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세계 참다랑어 시장 최후 승자는?…“완전 양식 ‘뻥튀기’ 이제 그만”

입력 2020.10.02 (08:00) 수정 2020.10.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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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경남 통영시 욕지도 가두리 양식장에서 열린 양식 참다랑어 첫 상업 출하 행사. 해양수산부 제공

2018년 6월 경남 통영시 욕지도 가두리 양식장에서 열린 양식 참다랑어 첫 상업 출하 행사. 해양수산부 제공

참다랑어 완전 양식에 '사실상' 성공…'하지만 왜 참치회는 비쌀까?'

2018년 6월, 경남 통영시 삼덕항에서 직선거리로 22km 떨어진 욕지도 앞바다. 약 10여 년 노력 끝에 국내 기술로 양식에 성공한 참다랑어가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와 취재진이 몰려, 남해안에서 양식에 성공한 참다랑어의 첫 상업적 출하를 성대히 축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요리사까지 동원돼 참다랑어 해체 과정을 보여주며 시식 행사도 열렸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보다 3년 전인 2015년 8월, 전남 여수시 거문도 앞바다 양식장에서 참다랑어 어미로부터 수정란을 얻고 부화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참다랑어 완전 양식에 '사실상' 성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산 양식 참다랑어를 직접 먹어본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완전 양식에 '사실상' 성공했고 상업적 출하도 이미 수년 전 시작됐는데, 국내산 양식 참다랑어는 여전히 우리 식탁에서 맛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육상수조에서 참다랑어 수정란 국내 첫 생산…세계에서 세 번째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바닷가. 조용한 어촌 근처에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가장 가까운 식당과도 차로 약 10여 분 거리, 요즘 흔한 배달 음식도 찾아오지 않는 육지 속 오지와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22년째 어류 양식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박대원 연구사는 지난여름 연구소 숙직실에서 쪽잠을 자며 참다랑어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매일 자정, 새벽 3시, 오전 6시... 3시간 마다 지름 20m, 깊이 9m인 국내 최대 규모 참다랑어 육상수조를 찾아,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참다랑어에서 수정란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참다랑어 육상수조 아래에서 수정란을 확인하고 있는 연구진참다랑어 육상수조 아래에서 수정란을 확인하고 있는 연구진

연구팀의 간절함과 오랜 '노오력'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요? 연구팀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9월) 중순까지 5차례에 걸쳐 참다랑어 수정란 12만 개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육상수조에서 양식한 참다랑어 수정란 생산은 국내에서 처음, 전 세계에서도 호주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쉴새 없이 유영 '바다의 포르쉐'…참다랑어에 호르몬칩 삽입

연구팀이 애지중지 키우는 참다랑어는 2013년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연구소가 추자도 앞바다에서 잡은 5kg 크기 41마리를 7년 동안 육상수조에서 키운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단 7마리만 남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모두 길이 1.5m, 무게 170kg이 넘는 건강한 어미로 자랐습니다. 이 참다랑어는 3~4년 전부터 70kg 이상 건강한 어미로 자랐지만, 산란기에도 좀처럼 산란을 하지 않아 연구팀의 애를 태웠습니다. 자연에서는 산란기 온도 조건만 맞으면 산란이 일어나지만, 자연환경과 다른 육상수조에서는 자연산란을 유도하기에 무리였던 것입니다.

참다랑어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 호르몬칩으로 산란을 자극한 연구진참다랑어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 호르몬칩으로 산란을 자극한 연구진

연구팀은 고민 끝에 자연산란 유도보다 호르몬 처리를 통한 산란 자극법을 선택했습니다. 연구소 소속 잠수사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 작살총을 사용해 먼 거리에서 호르몬칩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참다랑어의 산란을 유도한 것입니다.

참다랑어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헤엄을 치는 어류입니다. 쉬지 않고 바다를 유영하며 밤에는 속도를 낮춰 잠이 든 채로 유영을 계속하기 때문에, '바다의 포르쉐'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어류처럼 호르몬 주사를 위해 포획하면 즉시 폐사하는 참다랑어의 특성을 고려한 고육지책, 많은 사전 준비와 치밀한 모의시험 끝에 신중한 작업이 진행됐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참다랑어 수정란·우량 종자 대량 생산 기대…'아직 갈 길 멀어'

해상 가두리가 아닌 육상수조에서 수정란을 얻었다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해상 가두리는 자연환경과 유사하지만, 바다의 수온과 조류가 늘 일정하지 않아 지름 1mm도 되지 않는 좁쌀 크기보다 작은 참다랑어 수정란을 채집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신 육상수조에서는 외부 환경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참다랑어 수정란을 대량 채집해, 우량한 종자 생산 연구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얻은 수정란 12만 개 가운데, 4만 개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연구소로 옮겨 부화 등 실험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통영에서 육상 양식을 위해 키울 예정입니다.

