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코로나19로 시신 트럭 오가던 美 뉴욕, 지금은 어떻습니까?

입력 2020.10.02 (13:41) 수정 2020.10.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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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이 문을 닫다."

"잠들지 않는 도시가 날씨 좋은 봄날, 문을 닫았다." 지난 3월 말,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이다. 한 해 5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거리가 코로나19의 '핫 스폿(hot spot)'이 되면서 하필 화창하기 그지없는 날씨 좋은 봄날에 유령도시 마냥 을씨년스러워졌다는 거다. 4월이 되면서 뉴욕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5천 명이 넘어갔고, 사망자 수도 600명에 육박했다.(뉴욕주 전체 하루 확진자는 최고 11,571명) 썩어가는 시신이 실린 트럭들로 거리엔 악취가 진동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세계 경제·문화의 중심이라는 뉴욕은 예기치 않게 엄습해 온 바이러스에 그렇게 순식간에 감염됐다.


지금 뉴욕은 어떻습니까?

인구가 950만 명 가량인 뉴욕시의 현재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200~300명 수준이다. 사망자 수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점일 때와 비교하면 꽤 안정적이다. '비극'을 겪은 후 뉴요커들이 뒤늦게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에 매달린 결과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 말도 안 되게 많은 숫자다)

뉴욕에서 뮤지컬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지난 8월 말부터 뉴욕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6개월 만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수용 가능 인원의 25%로 제한) 센트럴파크에서도 거리 공연이 재개되면서 음악 소리가 퍼져 나왔다. 세계 최대의 문화·예술 도시가 코로나19의 깊은 상처를 씻고 다시 예술활동의 기지개를 켜기를 너무나 바라지만, 전망은 썩 밝지 않아 보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내년 8월 말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한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뮤지컬이 주요 무대인 브로드웨이 공연계도 당초 내년 1월까지 공연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이 기간도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화예술계의 침체는 뉴욕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코로나19로 뉴욕의 문화 엔진이 꺼졌고, 경제 엔진도 꺼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공연, 예술 분야 일자리 28만 개 중 15만3천 개가 지난 4월부터 넉 달간 사라졌다. 코로나19 이전 뉴욕주 전체 경제에서 예술, 문화 부문은 8% 가까이를 차지했고, 서비스업 등등 해서 관련 일자리도 50만 개에 육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을 떠난 뉴요커들은 언제 다시 돌아올까?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간 9월 29일, "비어있는 맨해튼 사무실은 뉴욕시의 경제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매일 약 2백만 명의 사람들이 맨해튼 사무실과 상점 등에서 일했지만, 이 가운데 10%가량만이 일터에 복귀했을 뿐이다. 지난봄, 안전한 곳을 찾아 뉴욕을 떠났던 수십만 명의 뉴욕커들도 아직 뉴욕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 뉴욕시 재정난도 한층 더 가중될 거라고 했다.

10월 2일, 뉴욕시 공립학교 학생들이 두 차례 연기 끝에 전 학년 대면 수업에 들어갔다. 아이들 학교가 개학을 했으니, 뉴욕을 떠난 뉴요커들은 지금 뉴욕으로 돌아오고 있을까?


줄 서서 먹던 뉴욕의 맛집들은 사람들로 다시 붐빌 수 있을까?

현지 시간 9월 30일부터 뉴욕시내 식당들의 실내영업이 정원의 25%만 수용하는 조건으로 재개됐다. 다음 날인 10월 1일 뉴욕포스트는 주 정부 감사 보고서를 인용해 "뉴욕시의 레스토랑과 바의 절반이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영구폐쇄 될 수 있고, 이와 함께 1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25%로 제한한 실내영업과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뉴욕시의 레스토랑 산업 관련 일자리는 32만 개에 육박했다.

뉴욕은 다시 '잠들지 않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어느 신문에선가 이런 인터뷰를 봤다. "매일 밤 사이렌이 울렸고, 그 충격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가 도시를 휩쓸었던 지난 봄의 기억을 들추어낸 한 뉴요커의 얘기다. 트라우마가 된 거다. 극복은 쉽지 않을 거다.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사라진 후 우리에게 찾아오는 일상이 꼭 바이러스 이전의 일상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잠들지 않았던' 뉴욕도 아마 새로운 뉴욕의 일상을 찾아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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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2 13:41:04
    • 수정2020-10-02 13:42:05
    특파원 리포트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이 문을 닫다."

