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망설이고, 결혼 미루고…‘코로나 쇼크’에 내년 출산율 어쩌나

입력 2020.10.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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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코로나19에 아이를 임신하는 게 욕심은 아닐까요?" 지난달 2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임신을 고민하는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가을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다"면서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가져도 되는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이 글엔 4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임신이 쉽게 될지 안 될지 모르는데 일단 시도를 해보라는 의견도 꽤 있었지만, 글쓴이의 고민에 공감하는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 젊으면 올해는 좀 지켜보는 게 어떠냐", "결혼 전인데 진짜 걱정되는 이슈 중 하나다", "가급적 미루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우리 삶 구석구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코로나19. 출산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임신을 망설이고 결혼을 미루는 현상들이 통계로 드러나면서, 내년 출산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산부 카드' 발급 1만 건 가까이 감소

내년 출산율에 켜진 비상등은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행복카드는 병원 진료비 지원 등을 위해 주로 임산부가 임신 직후 발급받는다.

올해 4~8월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는 13만 7천368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만 7천157건보다 9천789건 줄었다.

통상 4월에 임신한 사람이 내년 1월에 출산하는 걸 고려하면, 4~8월 국민행복카드 발급 감소는 내년 출산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 전년 대비 감소 폭은 지난해 1만 2천307건보단 작지만, 2018년 6천892건보다는 크다.
물론 이러한 감소세가 전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매년 출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출산율이 줄어드는 건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임산부와 태아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임신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출생아 수는 7월까지 16만 5천730명으로 지난해 1~7월(18만 3천647명)보다 1만 7천917명(9.8%)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2천676명이니 올해 30만 명대가 깨질 가능성이 큰데, 내년도 올해 못지않게 출생아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혼인, 7월까지 '사상 최저'

내년 출산율을 예측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혼인 건수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전년도의 혼인율과 굉장히 관련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혼인 건수는 7월까지 12만 6천367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3만 9천265건보다 1만 2천898건(9.3%) 감소했다.


이는 혼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런 추세로 연말까지 간다면 올해는 혼인이 역대 최소인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혼인 감소의 근본적인 이유는 혼인 연령인 30대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올해는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쳤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봄 이후 결혼 예정이던 사람들이 결혼식을 미뤘다. 6~7월을 지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잠잠해졌지만, 8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면서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결혼식 하객 수가 50명 미만으로 제한되고 있고, 결혼식을 미루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조영태 교수는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혼인이 미뤄진 사람들이 많아서 내년 출산율이 원래 우리가 기대했던 수치보다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 분석 착수

내년 출산율 충격이 가시화되면서 국책연구기관도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8월부터 '코로나19 이후 인구 변동 추이 분석'에 들어갔다.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의 출산 선행 지표를 분석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나리오별 출산율 변동 전망을 연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망률과 기대 수명, 인구 이동에 코로나19가 미친 영향도 함께 분석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미 관련 연구를 끝냈다. 위원회 측은 코로나19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올해 안에 저출산과 고령화 대응 장기 계획을 발표한다. 코로나19가 이 계획에 얼마나 영향을 줬을지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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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망설이고, 결혼 미루고…‘코로나 쇼크’에 내년 출산율 어쩌나
    • 입력 2020-10-01 08:02:33
    취재K

"길어지는 코로나19에 아이를 임신하는 게 욕심은 아닐까요?" 지난달 2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임신을 고민하는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가을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다"면서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가져도 되는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이 글엔 4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임신이 쉽게 될지 안 될지 모르는데 일단 시도를 해보라는 의견도 꽤 있었지만, 글쓴이의 고민에 공감하는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 젊으면 올해는 좀 지켜보는 게 어떠냐", "결혼 전인데 진짜 걱정되는 이슈 중 하나다", "가급적 미루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우리 삶 구석구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코로나19. 출산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임신을 망설이고 결혼을 미루는 현상들이 통계로 드러나면서, 내년 출산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산부 카드' 발급 1만 건 가까이 감소

내년 출산율에 켜진 비상등은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행복카드는 병원 진료비 지원 등을 위해 주로 임산부가 임신 직후 발급받는다.

올해 4~8월 국민행복카드 발급 건수는 13만 7천368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만 7천157건보다 9천789건 줄었다.

통상 4월에 임신한 사람이 내년 1월에 출산하는 걸 고려하면, 4~8월 국민행복카드 발급 감소는 내년 출산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 전년 대비 감소 폭은 지난해 1만 2천307건보단 작지만, 2018년 6천892건보다는 크다.
물론 이러한 감소세가 전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매년 출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출산율이 줄어드는 건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임산부와 태아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임신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출생아 수는 7월까지 16만 5천730명으로 지난해 1~7월(18만 3천647명)보다 1만 7천917명(9.8%)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2천676명이니 올해 30만 명대가 깨질 가능성이 큰데, 내년도 올해 못지않게 출생아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혼인, 7월까지 '사상 최저'

내년 출산율을 예측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혼인 건수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전년도의 혼인율과 굉장히 관련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혼인 건수는 7월까지 12만 6천367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3만 9천265건보다 1만 2천898건(9.3%) 감소했다.


이는 혼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런 추세로 연말까지 간다면 올해는 혼인이 역대 최소인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혼인 감소의 근본적인 이유는 혼인 연령인 30대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올해는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쳤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봄 이후 결혼 예정이던 사람들이 결혼식을 미뤘다. 6~7월을 지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잠잠해졌지만, 8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면서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결혼식 하객 수가 50명 미만으로 제한되고 있고, 결혼식을 미루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조영태 교수는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혼인이 미뤄진 사람들이 많아서 내년 출산율이 원래 우리가 기대했던 수치보다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 분석 착수

내년 출산율 충격이 가시화되면서 국책연구기관도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8월부터 '코로나19 이후 인구 변동 추이 분석'에 들어갔다.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의 출산 선행 지표를 분석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나리오별 출산율 변동 전망을 연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망률과 기대 수명, 인구 이동에 코로나19가 미친 영향도 함께 분석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미 관련 연구를 끝냈다. 위원회 측은 코로나19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올해 안에 저출산과 고령화 대응 장기 계획을 발표한다. 코로나19가 이 계획에 얼마나 영향을 줬을지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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