한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착이 적은 편이고, 정당보다는 정책적 대안들을 통해 평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때문에 여론에서 보다 유동성이 큽니다. 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새롭게 등장한 제3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선거에는 '인지적 무당층'의 표심이 중요하게 작용한 사례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KBS는 선행 연구를 참조해 정치 지식과 교육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여론조사 분석가 등과 논의를 통해 응답자의 집중도를 고려하여 4가지 문항을 선별했습니다. 설문에서 사용된 4가지 질문은 '국회의원 정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름', '대법원장 이름'입니다.

여기에 본인의 정치 지식 수준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묻는 질문 하나와 교육 수준을 추가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주관적 판단 역시 정치 지식을 측정하는데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육 수준은 달톤이 제시한 모형에서 사용된 변수입니다.

즉, 정치적 세련도를 판단하는데는 4개의 객관적 정치 지식 질문, 1개의 주관적 정치 지식 질문, 그리고 교육 수준이 이용됐습니다.

이번 조사결과는 오늘 방송되는 'KBS 뉴스9'에서 소개될 예정입니다.

[내려받기] 추석 여론조사 설문지
[내려받기] 추석 여론조사 조사결과 결과표

< 참고문헌 >
1. 김도경(2007), 정치적 세련됨과 당파적 단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통권59호, 33~64쪽.
2. 김도경(2008), 성차 그리고 여성 내에서 정치적 세련됨의 차이, 21세기정치학회보 18(2), 93~116쪽.
3. 고승연(2004), 16대 대선에서의 무당파층 특성 및 행태연구, 사회연구 2004년 제2호, 97~127쪽.
4. 장승진, 서정규(2019), 당파적 양극화의 이원적 구조: 정치적 정체성, 정책선호, 그리고 정치적 세련도, 한국정당학회보 18(3), 5~29쪽.
5. 양응석(2018), 정당 선호와 정치적 세련도: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6. Delli Carpini, Michael X., & Scott Keeter(1993), “Measuring Political Knowledge: Putting First Things First."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37(4), pp 179-206.(재인용)
7. Delli Carpini, Michael X., & Scott Keeter(1996), What Americans Know About Politics and Why It Matters.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재인용)
8. Zaller, John(1992), The Nature and Origin of Mass Opinion,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재인용)

[연관 기사][추석민심]① ‘文대통령 국정 운영’ 잘한다 47%, 잘못한다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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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민심]② 공무원 피살사건 “정부대응 잘못” 68.6%
    • 입력 2020-09-30 16:00:46
    • 수정2020-09-30 16:51:29
    취재K
올해 추석 밥상머리에는 어떤 현안이, 어떻게 화제로 오를까요? KBS가 문재인 정부 4년차,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통해 미리 들여다봤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수준이 높으면서도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없는, 이른바 '인지적 무당(無黨)층'을 따로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현안을 잘 알면서도 특정 정당의 입장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는 않는 여론층입니다. 이른바 여론의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공무원 피살사건 대응 68.6%가 "잘못했다"

먼저 최근 정국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습니다. '매우 잘못했다'와 '잘못한 편이다'라고 답한, '잘못했다'는 응답이 68.6%로, '매우 잘했다'와 '잘한 편이다'를 더한 '잘했다'의 21.8%에 비해 40%p 넘게 높았습니다.


연령이나 지역에 관계 없이 모두 '잘못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잘못했다'가 48.8%로 '잘했다' 39.4%보다 높았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92.1%가 정부가 대응을 '잘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영향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도 전체 응답자의 54.9%는 '잘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각각 74.9%, 69.6%로 나타나, 전통적인 지지층은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정부 대북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정치에 관심과 지식은 많지만 지지 정당은 없는 '인지적 무당층'의 반응입니다. '인지적 무당층'은 77.0%가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지 정당이 있는 응답자들은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여론이 우세였는데, '인지적 무당층'은 부정적 인식이 이들보다 20%p 이상 높았습니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41.5%가 '나빠질 것이다', 44.4%는 '좋아질 것이다'라고 답해, 남북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오차범위 내에서 다소 우세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72.5%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71.1%가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봐 대조를 이뤘습니다.

'인지적 무당층'은 58.6%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보다는 부정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자들보다는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조사는 공무원 피살 사건이 알려진 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하는 내용의 통신문을 보내온 기간 실시됐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 추미애 장관 아들은 특혜?…61.7%가 "그렇다"

한동안 정치권의 쟁점이 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논란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는 이번 조사 마지막 날 오후에 발표됐습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이 군 복무 중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1.7%(소숫점 둘째자리 반올림)가 '그런 편이다'라거나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성별이나 세대에 관계 없이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더 많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특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답변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인지적 무당층'에서는 '그렇다'(특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78.2%로 나타나, 전체 응답자보다도 10%p 이상 많았습니다.

추 장관 아들이 '특혜를 받았는가'에 대한 인식은, 결국 '공정한가'라는 인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정'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사회가 더 공정해졌다고 보느냐>도 물었습니다.


