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위험지역에도 태양광…환경부 지침은 ‘있으나 마나’

입력 2020.10.03 (21:28) 수정 2020.10.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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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양광 발전 시설, 몇 년 사이 참 많이 늘었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림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환경부가 2년 전, 산사태 위험지역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지 말라는 지침을 만들었는데,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박민철 기자가 현장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집중 호우가 이어지던 지난 8월, 충북 충주에 있는 한 태양광 발전 시설 일부가 토사에 밀려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 일대는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었습니다.

환경부는 이런 산사태 위험 1, 2등급 지역과 환경보호지역,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 등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지 말라는 지침을 2018년 7월 만들었습니다.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면적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파르게 늘자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피 지역을 10가지로 분류한 겁니다.

지침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경기도 안성시의 한 산지입니다.

환경부 지침상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안 되는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인데, 발전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시설 주변에선 땅이 파이고,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이 여러 군데 포착됩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농학박사 : "분명히 위험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산사태 위험 1·2등급으로 지정했을 것 아닙니까? 수로에 대한 물 흙막이라든지 대비책 수립을 미리 안 해놓은 거죠."]

전북 지역의 또 다른 태양광 발전 시설.

여기 발전 시설은 올해 8월부터 가동됐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유물이 흩어져 있는 지역, 즉 '유물 산포지'로 분류된 곳입니다.

문화재 보호구역에 태양광 시설을 짓지 말라는 환경부 지침을 어긴 겁니다.

관할 자치단체는 환경부로부터 지침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며, 행정 착오를 인정했습니다.

[전북 순창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여러 부처가 해당되는 사업 같은 경우는 누락되는 것이 많아요. 전산망에 떠버리면 좋은데 이게 안 뜨니까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고..."]

전북과 경기, 강원도에서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경부 지침을 어긴 경우는 최소 49건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환경부는 지침이 내부용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회피 지역에 태양광 시설 허가를 내주더라도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주환/국회 산자위원/국민의힘 :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로 태양광 시설이 난립하면서 환경훼손은 물론 사회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대책이 시급합니다."]

산지 태양광 시설이 상당수 있는 전남과 경남, 충남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김종우/영상편집:이형주/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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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사태 위험지역에도 태양광…환경부 지침은 ‘있으나 마나’
    • 입력 2020-10-03 21:28:55
    • 수정2020-10-03 22:17:18
    뉴스 9
[앵커]

태양광 발전 시설, 몇 년 사이 참 많이 늘었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림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환경부가 2년 전, 산사태 위험지역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지 말라는 지침을 만들었는데,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박민철 기자가 현장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집중 호우가 이어지던 지난 8월, 충북 충주에 있는 한 태양광 발전 시설 일부가 토사에 밀려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 일대는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었습니다.

환경부는 이런 산사태 위험 1, 2등급 지역과 환경보호지역,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 등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지 말라는 지침을 2018년 7월 만들었습니다.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면적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파르게 늘자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피 지역을 10가지로 분류한 겁니다.

지침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경기도 안성시의 한 산지입니다.

환경부 지침상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안 되는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인데, 발전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시설 주변에선 땅이 파이고,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이 여러 군데 포착됩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농학박사 : "분명히 위험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산사태 위험 1·2등급으로 지정했을 것 아닙니까? 수로에 대한 물 흙막이라든지 대비책 수립을 미리 안 해놓은 거죠."]

전북 지역의 또 다른 태양광 발전 시설.

여기 발전 시설은 올해 8월부터 가동됐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유물이 흩어져 있는 지역, 즉 '유물 산포지'로 분류된 곳입니다.

문화재 보호구역에 태양광 시설을 짓지 말라는 환경부 지침을 어긴 겁니다.

관할 자치단체는 환경부로부터 지침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며, 행정 착오를 인정했습니다.

[전북 순창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여러 부처가 해당되는 사업 같은 경우는 누락되는 것이 많아요. 전산망에 떠버리면 좋은데 이게 안 뜨니까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고..."]

전북과 경기, 강원도에서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경부 지침을 어긴 경우는 최소 49건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환경부는 지침이 내부용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회피 지역에 태양광 시설 허가를 내주더라도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주환/국회 산자위원/국민의힘 :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로 태양광 시설이 난립하면서 환경훼손은 물론 사회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대책이 시급합니다."]

산지 태양광 시설이 상당수 있는 전남과 경남, 충남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김종우/영상편집:이형주/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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