수정란에서 부화 직후 2.5mm 크기인 참다랑어수정란에서 부화 직후 2.5mm 크기인 참다랑어

참다랑어 양식기술은 다른 양식 어류와 같이 어류의 성장주기에 따라 ①수정란 생산(산란 유도) → ②종자 생산(부화) → ③중간 육성(월동) → ④완전 양식(어미 관리) 4단계로 구분됩니다. 이 모든 단계를 해결하고, 각 과정에서 폐사율을 크게 낮췄을 때 완전 양식에 성공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2018년 국내 첫 참다랑어 상업 출하 행사로 돌아가 볼까요? 국내 기술로 양식에 성공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참다랑어는 사실 2016년 일본에서 2년생 치어(무게 3~4kg)를 사들여와 2년 동안 30kg 이상 크기로 키운 것입니다.

치어 한 마리당 무려 20만 원 이상인 '값비싼 몸'을 들여와 국내에서 키운 것입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수정란도 아니고, 폐사율 90%가 넘을 정도로 가장 어려운 부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며, 온대성 어종으로 쉽지 않은 첫해 월동 과정의 시행착오도 거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현재 경남 통영 2곳, 제주 1곳 등 총 3곳에서 진행 중인 국내 참다랑어 상업적 양식 시설들은 대부분 '일본산' 참다랑어 치어를 들여와 국내에서 키우거나 바다에서 잡은 치어를 성체로 키우는 것입니다.

완전 양식 성공했다는 '뻥튀기'?…곤경에 처한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 설명자료를 내놨습니다. <완전 양식 성공했다던 민물장어…4년 전 공식발표는 '뻥튀기'>라는 언론 기사가 나오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입니다. 해양수산부는 "당시 확보한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국민과 산업계가 공감하는 기술의 진보를 이루지 못했다"며 솔직히 인정하고, 기술 개발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의 비판에 뒤늦은 자기 고백이었던 셈입니다.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서 양식 중인 참다랑어통영 욕지도 앞바다에서 양식 중인 참다랑어

5년 전 '사실상' 완전 양식에 성공하고, 2년 전 상업 출하를 시작했다는 참다랑어는 어떨까요? 많은 양식 어업인과 연구진은 과학적 기술 진보와 상업적 성공은 여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자원 감소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상황, 인공 종자의 안정적인 생산과 대량 사육으로 나아가기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1970년대 참다랑어 양식에 나선 일본도 2000년대 초반에서야, 30년 만에 겨우 완전 양식에 성공한 기술, 우리는 10년 만에 '사실상'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고 너무 성급히 발표한 것은 아닐까요?

'착한 소비'로 양식어민 돕기…'그래도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4일, 경남도청 앞 현관에서는 '국내산 수산물 제수용 꾸러미 전달식' 행사가 열렸습니다. 소비자가 국내산 수산물을 먼저 찾자는 착한 소비 운동의 일환입니다. 최근 국내 수산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에다, 수입 수산물 증가 등의 악재가 겹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참돔 양식을 크게 늘렸다가, 올림픽 연기로 양식 참돔 가격이 급락하자 저가의 일본산 양식 참돔이 국내로 대량 수입되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 어민과 양식 어업인을 돕기 위한 착한 소비 운동, 물론 박수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소비 촉진 행사는 대부분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남도청에서 열린 국내산 수산물 제수용 꾸러미 전달식경남도청에서 열린 국내산 수산물 제수용 꾸러미 전달식

어렵지만 참다랑어와 같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고급 어종에 관한 양식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식 어업인과 연구진은 국내 참다랑어 양식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일본의 뒤를 추격해, 90% 수준까지 따라붙었다고 전합니다.