"잠들지 않는 도시가 날씨 좋은 봄날, 문을 닫았다." 지난 3월 말,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이다. 한 해 5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거리가 코로나19의 '핫 스폿(hot spot)'이 되면서 하필 화창하기 그지없는 날씨 좋은 봄날에 유령도시 마냥 을씨년스러워졌다는 거다. 4월이 되면서 뉴욕시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5천 명이 넘어갔고, 사망자 수도 600명에 육박했다.(뉴욕주 전체 하루 확진자는 최고 11,571명) 썩어가는 시신이 실린 트럭들로 거리엔 악취가 진동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세계 경제·문화의 중심이라는 뉴욕은 예기치 않게 엄습해 온 바이러스에 그렇게 순식간에 감염됐다.


지금 뉴욕은 어떻습니까?

인구가 950만 명 가량인 뉴욕시의 현재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200~300명 수준이다. 사망자 수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점일 때와 비교하면 꽤 안정적이다. '비극'을 겪은 후 뉴요커들이 뒤늦게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에 매달린 결과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 말도 안 되게 많은 숫자다)

뉴욕에서 뮤지컬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지난 8월 말부터 뉴욕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6개월 만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수용 가능 인원의 25%로 제한) 센트럴파크에서도 거리 공연이 재개되면서 음악 소리가 퍼져 나왔다. 세계 최대의 문화·예술 도시가 코로나19의 깊은 상처를 씻고 다시 예술활동의 기지개를 켜기를 너무나 바라지만, 전망은 썩 밝지 않아 보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내년 8월 말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한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뮤지컬이 주요 무대인 브로드웨이 공연계도 당초 내년 1월까지 공연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이 기간도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화예술계의 침체는 뉴욕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코로나19로 뉴욕의 문화 엔진이 꺼졌고, 경제 엔진도 꺼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공연, 예술 분야 일자리 28만 개 중 15만3천 개가 지난 4월부터 넉 달간 사라졌다. 코로나19 이전 뉴욕주 전체 경제에서 예술, 문화 부문은 8% 가까이를 차지했고, 서비스업 등등 해서 관련 일자리도 50만 개에 육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을 떠난 뉴요커들은 언제 다시 돌아올까?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간 9월 29일, "비어있는 맨해튼 사무실은 뉴욕시의 경제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매일 약 2백만 명의 사람들이 맨해튼 사무실과 상점 등에서 일했지만, 이 가운데 10%가량만이 일터에 복귀했을 뿐이다. 지난봄, 안전한 곳을 찾아 뉴욕을 떠났던 수십만 명의 뉴욕커들도 아직 뉴욕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 뉴욕시 재정난도 한층 더 가중될 거라고 했다.

10월 2일, 뉴욕시 공립학교 학생들이 두 차례 연기 끝에 전 학년 대면 수업에 들어갔다. 아이들 학교가 개학을 했으니, 뉴욕을 떠난 뉴요커들은 지금 뉴욕으로 돌아오고 있을까?


줄 서서 먹던 뉴욕의 맛집들은 사람들로 다시 붐빌 수 있을까?

현지 시간 9월 30일부터 뉴욕시내 식당들의 실내영업이 정원의 25%만 수용하는 조건으로 재개됐다. 다음 날인 10월 1일 뉴욕포스트는 주 정부 감사 보고서를 인용해 "뉴욕시의 레스토랑과 바의 절반이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영구폐쇄 될 수 있고, 이와 함께 1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25%로 제한한 실내영업과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뉴욕시의 레스토랑 산업 관련 일자리는 32만 개에 육박했다.

뉴욕은 다시 '잠들지 않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어느 신문에선가 이런 인터뷰를 봤다. "매일 밤 사이렌이 울렸고, 그 충격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가 도시를 휩쓸었던 지난 봄의 기억을 들추어낸 한 뉴요커의 얘기다. 트라우마가 된 거다. 극복은 쉽지 않을 거다.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사라진 후 우리에게 찾아오는 일상이 꼭 바이러스 이전의 일상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잠들지 않았던' 뉴욕도 아마 새로운 뉴욕의 일상을 찾아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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