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이동 제한에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바빠진 아동보호기관

입력 2020.10.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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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눈치를 살피는 거에요. 고개를 떨구고 눈만 저를 쳐다보는 거에요."

지난해 초등학교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A 씨는 특이한 모습을 봤습니다. 서너 살로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엄마가 식당을 자주 찾는데, 아이가 내복만 입고 있던 겁니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뒀던 A 씨, 음식을 앞에 두고도 아이가 칭얼대지 않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겨 같은 건물 학원 선생님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이를 신고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는 예방접종을 하지 못해 의료적 방임 상태였고, 이후 해당 가정은 기관의 관리를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에만 '3만 건' 아동학대↑...보호기관은 '24시간 운영 중'

지난달 이른바 '인천 라면 형제'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아동학대에 관한 관심이 커진 요즘, 아동학대는 더는 남의 집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먼 이야기가 됐습니다.

실제로 아동학대는 우리 주변에서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약 3만 건입니다.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최근 5년간 계속 상승세입니다.

강릉의 한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이 아동학대 발생 가정에 전화를 걸며 연휴 계획을 묻고 있다.강릉의 한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이 아동학대 발생 가정에 전화를 걸며 연휴 계획을 묻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연휴는 아동학대 가정을 관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분주한 시점 중 하나입니다. 추석 전주에는 학대가 예전에 일어났었던 가정에서 또다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화 상담과 가정방문을 진행합니다.

연휴 기간엔 24시간 당직을 정하고, 당직자가 되면 관할 지역에만 있어야 합니다. 김철호 강원 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추석 등 연휴 기간에 들어오는 신고 10건 중 8건은 응급한 상황이었다"면서, 24시간 당직 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9월 아동학대 신고' 전·훗달보다 많아...'올해 연휴 집에만 있어 스트레스↑'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추석이 있는 9월은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상승합니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를 살펴보면, 학교 등 외부에서 발생한 신고를 제외한 '가정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9월이 전·훗달과 비교해 유독 높습니다.

전문가는 이동이 제한되는 올해 추석 연휴 아동학대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올해처럼 집에만 있으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아이들도 밖에 못 나가게 돼 부모는 훈육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방법은 신고"뿐이라면서, "'마음에 걸리는 집이 있는데 신고해도 소용없겠지.' 하지 말고 그 가족을 돕는다 생각하고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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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휴 이동 제한에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바빠진 아동보호기관
    • 입력 2020-10-03 08:01:20
    취재K
"아기가 눈치를 살피는 거에요. 고개를 떨구고 눈만 저를 쳐다보는 거에요."

지난해 초등학교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A 씨는 특이한 모습을 봤습니다. 서너 살로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엄마가 식당을 자주 찾는데, 아이가 내복만 입고 있던 겁니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뒀던 A 씨, 음식을 앞에 두고도 아이가 칭얼대지 않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겨 같은 건물 학원 선생님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이를 신고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는 예방접종을 하지 못해 의료적 방임 상태였고, 이후 해당 가정은 기관의 관리를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에만 '3만 건' 아동학대↑...보호기관은 '24시간 운영 중'

지난달 이른바 '인천 라면 형제'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아동학대에 관한 관심이 커진 요즘, 아동학대는 더는 남의 집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먼 이야기가 됐습니다.

실제로 아동학대는 우리 주변에서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약 3만 건입니다.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최근 5년간 계속 상승세입니다.

강릉의 한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이 아동학대 발생 가정에 전화를 걸며 연휴 계획을 묻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연휴는 아동학대 가정을 관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분주한 시점 중 하나입니다. 추석 전주에는 학대가 예전에 일어났었던 가정에서 또다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화 상담과 가정방문을 진행합니다.

연휴 기간엔 24시간 당직을 정하고, 당직자가 되면 관할 지역에만 있어야 합니다. 김철호 강원 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추석 등 연휴 기간에 들어오는 신고 10건 중 8건은 응급한 상황이었다"면서, 24시간 당직 체계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9월 아동학대 신고' 전·훗달보다 많아...'올해 연휴 집에만 있어 스트레스↑'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추석이 있는 9월은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상승합니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를 살펴보면, 학교 등 외부에서 발생한 신고를 제외한 '가정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9월이 전·훗달과 비교해 유독 높습니다.

전문가는 이동이 제한되는 올해 추석 연휴 아동학대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올해처럼 집에만 있으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아이들도 밖에 못 나가게 돼 부모는 훈육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방법은 신고"뿐이라면서, "'마음에 걸리는 집이 있는데 신고해도 소용없겠지.' 하지 말고 그 가족을 돕는다 생각하고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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