'매우 공정해졌다'거나 '공정해진 편'이라는 '공정해졌다'는 응답이 36.7%로, '불공정해졌다' 31.1% 보다 더 높기는 했지만, 오차범위 내였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10명 가운데 3명 정도는 공정성 면에서 이전 정부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한국사회 공정성이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특히 취업 등의 경쟁을 마주하고 있는 20대(39.5%)와 30대(37.0%)가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 "여당이 주도해 공수처 빨리 출범시켜야" 46.1%

올해 하반기 정치권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공수처가 출범하려면 처장이 선출돼야 합니다. 공수처장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위원 2명과 야당 교섭단체 추천위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를 반대해왔던 야당, 국민의힘은 본인들 몫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을 아직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수처 출범이 계속 늦춰지자, 여당은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을 계속 미룰 경우 야당 몫의 추천권을 다른 곳에 주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응답자의 46.1%는 '여당이 주도해서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했고, 41.0%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협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당이 공수처 출범을 '강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인지적 무당층'에서는 '국민의힘이 협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이 62.7%로 나타나, 전체 여론과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앞서 여당이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한동안 국회가 파행됐는데, 공수처 출범마저 여당 주도로 강행할 경우 파행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적 관심이 높은 층에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 '인지적 무당층'은 누구이고 어떻게 가려냈나?

1.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 '인지적 무당층' 분리

KBS는 1,001명의 응답자 가운데 '현재 지지 정당이 있는지 여부'를 한 축으로, '정치적 세련도'(정치적 관심이나 지식 수준·교육 등)를 다른 축으로 삼아 조사대상을 4개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전체적인 여론 분포와 함께 4개의 집단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 그 중에서도 정치적 세련도가 높은 '인지적 무당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지적 무당층'은 당장 지지 정당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투표 등 정치 참여 가능성이 높은 집단입니다. 여론의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인지적 무당층'은 누구인가?…이론적 배경과 특징

유권자를 연령이나 정치적 성향으로 구분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치적 세련도'와 '지지정당 여부'에 따라 재유형화해 살펴 본 것은 정치학자인 달튼(Dalton)이 제시한 틀을 원용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무당층을 '정치에 관심이 없는 층'으로 판단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튼은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은 것은 정치에 무관심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의사 표현일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다 정교하게 구분했습니다.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인 '정치 무관심층'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 수준은 높지만 현재 정당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인지적 무당층'으로 나눈 것입니다. 또 지지 정당이 있는 경우에도 정치적 세련도를 고려해 '관습적 지지층'과 '인지적 지지층'으로 나눴습니다.

KBS는 이 방식을 원용해 현재 지지 정당이 있는 지를 한 축으로, 정치적 관심이나 지식 수준 등을 한 축으로 4개 집단으로 조사대상을 구분했습니다.

3. 더 비판적인 '인지적 무당층'…투표 성향은?

'인지적 무당층'의 경우 특정한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착이 적은 편이고, 정당보다는 정책적 대안들을 통해 평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때문에 여론에서 보다 유동성이 큽니다. 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새롭게 등장한 제3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선거에는 '인지적 무당층'의 표심이 중요하게 작용한 사례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KBS는 선행 연구를 참조해 정치 지식과 교육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여론조사 분석가 등과 논의를 통해 응답자의 집중도를 고려하여 4가지 문항을 선별했습니다. 설문에서 사용된 4가지 질문은 '국회의원 정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름', '대법원장 이름'입니다.

여기에 본인의 정치 지식 수준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묻는 질문 하나와 교육 수준을 추가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주관적 판단 역시 정치 지식을 측정하는데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육 수준은 달톤이 제시한 모형에서 사용된 변수입니다.

즉, 정치적 세련도를 판단하는데는 4개의 객관적 정치 지식 질문, 1개의 주관적 정치 지식 질문, 그리고 교육 수준이 이용됐습니다.

이번 조사결과는 오늘 방송되는 'KBS 뉴스9'에서 소개될 예정입니다.

[내려받기] 추석 여론조사 설문지
[내려받기] 추석 여론조사 조사결과 결과표

< 참고문헌 >
1. 김도경(2007), 정치적 세련됨과 당파적 단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통권59호, 33~64쪽.
2. 김도경(2008), 성차 그리고 여성 내에서 정치적 세련됨의 차이, 21세기정치학회보 18(2), 93~116쪽.
3. 고승연(2004), 16대 대선에서의 무당파층 특성 및 행태연구, 사회연구 2004년 제2호, 97~127쪽.
4. 장승진, 서정규(2019), 당파적 양극화의 이원적 구조: 정치적 정체성, 정책선호, 그리고 정치적 세련도, 한국정당학회보 18(3), 5~29쪽.
5. 양응석(2018), 정당 선호와 정치적 세련도: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6. Delli Carpini, Michael X., & Scott Keeter(1993), “Measuring Political Knowledge: Putting First Things First."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37(4), pp 179-206.(재인용)
7. Delli Carpini, Michael X., & Scott Keeter(1996), What Americans Know About Politics and Why It Matters.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재인용)
8. Zaller, John(1992), The Nature and Origin of Mass Opinion,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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