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벚꽃이? 철모르고 터뜨리기 시작한 꽃망울

입력 2020.10.02 (0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노지 감귤이 익어가고, 억새밭이 가을바람에 춤추는 제주에 때아닌 봄꽃이 피는 이상 현상이 관찰됐다.

■추석 앞둔 가을…제주에서 개화한 '철없는' 벚꽃

제주시 한경면과 서귀포시 안덕면, 남원읍 등지에서는 지난 주말 무렵부터 마을 어귀와 길가 곳곳에 봄꽃인 벚꽃과 목련 등이 핀 모습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색달동에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활짝 핀 벚꽃. 시청자 제공서귀포시 색달동에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활짝 핀 벚꽃. 시청자 제공

3~4월에 개화하는 벚꽃이 가을볕 아래서 꽃을 피우자, 시민들의 눈도 휘둥그레졌습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주민은 "3~4일 전부터 마을 곳곳에 벚꽃이 조금씩 피고 있다. 작년 가을에도 벚꽃이 일찍 펴,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습니다.

계절을 잊은 봄꽃들이 듬성듬성 꽃망울을 터뜨린 것은 최근 제주에 영향을 미쳤던 태풍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시 이도일동의 목련 꽃봉오리. 시청자 제공제주시 이도일동의 목련 꽃봉오리. 시청자 제공

■연이은 태풍에 "생장보다 번식"…기후변화 영향도?

이달만 3개나 잇따른 태풍과 폭우로 인해 강한 비바람에 시달린 식물이 강제로 꽃을 피워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나뭇잎이 무더기로 떨어진 자리엔, 나무가 다시 꽃눈과 잎눈을 만들어 꽃과 새순을 틔우고 있습니다.

최형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관은 "나무는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을 때, 더 크려고 하기보다는 씨를 만들어 번식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이달 초부터 연이은 태풍으로 수세(樹勢)가 약해진 나무들이 꽃을 힘껏 틔워 열매를 많이 맺고, 종자를 생산해 후손을 퍼뜨리려는 현상"으로 추정했습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을 벚꽃’ 목격담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을 벚꽃’ 목격담

가을철에 봄꽃을 틔우는 현상의 정확한 기작(메커니즘)에 대해선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계절을 앞질러 틔운 꽃이 내년 봄 개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 최 연구관은 "현재 꽃이 핀 자리에 내년 봄에도 개화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수천 개 꽃이 피는 큰 나무에서 가을에 꽃을 피운 건 일부여서, 생장이나 개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가을 개화'는 제주뿐만 아니라 한반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습니다. 부산, 하동, 거제 등 남부지방뿐만 아니라 대전과 충주 등 중부지방에서도 벚꽃이 활짝 고개를 내밀면서, 나들이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을에 벚꽃이? 철모르고 터뜨리기 시작한 꽃망울
    • 입력 2020-10-02 09:01:07
    취재K
노지 감귤이 익어가고, 억새밭이 가을바람에 춤추는 제주에 때아닌 봄꽃이 피는 이상 현상이 관찰됐다.

■추석 앞둔 가을…제주에서 개화한 '철없는' 벚꽃

제주시 한경면과 서귀포시 안덕면, 남원읍 등지에서는 지난 주말 무렵부터 마을 어귀와 길가 곳곳에 봄꽃인 벚꽃과 목련 등이 핀 모습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색달동에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활짝 핀 벚꽃. 시청자 제공
3~4월에 개화하는 벚꽃이 가을볕 아래서 꽃을 피우자, 시민들의 눈도 휘둥그레졌습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주민은 "3~4일 전부터 마을 곳곳에 벚꽃이 조금씩 피고 있다. 작년 가을에도 벚꽃이 일찍 펴,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습니다.

계절을 잊은 봄꽃들이 듬성듬성 꽃망울을 터뜨린 것은 최근 제주에 영향을 미쳤던 태풍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시 이도일동의 목련 꽃봉오리. 시청자 제공
■연이은 태풍에 "생장보다 번식"…기후변화 영향도?

이달만 3개나 잇따른 태풍과 폭우로 인해 강한 비바람에 시달린 식물이 강제로 꽃을 피워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나뭇잎이 무더기로 떨어진 자리엔, 나무가 다시 꽃눈과 잎눈을 만들어 꽃과 새순을 틔우고 있습니다.

최형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관은 "나무는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을 때, 더 크려고 하기보다는 씨를 만들어 번식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이달 초부터 연이은 태풍으로 수세(樹勢)가 약해진 나무들이 꽃을 힘껏 틔워 열매를 많이 맺고, 종자를 생산해 후손을 퍼뜨리려는 현상"으로 추정했습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을 벚꽃’ 목격담
가을철에 봄꽃을 틔우는 현상의 정확한 기작(메커니즘)에 대해선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계절을 앞질러 틔운 꽃이 내년 봄 개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 최 연구관은 "현재 꽃이 핀 자리에 내년 봄에도 개화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수천 개 꽃이 피는 큰 나무에서 가을에 꽃을 피운 건 일부여서, 생장이나 개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가을 개화'는 제주뿐만 아니라 한반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습니다. 부산, 하동, 거제 등 남부지방뿐만 아니라 대전과 충주 등 중부지방에서도 벚꽃이 활짝 고개를 내밀면서, 나들이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