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추석 후 본격 입법예고 ‘앞으로 3개월’ 낙태죄 운명은?

입력 2020.10.01 (10:26) 수정 2020.10.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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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나요?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관련 법내용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현행 '낙태죄'는 올 12월 31일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 됐습니다.
낙태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관리를 위해선 관련 조항이 새로 필요하게 된 셈인데요.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낙태죄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낙태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합니다. 벌써 올해도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 앞으로 100일 안에 새로운 법 조항을 마련해야 하는데, 관련 쟁점은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다시 읽는 헌재 결정문, 태아 생명권 vs. 여성의 자기 결정권

헌재는 지난해 4월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며 밝혔습니다. 태아의 생명권 차원에서 낙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여성 개인의 권리와 판단에 법과 국가가 과도하게 참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단서를 밝혔습니다. 헌재는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낙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라고도 말했고요. 이 결정문의 취지를 바탕으로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몇 가지 쟁점이 있어요. 하나씩 짚어볼 테니 잘 따라오세요!

■쟁점 1. 임신중절 가능 기간 "22주 내외까지 vs. 기간 전면 폐지"

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이에요. 헌재는 앞서 결정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고 낙태죄 적용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행 모자보건법 시행령에서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에게만 허용하고 있고요. 모체와 분리돼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시점부터는 태아의 (인간으로서) 생명권이 더 우선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또 임신 기간이 길면 길수록 낙태로 인해 모체의 생명도 위협받는다는 점 또한 고려했습니다.

그래서 개정안에서 규정할 임신중절수술 가능 기간을 두고 14주, 22주 등 여러 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해외의 경우, 프랑스는 임신 10주, 아이슬란드는 16주, 스웨덴은 22주 등 대부분 임신 10~24주 기간 동안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요. 이후 기간에는 태아나 산모 건강이 위험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하고요.
그러나 여성계 등에서는 임신중절이 '처벌'과 '허락'의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며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여성계 원로 100인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또한 지난 8월 "임신 주 수에 따라 임신중지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며 법무부에 전면 폐지를 권고했고요.

■쟁점 2. 임신중절 사유는 무엇이어야 하나

현행 모자보건법에는 유전적 문제나 전염병, 강간과 근친 그리고 모체의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해 등에 한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불합치 결정 당시,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단순위헌의견이 3명,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4명이었습니다. 이를 합쳐 7명의 정족수로 불합치 결정을 한 거죠. 낙태죄에 대한 단순 위헌 의견은 "임신 14주차 무렵까지는 어떠한 사유에서든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판단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에 비해 헌법불합치 의견에는 '사회적·경제적 사유'라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낙태 갈등 상황을 사회 경제적 사유까지 폭넓게 인정해야한다는 뜻이에요. 현재 OECD 회원국 중 영국·일본·핀란드·아이슬란드 등의 국가들도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회 경제적 사유에 따라 조건부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면, 그 사유를 무엇으로 규정할지가 쟁점이 되겠죠. 헌재 결정문을 보면,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 불안정하거나 불충분한 소득, 양육의 어려움, 혼인 관계 지속 여부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쟁점 3. 그럼, 임신중절에 관련 법 체계 어떻게 되나?


현행 낙태죄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이라는 두 법에 따라 규정되어 있어요. 형법 제269, 제270조는 '낙태죄'를 규정하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예외 경우'를 정해놓고 있죠. 따라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이 개정되면 세트메뉴인 모자보건법도 같이 개정되어야 해요.
헌재는 결정 당시 입법재량의 한계를 언급했는데요. 결정의 취지와 한계에 맞게 개정하라는 뜻입니다. 헌재는 "결정 가능 기간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아닌지 등에 관하여 앞서 우리 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며 숙제를 던졌습니다.

■앞으로 남은 3개월…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

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과 새롭게 법을 개정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예요. 그래서 불합치 결정 후 일년이 넘도록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종교계·여성계 등 시민단체에서는 저마다 찬반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한은 3개월, 추석이 지나면 국회에서 구체적인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은 올해 말까지 더욱 뜨거워질 것 같네요.