'사실상'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고 단기간 연구 성과를 알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확보한 연구 성과를 활용해 국내 어민들에게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실제 국민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도록 국민과 산업 전체가 공감하는 기술적 진보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일부 연구자들의 '노오력'으로만 결코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 수십조 원 규모 참다랑어 시장에서 우리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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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세계 참다랑어 시장 최후 승자는?…“완전 양식 ‘뻥튀기’ 이제 그만”
    • 입력 2020-10-02 08:00:08
    • 수정2020-10-02 08:00:22
    취재후·사건후

2018년 6월 경남 통영시 욕지도 가두리 양식장에서 열린 양식 참다랑어 첫 상업 출하 행사. 해양수산부 제공

참다랑어 완전 양식에 '사실상' 성공…'하지만 왜 참치회는 비쌀까?'

2018년 6월, 경남 통영시 삼덕항에서 직선거리로 22km 떨어진 욕지도 앞바다. 약 10여 년 노력 끝에 국내 기술로 양식에 성공한 참다랑어가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와 취재진이 몰려, 남해안에서 양식에 성공한 참다랑어의 첫 상업적 출하를 성대히 축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요리사까지 동원돼 참다랑어 해체 과정을 보여주며 시식 행사도 열렸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보다 3년 전인 2015년 8월, 전남 여수시 거문도 앞바다 양식장에서 참다랑어 어미로부터 수정란을 얻고 부화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참다랑어 완전 양식에 '사실상' 성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산 양식 참다랑어를 직접 먹어본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완전 양식에 '사실상' 성공했고 상업적 출하도 이미 수년 전 시작됐는데, 국내산 양식 참다랑어는 여전히 우리 식탁에서 맛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육상수조에서 참다랑어 수정란 국내 첫 생산…세계에서 세 번째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바닷가. 조용한 어촌 근처에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가장 가까운 식당과도 차로 약 10여 분 거리, 요즘 흔한 배달 음식도 찾아오지 않는 육지 속 오지와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22년째 어류 양식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박대원 연구사는 지난여름 연구소 숙직실에서 쪽잠을 자며 참다랑어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매일 자정, 새벽 3시, 오전 6시... 3시간 마다 지름 20m, 깊이 9m인 국내 최대 규모 참다랑어 육상수조를 찾아,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참다랑어에서 수정란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참다랑어 육상수조 아래에서 수정란을 확인하고 있는 연구진
연구팀의 간절함과 오랜 '노오력'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요? 연구팀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9월) 중순까지 5차례에 걸쳐 참다랑어 수정란 12만 개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육상수조에서 양식한 참다랑어 수정란 생산은 국내에서 처음, 전 세계에서도 호주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쉴새 없이 유영 '바다의 포르쉐'…참다랑어에 호르몬칩 삽입

연구팀이 애지중지 키우는 참다랑어는 2013년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연구소가 추자도 앞바다에서 잡은 5kg 크기 41마리를 7년 동안 육상수조에서 키운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단 7마리만 남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모두 길이 1.5m, 무게 170kg이 넘는 건강한 어미로 자랐습니다. 이 참다랑어는 3~4년 전부터 70kg 이상 건강한 어미로 자랐지만, 산란기에도 좀처럼 산란을 하지 않아 연구팀의 애를 태웠습니다. 자연에서는 산란기 온도 조건만 맞으면 산란이 일어나지만, 자연환경과 다른 육상수조에서는 자연산란을 유도하기에 무리였던 것입니다.

참다랑어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 호르몬칩으로 산란을 자극한 연구진
연구팀은 고민 끝에 자연산란 유도보다 호르몬 처리를 통한 산란 자극법을 선택했습니다. 연구소 소속 잠수사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 작살총을 사용해 먼 거리에서 호르몬칩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참다랑어의 산란을 유도한 것입니다.

참다랑어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헤엄을 치는 어류입니다. 쉬지 않고 바다를 유영하며 밤에는 속도를 낮춰 잠이 든 채로 유영을 계속하기 때문에, '바다의 포르쉐'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어류처럼 호르몬 주사를 위해 포획하면 즉시 폐사하는 참다랑어의 특성을 고려한 고육지책, 많은 사전 준비와 치밀한 모의시험 끝에 신중한 작업이 진행됐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참다랑어 수정란·우량 종자 대량 생산 기대…'아직 갈 길 멀어'

해상 가두리가 아닌 육상수조에서 수정란을 얻었다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해상 가두리는 자연환경과 유사하지만, 바다의 수온과 조류가 늘 일정하지 않아 지름 1mm도 되지 않는 좁쌀 크기보다 작은 참다랑어 수정란을 채집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신 육상수조에서는 외부 환경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참다랑어 수정란을 대량 채집해, 우량한 종자 생산 연구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얻은 수정란 12만 개 가운데, 4만 개는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연구소로 옮겨 부화 등 실험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통영에서 육상 양식을 위해 키울 예정입니다.

