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태양광이 왜?”…환경부 지침 ‘있으나마나’

입력 2020.10.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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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에너지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화력발전소와 달리 무공해이며 무제한적인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 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21ha(헥타르)에서, 2012년 22ha, 2013년 44ha, 2014년 176ha, 2015년 522ha, 2016년 529ha, 2017년 1,435ha, 2018년 2,443ha가 신규 증축됐다. 여의도 면적의 8배 수준이다.

이처럼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규모가 7년 사이에 100배가량 늘면서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태양광 시설 급증으로 나무가 베이고 산림 생태계가 훼손되는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효과 등 환경적 순기능을 고려하는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18년 7월 '육상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 지침'을 만들고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를 회피해야 할 지역을 10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그런데 국회 산자위 소속인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현황을 받아 확인한 결과, 환경부의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도와 전라북도, 강원도 등 광역자치단체 3곳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데, 환경부 지침이 만들어진 뒤에도 태양광 시설 입지 회피 지역에 발전 시설이 설치된 경우가 49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에 설치된 경우는 34건,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에 설치된 경우는 6건으로 집계됐다.

또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이면서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인 경우는 3건, 야생생물보호지역이면서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인 경우는 2건, 문화재보호구역 등 경관보전이 필요한 지역인 경우는 2건, 지형변화지수 1.5 이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이면서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인 경우는 1건, 지형변화지수 1.5 이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인 경우는 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을 KBS 취재진과 함께 둘러본 정규원 산림기술사(농학박사)는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이라는 것은 특정한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일 텐데, 현장을 보면 수로에 대한 물 흙막이 같은 대비책 수립이 전혀 안 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회피 지역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지 말라는 환경부 지침은 왜 지켜지지 않은 걸까?

회피 지역에 태양광 시설 설치 허가를 내 준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이 공유되지 않아 존재 자체를 모르다가 최근 의원실로부터 자료 제출 요청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부 지침이 있는지를 몰랐으니 회피 지역에 해당하는 조건이 뭔지도 몰랐다는 얘기다.


그나마 경기, 전북, 강원도는 현황이라도 파악해서 자료를 제출했지만, 산지 태양광 시설의 상당수가 있는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경상남도 등 광역자치단체 3곳은 한 달 넘게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현황 집계가 안 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환경부는 내부용으로 만든 지침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태양광 시설 입지 회피 지역에 발전 시설 설치 허가를 해주더라도 자신들이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의 태양광 시설 허가권에 대해선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는 의미인데, 다만 환경부와 각 지방환경청 등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할 때는 지침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주환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로 태양광 시설이 난립하면서 환경 훼손은 물론 사회 갈등을 낳고 있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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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서 태양광이 왜?”…환경부 지침 ‘있으나마나’
    • 입력 2020-10-02 11:00:22
    취재K
태양광 발전 에너지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화력발전소와 달리 무공해이며 무제한적인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 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21ha(헥타르)에서, 2012년 22ha, 2013년 44ha, 2014년 176ha, 2015년 522ha, 2016년 529ha, 2017년 1,435ha, 2018년 2,443ha가 신규 증축됐다. 여의도 면적의 8배 수준이다.

이처럼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규모가 7년 사이에 100배가량 늘면서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태양광 시설 급증으로 나무가 베이고 산림 생태계가 훼손되는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효과 등 환경적 순기능을 고려하는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18년 7월 '육상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 지침'을 만들고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를 회피해야 할 지역을 10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그런데 국회 산자위 소속인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현황을 받아 확인한 결과, 환경부의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도와 전라북도, 강원도 등 광역자치단체 3곳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데, 환경부 지침이 만들어진 뒤에도 태양광 시설 입지 회피 지역에 발전 시설이 설치된 경우가 49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에 설치된 경우는 34건,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에 설치된 경우는 6건으로 집계됐다.

또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이면서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인 경우는 3건, 야생생물보호지역이면서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인 경우는 2건, 문화재보호구역 등 경관보전이 필요한 지역인 경우는 2건, 지형변화지수 1.5 이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이면서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인 경우는 1건, 지형변화지수 1.5 이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인 경우는 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을 KBS 취재진과 함께 둘러본 정규원 산림기술사(농학박사)는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이라는 것은 특정한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일 텐데, 현장을 보면 수로에 대한 물 흙막이 같은 대비책 수립이 전혀 안 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회피 지역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지 말라는 환경부 지침은 왜 지켜지지 않은 걸까?

회피 지역에 태양광 시설 설치 허가를 내 준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이 공유되지 않아 존재 자체를 모르다가 최근 의원실로부터 자료 제출 요청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부 지침이 있는지를 몰랐으니 회피 지역에 해당하는 조건이 뭔지도 몰랐다는 얘기다.


그나마 경기, 전북, 강원도는 현황이라도 파악해서 자료를 제출했지만, 산지 태양광 시설의 상당수가 있는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경상남도 등 광역자치단체 3곳은 한 달 넘게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현황 집계가 안 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환경부는 내부용으로 만든 지침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태양광 시설 입지 회피 지역에 발전 시설 설치 허가를 해주더라도 자신들이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의 태양광 시설 허가권에 대해선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는 의미인데, 다만 환경부와 각 지방환경청 등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할 때는 지침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주환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로 태양광 시설이 난립하면서 환경 훼손은 물론 사회 갈등을 낳고 있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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