※취재 지원:김나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jrnfl3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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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추석 후 본격 입법예고 ‘앞으로 3개월’ 낙태죄 운명은?
    • 입력 2020-10-01 10:26:00
    • 수정2020-10-01 16:23:37
    팩트체크K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관련 법내용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현행 '낙태죄'는 올 12월 31일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 됐습니다.
낙태에 대한 사회적, 법률적 관리를 위해선 관련 조항이 새로 필요하게 된 셈인데요.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낙태죄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낙태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합니다. 벌써 올해도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 앞으로 100일 안에 새로운 법 조항을 마련해야 하는데, 관련 쟁점은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다시 읽는 헌재 결정문, 태아 생명권 vs. 여성의 자기 결정권

헌재는 지난해 4월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며 밝혔습니다. 태아의 생명권 차원에서 낙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여성 개인의 권리와 판단에 법과 국가가 과도하게 참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단서를 밝혔습니다. 헌재는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낙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라고도 말했고요. 이 결정문의 취지를 바탕으로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몇 가지 쟁점이 있어요. 하나씩 짚어볼 테니 잘 따라오세요!

■쟁점 1. 임신중절 가능 기간 "22주 내외까지 vs. 기간 전면 폐지"

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이에요. 헌재는 앞서 결정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고 낙태죄 적용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행 모자보건법 시행령에서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에게만 허용하고 있고요. 모체와 분리돼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시점부터는 태아의 (인간으로서) 생명권이 더 우선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또 임신 기간이 길면 길수록 낙태로 인해 모체의 생명도 위협받는다는 점 또한 고려했습니다.

그래서 개정안에서 규정할 임신중절수술 가능 기간을 두고 14주, 22주 등 여러 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해외의 경우, 프랑스는 임신 10주, 아이슬란드는 16주, 스웨덴은 22주 등 대부분 임신 10~24주 기간 동안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요. 이후 기간에는 태아나 산모 건강이 위험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하고요.
그러나 여성계 등에서는 임신중절이 '처벌'과 '허락'의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며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여성계 원로 100인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또한 지난 8월 "임신 주 수에 따라 임신중지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며 법무부에 전면 폐지를 권고했고요.

■쟁점 2. 임신중절 사유는 무엇이어야 하나

현행 모자보건법에는 유전적 문제나 전염병, 강간과 근친 그리고 모체의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해 등에 한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불합치 결정 당시,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단순위헌의견이 3명,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4명이었습니다. 이를 합쳐 7명의 정족수로 불합치 결정을 한 거죠. 낙태죄에 대한 단순 위헌 의견은 "임신 14주차 무렵까지는 어떠한 사유에서든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판단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에 비해 헌법불합치 의견에는 '사회적·경제적 사유'라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낙태 갈등 상황을 사회 경제적 사유까지 폭넓게 인정해야한다는 뜻이에요. 현재 OECD 회원국 중 영국·일본·핀란드·아이슬란드 등의 국가들도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회 경제적 사유에 따라 조건부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면, 그 사유를 무엇으로 규정할지가 쟁점이 되겠죠. 헌재 결정문을 보면,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 불안정하거나 불충분한 소득, 양육의 어려움, 혼인 관계 지속 여부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쟁점 3. 그럼, 임신중절에 관련 법 체계 어떻게 되나?


현행 낙태죄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이라는 두 법에 따라 규정되어 있어요. 형법 제269, 제270조는 '낙태죄'를 규정하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예외 경우'를 정해놓고 있죠. 따라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이 개정되면 세트메뉴인 모자보건법도 같이 개정되어야 해요.
헌재는 결정 당시 입법재량의 한계를 언급했는데요. 결정의 취지와 한계에 맞게 개정하라는 뜻입니다. 헌재는 "결정 가능 기간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아닌지 등에 관하여 앞서 우리 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며 숙제를 던졌습니다.

■앞으로 남은 3개월…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

헌재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과 새롭게 법을 개정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예요. 그래서 불합치 결정 후 일년이 넘도록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종교계·여성계 등 시민단체에서는 저마다 찬반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한은 3개월, 추석이 지나면 국회에서 구체적인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은 올해 말까지 더욱 뜨거워질 것 같네요.

※취재 지원:김나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jrnfl3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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