수정란에서 부화 직후 2.5mm 크기인 참다랑어
참다랑어 양식기술은 다른 양식 어류와 같이 어류의 성장주기에 따라 ①수정란 생산(산란 유도) → ②종자 생산(부화) → ③중간 육성(월동) → ④완전 양식(어미 관리) 4단계로 구분됩니다. 이 모든 단계를 해결하고, 각 과정에서 폐사율을 크게 낮췄을 때 완전 양식에 성공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2018년 국내 첫 참다랑어 상업 출하 행사로 돌아가 볼까요? 국내 기술로 양식에 성공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참다랑어는 사실 2016년 일본에서 2년생 치어(무게 3~4kg)를 사들여와 2년 동안 30kg 이상 크기로 키운 것입니다.

치어 한 마리당 무려 20만 원 이상인 '값비싼 몸'을 들여와 국내에서 키운 것입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수정란도 아니고, 폐사율 90%가 넘을 정도로 가장 어려운 부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며, 온대성 어종으로 쉽지 않은 첫해 월동 과정의 시행착오도 거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현재 경남 통영 2곳, 제주 1곳 등 총 3곳에서 진행 중인 국내 참다랑어 상업적 양식 시설들은 대부분 '일본산' 참다랑어 치어를 들여와 국내에서 키우거나 바다에서 잡은 치어를 성체로 키우는 것입니다.

완전 양식 성공했다는 '뻥튀기'?…곤경에 처한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 설명자료를 내놨습니다. <완전 양식 성공했다던 민물장어…4년 전 공식발표는 '뻥튀기'>라는 언론 기사가 나오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입니다. 해양수산부는 "당시 확보한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국민과 산업계가 공감하는 기술의 진보를 이루지 못했다"며 솔직히 인정하고, 기술 개발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의 비판에 뒤늦은 자기 고백이었던 셈입니다.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서 양식 중인 참다랑어
5년 전 '사실상' 완전 양식에 성공하고, 2년 전 상업 출하를 시작했다는 참다랑어는 어떨까요? 많은 양식 어업인과 연구진은 과학적 기술 진보와 상업적 성공은 여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자원 감소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한 상황, 인공 종자의 안정적인 생산과 대량 사육으로 나아가기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1970년대 참다랑어 양식에 나선 일본도 2000년대 초반에서야, 30년 만에 겨우 완전 양식에 성공한 기술, 우리는 10년 만에 '사실상'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고 너무 성급히 발표한 것은 아닐까요?

'착한 소비'로 양식어민 돕기…'그래도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4일, 경남도청 앞 현관에서는 '국내산 수산물 제수용 꾸러미 전달식' 행사가 열렸습니다. 소비자가 국내산 수산물을 먼저 찾자는 착한 소비 운동의 일환입니다. 최근 국내 수산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에다, 수입 수산물 증가 등의 악재가 겹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참돔 양식을 크게 늘렸다가, 올림픽 연기로 양식 참돔 가격이 급락하자 저가의 일본산 양식 참돔이 국내로 대량 수입되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 어민과 양식 어업인을 돕기 위한 착한 소비 운동, 물론 박수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소비 촉진 행사는 대부분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남도청에서 열린 국내산 수산물 제수용 꾸러미 전달식
어렵지만 참다랑어와 같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고급 어종에 관한 양식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식 어업인과 연구진은 국내 참다랑어 양식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일본의 뒤를 추격해, 90% 수준까지 따라붙었다고 전합니다.

'사실상'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고 단기간 연구 성과를 알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확보한 연구 성과를 활용해 국내 어민들에게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실제 국민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도록 국민과 산업 전체가 공감하는 기술적 진보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일부 연구자들의 '노오력'으로만 결코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 수십조 원 규모 참다랑어 시장에서 우리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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